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경제정책의 방점을 ‘수출’에 두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한국경제 침체가 가시권에 진입했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초 이후 처음으로 두달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내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두번째로 장기간 적자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고, 수출은 4% 감소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에도 고물가로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내비쳤다. 금융‧실물을 망라한 전방위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길은 결국 수출밖에 답이 없다. 그래서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의 초점을 수출에 두고, 세제나 보조금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원전·방산‧K..
매서운 추위가 계속된다.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 사이 볼이 빨갛게 얼어 든다. 아무리 추워도 영하 30도씩 오르내리는 겨울을 살았기에 지금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고 살았던 사람이 눈 속을 뒹굴러도 끄떡없을 패딩을 입고 춥다고 야단이다. 춥지도 않을 추위가 춥다고 생각되니 따뜻한 남쪽에 적응되었나 싶은데 다시 보면 추위보다 마음이 추울 때가 있다. 시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북한이탈주민 모두는 시인이다. 돈을 많이 벌어 가족에게 보내고 현재 삶에도 충실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남쪽 사람들처럼 좀처럼 여유를 즐기지 못한다. 시는 마음에 여유가 있어 생기는 것도 아니요. 아프니 그냥 써 본 것이 어느 날 시가 되어 시린 마음을 다독인다. 시를 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고 누군가 읽어주고 공감한다면 기쁨은 배가되고 살아갈 이유가 된다. 북한..
언 살 수면을 찢어 늪은 새들의 비상구(飛上口)를 만들어 놓았다 출렁이는 상처를 밟고 새들이 힘차게 작별한 뒤 늪은 마음 바닥까지 울리던 새들의 발소리 기억하며 겨우내 상처를 열어 두었다 고향을 힘차게 떠난 우리는 언제 어머니 상처에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베트남에서 만난 아주 인상적인 화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섯 살 때부터 천재적인 미술신동으로 주목을 받은 화가 탄증은 열 살에 미술영재학교에 입학했다. 7년 과정의 미술영재학교를 졸업했을 때 그의 조국은 전쟁 중이었다. 17세였던 그는 많은 그 또래의 청년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원입대했다. 붓을 내려놓고 소년병사가 된 미술신동이 만지기 시작한 것은 폭탄이었다. 탄증이 배치받은 부대는 전쟁이 가장 격렬했던 꽝닌이었고,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폭탄해체였다. 미군이 투하한 불발탄을 해체하는 일은 가장 위험한 작업의 하나였다. 사방에 깔린 지뢰의 뇌관을 제거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해체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실수만 해도 자신의 온몸이 해체되는 작업을 그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했다. “10년 동안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건 단 두 달이었다.” 전쟁터에 있었던 10년 동안의 일을 묻는 나에게 그가 한 대답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두 달을 제외한 10년의 나머지 세월을 그는 오로지 폭탄을 해체하며 보냈다. 미국이 베트남에 쏟아부은 폭탄은 2차 세계대전에서 양 진영이 사용한 폭탄을 모두 합한 것보다 2.5배가 많은 양이었다. 그가 해체해야 할 폭탄은 끝도 없었다. 그렇지만 붓 대신 폭탄을 만져야 했던 그 10년의 세월은 그로부터 예술을 빼앗아간 것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10년 만에 다시 붓을 잡은 그는 전쟁을 그리지 않았다. 전쟁통에 베트남인들이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베트남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그렸다. 그것이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그의 수많은 전우와 다시는 붓을 잡을 수 없게 된 미술영재학교 동기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법이었으며 전쟁과 싸우는 화가 탄증의 전투였다. 구상과 비구상이 절묘하게 혼재하는 그의 그림은 적이 아닌 전쟁과 싸우는 1인 전쟁이었다. 세계가 그의 1인 전쟁에 주목했고, 그의 그림은 베트남에서 가장 비싼 값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 그는 그림으로 번 돈을 베트남의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복원하는 일에 모두 썼다. 그림이 팔리는 대로 아무렇게나 흩어진 채 사라져가는 민속품을 찾아 모으고 쓰러져가는 건축물을 옮겨와 복원했다. 하노이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속손언덕에 자리잡은 '탄증베트남관'에는 그가 여섯 살 때부터 모은 민예품과 예술작품, 건축물로 가득하다. CNN은 ‘전통건축과 생활유산, 예술작품을 통해 베트남의 문화적 역사’를 보여주는 곳으로 이곳을 소개했다. 이곳을 방문했던 한국의 한 시인은 베트남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두 곳을 꼽으며 ‘첫 번째가 자연이 만든 하롱베이의 감동이라면 두 번째는 인간이 만든 탄증베트남관의 감동’이라고 감탄했다. '탄증베트남관'에서 만난 70이 넘은 미술신동은 지금도 우리가 버리지 못한 증오와 폭력이라는 폭탄을 조심스럽게 제거하는 해체반원으로 일하는 중이었다.
