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버지는 이 한 단어로 결코 그 고통을 담아낼 수 없겠지만 폭력적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어린시절 가족에게 다양하게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방식으로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가 무서워 떨고 있는 아이가 생생히 느껴졌다. 엄마와 삼남매 모두 그 폭력을 견디며 살아왔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특히 가장 어렸던 그 아이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는 것이 무서워 대문소리만 나도 벌벌 떨었다. 그렇게 지속된 긴장과 함께 어린시절부터 심한 아토피와 함께 몸이 약했다. 소화가 안되어 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리를 가다가 쓰러지기도 했고 대변이 막혀 응급실을 가기도 했다고 한다. 한의원에서 마주한 그녀는 잠을 잘 못자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시간 해결되지 않은 증상이 한보따리다.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몸이 약해 포기해야 했던 그녀는 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의 새 감독으로 콘테가 부임하고 나서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점일 것이다. 전전 감독이었던 세계적 명장 무리뉴는 선 수비 후 역습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에 수비수와 스피드 좋은 공격수가 중용되는 구조였다. 모든 선수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어 번번이 지고 말았다. 반면 콘테 축구는 올라운드 플레이기 때문에 포지션에 상관없이 선수 개개인 모두가 중용된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뜻할까? 구성원들의 능동적이고도 창의적인 협력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져온다는 상식이자 진리 아닐까? 역사 속에서 이런 사례는 차고 넘친다. 하나만 들어보자.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가 당시 거대한 제국 페르시아와 맞서 싸워..
코로나 시국 이전에 일본 오사카로 연말 여행을 다녀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실타래처럼 꼬여있던 생각도 좀 정리를 할 겸 떠난 여행이었다. 사실 해결보다는 외면의 의미가 더 가까웠지만, 나이와 함께 늘어가는 어깨의 짐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상황에서, 여행은 꽤 도움이 됐다. 옷가지를 넣은 가벼운 짐과 함께 카메라를 하나 둘러메고 그렇게 간사이 공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과거 MBC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을 준비하며 알게 된 격기 계통 사람들의 인연으로, 일본에 있는 그쪽 업계의 사람들을 제법 많이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일본과 왕래가 괜찮았던 시절에는, 서로 오가며 종종 만남을 가졌다. 이 여행에서도 그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곳곳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경기도와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일 수원시 도청오거리 교통섬에서 ‘희망 2022 나눔캠페인: 나눔, 모두를 위한 사회백신’ 출범식과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열었다. 올해는 수원시를 비롯, 화성·용인·안양·안산·파주·김포 등 도내 7개 시에 설치된다. 경기도의 올해 목표액은 276억 원으로 1일부터 2022년 1월 31일까지 62일간 진행된다. 지난해 목표액은 271억 8000만 원이었는데 302억 8100만 원을 모금, 달성률 111.4%를 기록했다. 수원시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전개한 ‘희망 2021 나눔 캠페인’ 목표액이 10억 원이었는데 13억 7000만 원이 모금돼 137% 실적을 기록했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경제 불황 속에서도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아직 우리..
