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7월 지각장마가 이례적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비를 뿌리며 시작됐다. 지난 5월 서울에서는 50년 만에 가장 많은 17일이나 비가 내렸고, 6월에도 전국적으로 사흘에 하루꼴로 비가 내렸다. 이번 여름 장마는 늦게 왔지만 초반부터 강풍을 동반하며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과학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지만 날씨는 해마다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는 최근 ‘열 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나며 최고기온이 섭씨 40~50도에 이르고 특히 캐나다에서는 살인적인 더위로 일주일 새 700여 명이 돌연사했다. 동토(凍土) 시베리아도 30도가 넘어가며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올 2월 ‘사막의 땅’ 미국 텍사스에서는 3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발생해 반도체 대란 등 세계 경제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우리는 지난해 여름 54일이라는 사상 최장기 장마 기록을 세우고 섬진강·영산강 등에서는 수백년 만의 국지성 호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46명이 사망했고,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곳이 무려 1만 6000여 곳에 이르며 아직도 4분의 1 정도는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모든 지구촌이 기후재난에 노출돼 있다. 기존의 땜질식이나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은 안된다. 지난해 섬진강 등의 물난리를 놓고 수자원공사 등 관련 기관·직원들의 부실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도 물통합 관리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물 관리는 댐·저수지의 성격(발전·다목적·농업·공업용수)이나 지류·하천에 따라 관할 기관이 환경부(수자원공사)를 비롯해 국토부, 행안부, 산자부, 농식품부, 지자체 등으로 흩어져 있다. 각 부처 간 편의주의와, 칸막이,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위기시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더구나 텍사스 한파에서 봤지만 기후 재난은 그 지역,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정전 사태를 비롯해 에너지·반도체·곡물가 등 사회, 경제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된다. 그래서 기후 변화의 위기는 범정부적 대응이 절대 필요하다. 40여 년만 이라는 7월 장마가 홍수와 가뭄, 어떤 상황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지구온난화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난적 기후 변화를 특정 기관이나 일선 관리자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 된다. 관련 부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청와대나 적어도 총리실이 직접 나서서 부처 간 벽을 제거해야 한다. ‘물관리통합시스템’이 구축됐다면 부처 간의 긴밀한 호흡으로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수도권 집값을 보라. 아파트 공급 문제와 함께 종부세 등 각종 세제(기재부·행안부 등), 대출규제(금융권), 투기수사(검·경), 세종 특공(행복청), 지자체(서울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주무부처라고 국토교통부에만 맡기면 해결이 안 된다. 부동산 문제나 저출산, 기후 대응 등 ‘해마다 반복되고 심화되는 대형 현안’은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융·복합 대응이 필요하다. 여름철 장마를 포함한 물 문제의 주무 부서가 환경부(수자원공사)라면 거기에 걸맞은 시스템과 권한을 만들어주고 실제 작동되는지까지 살펴줘야 한다.
이번 주는 대선과 관련한 슈퍼위크임은 분명하다. 월요일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職)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더니, 화요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목요일에는 이재명 경기 지사가 출마 선언을 했다. 이런 행사들이 단기간에 줄을 잇고 있어서, 비교적 손쉽게 대선 주자들 간의 특성과 전략을 비교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과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문을 비교하자면 이렇다. 먼저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문에는 경제가 강조됐다. 이 지사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 재정력을 확충해 보편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규제 합리화와 미래형 첨단 육성시스템으로 기초·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주장했다. 그런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단 1번만 언급됐을 뿐이다. 외교 부분에서도 이 지사는..
