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위의 낙관 /김길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꾸려 넣은 책* 속에 ‘대부분의 생물은 매우 작아서 간과하기 쉽다’ 라는 문장을 지나온 어디쯤에서 나는 매우 작은 날파리 한 마리를 만났다 고것이 책 안으로 날아들면서 내 정신은 산만해졌다. 펼쳐진 책장이 마치 제 비행장이나 되듯이 고것이 자꾸만 글자들을 제 날개 밑에 탑재해 책 밖으로 옮겨 나르고 책의 글자가 여기저기서 사라진다. 나는 사라진 글자들을 조합해내지 못해 불안해진다 제 비행 회로를 빠른 선회로 감추며 책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옮겨 앉은 고것이 다시 실어낼 글자를 물색하려는지 책으로 회항하고 책에 착지한다. 이때 나는 기회를 잡는다 책을 덮어 눌러버린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속에 고것의 눌린 자국이 선명하다 책의 글자를 책 밖으로 실어 나른 날개가 납작 꺾이어 책 속에 먹빛 낙관으로 찍힌 것이다 *빌 브라이언.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김길나 시집 ‘홀소리 여행’ 중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은지 알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을 쫒아 달려가기 때문이다. 신호
바둑의 기원은 문자가 생기기 이전인 4300여 년 전 고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林)이 백제의 개로왕(蓋鹵王)과 바둑을 두었다는 얘기가 삼국사기에 전한다. 백제의 학자 왕인(王仁) 등은 일본에 문화를 전수할 때 바둑도 전파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 고대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나라(奈良)의 정창원(正倉院)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백제 의자왕이 일본 실권자 후지와라에게 보낸 바둑판과 바둑함이 그것이다. 바둑판 모서리에는 등을 둘 가진 낙타가 그려져 있고 은으로 만든 바둑함에는 코끼리가 새겨져 있는 등 당시로서는 매우 귀한 것이어서 교류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기보는 오(吳)나라의 장수 손책(孫策)과 여범(呂範)의 기보로 알려지고 있으며, 송나라 때의 바둑고전 망우청락집(忘憂淸樂集)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국내 기보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김옥균이 1866년 당시 일본 바둑계의 최고봉이던 슈에이(秀榮)와 두었던 6점 접바둑 기보다. 프로바둑이 생긴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우리나라는 국수전(國手戰)이 효시다. 1956년에 첫 기전이 시작됐다. 국내 기전 중 유일하게 도전기 형
변호사 회장을 하다 보니 가끔 소속 회원들로부터 주례 요청을 받는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지 얼마 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새로운 거친 환경에 적응해 가며 또 가정도 꾸려야 하는 그들을 생각하노라면 어떤 좋은 말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주옥같은 명문장의 예문도 많고 유명인의 주례사도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지만 변호사라는 전문 직업인에게 알맞은 내용을 생각하게 되면 결국 나 자신의 옛 결혼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또 변호사로서 활동한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후회되는 일, 기쁨의 순간을 떠올린다. 결국 주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날 이루지 못 했던 꿈들을 풀어 헤쳐내고 이들에게 이러 이러한 일들에 도전하고 성취해 내라는 다소 교훈적인 딱딱한 설교 스타일이 되고 만다. 특히 같은 변호사끼리 결혼하거나 의사 등 전문직과 결혼하는 후배들에겐 업무와 관련된 조언이 자연스레 포함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결혼식장에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전 영역에 걸쳐 살기가 어렵게 되었지만 요즘 변호사 시장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고 미래의 전망도 극히 비관적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불황이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나아지겠지만 그 근
건축법상 ‘한옥’이란 ‘기둥 및 보가 목구조 방식이고 한식기와, 볏짚, 목재, 흙 등 자연재료로 마감된 우리나라 전통양식이 반영된 건축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한국식 집’을 한옥이라고 부르던 경향에서 벗어나 전통 건축방식을 지닌 건축물을 한옥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한옥은 한동안 외면 받았다. 더 빠르고 더 편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눈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한옥이 재조명 받고 있다. 친환경적이며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한옥은 오히려 생활 속 쉼표와 비움의 미학을 찾는 현대인에 걸맞는 삶의 공간이 된 것이다. 한옥은 쉼이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찌들 때, 사회관계에 시달릴 때, 사람들은 이상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눈을 감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시골풍경, 그곳을 이루고 있는 나지막한 초가와 기와. 한 여름 선선한 바람처럼 한옥은 우리에게 쉼이다. 한옥은 따스함이다. 흙, 돌, 나무 등 자연재료로 만들어진 한옥은 자연 예술품이다. 나와 네가 구분 없는 어울림. 언제든 찾아오는 이를 위해 속살을 내어주고 품어주는 한옥은 넉넉한 따스함이다. 한옥은 치료소다. 현
