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뉴질랜드, 캐나다 같은 나라에 30대 초중반 총리가 들어설 때마다 어떻게 새파란 나이에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가 될 수 있는지 놀라는 분들이 많다. 30대 총리들의 비밀은 이들 나라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정당가입이 가능해서 10대 중반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한다는 데 있다. 그 결과 나이가 젊어도 무려 20년 안팎의 정치이력을 자랑하는 30대 국회의원이 적지 않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전문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은 후 50세 안팎에 정치권에 입문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도 정치경험이 짧은 편이다. 특히 2,30대 청년의 국회진출은 전 세계에서 최저수준이다. 2018년 국제의회연맹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에서 20대 국회의원이 10%를 넘어섰고 덴마크, 우크라이나에선 2,30대 국회의원비율이 40% 벽을 깼다...
지난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 하천의 원형을 파괴하는 제주 하천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홍수 피해 방지를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주도의 하천정비 사업은 하천 파괴 문제로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이라며 하천정비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모든 하천과 산은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 지구 활동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그 자연환경과 생태는 세월의 완벽한 작품이므로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원형보존과 함께 수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따라서 하천 정비사업이 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다. 2018년 7월 4일 발표된 감사원의 4차 감사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설계 단계부터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주무 부처에..
김정은은 2022년 당 중앙위 제8기 전원회의 관련 내용으로 신년사의 ‘구멍’을 메웠다. 당 중앙위 전원회의 내용에서도 ‘구멍’을 숨기거나 남겨놓았다. 군사부문 및 대남, 대외 관계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언제든지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을 남겨놓고, 경제 특히 농촌문제에 상당부분 할애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구멍’의 흔적을 통해 장님 코끼리 만지듯 북한의 정세인식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스스로 자초한 고립을 올해도 이어가려는 의지가 보인다. 비상방역 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 순위로 놓고, 방역을 명분으로 북한의 경제구조와 틀을 바꾸려는 것이다.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내세우고, 중앙집중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동안 부업농업을 중시하는 등 개별 생산력 향상에 집중했던 것에서 탈피하여, 중앙 집중을..
정말로 음악 한 곡이 인생을 바꾼다. 열아홉 살까지 음악과 무관하게 살았다는 연주자 K. 대입이 코앞이던 어느 날, 방과 후 버스 정류장의 음반가게에서 들린 악기 소리에 ‘온몸이 빨려 드는 듯한’ 경험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기도 배우기도 힘든 악기라는 것을 안 K는 대입 준비를 던지고 독일 유학을 떠난다. 단지 그 악기를 배우기 위해. K의 무모함과 용기에 공감됐던 것은 나 역시 그 악기와의 만남이 전율이고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그 악기,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30년 전, 프랑스 영화 ‘ 세상의 모든 아침’을 통해서다. 영화에는 17세기 중반, 프랑스를 배경으로 비올라 다 감바와 운명의 늪에 빠진 세 사람이 나온다. 아내가 죽자 오두막을 지어 비올라 다 감바와 함께 죽는 날까지 칩거한 천재 연주자 쌩뜨 꼴롱브, 꼴..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숫자처럼 일상화되어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이 사회는 본래부터 저러해서, 저러한 것이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훈 작가의 ‘빛과 어둠-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글의 일부이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활동을 기록한 책 ‘김용균이라는 빛’을 발간하는 자리에서 작가가 소리내 읊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삶의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생명의 안위보다 그 무엇도 앞세워 이야기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매년 공시하는 ‘안전경영책임보고서’를 보면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산업재해 사망..
오늘(13일)부터 경기도내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와 경남 창원시가 특례시가 된다. 이들 도시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였음에도 몸에 맞지 않는 중소도시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대도시 위상에 어울리는 명칭을 갖게 됐다.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인 수원·용인·고양·창원시에 ‘특례시’ 명칭이 부여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와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특례시라고하지만 기초지방정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권한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뿐 도시 이름도 특별시나 광역시와 달리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즉 공식적으로는 ‘서울특별시’나 ‘인천광역시’처럼 ‘수원특례시’가 아닌 그냥 ‘수원시’다. 따라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정·재정 자치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다만 특례시가 됨으로써 달라진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기본재산액이 대도시 기준으로 상향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연말 ‘기초연금 지급대상자 선정기준액, 기준연금액 및 소득인정액 산정 세부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 기초연금 기본재산액 지역 구분에서 특례시를 ‘대도시’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 등 4개 특례시의 지역 구분이 1월 13일부터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변경됐다. 수원시를 비롯한 4개 특례시 시민도 특별시·광역시 시민과 동등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기본재산액도 기준이 상향됐다. 수원특례시의 경우 기본재산액이 늘어나면서 기존 기초연금 수급자는 급여가 1인당 최대 16만 5000원 증가하고, 신규 수급자는 5580여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원시 생계급여 수급자는 가구당 급여가 월 최대 28만 원 증가하고, 의료급여 수급자 중 일부는 생계급여를 지원받는 등 보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수원시의 설명이다. 긴급복지지원도 대도시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주거지원 월 한도액은 42만 2900원(4인 가구 기준)에서 64만 3200원으로 22만 300원 늘어난다. 