이건 아니다. 지난 6일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쏟아진 말들이 그랬다. 이건 아니다. ‘지긋지긋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이라니. 누가 그에게 그렇게 왜곡된 연설문을 써서 줬을까. 미완성이긴 해도 한반도 종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다 코로나19의 절대적 위기 속에서도 세계 8위의 무역 대국을 이루어 낸 정부가 무능하다니. 한치의 부정도 없는, 심지어 아티스트인 아들이 공적 지원을 받는 것조차 시비를 받을 정도로 투명한 대통령이 부패하다니. 그것이야 말로 숱한 ‘차떼기 뇌물’의 역사와 국정농단의 과거를 지닌 정당의 후보가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스스로가 창피하지 않을까. 아니면 아예 염치라는 인식이 없는 것일까. 그러므로 해서 더더욱 이건 아니다. 여성은 군 복무를 하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하되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인재랍시고 영입하려 했던 당사자들이 ‘스트릿우먼 파이터’를 축하 댄스 무대로 장식한다. 한 마디로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스우파’의 스피릿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공격적일 만큼 당당한 여성상을 시대가 받아들여야 하며 또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막 갖다 쓸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이건 더욱더 아니다. 정규직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30대 자영업자를 핵심 지지자로 갖고 있는 정당이 ‘오징어 게임’의 주제곡을 행사용으로 쓸 일은 아닌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주창하는 주제의식은 인간에겐 극단화된 계급사회를 바꾸겠다는 선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라는 미혹의 언어를 내세워 사실상 계급사회를 추구하는 정당이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한 마디로 ‘얻다대고’인데 대중 추수주의(大衆 追隨主義: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기회주의적 태도)의 전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걸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건 더욱 아니다.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하는 김종인 씨는 ‘문재인 정부가 쫓아내려 안달했던 강직한 공직자가 공정과 정의의 상징으로 이 자리에 있다’고 했는데 윤석열 후보는 만인이 알다시피 스스로가 검찰 정치를 하기 위해 사표를 내고 나온 사람이다. 대통령은 그를 쫓아낸 적이 없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절차적 민주성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너무 소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강직이라는 단어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사건 무마 의혹부터 부인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사건 의혹까지 온갖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쓸 말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말을 그렇게 막 갖다 쓰면 안될 일이다. 그것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아들을 통해 5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챙긴 자가 있던 정당이 할 말은 아닐 것이다. 그 또한 심대하게 염치가 없는 태도이다. 알면서도 정치적 수사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심각한 악의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나이 ‘자신’ 분이 그러면 안될 일이다. 또 이래서도 이건 아니다. 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김병준 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해 ‘국가주의와 대중영합주의가 결합할 때 나라도 민족도 파국 파산 파멸했다’고 했는데 국가주의란 말은 배운 사람이라면,그것도 교수 출신이라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맞는 인간이나 집단을 향해서 해야 할 말이다. 김병준 씨처럼 기회주의적 작태의 극치를 보이는 사람이 자유주의 철학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가소로운 일일 수 있다. 이건 아니다의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표창장 위조 의혹 때문에 어떤 사람은 무려 징역 4년을 살게 하면서 동시에 온갖 학력, 이력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실정법의 잣대를 적용하지 않거나 미루고 있는 것은 공정하지가 않다. 그 사람의 석사 학위를 부여했던 대학이 그 심사과정에 대한 조사를 미루는 것은 실로 눈에 다 보이는 일이다. 시간을 벌자는 것일텐데 그들은, 그 학교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그러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대학사회가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더 이상 진부할 대로 진부해져서 하고 싶은 말도 아닌데 그건 진실로, 진실로 선택적 정의에 불과한 얘기인 것이다. 이거 아니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도 부지기수다. 손바닥에 왕(王) 자와 같은 특정 문양을 필요할 때마다 주문(呪文)용으로 새기고 다니며 무속인의 ‘고견’을 일상에서 함께 하는 사람에게 예수의 축복을 기원해 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 아닌가. 그 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이것도 아닌 일이다. 전국 유세 현장에 사전 녹화한 후보의 AI 영상을 틀겠다는 것은 첨단과학의 이기를 오용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실시간 토론과 현장 유세를 통해 대중을 만날 때 그가 하는 언변의 진실성을 가릴 수가 있다. 국가운영의 능력이 자발성에서 나온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가 있다. 아바타라니.이건 무슨 오염된 과학인가. 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넘어서서 정말로 이건 아닌 것인 일이 있다. 한 여성의 개인사, 가족사를 탈탈 털어서 대중에게 회자시키고 그녀의 아이들까지 사진을 공개하며 조리돌림하는 악마의 유투버들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보내는 대중들은 인간들이 아니다. 관음증과 새디즘이 뒤섞인 광기의 파시스트일 뿐이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주홍글씨인가.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안된다. 사회가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 미래가 이런 식이어서는 안된다. 2016년 트럼프주의자들이 '힐러리 투 제일(Hillary to jail)' '록 허어 업(Lock her up)'이라고 외쳤던 것처럼 윤석열 지지자들도 문재인을 감옥에 넣겠다는 일념이 강하다고 한다. 증오의 정치를 유포시키고 있다. 이건 진실로 아닌 것이다.
