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탁구 리그 출범은 한국 탁구계의 염원이었다.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수차례 프로화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논의만 반복되다가 지난해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2023년까지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출범하게 됐다. 드디어 내일(28일) 수원시 경기대학교 광교씨름체육관에 마련된 탁구전용 경기장 ‘스튜디오T’에서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가 개막된다. 마침내 탁구계의 오랜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재 프로탁구 리그를 먼저 도입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1933년 탁구분데스리가를 출범시킨 후 지금까지 리그를 진행해오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중국(2000년)과 일본(2018년)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네 번째로 프로리그를 탄생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탁구가 세계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언론에 대한 생각, 소위 언론관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내 주류 미디어는 윤후보를 지지를 넘어 지원하고 있다. ‘윤핵관’이 사실 ‘조중동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후보의 언론관은 대다수 국민의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마선언 당시 이야기과 메이저언론 운운 사례, 인터넷 언론에 대한 소송이나 최근 부인의 발언 등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언론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윤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이틀 후인 작년 7월 1일 국회 기자실에 들러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윤 후보가 말하는 그 조사란 윤후보가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1월 '세계일보'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다. 이 조사는 이례적으로 현직 검찰총장을 야..
지역사회 혁신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주민자치, 자치분권, 민관 협치 및 마을공동체 등을 꼽는다. 경기도는 민선 7기에서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지원시스템을 분리하여 마을공동체에 대한 별도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초지자체별로 마을만들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추진해온 따복공동체 정책들의 성과와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마을공동체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추진과제 도출을 통해 대내외적 환경 변환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는 마을공동체 관련 기초조사와 지난 5년간의 마을공동체 정책을 평가하여 마을공동체 기본계획(‘21년~’25년)을 수립한 후, 계획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연도별 세부 추진과제를 수립함으로써 마을공동체 정책 방향을 설정해 가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정부 정책으로 인..
나는 행복하지 않은 청년이었다. 일상처럼 불안정한 성장기와 무엇 하나 수월하지 않은 위태로운 날들을 거치며 선택보다 포기를, 패기보다 허무를 배웠다.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았고 살아가는 게 행복하지 않은데 치열한 삶을 강요하는 사회가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살아내기가 죽기보다 고통스러웠던 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PC통신 채팅이 유행했다. 얼굴도 모른 채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세상이 신기했다. 자존심은 세고 자존감은 낮은 나는 무수한 관계 속에서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사이버 공간에 갇혔다.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현실의 고통을 피하고자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누군가 지나가며 이 말을 툭 던졌다. "가짜를 추구하지 마" 살다보면 그렇게 다가오는 말들이 있다. 무심한 언어는 가슴에 내리꽂혀 의식을 흔들어 인식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심장에 비문(祕文)처럼 새겨진다. 통찰과 자각으로 연결되어 사물과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가짜를 추구하지 말라는 충고는 예리하고 정확하게 가슴에 박혀 시퍼런 칼날처럼 번득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준거가 되었다. 진짜는 무엇인가. 나는 진짜인가, 내 삶은 진짜인가. 물음은 물음으로 이어졌다. 모르는 교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늙은 환경미화원에게는 뻣뻣하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나, 권력자의 지시와 명령에는 복종하면서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나, 내 가족에게는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 추위에 떠는 웅크린 노숙자는 외면하는 나를 만났다. 강한 이에게 약하고 약한 이에게 강한, 약하면 짓밟는, 친구의 모습을 한 진짜 무서운 적들도 만났다. 착함이 나약함과 무능함의 코드로 읽히고 무골호인(無骨好人)이 호구라 놀림 받는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살고자 하는 사람과 그 삶을 비웃는 사회가 보였다. 호기심과 질문은 사라지고 코딩과 프레임만 남은, 내러티브는 생략된 채 프레임에 갇혀버린.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속단과 속절로 판단하는 사회를 만났다. 존재를 진심으로 마주할 기회를 잃어버린 사회는 가짜가 난무하고 가짜가 진짜를 조롱하며 모멸하고 있었다. 진보와 보수, 여성과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과 노인, 재벌과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호남과 영남,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명품과 가품, 아파트와 저층주택, 사교육과 공교육, 이성애자와 성소수자 등 수많은 경계와 차별, 격차로 분단된 세상이 보였다. “진짜와 가짜”의 잣대를 들이대어 바라본 세상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진짜의 모습을 한 가짜, 거짓을 참으로 꾸미는 가짜가 득세하는 사회가 아찔했다. 가짜를 감별해 걸러내고, 사람과 사람을 가르는 경계선을 무효로 만들고, 자신과 타자를 나누는 경계가 모호해질 때, 세상은 누구의 것도 아닌 모든 사람의 것이 된다.
