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는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훈련 머리카락 위를 전차처럼 전진하는 마음 바늘 끝에 선 낙타가 세계를 긴장시킨다 슬픔을 쌓아 도달한 높이에 본 적 없는 우아한 자세를 전시한다 길에서 길을 뽑아 촘촘한 안전망을 허공에 설치하는 곡예는 신에게 드리는 경배 실핏줄처럼 번진 수많은 갈래 중에 고난을 걸어간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기울어지고 냉정해지기 위해 불을 삼킨다 한 발도 놓치지 않고 칼날 위에 대평원을 건설하는 중이다. 곡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선의 무공천론이 검토되고 있다. 재보선 지역은 서울 종로(이낙연 전 민주당 의원), 서초갑(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경기 안성(이규민 전 민주당 의원), 대구 중·남구(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충북 청주 상당구(정정순 전 민주당 의원)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넓은 의미로 해석해 민주당 귀책사유 지역은 종로와 안성, 청주 상당 등 3곳이다. 종로의 경우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의원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안성 및 청주 상당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그간 시민사회 등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비리 등으로 재보선의 사유를 제공한 책임이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지만 정치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4·7 서울..
국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미디어 제도개혁을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여당과 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놓고 크게 충돌한 후, 언론중재법과 방송법을 포함하여 국회에 제출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통합 논의하기 위해 국회 내에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언론특위)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야는 언론특위 구성에 합의한 후 48일이 지난 11월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고, 이어 11월 25일에는 문화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을 불러 미디어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의견을 경청했다. 12월 2일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세미나를 열었고, 6일에는 가짜뉴스 규제와 국민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한 공영방..
축제 끝난 이른 아침을 기억하는가. 광란의 밤이 훑고 간 취기 남은 몽롱한 눈앞에 펼쳐지는 일상이 갑자기 낯설다. 어깨 비듬을 털며 지하도로 내려가는 사람들, 상가 셔터를 올리고 째지게 하품하는 상인들, 도로를 메워가는 자동차들...... 꿈이었던가. 지난밤이 전생인 듯 하다. 그 생경한 아침의 감정을 말과 글로 풀면 반이나 전할까. 그럴 때 도와주는 음악이 있다. 영화 흑인 오르페(Black Orpheus)의 주제곡 ‘카니발의 아침’. 인생에서 몇 번 안 될 그 생경한 순간의 감정을 넘치게 표현해준다. 영화 ‘흑인 오르페(감독 마르셀 까뮈)’는 1959년에 만들어져 우리나라에는 60년대 들어왔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영화,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겠지만) 80년대 청춘을 보낸 나는, 지난 영화는 볼 수가 없어 심..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옳지 못한 짓 하고 엉뚱한 수작으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속담이다. 매끈한 얼굴과 날씬한 몸매, 능숙한 말솜씨의 ‘AI윤석열’은 느닷없는 오리발처럼 낯설고 당혹스럽다. AI은 인공지능이다. 신기술 AI가 매만진 저 윤석열은 윤 후보가 아니다. 이준석 대표의 젊은 비단주머니가 너무 나갔나, 저건 사기(詐欺)다. 날조(捏造)다. 신기술 따위 제목 이전에 상식으로 보라. 젊은 여자들을 암소로 ‘출연시킨’, 더러운 서울우유 광고처럼 국민 속이는 짓이다. 그 ‘암소여자 광고’처럼 사과하고 바로 거두어들이는 것이 어떤가. 바카야로(馬鹿野郎 마록야랑)는 ‘바보야’하는 일본의 욕이다. 원래는 중국산(産)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는 요즘 말로 가짜뉴스(fake news)로 풀 수 있다. 사슴을 가리켜(指) 말이라 한다(爲)는..
