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기흥구청이 강남대지하차도의 방음시설 교체 작업에 대해 기존보다 2배 높은 비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업체가 과거에 용인시 수지구청의 방음시설 교체 작업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한 정황도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8일 지자체와 업계에 따르면 강화유리를 제작하는 A업체는 강남대지하차도 방음시설 교체작업 사업에 선정돼 자체 개발한 화학강화유리를 기흥구청에 납품했다. 기흥구청은 해당 사업을 통해 A업체에 7억 3081만 원을 지불한 반면, 유사한 규모의 신갈고 인근 방음시설 교체 사업에는 약 3억 7102만 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기흥구청이 A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업체의 화학강화유리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방음판에 적합하지 않다는 업계의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천장에 방음판을 설치하는 강남대지하차도의 특성상 낙하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A업체가 용인시 수지구청의 포은대로 방음시설 교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며 해당 구청에 압박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흥구청과 A업체 간의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수지구청이 납품받은 강화유리 방음판의 품질 문제를 보도했으며, 지난 5월에는 일부 방음판이 파손된 채 발견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조사 결과 파손된 부분이 인도 방면인 것으로 밝혀지며 계획적인 공격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수지구청 관계자는 "조달청에 올라온 업체들 중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선정해 방음판 교체를 진행했는데 부실 시공이라는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는 "A업체가 사업에 선정되지 않자 악의적인 내용을 언론에 흘리거나, 민원을 넣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수지구청과 직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박인철 용인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의원은 "강남대지하차도 방음시설 교체 사업에 대해 추가로 안전 보강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전상 문제가 있어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흥구청이 왜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A업체의 화학강화유리를 선택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장에 방음판을 설치한 만큼 낙하해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추후 진행될 행정사무감사에서 의문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황규섭 기흥구청장은 "강남대지하차도 방음시설 교체 사업 비용이 다른 사업에 비해 높다는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만 사업을 진행한 부서가 충분히 검토한 끝에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수원시는 1987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매년 10월 29일을 ‘지방자치의 날’로 기념하며,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안성과 개성과 함께 최초로 ‘읍’으로 승격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수원시는 2022년 ‘특례시’로 지정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힘쓰고 있다. 수원시는 1949년 8월 15일 대한민국 지방자치법에 시행과 함께 '부'(府)에서 '시'(市)로 개칭됐으며 장안구, 권선구, 팔달구, 영통구 등 4개 구를 두고 있다. 2002년에는 주민등록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현재 인구는 123만 명을 초과해 경기도의 행정 및 경제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수원시는 2016년 경기도의 자치분권 우수기관 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성매매 집결지를 자진 폐쇄하는 성과를 이뤄내며 대한민국지방자치정책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7월에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4년 지방자치단체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도 기초지자체 중 1위를 차지,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22년 1월 13일 수원시는 기초자치단체의 법적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행·재정적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 '수원특례시'로 전환됐됐으며, 이에 따라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 및 재정적 권한을 확보하고 있다. 수원시는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해 특례사무 범위를 확대하고,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 및 주택가격 안정 등을 위한 12개 사무의 이양을 결정했다. 특히 수원특례시는 국회의장을 만나 특례시 설치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지방교부세 기준재정수요액 보정 반영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단독 제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특례시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준 수원시장은 "특례시 출범 후 어느덧 3년이 되어 가고 있으며 온전한 특례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화답으로 지난 11일 정부가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례시에 대한 법적 지위 및 재정특례가 담기지 않아 아쉬움이 크지만 특례시 시장, 국회의원을 비롯한 많은 시민과 함께 노력해 두 가지를 담은 완성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년은 지방자치 3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라며 "주민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수원특례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시의회도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활발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91년 설립된 수원시의회는 조례 제정 및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시정을 감시하고 있으며, 최근 임시회를 통해 51개 안건을 처리하는 등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수원시의회에 따르면 조례안·동의안·결의안 등 의안을 현재까지 3187건 처리했으며 제7대 수원시의회부터 대수마다 약 350건이 넘는 의안을 처리하고 있다. 