‘검사 정원 향후 5년간 220명 늘린다’ 지난 목요일(8일) 대다수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현행 검사 정원은 2296명이다. 법무부 계획대로 정원의 9.6%인 220명이 늘면 검사 정원은 2512명이 된다. 언론의 이목을 끌만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실세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발 기사였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 파격적 인력 증원이기 때문이다. 현정부의 정책설계를 총괄 지휘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후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여 허리끈을 졸라매고 뼈를 깎는 강도 높은 혁신을 추구 해야한다”며 “공공기관 정원을 줄이라”고 몰아쳤다.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는 자극적인 발언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검사 증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고, 검사증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국회는 야당이 다수 의석이다.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법무부의 검사 증원 관련 일부 언론 기사는 취재원(법무부)의 일방적 입장만을 전달하면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잘못을 했다. 문화일보는 《검사 정원 220명 늘린다》. 조선일보·서울신문·매일경제는 《5년간 검사 220명·판사 370명 늘린다》라는 제목을 달아, 마치 시간만 지나면 그렇게 될 것처럼 보도했다. 매일경제신문은 기사 내용에 ‘이번 증원 규모가 너무 작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검찰측 목소리까지 담아 줬다. 과유불급이다. 기사의 균형성과 정확성은 어떤 이유로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 제목도 독자의 오해를 낳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일보는 《검사 220명·판사370명 법무부 5년간 증원 추진》, 동아일보는 《법무부, 검사 220명 증원 추진···野 “권력 공고화 의도”》라고 제목을 달았다. ‘추진’이란 말은 안 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동아일보처럼 야당의 반대 가능성을 언급, 균형 있게 독자에게 전해야 한다. 법무부의 일방적인 검사 증원 논리는 충분히 기사화됐다. 취재원인 법무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짚지 못한 언론은 그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정부의 정책 기조도 ‘힘 있는 기관은 예외다’라는 인상을 심었다. 국민의 냉소는 이럴 때 싹튼다. 독자인 국민은 법무부의 일방적인 보도자료 이상의 깊이 있는 증원 논리나 그 허구성을 따져주길 언론에 기대한다. 어떤 언론도 이 단계까지 못갔다. 법무부 누리집. 대변인실이 ‘(법무부 알림) 검사 증원 관련 법무부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보도자료를 올려놨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비효율성이 증대돼서 국민불편이 있고, 대법원이 추진중인 판사 정원이 늘면 검사들의 업무량이 증가할 것이며,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형사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첨부파일도 없다. 이렇게 오만한 보도자료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언론은 꼬리 흔들기보다 짖는 일이 주업이다.
수원박물관이 내년 2월 26일까지 의미 있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개인과 문중, 학자 등으로부터 기증받은 유물을 전시하는 테마전 ‘내 삶의 기록, 역사가 되다’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기증받은 유물 가운데 특별한 유물을 선별해 소개한다. 수원박물관은 지난 2010년에도 ‘기증유물로 보는 수원’이란 기증 유물 전시회를 연바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 이후인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기증받은 유물들이 전시된다. 기증 시기별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2011~2013년)에서는 시민들이 가보로 간직하던 집안의 교지나 고문서, 학창 시절 성적표 등 개인이 기증한 물건들을, 2부(2014~2016년)에서는 수원을 대표하는 무반 가문인 해풍김씨 남양쌍부파 김수(1680~1728)의 초상화와 영통리에 세거(世居)한 해주 오씨 가문 오득영(吳得..
