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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힘, 민생 외면한 ‘공천 내전’ 볼썽사납다

트럼프의 통상압박, 지금은 당권싸움할 때 아니다.

  • 등록 2026.02.13 06:00:00
  • 15면

6·3 지방선거가 불과 110일 남았다. 과거 이 시기에 각 정당은 경쟁적으로 인재도 발굴하고 국민친화적 정책도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은 낯익은 장면이었다. 그러나 제1야당 국민의 힘의 최근 모습을 보면 많이 낯설다. 설 연휴를 앞두고 민생은 나아지지 않고 있고 대외 경제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있는데, 국힘은 오로지 ‘누가 누구를 징계하고, 누가 공천권을 쥐느냐’는 권력 투쟁에만 매몰되어 있는 탓이다. 현재 국힘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정치적 내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갈등의 핵심은 당 지도부와 이른바 ‘친한계’ 사이의 전면전이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사태 이후 당내 분열은 봉합되기는커녕 중앙당과 서울시당 간의 ‘징계 전쟁’으로 번졌다. 지난 1월 말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의 ‘전두환 존영 게시’ 발언으로 촉발된 설화(舌禍)는 친한계의 징계 요구로 이어졌고, 이에 맞서 당권파는 배현진 의원의 성명 발표 과정을 문제 삼아 중앙당 윤리위 제소라는 맞불을 놨다. 결국 서울시당은 고 씨에게 ‘탈당 권유’를, 중앙당 윤리위는 배 의원을 소환 조사하는 이른바 ‘징계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당의 윤리 기구가 정적 제거를 위한 계파 보복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지도부와 수도권 전열을 정비해야 할 서울시당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숙청의 칼날을 휘두르는 모습은 목불인견이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가세해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며 갈등의 전선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의 기초단체장 공천권을 중앙당이 행사하겠다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면서 폭발한 ‘공천권 사유화’ 논란은 이번 갈등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방분권과 정당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실종된 채 오로지 당권 장악을 위해 공천권을 무기화하려는 장동혁 대표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제1야당 이렇게 내부 권력 쟁탈전에 골몰하는 동안 국민의 삶은 방치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관세협상 비준을 미루고 있다며 25%관세 환원을 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고, 글로벌 반도체 성지인 경기도 도민들은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야당이라면 마땅히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통상 전략을 점검하며 정부를 압박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힘에서는 ‘민생’이나 ‘경제’라는 단어는 계파 간의 비난을 위한 수사(修辭)로만 쓰일 뿐이다.

 

국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지 수 개월째다. 당 지도부가 반대파를 몰아내는 데만 열을 올린다면, 중도층 이탈은 막을 수 없을뿐더러 보수층의 외면도 피하기 어렵다. 당연히 그 결과는 지방선거 참배로 이어질 것이다. 과거 보수 정당이 오만과 독선에 빠져 공천 갈등을 빚을 때마다 국민이 어떤 심판을 내렸는지 회상해 보기 바란다.

 

국힘은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징계 정치’와 공천권 다툼을 즉각 중단하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 책임있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윤어게인 세력이 아니라 합리적인 보수 인사들을 선거의 전면에 내세워 국민과 소통하는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도부는 당내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야 하며, 각 계파는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당권파의 세력을 확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제1야당이 민생이라는 본분을 잊고 권력 투쟁에만 몰두한다면 결국 국민이 결정하는 엄중한 심판대에서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자멸의 길’로 갈 것인지, ‘국민과 동행하는 길’로 갈 것인지 이제 결단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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