제12대 수원시의회는 37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오는 11월 18일부터 12월 18일까지 제388회 정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재식 수원시의회 의장은 지난 9월 제386회 임시회를 통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행복에 있다"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화합과 협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원특례시 출범 후 3년을 지나면서 수원시와 수원시의회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적극행정을 실현하고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며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경인전철 지하화’가 국토교통부의 손을 잡고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까.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시를 비롯한 5개 지자체가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1차 제안서를 제출했다. 앞서 국토부는 전국 지상철도 중 철도지하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선도사업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이미 도시·금융·철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1차 발표는 오는 12월이다. 철도지하화 및 부지 개발 사업 계획 타당성을 비롯해 사업비 추정 합리성, 재무적 타당성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시는 제안서에 사업비 6조 6000억 원을 투입해 인천역에서 온수역까지 22.63㎞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담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는 경기도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전체 구간 중 시가 인천역에서 부개역까지 14㎞ 구간을 맡는다. 사업은 철도지하화와 상부 부지 개발로 나눠 진행한다. 이 가운데 철도지하화에는 약 3조 4000억 원, 상부 부지 개발에는 약 3조 2000억 원이 투입된다. 먼저 지하화 공사를 2028년부터 2037년까지 진행하며, 2030년부터 상부 부지 개발을 시작해 2042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는 상부 지상 공간 중 일부를 신혼부부 주거 안정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상업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경인전철 지하화는 2009년 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됐지만 막대한 사업비와 경제성 부족으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속도가 붙지 않았다. 하지만 민선8기 유정복 시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시가 경인전철 지하화 추진전략 수립용역에 착수하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기에 올해 초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경인전철 지하화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시는 이 사업을 제물포 르네상스와 인천대로 일반화의 마지막 퍼즐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선정된다면 주민들의 삶은 개선되고 신혼부부 주거 안정과 저출산 문제까지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
전기차 화재에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는데, 기껏 장만한 소화기가 영 미덥지 않다. 28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전기차 충전소에는 전기차 2대가 자리를 잡고 하나씩 충전기를 끼고 있다. 충전소 옆 ‘전기차 화재 전용소화기’라고 쓰인 노란색 안내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살표를 따라 눈을 돌리자, 천을 뒤집어쓴 소화기와 마주친다. 천에는 ‘리튬 배터리용’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소방청은 국내 리튬배터리 화재에 적응성 있는 소화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법상 소화기는 소방청 산하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용도에 따라 일반화재용(A), 유류화재용(B), 전기화재용(C), 주방화재용(K), 금속화재용(D) 등급으로 나뉜다. 아직 배터리 전용 소화기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인증 자체를 못 받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소에 설치된 소화기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2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본청에 설치된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는 1개로, 예산 396만 원을 들여 장만했다. 지난 8월 청라 전기차 화재가 있었던 만큼 대비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인증 절차를 거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안부의 재난안전제품 인증제도를 통해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로 꼼수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재인증 현장시험 과정에서는 ‘재발화’도 있었다. 이 제품 업체는 국회 등 공공기관 및 대기업에 납품했다. 행안부 인증이라는 공식력 있는 제품이라고 속아서 구매한 셈이다. 시교육청 주차장은 항상 ‘만차’로, 길을 지나기도 힘들 정도다. 게다가 도서관도 있어 교육청 직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방문한다. 기껏 대비책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시민들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단은 전기차 충전소에 설치해 둔 상태”라며 “앞으로 폐기 등 방안이 나오면 이에 맞춰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다음 달 시범운영을 앞두고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준비를 마쳤다. 