지난 4일, CNN은 “한국 260조 투입했지만 세계 최저 저출산 해결 불충분”을 보도했다. 지난 8일, 골드만삭스는 “한국 저출생, 2050년엔 나이지리아보다 경제 후퇴”를 예상했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0.79명 내지 0.75명이다. 국민이 사라지고 있다. “경제는 결국 우상향 한다.”는 자본주의적 신념이 우리나라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260조원은 어디에 쓰였는지, 미래 재앙에 대비해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금 지원으론 해결 어렵다.”는 일부 지적이 있다. 책임 있는 발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사라지니까 아이를 낳아라.”는 애국심 호소는 더욱 아니다. 청년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에 저임금을 받는 현실. 금수저가 아닌 바에야 어찌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겠는가. 헝가리 해법(신혼부부 4000만원 대출, 아이 셋..
여행이 회복된다. 자유가 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맞이하는 연말, 인천국제공항엔 들뜬 표정의 여행자들이 가득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여객수는 전월 대비 7.1%로, 작년 10월에 비교하면 8배가량 급증했다.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10월에 비하면 40%에 불과하지만 회복 속도는 빠른 편이다. 항공 노선이 가장 급증한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10월 무비자 자유여행을 허용하면서 여행이 자유로워진데다 엔화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국내 물가는 치솟아 상대적으로 일본 물가가 저렴하게 체감되기 때문이다. 현재 20-40대에선 ‘지금 나 빼고 다 일본’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일본 여행 관련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동남아에 이어 대만 노선도 점점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19 이전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방한했던 대만시장의 빠른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중국시장은 여전히 조용하다. 중국의 방역규제가 완화되는 대로 한국 관광업계는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굴뚝 없는 산업’ 관광을 5대 수출사업으로 제시하고 관광경쟁력을 끌어올리기로 결정,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콘텐츠를 관광에 접목하고 관련 산업규제도 적극적으로 완화하겠다고 선포했다.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시장의 다변화를 꾀하고 궁극적으로 2019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여행에 대한 보복소비 심리가 여행업계의 빠른 회복을 돕는 한편, 전 세계적인 고물가와 고환율에 해외 항공권 요금 상승으로 여행경비가 부담스러워 국내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여전히 소멸되지 않은 코로나19와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근교로만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해외여행을 떠나든 국내를 돌아다니든 근교 나들이를 나서든 사람들의 인식과 마음이 점점 여행에 관대해졌다는 것만은 자명하다. 어느새 3년,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시기는 마지막 장을 향해 간다. 아직 멀리 여행을 떠나기 어렵더라도 집 앞까지 다가온 외국인 여행자를 향해 인사를 건넬 수 있다. 차츰차츰 회복되는 시대, 지구 다른 쪽에 사는 여행자에게 건넨 미소는 생활 속 여유로운 미소로 되돌아올 수 있다. 오늘 인천공항에서 오랜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에 기뻐하는 여행자에게도, 하루하루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생활여행자에게도 여행을 업은 자유가 찾아온다. 관광업의 빠른 회복과 성장을 기원한다./ 자연형 여행작가
국가보안법은 일제가 독립 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악명 높은 치안유지법의 후속판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생존이 불투명해진 친일파들이 자신의 반민족 행위를 감추고 항일 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이름만 바꿔 지금까지 유지한 법인 것이다. 문제는 법 조항이 시대에 전혀 맞지 않은 애매한 규정 투성이인 데다, 정치적으로 악용돼 헌법적 기본권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본질부터 침해하고 있다는 심각성에 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까지 이 법의 개폐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까닭이다. 2004년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법의 폐지를 권고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미국 대표는 최소한 개정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2015년에는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보안법 7조 찬양 및 고무 혐의와 관련한 잇단 기소사태에 우려를 표하면서..
정부는 지난 7월 6일의 ‘우주경제 비전’ 선포에 이어서, 11월 28일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을 개최하였다. 달·화성 탐사, 우주기술 강국 도약, 우주산업의 육성, 우주인재 양성 및 우주항공 거버넌스 강화 등의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 과학기술부 산하에 우주항공청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왜 이 시점에 우주경제인가? 그 추진 전략은 적절한가? 냉전 시기 우주는 달 탐사 및 국가안보에 초점을 둔 지정학적 공간이었다. 21세기에 들어와 러시아와 중국은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 전략으로 총력을 다한 결과 미국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은 최근 민간자본이 우주경제의 주요 행위자로서 참여하는 신우주(New Space)의 시대를 여는 동시에 동맹국들과의 네트워크 스페이스 파워를 활용하여 반전을 꾀하고 있다. 신우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