쓸 때는 ‘국민’이지만 읽을 때는 ‘궁민’입니다. 어쩌면 그래서였는지 모릅니다. 국민(國民)을 가르치는 학교에 궁민(窮民)들만 가득했습니다. 학생들은 궁민인데 학교는 국민이어서, 우리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는 국민과 궁민을 따로 분류하였습니다. ‘가정환경조사’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조사를 맡은 담임선생이 질문을 하면 해당하는 아이들은 손을 들어야 했습니다. 담임선생의 질문은 늘 “고아원에 사는 사람 손들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질문에 손을 들던 몇몇 아이들의 하얀 눈동자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정환경조사 항목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최종학력도 들어있었습니다. 담임선생이 대졸부터 국졸까지 차례로 읊으면, 해당하는 아이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나는 고졸과 중졸에서 한 번씩 손을 들어야 했는데 이유..
콩브레(Combray) 역에 도착한 꼬마 푸르스트. 마중 나온 고모 부부를 따라 꽃향기 그윽한 산사나무와 오래된 장미나무가 찬란한 예쁜 정원의 오베핀(Aubépines)호텔로 갔다. 목가적인 전원 속에서 꼬마 푸르스트는 하룻밤을 자고 조개 모양의 마들렌느 빵을 먹었다. 거장 마르셀 푸르스트의 유년의 추억이다. 그의 소설에 등장한 콩브레 마을. 파리 남서쪽 90킬로 지점에 있는 외르-에-르아르(Eure-et-Loir) 지방의 일리에(Illiers) 시가 모태다. 이곳은 푸르스트의 보물 창고이자 뮤즈였다. 푸르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간의 소실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시간 낭비를 중지하고 음미할 수 있는 삶을 시작할 것인가. 이 해답을 찾고자 그는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가 찾은 곳은 일리에. 그리곤 1913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1권을 발행했다. 그의 처녀작이었다. 푸르스트는 이 책으로 프랑스의 셰익스피어란 찬사를 받았고, 스탕달에 버금가는 스타로 등극했다. 한 오스트리아 공작부인은 푸르스트에게 결혼을 신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푸르스트는 독신으로 지냈고 스스로를 벼룩으로 자신의 저술을 소화 불가능한 누가(nougat) 캔디 조각으로 지칭했다. 엉뚱하고 천재적인 푸르스트.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후속작으로 『스완네집쪽으로』를 기획했다. 푸르스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꼬마시절 바캉스를 보내곤 했던 엘리자베드 푸르스트-아미오(Elisabeth Proust-Amiot) 고모가 사는 일리에를 기억해 냈다. 푸르스트는 『스완네집쪽으로』에서 엘리자베드 고모네 집을 레오니 고모네 집으로, 일리에를 콩브레로 명명했다. 고모부를 따라 프레 까틀랑(Pré Catelan) 공원에 가 녹음 속 영국식 정원과 개울물이 흐르는 보스(Beauce)평원을 보고 감탄했던 추억은 스완공원이 됐다. 이처럼 일리에가 없었다면 작가 푸르스트는 존재할 수 없었다. 일리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71년 푸르스트 탄생 100주년에 지명 이름을 바꿨다. 일리에-콩브레(Illiers-Combray)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지명인 일리에와 소설 속 지명인 콩브레를 합친 것이다. 이렇게 소설 속 이름을 따 새롭게 작명하는 것은 프랑스 역사상 보기 드문 일이다. 일리에-콩브레는 평원과 언덕 사이에 위치하고 르아르강을 비롯한 수많은 강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빼어난 자연 경치에 선사시대의 유적, 성들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이 전원풍경을 즐겼던 푸르스트. 특히 그가 바캉스를 보내곤 했던 레오니 고모네 집은 이제 푸르스트 뮤지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을 방문하면 푸르스트의 독특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뮤지엄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푸르스트가 유달리 좋아한 마을 성당을 만난다. 푸르스트의 순례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리에-콩브레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클로이에-레-투르아-리비에르(Cloyes-les-Trois-Rivières) 강을 보게 된다. 그리고 르아르의 근원인 생 에망(Saint-Éman). 여기는 푸르스트가 한가로이 거닐던 목가적인 곳이다. 올해는 마르셀 푸르스트 서거 100주년. 잃어버린 시간이 그리운 사람은 잠깐 일상을 멈추고 일리에-콩브레로 떠나보라. 푸르스트 순례길에서 어쩌면 그 시간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선은 향후 펼쳐질 국정의 주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 이상으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이다. 