책무구조도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함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 금융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직문화 개선을 병행해 금융사고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책무구조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지배구조법을 시행하면서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1월 초까지 시범 운영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 시범운영에 동참하는 금융사는 제재 감경·면제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에 따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은행들은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준비를 마쳤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며 시범운영에 착수했다.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금융감독원도 이를 '리스크 관리의 모범사례'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25일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하나은행은 6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으며,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있는 임원 및 관련본부 부서장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내부통제 관리 체계가 조기에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3일 책무관리실을 신설하는 등 관련 조직을 확충했으며 이달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도 지난 18일 이사회를 통해 책무구조도를 의결하고 지주·은행의 책무구조도 제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 또한 이달 내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 준비하고 있다"며 "책무구조도는 10월내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감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iM뱅크는 DGB금융지주와 함께 지난 21일 책무구조도를 동시에 제출했다. 이밖에 다른 은행과 지방 금융지주들도 이달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금융당국의 시범운영에 동참할 계획이다.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은행과 금융지주는 늦어도 내년 1월 2일까지는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금융사의 경우 CEO를 포함한 임원들에게 본인의 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이로 인해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들에게 내부통제 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어 징계할 수 있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금융권에서 끊이지 않는 횡령 등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국힘·경남 진주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년(2018년~2024년 8월)간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463건, 규모는 6616억 7300만 원이다. 특히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264건(4097억 500만 원)으로 압도적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책무구조도 시행과 더불어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금융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전한 조직문화를 정립해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금융사고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 금융당국 또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조직문화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감독수단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내부통제 절차나 사고예방 장치를 마련했어도 건전한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싹을 잘라야 한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내부통제 강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프랑스 파리에는 세계적인 명문고가 두 개 있다. 앙리 4세(Henri IV)와 루이 르그랑(Louis Le Grand)이 그것이다. 전자는 종교전쟁의 소용돌이를 살다간 앙리 4세를 기리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태양왕 루이 14세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그중 전자는 브르봉 가(家) 최초의 왕이자 평화의 사도로 현재까지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앙리 4세는 안타깝게도 통치 기간 동안 20여 차례의 암살 위협에 시달렸고 끝내 살해당했다. 1610년 5월 14일 앙리 4세는 쉴리 고문(顧問)의 병문안을 위해 그의 충신 에페르농 공작과 몽바종 공작을 대동하고 파리 아르스날(Arsenal) 지구로 향했다. 그러나 성금요일 오후의 거리는 너무나 혼잡했다. 왕의 마차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만 수도의 중심부 페론느리(Ferronnerie) 거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때 한 남자가 뛰어오르더니 왕에게 세 차례 칼을 들이대다 결국 목을 쳤다. 급하게 루브르궁으로 옮겨진 왕은 “별일 아니야”라고 말했지만 끝내 눈을 감아야 했다. 암살자 프랑수아 라바이악은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1577년 앙굴렘에서 태어난 그는 가톨릭 수사인 삼촌들의 보호 아래 성장했다. 수도사를 꿈꿨지만 심리적 불안 장애로 그 길을 가기는 불가능했다. 라바이악은 신의 계시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위그노(개신교도)인 앙리 4세를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왕을 만나려고 했지만 연락이 잘되지 않자 그만 살해 계획을 세웠다. 앙리 4세 왕의 신성한 임무는 합스부르크와의 전쟁으로 강화되었다. 그는 로돌프 2세 황제에 대한 일부 개신교 왕자들을 지지할 계획이었다. 라바이악은 이 전쟁이 교황과 가톨릭 신자들을 직접 향하고 있고 프랑스 왕이 개신교에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확신했다. 라바이악은 파리 형무소인 콩시에르주리(Conciergerie)로 이송되기 전 레(Ré) 호텔에 이틀간 갇혀 파리 의회의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처형은 1610년 5월 27일 단행됐다. 