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청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20대는 강력한 유동층이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선출 등에서 청년층이 더 이상 특정 정당의 집토끼가 아님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한 홍준표 의원에 대한 청년층의 반응은 이념과 기존 세대 개념을 뛰어넘는 흐름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2030 세대가 판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세대 간 자산 격차’ 보고서를 내놨다. 핵심은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10여 년 동안 모든 세대 중에서 가장 빠르게 자산을 증식시키며 앞 세대와의 격차를 줄인 세대는 3040이고, 반대로 자산 형성이 가장 늦고 앞 세대와의 자산 격차를 좁히지 못한 유일한 세대는 2030이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세대구조를 산업화 세대(1940~1954년..
나이가 드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도시,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 평생을 살고 싶은 도시에서 활력 있고 건강한 노년을 위해 모든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 이것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하는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다. 그런데 인천시 미추홀구가 지난달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가입 인증을 받았다.(본보 24일자 14면)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가입 승인은 교통, 주거, 여가 등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8대 분야별 지표를 충족시켜야 한다.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미추홀구가 이에 부합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전세계에는 1000여 개 고령친화도시들이 있다. 2010년 뉴욕이 세계 첫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 서울시가 첫 번째로 가입한 이래 33개의 도시가 고령친화도시가..
난데없이 떠오른 음률. 그런데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하루 종일 기억의 재를 뒤지다 아하! 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영화 속 음악이었다.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탈리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사랑(The Sheltering Sky, 1990)’. 데보라 윙거가 나왔을 거야. 사막이 무대였어. 줄거리가 어떻게 됐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일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곡한 장엄한 주제곡, 처연한 느낌의 아프리카 음악들의 가슴을 적신 기억은 선연하다. 그 기억이 오래전 영화를 호출해 다시 보게 만든다. 영화 ‘마지막 사랑’의 무대는 아프리카 모로코다. 부부관계 권태와 작품 창작의 벽을 만나 여행길에 오른 작곡가, 작가 부부 포터와 키트. 그들 곁에는 부유하고 잘생긴 동행자가..
84년 즈음 한 친구가 읽어보라며 책 한 권을 건넸다. 책 제목이 ‘황강에서 북악까지’였는데 표지의 사람 얼굴이 낯익었다. 9시를 알리는 땡소리만 나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뉴스를 시작했던 ‘땡전뉴스’의 주인공이었다. 그를 ‘전대갈’이라 부르며 이를 갈았던 우리는 지피지기라며 책을 펼쳤지만 차마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 어릴 때 사과서리를 하다가 들켜서 거짓말을 했는데 이때 부끄러움 때문에 평생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거나, 아버지가 악질순사를 강에 처박고 만주로 도망갔다면서(실상은 노름빛 때문이라는데..) ‘행패를 부리는 순사 놈을 보는 소년 두환의 주먹이 불끈’ 운운하며 시작하는데 80년대 피끓는 청춘들이 완독하기에는 보통 어려운 미션이 아니었다. 작가 천금성은 당시 권력핵심이자 서울대 농대 2년 선배인 허문도의 권유로 전기..
지난 22일 이재명 39.5%, 윤석열 40%라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윤석열 후보 캠프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를 받아 쓰는 언론도 있다”며 “혹세무민의 여론조사를 규제할 방법은 없는가”라고 했다. 많은 언론이 이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같은 날 개그맨 강성범 씨의 유튜브 채널도 뉴스원으로 등장했다. “정권을 재창출해서 다음 정부가 이 정부를 계승한다면 부동산 폭등에 대한 ‘원죄의식’이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부동산을 잡으려고 머리카락을 세울 것이다. 근데 정권이 넘어가면 ‘우리가 한 거 아닌데’라며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낮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진..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도 이제는 개고기를 먹는 걸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냐, 면서 임기말에 매우 민감한 사안을 제기했다.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으로 여기며 함께 사는 반려인구가 1500만 명이 넘는다. 대선후보들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언론이 지금 '품격 저널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비교적 공정하고 이성적이며 상식적이라면, 윤석열 후보는 소위 '개사과' 논란만으로도 낙마할 수 있었다. 자멸적으로 황당무계하고 불가사의한 언동이 날마다 벌어져도 그가 건재한 것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제일의 특징이다. 개를 자식과 다름없이 키운다는 그는 또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하는 망언을 했다. 자가당착이다. 바보 같지만, 교활하다. 이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동물정책연대는 "사람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는 개는 없다"며 심지어 후보사퇴를 요구..