긴급복지는 위기 상황 발생해 생계유지가 곤란한 가구에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사무권한도 확대됐다. 2020년 12월 개정 지방자치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특례시 출범이 확 정된 수원·고양·용인·창원시장은 ‘전국특례시장협의회’를 구성, 세부 권한 확보 사항을 발굴하고 정부에 끊임없이 건의했다. 그 결과 개정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인구 100만 이상 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사무’ 8건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광역지자체의 승인이 있어야만 했던 업무들로 ▲택지개발지구 지정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5급 이하 공직자 직급·정원 조정 등이다. 그러나 전기한 것처럼 특례시 위상에 걸맞은 권한은 확보되지 않았다. 자치분권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의회 인사권 독립도 절반만 반영됐다는 것이다. 광역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진정한 특례시’까지의 갈 길이 멀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열린공감TV’에 출연하여, 이재명 후보가 살아남은 것은 현재 국내 기득권 미디어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20세기였다면 신문과 방송의 눈 밖에 난 정치인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레거시미디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대중매체가 쇠락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약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유 전 이사장이 지적했듯이 박근혜 씨는 그들의 비호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씨는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직전 대통령을 만들었고, 현재 야당 대권후보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약한 힘’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기득권 언론이 ‘낙선운동본부’를 자처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2022년 1월 10일 15시. 파리 8구 마들렌느 대성당. 프랑스 전 장관 뤽 페리(Luc Ferry), 작가 라파엘 앙토방(Raphaël Enthoven), 방송인 시릴 아누나(Cyril Hanouna) 등 프랑스의 유명인들과 유고슬라비아 엘렌느 공주 부부 등 해외인사, 그리고 익명의 프랑스인 1000여 명이 모였다. 보그다노프(Bogdanoff) 형제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방송인 보그다노프 이고르(Igor)와 보그다노프 그리슈카(Grichka). 이들은 일란성쌍둥이다. 바늘과 실처럼 항상 붙어 다녔던 그들. 영혼의 반쪽이었을까. 그리슈카가 코로나 19로 세상을 떠나자 이고르도 6일 만에 같은 길을 걸었다.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한 그들의 형상. 할리우드 배우 뺨치게 핸섬했었다. 그런 그들이 우주복을 입고 나타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고 천체..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게 좋아진 점이 있다. 색깔론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캠페인도 확연히 퇴색되고 있다. 이 자리를 ‘젠더 이슈’나 ‘세대 갈등 문제’가 끼어들 기미는 있다. 선거 때만큼은 국민이 왕임을 실감한다. 응축됐던 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선거 진영은 이를 수렴해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을 내놓는다. 국가적 난제도 여론의 힘으로 해결되는 계기가 된다. 대통령 선거 후 6개월은 언론도 승리한 후보의 정책에 비판의 칼날을 유보한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다. 특정 집단은 표의 응집력을 발휘할 때 그 힘은 배가 된다. 투표율까지 높으면 그 힘은 태풍이 된다. 이번 대선에서 2030 유권자가 그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해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이 세대의 위력적인 표심 때문이다. 이념이나 지역정서에 매몰되지 않은 이들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세대만을 대상으로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세대 갈등’이 아닌 ‘세대 여론’이 옳다. 안도하던 선거판에 난데없는 ‘멸공’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것도 정치적 언사를 극도로 조심하는 국내 기업풍토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촉발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연일 ‘멸공’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다. 특히 ‘멸공’과 함께 시진핑 중국 주석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시 주석의 사진은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으로 변경했다. 윤석열 후보, 나경원 전의원 등이 이마트에서 달걀·파·멸치·콩을 사는 사진을 올리며 ‘멸공 챌린지’에 나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멸치 볶음과 콩조림을 곁들여 아침식사를 하는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동참했다. 달파(달걀·파)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이르는 속어다. 달은 ‘문’을 말하고, 파는 ‘빠’를 칭한다. 멸치와 콩은 ‘멸공’이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금도가 있다. 오죽하면 같은 당 원희룡 선거대책본부장이 “썩 동의하기 어렵다”고까지 했겠는가. 이 논란은 해외 언론까지 관심을 보였다. 지난 6일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금주의 아시아 이슈’로 다뤘다. 삼성 리더의 사촌이라는 언급도 했다. 중국은 삼성전자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중국과 불필요한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 주가는 11일 오전 한 때 8%가 넘게 곤두박질했다. 매일경제는 ‘“주주들 피말린다” 용진이형 ’멸공‘ 여파 이 정도일 줄이야···신세계 장중 8%대 급락’이란 기사를 실었다. 머니투데이는 “기업가의 정치적 발언은 적절하지 않으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중단해달라”는 투자자의 목소리를 기사에 담았다. 주주 걱정을 담아 간접 비판을 하는 기사는 많았지만, 어떤 신문도 사설로 다루지는 못했다. 기업에 직언하는 언론이 없다는 소리다.
어머니께서 7년째 병원신세를 지며 힘들게 사시다가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1935년생 88세, 미수(米壽)시다. 아들과 마지막 통화하시고 한 시간 뒤에 눈을 감으셨다. 나는 그 이틀 전 병원측의 협조로 어머니 곁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행운이었다. 임종의 도리도 지키기 힘든 시대다. 돌이켜보면,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빠르고 현저하게 어머니의 체력이 약화되었다. 어머니는 마침내 혼자서 걸을 수 없어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만 짧은 거리나마 어렵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화장실 출입이 고난도 프로젝트가 되었다. 최근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식사나 자잘한 목적을 위하여 움직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기능이 전반적으로 제로로 향하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최근에는 구급차를 불러야할 응급상황이 빈발했다. 특히 승하차 과정이 정말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