정부가 최근 특별방역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청소년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완료·음성확인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청소년 접종 속도가 더딘 현실에서 높은 발병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 정부의 대응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일부 백신 부작용 뉴스에 예민해진 학부모들을 과잉압박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많다. 백신 부작용 걱정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정부가 신뢰할만한 정보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등 우려 해소에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4주간 10만 명당 코로나19 발생률은 19세 이상이 76명인데 비해 0~18세는 99명으로 청소년 발병률이 높다. 성인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90%를 넘었지만, 청소년은 31.2%에 그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12~15세 청소년들의 접..
온 국민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안타깝게도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네요. 애초부터 비토해온 일부 정치권의 발목잡기를 뚫고 어쨌든 닻을 올린 공수처 아닌가요? 공수처는 일본 정·관계의 정수기 역할을 해온 도쿄지검 특수부 신화를 모델로 삼고 희망을 걸어온 특별한 수사기관이잖아요. 그런데 어렵사리 출범한 공수처가 ‘대통령선거’라는 폭풍 앞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군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공공연하게 ‘공수처 폐지’ 구호가 나도는 선거판의 흐름이 불편하기 짝이 없네요. 일부에서 “공수처 수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군요. ‘무능’을 그 이유로 들지만, 그게 정말 문제의 핵심일까요? 하긴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조차도 합법을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허술했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대위가 우여곡절 끝에 6일 출범했다. 지난달 5일 후보 선출 이후 한달여 만이다. 후보와 대표 사이에 초유의 갈등을 노출했고, 이른바 ‘김종인 원톱’ 모양을 갖추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 야당보다 한 달 앞선 10월 10일 후보가 결정됐지만 원팀 구성이 늦어졌고, 시행착오를 거쳐 최근 ‘이재명 선대위’를 다시 구성해야 했다. 선거를 석 달 앞둔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현주소로는 민망하다. 이제 여야가 선대위 진용을 어느 정도 구축한 만큼 본격적인 정책 행보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들의 대결장이다. 정치쇄신 욕구가 높고 미래 감각으로 새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엄중한 시기다. 후보 주변에 제대로 된 참모..
지난밤 빗물에 젖은 낙엽이 사람들 발길에 밟혀 형체를 잃어가고 있다. 생각 없이 아침 산길에 나섰다 낙엽의 가는 길을 생각하게 된다. 생명의 끝인 허(虛)와 공(空)과 무(無)를 떠올리게 된다. 공부하고 기도한다는 게 결국은 얼마나 부끄러움을 알고 살다 가는가?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헸다. 산길을 돌아 동물원 뒷산 숲 속 휴식공간에 이르렀다. 운동기구와 함께 장의자 세 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여기 앉으세요. 스티로폼을 놓아두어 젖지 않고 온기가 남아 있네요.”하고서 의자에 앉아 있던 분이 내게 자리를 양보하고 서서히 갈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나는 은연중 그분 뒷모습에 시선을 주고 한동안 서 있었다. 회색 점퍼에 검은 바지, 반백 머리스타일과 하얀 운동화에서 노인의 온유함이 깊게 느껴졌다. 노인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가로 50c..
몇 달 전 야당 대표가 평화적 흡수통일이 자신의 통일방안이란 발언에 대해 많은 언론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큰 혼란 없이 유야무야로 끝난 해프닝이 있었다. 근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의외로 평화적으로 북한을 받아들여(흡수하여) 통일하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독일도 그렇게 통일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오해가 너무 크기에 바른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먼저 ‘평화적’이라는 말과 ‘흡수통일’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흡수통일은 무력에 의한, 또는 북한자체의 혼란, 붕괴 등을 전제하는 개념이다. 전혀 평화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함이 우리 정책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가 최상의 국익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북한정권이 오래지 않아 붕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