다문화 사회란 한 국가나 사회 속에 다른 인종과 민족, 그리고 계급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로 국제결혼, 국제교류 등으로 다른 인종과 민족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사회를 뜻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외국인은 1990년 5만명에서 2015년 3월 말 180만명을 돌파해 남한인구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고, 2050년에는 국내 외국인 비율이 1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나타나게 한다.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인력수급의 불일치 해소나 경제규모 확대와 같은 경제적인 효과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수준 높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인종차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이민자의 빈곤화로 사회적 분열 현상을 일으켜 국가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면은 다문화를 이해하고 공존을 용인함으로써 쉽게 해결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순혈주의와 민족주의가 강조되어 다른 문화를 쉽
가끔씩 길을 가다보면 전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장애인 분들을 볼 수 있다. 도로와 인도가 나뉘어져 있다면 그나마 낫지만 골목이라든지 도로와 인도가 구분이 없는 곳은 차가 지나다는 곳에서 전동차를 탄 장애인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장애인 전동차의 경우 기능상 출력이 낮아 높은 장애물이나, 방지 턱을 올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도상에 세워진 입간판, 혹은 가로수 등으로 인해 도로상 전동차를 불가피하게 운행하게 된다. 또한 장애인 전동차의 높이나 색상을 보면 어린 학생 키 보다 높이가 낮고, 색상 또한 검은색, 회색 등 대부분이 어두운 계통의 색상이라 특히 어두운 밤에 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처럼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장애인 전동차는 작은 접촉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운전자들은 도로 위 장애인 전동차 발견 시 “내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꼭 서행해야 할 것이며, 장애인 전동차 운전자 또한 사고 예방 방지를 위해 반사스티커 부착, 형광조끼 착용 등으로 가시성을 최대한 확보해야하며,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안전모 등 안전장구를 꼭
30년 전 군대 전역 후 복학한 4학년 여름방학이었다. 일찌감치 이민 떠난 작은 형이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쉐인캐트린)에 살고 있었다. 한번 다녀가라는 형의 권유에 호기심으로 들떴다. 당시 해외여행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여권을 만들려면 남산 자유센터에서 하루종일 반공연맹의 소양교육을 받고 영화도 시청해야 했다. 캐나다로의 직항 편이 없어 미국 알라스카주 앵커리지를 경유했다. 15시간의 비행 끝에 뉴욕 존 에프 케네디(JFK) 국제공항에 내렸다. 난생 처음 밟아보는 미국 땅 아니, 첫 해외 땅이었다. 권총을 허리에 찬 흑인이 나를 포함한 한국여행객 몇몇을 닭장차(?)에 실었다. 우리를 인근 여관으로 안내했고, 그는 밤새 우리를 지켰다. 이튿날 우리를 닭장차에 다시 실은 그는 미국 국내선 라가디아 공항으로 안내했다. 거기서 토론토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미국 비자가 없는 우리들이 밀입국하지나 않을까 우려해서 감시했던 것이다. 미국 땅을 처음 밟은 나의 해외여행은 이렇게 어리둥절하게 시작됐다. 퀸 엘리자베스 하이웨이(QEW)를 직접 달려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만 보았던 나이아가라 폭포도 구경했다. 버스와 열차를 번갈아타며 몬
건강한 삶을 통한 행복지수를 높여 주어야한다. 빠르게 고령사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 할 때에 노인건강을 위한 철저한 대책이 절실하다. 경기도내 치매환자수가 최근 3년 동안 20% 이상 증가하였다. 날로 늘어나는 노인에 대한 종합적인 복지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건강유지와 여가선용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병마와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인에 대하여 국민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도와주어야한다. 경제적인 도움보다 사회관계개선이 더욱 소중하다. 걱정 없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노인은 건강을 유지해 갈 수 있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경기도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3년 기준 117만 명으로 서울 108만5천명보다 8만4천여 명이나 더 많이 늘어났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도내 치매환자수도 2013년 10만3천907명에서 2014년 12만175명이며 올해에도 12만5천675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국 치매환자수의 18∼19.6%에 달한다. 도내 인구가 2032년도 정점에 이르게 된다. 고령층이 증가하는 방추형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통계청이 예측하고 있어 도내 노인인구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는 만 60세 이상 노인을 대
그동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이른바 ‘탄저균 배달사고’가 가려진 감이 있다. 탄저균이 메르스균 보다 훨씬 치명적인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에도 정부의 ‘탄저균 배달사고 관련 미군오산기지 조사결과’ 발표는 현장 검증은 물론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작성됐단다. 그러니 차라리 미국 국방부의 발표를 인용하는 게 낫겠다. 지난 5월27일(현지시간) 살아있는 탄저균 샘플을 미국 내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영국·호주·캐나다 등을 비롯해 경기도 평택 주한 미군 공군기지 연구소에 탄저균이 배달됐다고 밝혔다. 주한 미군은 이렇게 배달된 탄저균 샘플로 제독 실험을 했고, 이 과정에서 오산기지 실험요원 22명이 탄저균에 노출됐지만 감염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탄저균이 민간 배달업체에 의해 한국으로 배달됐고 실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주한미군은 탄저균 실험목적과 과정, 폐기처분 방법 등 상황설명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탄저균 표본을 폐기처분 했다고만 밝혔다. 자칫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