지난 8일 성남시청에서 ‘노동통계 및 노동 사각지대 실태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유니온센터가 성남시의 의뢰를 받아 최근 7개월간 연구용역 끝에 작성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에는 IT 임금노동자·프리랜서(1627명), 일용직 노동자(679명) 등 2306명을 설문 또는 심층 면접 조사한 결과도 들어 있다. IT 임금노동자의 51%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연평균 34일간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크런치모드’를 경험했다는 내용이 있다. 크런치 모드(Crunch Mode)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개발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잠, 음식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과로사와 자살사건이 일어나면서 개발 업계의 노동 환경실태가 드러났다. 보고서는 IT노동자의 45.6%(월평균 5.3회)가 퇴근 후 혹은 휴일에 회사로부터 SNS로 업무지시를 받았고, 30.8%(월평균 2.9회)가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스트레스도 컸다. 아이템 개발 압박감 33.4%, 처리 속도 압박감 32.6%, 업무량 압박감은 32.2%로 조사됐다. IT 프리랜서의 경우는 일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경험을 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괴롭힘·갑질·성희롱 및 무사고 제도 마련’과 ‘노동자 인권 보호 및 휴식 보장시스템 마련’을 노동 문제 개선 위한 정책 방안으로 꼽고 있다. 이런 현상은 IT 노동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와 편의점 등 단시간·취약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억압당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가 ‘노동권익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노동권익 서포터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단시간·취약 노동자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현장 계도·홍보 활동을 전개할 인력을 임명해 운영하는 제도다. 현재 고양·부천·평택·시흥·파주·양평·여주 7개 시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 시군별로 2~5명씩을 선발해 총 35명의 서포터즈를 운영했다. 이들은 과거 단시간·취약 노동 경험이 있는 대학생, 경력단절 여성들을 중심으로 선발했다. 서포터즈들은 도내 편의점 등 소규모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준수, 주휴수당 지급, 부당행위 금지 등 노동권과 관련된 법적 의무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계도·홍보활등을 펼쳤다. 도는 ‘2021 경기도 단시간노동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서포터즈들이 4770개 소규모 사업장을 방문, 단시간 노동자 4651명, 사업주 14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이 결과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준수 등 도내 소규모 사업장 노동권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도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은 11.5%, 미교부 비율은 19.1%에 달했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은 경우, 근속기간이 짧을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확인됐다고 한다.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의 44.8%는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도는 노동권익 서포터즈 사업의 지속성 및 시·군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의 의도처럼 노동권익 서포터즈가 앞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을 실현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올해 6월 30일을 끝으로 41년간 근무한 직장에서 아쉽게 정년 퇴직했다. 어느 날 수원시 홈페이지에서 장안구청에서 쓰레기 불법 투기를 근절하고 올바른 쓰레기 배출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깨끗한 쓰레기 처리 감시원을 채용한다는 내용의 공고가 눈에 띄었다.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거쳐 지난 9월 1일부터 장안구 송죽동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됐다. 동사무소에서 이미 7월부터 일하고 있었던 선임 두 분이 반겨주며 단속방법과 지역 경계, 순찰 코스를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내가 활동 중인 깨끗한 쓰레기 처리 감시원은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과 적발이 주요 임무이면서 단속 후 주변 정리, 민원 처리는 물론 올바른 쓰레기 배출 방법을 계도와 홍보도 함께 맡고 있다. 지난 1995년에 도입된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제도로 인해 생활..
Benefit Corporation! 최근 친구의 권유로 『비즈니스 혁명, 비콥』(크리스토퍼 마퀴스著)을 읽었다. 놀라웠다. 저자는 하버드와 코넬에서 15년 넘게 기업의 사회책임론을 가르치는 교수다. 푹 빠져 읽게 된 사연은 좀 거창하다. 인류사회를 종말론적 염세주의에 빠뜨리고 있는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1:9의 불평등 세상, 신자유주의의 난폭함, 노예시대와 다름없는 저질 고용시장 등 시대적 난제들을 경영목표로 삼아 이를 해결하고 있는 특별한 그룹에 대한 연구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M IBM 삼성 등 전통적인 기업들은 물론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도 자본가들은 인색한 품삯으로 일을 시키고 그 과실을 독차지한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소수 주주들을 巨富(거부)로 만들어주기 위해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다. 씨알..
월요일 아침 7시부터 8시. 출근 시간대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많고 주목도도 높은 시간대다. 지난 3일(월), 이 시간대에 포털 ‘다음’의 뉴스 랭킹 1위는 중앙일보의 ‘“존경하는 박근혜” 우호 발언 이재명…TK지지율 9→28% 급등’이었다. 7시 전까지 1위를 기록하던 한국일보의 생활밀착형 기획기사인 ‘“차 빼지도 넣지도 못하고…” 주차가 괴로운 한국인’을 2위로 밀어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로 그날 뉴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라져야 할 그릇된 관행, 두 가지가 있었다. 먼저, 제목은 이재명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결과, 지지율이 급등한 것처럼 착각케 한다. 그러나 이 신문이 제목으로 뽑은 TK지역에서의 30%에 근접하는 지지율 급등 데이터는 한국갤럽이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조사한 결과였..
국방부가 내년부터 일급 15만 원의 '6개월 예비군'을 운영하기로 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킹메이커로 합류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저출산 문제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다음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내놓은 '애를 낳으면 돈 준다'는 식으로는 안되며 교육, 주거 등 복합적인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이대로 두면 2100년에는 인구 반토막에 노인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나 정치권은 특정 계층을 겨냥한 땜질식 처방으로 인구 문제에 대응해온 게 사실이다. 출산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