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들, 딸을 기다리는 마음은 그 일을 겪어본 부모만이 알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활짝 피지도 못한 아이들의 목숨이 하늘나라로 간 지 16일째인 1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는 세월호의 침몰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해 수많은 승객을 살린 고(故)최덕하 군의 아버지 성웅(52)씨가 진도행 버스에 올랐다. 최성웅 씨는 “추모공원이나 보상 같은 문제보다 실종학생 구조가 우선 아닙니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들, 딸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슬픔을 나누고자 다시 진도로 갑니다”라고 말했다.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누는 가족은 최씨 만이 아니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유족들이 탈 45인승 관광버스 4대가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옆으로 최씨 등 유족들이 도화지와 유성펜, 생수통 등을 차에 싣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학생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 65개를 나눠 입고 ‘우리의 아들, 딸을 엄마 품으로’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 30여 개를 들고서 실종학생 가족들의 곁을 지키다 밤늦게 돌아올 예정이다. 이날 진도행 버스에 몸을 실은 유족들 중에는 이미 진도에
민주노총 안산지부는 1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참회의 삼보일배’를 했다. 민주노총 안산지부 조합원과 시민 등 300여명은 이날 오후 3시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단체 조문을 했다. 이어 ‘참회의 3보 1배’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대한민국 침몰’, ‘정부가 끝까지 책임져라’, ‘우리가 끝까지 밝혀줄게’, ‘아이들을 살려내라’, ‘우리 아이들은 안전한 나라에서 자라야 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안산시청까지 2㎞를 도보 행진한 뒤, 시청에서 문화광장까지 1㎞ 구간을 삼보일배하며 이동했다. 김영호 민주노총 안산지부장은 “세월호 참사는 인권과 노동권이 무너진 우리 사회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난 인재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산=김준호기자 jhkim@
안산시는 세월호 침몰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에게 생계비를 지급한다고 1일 밝혔다. 시는 세월호에 승선한 단원고 학생 325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족, 차상위계층, 생존자 가구 등 115명에게 민간후원단체와 연계해 지난달 29일 100만∼360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희생·실종자 250명 가운데 생계급여를 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10가구를 제외한 240명에게는 가족 수에 따라 4인 108만원, 5인 130만원을 우선 지급할 계획이다. 시는 또 소득 수준에 따라 생활안정 자금을 연장 지급하기로 했다. 희생자 유가족에게는 물품 지원은 물론 공무원과 통장이 2인 1조로 돌보미를 운영한다. 장애인 유가족을 위해 상록장애인보호소와 명휘원 등 9곳을 장·단기 시설로 운영하며, 지방세 납기를 1년 연장한다. 긴급지원생계비는 2인 가족 68만900원, 3인 가족 88만900원, 4인 가족 108만800원, 5인 가족 128만800원, 6인 가족 148만700원이 지급된다. 관련 문의는 안산시(031-481-2832)를 통해 가능하다. /안산=김준호기자 jhkim@
‘세월호’ 침몰 사고 보름째를 맞은 30일 합동분향소 제단 앞 추모 물결은 아침 일찍부터 이어졌다.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 정부합동분향소에는 평일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 앞에 놓인 제단 위로 슬프기만한 하얀 국화꽃을 하나 둘 올렸다. 공식 합동분향소가 마련된지 이틀째지만 국화꽃은 벌써 새하얗게 쌓였다. 이미 쓴 국화꽃을 자원봉사자들이 쉼없이 옮겨내도 이내 그 자리는 또 다른 꽃들로 채워지곤 했다. 온종일 비가 내렸던 전날과는 달리 맑고 쾌청한 날씨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어둡고 침통하기만 한 분향소 안에서는 누군가가 틀어둔 애잔한 음악에 시민들의 울음소리가 섞여 울려 퍼졌다. 기다림을 의미하는 노란 리본이 묶인 꽃을 제단 위에 올린 한 어머니는 영정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어떡해, 이 아이들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뜨거운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안타까운 후배들의 희생을 위로하러 온 한 대학생은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제 손수건이 다 젖는지도 모르는 모습이었다. 파란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학생도 분향소 안을 지나다 학생들 영정 앞에 잠시 멈춰서더니 고개를 숙인 채 묵념을 했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가슴이 아린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 지원을 위해 꾸려진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장례지원단’(이하 지원단)이 유가족의 추모현수막 게시 요청을 ‘자극적이다’는 이유로 거절해 유가족의 분노를 사고 있다. 30일 유가족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원단에 희생된 자녀를 추모하고 국민들의 성금 모금을 정중히 사양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제작, 분향소 주변에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책위가 요청한 현수막 문구는 ‘왜? 왜? 왜? 구조를 미뤘습니까?’, ‘국민여러분 성금은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밝혀라’, ‘언론은 이제 실상을 폭로하라’, ‘성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좋은 곳에서 행복하도록 기도해주세요’, ‘내 아들아 딸들아 보고 싶다’, ‘아이들아 무능한 부모를 용서치마라’, ‘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죄 어찌합니까?’, ‘생명보다 귀한 게 무엇이었나요?’, ‘진실을 밝혀주고 아이들을 부모 품에’ 등이다. 하지만 지원단은 “문구가 자극적이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책위가 “무엇이 자극적이냐?”고 따져 묻자, 지원단 관계자는 “자극적이라는 표현은 취소하겠다, 정서상…”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희생 학생 A군의 어머니는 “유가족들의