우리 민족은 해방 이후 모두 3차례나 민주정부를 출범시킨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민족 분단의 열악한 정치지형, 반공 극우언론이 압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친일 반민주 무리들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세계적 모범 국가로 만들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으로 권력과 부의 양지에서 밀려난 특권 반칙세력들은 외세와 재벌에 빌붙어 누려온 권세와 부를 잃고 한동안 지리멸렬했다가 지금은 전열을 가다듬고 권토중래를 노린다. 마치 이번 대선이 정권을 탈환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도 되는 양 총궐기하는 기새이다. 이들은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전이 후보와 가족의 사생활을 공격하기 위한 ‘녹취록 까발리기’ 대전으로 변질하고 있다. 과거에도 네거티브 공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처럼 후보와 가족의 사생활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대선은 없었다. 도대체 대통령을 뽑자는 것인지, ‘네거티브 정치꾼’ 챔피언을 뽑자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나라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이 천박한 구태는 당장 멈춰야 한다. 양 진영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한껏 예민해진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한탕주의의 포로가 되어 간특한 폭로전에 몰두하고 있다. 한 인터넷신문 소속 기자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와 나눈 사적 대화가 담긴 녹취록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가족 간의 불행한 다툼 속에 행해졌던 해묵은 욕설 파일이 정쟁의 소재..
이런 식이라면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우리사회의 남녀 사이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나라의 남녀간, 특히 젊은 남녀간의 사이가 현재, 너무 안 좋다. 사랑 따위는 언감생심이고 서로를 적대하고 증오하기까지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서로를 멀리하고, 만나지 않으며. 연애도 별로이고, 결혼은 거의 계획이 없어서, 출산까지는 아예 생각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이런 식이라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 국가의 생산력은 급속하게 떨어질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잘못된 정보, 잘못된 세계관에 의해 현혹되고 길들여진 20대 남자들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들은 여성가족부, 비동의 간음죄나 비동의 강간죄 등이 남성역차별을 가져온다는 소아병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20대 여성들도 군대를 갔다 와야 하거나 그에 준하는 공적 업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걸 위해서는 지금의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후보가 문제가 많고 아내와 그녀의 가족에 온갖 비리가 점철돼 있어도 남녀 역차별만 해결된다면 그건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우편향돼있고 일베화 된 지 오랜데 신문기자들 중 상당수가 2030 남자들이라는 점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악화가 계속 악화를 구축중인 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 그 어떤 것보다 제1순위이고 이에 따라 여성들도 방어전을 구축하고 그에 맞서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 간 새로운 미래를 위해 손을 잡고 함께 해 나갈 것을 기대하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실로 큰일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같은 인물이 어떤 인터넷 신문 인터뷰에서 ‘문재인 같은 대통령이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그건 실로 치매성 노인의 헛소리를 넘어 다분히 20대 남자들의 그릇된 정권교체 욕망에 편승하려는 치사한 짓이다. 극단의 기회주의적 작태다. 20대 남자들의 대대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그건 어쩌면 역설적으로 쉽다. 여성들이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여성들이 훨씬 공부를 잘하고 지성 지수가 높으며 사회적 기능과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일찌감치 입증돼 왔던 터이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육체적 기능이 앞서는 등등 현대사회에서 따로 맡아서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국방의 의무도 그중 하나이다. 