이날 저녁 무렵 네 마리의 말은 그를 능지처참했다. 살인자가 순교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왕관은 당시 여덟 살이던 루이 13세에게 계승됐지만 왕이 어린 관계로 앙리 4세의 미망인 마리 드 메디시스의 섭정이 시작됐다. 낭트 칙령은 유지되고 합스부르크와의 싸움은 계속돼 유럽은 곧 끔찍한 종교전쟁의 블랙홀에 깊이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앙리 4세의 죽음을 둘러싼 가설은 지금도 난무하다. 누가 정말 평화의 왕을 죽였을까? 과연 광신자의 돌출 행동이었을까? 라바이악은 네덜란드의 군주 알베르 도트리슈와 같은 고위직 인물에게 놀아났다. 도트리슈는 프랑스 왕이 자기 나라를 침략하고 싶어 한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예수회 음모의 흔적도 언급된다. 가톨릭교회의 쇄신에 대항한 예수회는 앙리 4세와 팽팽한 긴장 관계에 있었다. 암살 전 라바이악은 이들의 집에 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가설은 질투에 사로잡힌 왕비 마리 드 메디시스가 남편의 여성편력을 참을 수 없자 남편을 청부살해한 것은 아닌가? 혹은 왕비와 예수회의 열렬한 친구 에페르농 공작이 왕이 자기의 조언을 듣지 않자 좌절하고 벌인 짓인가? 앙리 4세 왕의 죽음은 경찰의 진정한 수사를 불러일으켰지만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 달 반 동안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1610년 7월 1일 생-드니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앙리 4세의 시신은 미라가 돼 왕들의 묘지인 생-드니 수도원 성곽에 안치됐다. 하지만 1793년 10월 혁명가들은 이 무덤을 파헤쳤다. 앙리 4세뿐만 아니라 루이 14세 등 여러 왕들과 왕비들의 시신을 꺼내 머리를 자르고 시신을 군중들에게 전시한 후 공동 구덩이에 내던졌다. 다행히도 20세기 초에 앙리 4세 왕의 두개골은 발견되었고, 미라로 만들어져 보존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리 4세는 프랑스 영령이 된 최초의 왕으로 역사에 길이 보전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언 400년. 하지만 그의 존재는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이다. 특히 그의 고향 포(Pau)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산맥 자락에 위치한 포는 베아른(Béarn)의 수도였다. 이곳은 1512년 나바르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이 왕국의 왕인 앙리 달브레는 프랑수아 1세의 조카 마르그리트 당굴렘과 결혼하여 딸을 낳았다. 그 공주인 잔 달브레는 앙투안 드 부르봉과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1553년 12월 13일 새벽 앙리가 태어났다. 아기의 할아버지는 마늘로 손주의 입술을 문지르고 쥐랑송 몇 방울을 그 위에 적셨다. 아이는 고개를 저었고 아버지 앙리 2세는 감격하며 이렇게 외쳤다. “너는 진정한 베아른 사람이 될 거야!” 왕비는 그 옆에서 아들이 소심하지도 주저하지도 않는 왕이 되도록 기도했다. 왕자는 태어날 때 거북이 껍데기에 안겨 있었다고 한다. 인도양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이 껍데기는 프랑스 혁명 중에 사라졌다 간신히 되찾았다. 이 거북 껍데기는 해마다 생 루이의 날인 8월 25일에 종교 행렬에 둘러싸여 포의 거리를 행진한다. 그의 요람은 힘과 장수의 상징인 포 성에 지금도 여전히 전시돼 있고 그에 얽힌 전설도 생생히 회자되고 있다. 쥐랑송 와인과 마늘 세례식은 베아른 식으로 지금도 전해진다. 쥐랑송 와인은 아이의 생존을 위해 마늘 정향은 악마의 눈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바스크 해안과 대서양에서 가까운 포는 왕의 도시답게 프랑스 제1의 절경을 뽐내고 있다. 시인 라마르틴은 피레네 대로에서 내려다보이는 파노라마 뷰가 너무도 눈부셔 “나폴리가 바다의 가장 아름다운 경치라면 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라고 칭송했다. 피레네 대로는 피레네산맥을 바라보는 2km 길이의 파노라마 산책로이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피레네 산봉우리들이 물결친다. 그러다 우뚝 선 오소의 미디 정상이 눈에 쏙 들어온다. 그 순간 탄성을 지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레네 대로는 보몽 공원까지 계속된다. 54개의 작은 표지판은 다양한 피레네산맥 봉우리의 이름들을 알려준다. 이 대로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덕에 생겨났다. 1808년 피레네 산을 넘던 나폴레옹은 이 산맥의 탁월한 전망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에 들어갔다. 그 후 1820년대부터 부유한 외국인들이 이곳으로 겨울철 관광을 오면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1863년 기차가 들어오면서 이는 더욱 활기를 띠었고 유럽 전역을 넘어 전 세계의 특권적인 휴양지로 각광을 받게 됐다. 오늘날에는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 피레네산맥의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다. 가을에는 피레네산맥이 황토색과 황금색으로 물들어 더욱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앙리 4세의 생가인 포 성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100년 된 케이블카를 타고 피레네 대로를 올라가면 눈 덮인 봉우리들의 숨 막힌 절경이 펼쳐진다.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주드폼(Jeu de Paume) 레스토랑에서 산 너머로 지는 일몰을 감상하며 현지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그때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또 있을까!라고 경탄이 저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 글=최인숙 논설주간 ]
인천시가 성인지 데이터를 활용해 성평등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8일 시에 따르면 최근 인천여성가족재단과 한국여성인권플러스가 ‘인천 성평등 향상을 위한 성인지 데이터 활용 방향’이라는 주제로 양성평등 의제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지역 성평등 향상을 위한 성인지 통계 활용 방향’ 소개로 시작했다. 주 연구위원은 성별로 인한 사회적 간극과 불평등 문제를 줄이기 위한 정책 필요성을 언급하며 성인지 데이터 활용을 강조했다. 인천의 성평등 수준이 과거와 달리 향상되고 있는 만큼 데이터를 통해 지역 맞춤형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책 기초자료로 성인지 통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정현지 인천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지자체 성인지 통계..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나흘째 경기도의 독주가 계속 되고 있다. 경기도는 28일 오후 5시 현재 금 114개, 은 95개 동 78개 총 287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점수 14만 9803.41점을 기록해 종합 1위에 올라있다. 총 31개 종목 중 20개 종목이 마무리 된 가운데 2위 서울(종합점수 13만 4677.22점, 금 112·은 119·동 107)과 종합점수에서 약 1만 5000점까지 격차를 벌렸고, 개최지 경남(종합점수 9만4673.7점, 금 40·은 54·동 60)이 분전하며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도는 이날 9연패를 목표로 하는 볼링에서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며 현재까지 금 7, 은 5, 동 3으로 종합점수 1만1789.2점을 획득해 1위 선두를 유지했다. 2연패를 목표로 하는 보치아 개인전에서는 금메달 3개를 따내며 금 3, 은 2, 동 1로 종합점수 4766점을 얻어내 종목 2위에 올라섰다. 나머..
