인천시가 닥터헬기 이전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박찬대(민주, 인천 연수갑) 국회의원실이 인천시에서 받은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추진사항 및 향후 계획’을 보면 시는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후보지 8곳 가운데 남동구 고잔동 626-7번지의 ‘월례근린공원’을 우선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곳에 이미 헬기 이·착륙장이 조성돼 있고, 닥터헬기 지정병원인 길병원과 5.2㎞ 거리여서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 등이다.
하지만 월례공원은 승기천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연수구 아파트 단지와 5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여서 연수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반면 시는 주거지역과 1㎞ 이상 거리가 떨어진 고잔동 990번지의 고잔공원은 근처 남동산업단지 공장 연기가 헬기를 이·착륙할 때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후보지에서 후순위로 밀렸다고 박 의원실에 보고했다.
그런데 시가 인천시의회에 보고한 내용은 달랐다. 박찬대 의원실이 시의회로부터 확보한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추진사항 및 향후 계획’에는 고잔공원의 후보지 제외 이유를 ‘경사지 및 진·출입 협소’로 명시했다.
자료에 따라 보고 내용이 달라 시 용역이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고잔공원 제외의 근본적인 이유는 금개구리 서식지이기 때문”이라며 “지적된 두 가지 이유도 모두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고 말했다.
금개구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대상이다.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는 습성 때문에 서식지 파괴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부족도 지적했다.
시는 닥터헬기 문제가 수면 아래에 있을 땐 월례공원이 있는 남동구와 한두 차례 협의했을 뿐, 주거지역이 가까운 연수구와는 소통하지 않았다.
시가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한 게 2021년 1월, 이전 대상지를 월레공원으로 결정하고 당시 조택상 균형발전정무부시장에 보고한 게 같은 해 6월이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시는 올해 1월에야 연수구 주민들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고, 당시 자리에서도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당시 공개된 월례공원 맞은편 우성1차아파트의 소음측정 결과는 평소 62.6데시벨(dB), 헬기가 떴을 때 71dB였다.
박찬대 의원은 “인천시가 자료마다 내용을 다르게 기재한 것을 통해 부실 용역이나 특정 지역 선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한다는 논란을 자초했다”며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의 소음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을 무시한 용역 과정은역시 실망스럽다”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주민설명회를 추가로 열 수 있다”며 “방음벽 설치 등 연수구 주민들 의견도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최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