선진국형 국가에서 화이트 컬러 여성과 블루 컬러 남성의 결합이 늘어나는 이유다. 서로가 성적 역할과 그 사회적 배분을 잘 찾아 하면 된다. 남편은 데크 설치 노동자인데 아내는 변호사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남자들이 자존심 상해하거나 가부장으로서 위엄이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 잘못된 계급계층 의식, 비뚤어진 엘리트주의가 지금의 남녀 문제를 만든 셈이며 한국의 정치판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귀는 남자에게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심리치료를 받다가 아예 치유 심리학을 공부한 한 여성은 뒤늦은 미국 유학 중에 만난 13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을 했다. 남자는 애초부터 여자의 우월을 받아들였고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를 늘 포용하고 아끼며 산다. 이들은 각자의 일과 각자의 영역을 잘 지키며 살아간다. 현대를 살아가는 남녀간 행복의 시작은 남성들의 자각과 수용에 있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어떤 부분에서는 열등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국내에서 가장 강성이라는 한 공공 노조의 사무국장은 한국인 3세이다. 미국 동부에서 태어난 그녀는 현지의 유수 대학, 예컨대 NYU 같은 곳에서 석사와 박사 등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세계 노동운동의 약한 고리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레닌주의자이다. 그런 그녀가 한국에서 같이 살고 있는 파트너는 트럭 기사이다. 이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이 살아가고, 노동운동을 하는 데 있어 각자가 갖고 있는 학력과 지력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기업의 임원도 영국 유수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이다. 이 여성 역시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육체 노동자와 살고 있다. 그녀가 그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느끼는 유일한 장애는 자신의 집안의 반대이지 상대 남자와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는 여자의 고학력을 불편해 하지 않는다. 잘 찾아보면 이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남녀 간의 문제를 한때의, 있을 수 있는 갈등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국가의 모든 사안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단순히 경제적 혜택이나 일부 법률의 개정에서 찾으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하바드를 나왔다는 이준석 같은 인간이 그 정도의 상상력을 내세워서는 더더군다나 치졸한 짓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멜로영화나 멜로드라마의 프레임부터 바꿔야 하는 식이다. 전계수 감독이 만든 2018년작 영화 ‘버티고’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여성과 그 고층빌딩의 유리창 닦이 간에 벌어지는 러브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어쩌면, 우리사회의 이상 조짐은 시작된 셈이다. 한국의 2030 남녀는 싸움과 적대를 멈추고 이제 사랑해야 한다. 제발 그들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존 매케인(John S. McCain, 1936~2018) 상원의원은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했던 정치인이다. 그는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베트남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 중 추락하는 바람에 체포되어 5년 반의 포로생활을 겪었다. 포로생활 중 그는 온갖 고문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한 번도 굴하지 않았다. 특히 그의 아버진 잭 매케인이 태평양 사령관에 등극하자 베트남에서 홍보용으로 그의 석방을 주선했지만 먼저 포로가 된 순서대로 나가야 한다면 지옥으로부터의 탈출증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매케인을 만든 것은 아버지의 품격이었다. 4성 장군으로 해군 제독인 아버지는 이미 3번의 참전 경험이 있는 미국 전쟁영웅이었다. 그는 태평양 사령관으로서 전쟁을 종식할 책임하에 북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시에 대한 대규모의 폭격을 계획하고 있었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