세월호 참사로 임시휴교했다가 수업을 재개한 단원고 3학년 학생의 5분의 1 정도가 불안증세를 보여 개인 및 집단 상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안산단원고 회복지원단에 따르면 3학년생 505명 중 90여명이 여전히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학년의 경우, 첫날 심리치유프로그램, 둘째날 심리 및 수업 병행, 셋째날 이후 교과수업을 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치유센터가 학생들 대상 심리상태 검사 결과, 전체학생의 20% 가까운 90여명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학생들은 2학년 교실에 꽃을 놓고 가거나 한참 동안 교실을 바라보는 등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 치유센터는 이들에 대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 개별 및 집단 상담을 통해 심리치유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1학년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학년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학년과 1달 정도만 같이 생활해 상대적으로 3학년과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안산=김준호기자 jhkim@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돼 고대안산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30일 퇴원한다. 생존 학생 학부모 대표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입원학생 74명 등 75명(통원치료 1명)이 30일 퇴원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퇴원 직후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심리안정 치료를 받기 위해 심리치유 프로그램이 예정된 장소로 이동한다. 학부모 대표는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 일상생활 복귀, 사회 적응 등을 위해 학부모와 병원, 교육청 등이 논의해 치유와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과 함께 등교하고 고민을 나누던 친구들이 시신이 돼 돌아오거나 아직 오지 못하고 있다”며 “합동 조문 시 취재진의 개별 인터뷰나 과도한 접근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산=김준호·정재훈기자 jhkim@
안산시는 경기중앙변호사회 안산지회와 공동으로 무료법률지원단을 꾸려 세월호 침몰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에게 법률상담을 한다고 29일 밝혔다. 무료법률지원단은 변호사 21명과 공무원 11명이 돌아가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 정부합동분향소 옆에서 법률상담을 실시한다. 시와 안산변호사회는 상담자가 많을 경우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변호사 등 전문가를 추가 배치하는 등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문의: ☎031-481-2699 /안산=김준호기자 jhkim@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5천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29일 오후 6시 30분쯤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와스타디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오늘 분향소에서도 그냥 광고 찍으러 온 것 같았다. 진정한 대통령 모습이 아니다. 실천과 실행도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의 정확한 사고경위와 사고발생의 진상규명을 정식으로 정부에 요청했다. 대책위는 “태만하고 기만적인 구조체계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음에도 구하지 못하고, 사고 발생 14일이 지나도록 시신마저 수습하지 못한 채 바다에 남아 있는 어린 학생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고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제 자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저희 유가족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고, 업무성과와 밥그릇 싸움,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선박회사 관계자,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으면서도 아이를 찾으려고 허둥대는 학부모들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대안
“마이크 앞에서 사의를 표하느니, 사과하느니, 누구를 구속하는니 떠들어대지 말고 아직 시신도 못 찾은 사고현장의 부모 맘이나 헤아려 보세요! 아이들 찾아서 부모 앞에 데려다 놓은 다음에 책임소재를 가리라고요.”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2학년4반 김모군 아버지는 사고 이후 투사가 돼 버렸다. 그는 사고 첫날 아내와 함께 사고현장인 진도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당시만 해도 아들을 만나 다정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만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그의 상상은 악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정모군의 사망소식을 접하게 된 것. 진도에 도착한 그는 수습된 시신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오가며 아들을 찾았다. 그러는 동안 구조 인원과 탑승객 수가 바뀌는 등 정부의 구조 활동이 체계적이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사고 일주일만인 22일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로 누워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김씨는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 26일 아내와 함께 다시 진도로 내려갔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만 살고 싶어져 실종학생 가족들을 위로하기로 결정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