실업자가 넘쳐났던 경제 대공황 시기,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산업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노동은 남성의 것”이라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를 공고화시키는 도구였지요. 하지만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상황이 급변합니다. 독일의 경우 “여성의 본분은 아이와 부엌과 교회에 있다”는 나치즘 이데올로기 탓에 여성 노동력 차출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모든 참전국에서는 대대적 여성노동력 동원이 실행됩니다. 미국이 대표적이었지요. 1941년 12월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지 불과 1년 만에 18세에서 39세 사이 수백만 명의 남성들이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당연히 산업 전반에 걸쳐 극심한 노동력 부족이 발생했고, 이것이 여성노동의 불가피한 확대를 요구한 겁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최근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사의 제목은 ‘이재명을 몰라서’였다. 기사의 내용은 《인간 이재명》 읽기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유행이라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다. 그만큼 민주당 국회의원들조차도 이재명이란 사람을 몰랐다는 얘기다. 어쨌든 반가운 기사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의 진심》이란 책을 읽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으면 좋겠다. 샴푸 한 통을 파는 판매원도 상품을 팔려면 그 상품의 성분과 효능, 임상결과를 정확히 알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이 상품 좋으니까 사세요’라고만 줄기차게 외치는 판매원은 빵점짜리다. ‘우리 상품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저 상품 사면 안 돼요’라고 떠드는 판매원은 없는 것만 못하다. 더구나 자신이 마케팅하려는 상품이 나라의 살림을 5년이나 맡길 대통령 후보라면..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에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학교 밖 활동은 꿈도 꾸지 못했던 6학년 친구들인데 졸업하기 전에 문화 공연 관람으로 한 해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바라던 수학여행과는 거리가 먼 클래식 공연 관람이지만 이것만으로도 학교 밖 활동에 대한 아이들이 갈망이 조금은 사그라들 것 같다. 작년에 처음 코로나를 맞닥뜨렸을 땐 이렇게 오래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멈춰있을 줄 몰랐다. 다들 평소처럼 이런저런 체험학습 계획을 잡아뒀다가 모두 취소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코로나 2년 차에는 우리 학년을 제외한 전체 학년에서 체험학습을 안 가기로 결정했다. 학교 운영 위원회에서도 올해 체험학습은 없는 걸로 동의했다. 내가 속한 6학년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문화 사업 예산을 받..
어젯밤 늦은 시간 큰아들 친구 두 명이 찾아왔다. 예고 없이 찾아온 녀석들이 아들과 함께 거실에서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니 집안이 꽉 찬 느낌이었다. 이들은 큰아들과 함께 코 흘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실컷 놀면서 다져온 우정이기에 반가움이 넘쳐났다. 큰아들은 외국에서 사업을 하다 코로나로 귀국했다. 그런데 그 길로 발목과 삶이 함께 묶여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 그래 저래 두 친구가 위로하겠다는 마음으로 찾아왔는데 나 또한 뵙고 싶어 들렸다고 한다. 녀석들은 이야기 도중 모두 아버지를 잃었다고 하면서 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데 마음이 짠했다. 녀석들은 50대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이 아이들 나이 때는 오직 직장과 직업에만 몰두했다. 그 일이 최우선이요 전부였다. 부모님 모시며 세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딴생각할 겨를도 여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