소득 수준 높은 신혼부부 증가로, 소형 아파트의 몸값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전용 59㎡의 소형 아파트 거래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으며, 일부 단지에서는 30억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28일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의 연간 평균 소득은 679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021년) 6400만 원 보다 6.1%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전년에 비해 소득구간 7000만 원 이상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평균 소득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초혼 신혼부부 중 맞벌이 부부 비중도 매년 증가세다. 2022년 기준 초혼 신혼부부 맞벌이 비중은 전년 보다 2.3%포인트(p) 높아진 57.2%로 집계됐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평균 소득은 8433만 원에 달했으며, 이들 중 27.1%는 소득구간이 1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혼부부의 53.8%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수도권 내 전용 59㎡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수도권에서 전용 59㎡ 소형 아파트의 거래량은 매년 증가세다. 2022년 1만 5469건이던 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2023년도 3만 720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아직 연말까지 60일가량 기간이 남았음에도 거래량 4만 1496건을 기록해, 전년도 소형 아파트 거래량을 훌쩍 뛰어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대장 아파트들의 전용 59㎡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59㎡는 지난 7월 36억 5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어 8월에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가 36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기도에서도 확인된다. 경기 과천시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59㎡가 지난 8월 17억 3000만 원에 거래된 데 이어, 성남시 분당구 ‘위례센트럴자이’ 전용 59㎡도 13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간 소득 1억 원 이상의 맞벌이 신혼부부가 증가하면서, 전용 59㎡의 신축 소형 아파트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특히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을 연소득 2억 원이 넘는 고소득 부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주요 인기 아파트들의 소형 평형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업무지구 출퇴근이 용이한 핵심 지역에서 전용 59㎡를 포함한 새 아파트가 선보여 눈길을 끈다. DL이앤씨는 이달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일원에 조성 중인 ‘아크로 베스티뉴’를 분양할 예정이다. 또한 HDC 현대산업개발은 11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일원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짓는 ‘서울원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라온건설이 11월, 경기 남양주 덕소뉴타운에서 ‘덕소역 라온프라이빗 리버포레’를 DL이앤씨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4가 일대에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를 분양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한국 쇼트트랙 간판' 김길리(성남시청)가 2024~2025시즌 쇼트트랙 월드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시즌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길리는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4/25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1차 대회 여자부 1,500m 결승에서 2분24초396으로 하너 데스멋(벨기에·2분24초438)과 최민정(성남시청·2분24초510)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이스 중반까지 하위 그룹에서 페이스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던 김길리는 결승선 전 6바퀴를 남기고 1위로 내달린 뒤 이후로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은 채 그대로 결승선에 통과했다. 같은 날 진행된 혼성계주 결승에서도 김길리는 최민정, 김건우(스포츠토토), 김태성(서울시청)과 팀을 이뤄 2분38초031을 기록하며 1위 네덜란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길리는 지난 2023~2024 시즌에 여자부 종합랭킹 1위를 차지하며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상해 '쇼트트랙 간판'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줬다. 올시즌 첫 월드투어 대회서도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저력을 증명해냈다. 김길리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통해 "시즌 첫 시합이라 긴장감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며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로써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김길리의 금메달을 포함해 금 1개, 은 3개, 동 1개를 획득했다. 한국팀은 다음 달 1~3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월드투어 2차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이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