조선일보가 큰 잘못을 했다. 이 신문이 자체조사를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회부 대구취재본부 이승규 기자는 지난 6월 20일 오후 3시 54분쯤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 제하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다음날인 21일자 조선일보 A12면에 실렸다. 또 조선닷컴 홈페이지엔 같은 날 오전 5시에 올라갔다. 온라인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일러스트(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삽화)를 덧붙였다. 그림 속 인물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딸 조민씨를 의미했다. 부녀가 성매매와 관련자인 것처럼 묘사했다. 파장은 컸다. 이 문제가 불거진 후 조선닷컴은 이 기자가 과거에 쓴 기사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지난해 2건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일러스트를 사용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
현재 우리나라는 도시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주민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인 수원·용인·고양·창원시 등 4개 특례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이들 4개 특례시 시장들은 기본재산액을 ‘대도시’ 기준으로 상향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백군기 용인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허성무 창원시장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하고, 사회복지 수혜에 역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례시의 기본재산액을 ‘대도시’ 기준으로 상향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4개 도시 시장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불합리한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 개선을 위한 기본재산액 고시 개정 건의서’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간사, 창원 성산) 의원과 정춘숙(용인을) 의원도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보편적 복지 서비스인 국민기초, 기초연금 등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0년 민선 5기 시장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을 개선해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 시민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요청했다”면서 내년 1월 특례시가 출범 전에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허성무 창원시장도 “대도시 기준 적용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보편 복지 실현의 첫걸음으로 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들의 건의는 매우 타당하다. 4개 특례시는 모두 인구 100만 이상이다. 따라서 광역시와 생활여건이 비슷하다. 소비자 물가나 부동산 가격, 전·월세 수준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국민기초·기초연금 등 사회복지 급여 수급자 선정과 급여액 산정 시 공제되는 기본 재산액 기준은 인구 5만의 중소도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시 기본재산액은 대도시 6900만 원, 중소도시 4200만 원 등 도시 규모별로 금액을 공제해준다. 이에 따라 인구가 123만 명이나 되는 대도시 수원시와 인구 5만 명 남짓 기초지방정부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서울시나 광역시 등 대도시 시민과 재산 규모가 비슷해도 중소도시로 분류돼 법적 기준상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광역시가 아닌 기초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복지 급여가 감액되거나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되고 있다. 이러니 ‘불합리한 제도’ ‘상대적인 역차별’이란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적인 역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기본재산액 고시가 개정돼야 한다. 조속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현행법상 기본 재산액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로 정하게 돼 있다. 보건복지부의 개선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4개 특례시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직접 건의한 것이다. 권장관의 말처럼 정부 내 합의와 재정문제 해결 등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잘못된 제도는 한시바삐 개정해 역차별받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밥 말리 하니 카오산 로드가 떠오른다. 90년대 초반, 배낭여행하던 중에 경유지였던 태국 방콕 공항에서 일부러 빠져나가 찾았던 거리. 300미터 남짓 되는, 길 양쪽에 음식점과 숙소, 기념품점, 술집 등이 어지러운 간판과 함께 즐비한데 그 사이를 오가는 이들은 모두가 여행자다. 생경한 풍경이었다. 공기도 달랐다. 술 없이도 달뜨고 취하게 했다. 뜬금없이 노래가 주술을 걸었나 생각했다. 생각하니 지금도 귀가 뜨겁다. 상점 곳곳에서 나오던 노래. 밥 말리의 노래를, 그것도 같은 노래를, 그것도 하루 종일 틀어대는 곳이 많았다. 노 우먼 노 크라이(No Woman, No Cry). 사랑 노래라고 생각했다. 여름이었고 청춘이었고 여행자였으니까. 한참 후에 알게 됐다. ‘노 우먼 노 크라이’는 밥 말리가 인생의 겨울을 사는 이들을 위로하는 노래였다. 서른여섯에 요절한 밥..
당신이 계신 곳은 어떠십니까. 제가 머무는 산기슭에는 비가 내립니다. 빗소리는 그윽합니다. 라디오 볼륨을 높여도 빗소리는 멀어지지 않습니다. 음악과 빗소리는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안과 밖에서 차분합니다. 아침상을 물리고 길을 나섭니다. 우산으로 비를 가리며 산길을 걷습니다. 가려지는 것보다 가려지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늘 그랬습니다. 가리고 싶어도 끝내 가릴 수 없는 것들, 아랫배에 그어진 수술자국 같은 것들, 지금은 잊어버리고 없는 흑백사진 속 아버지의 눈물 같은 것들, 빗길을 걸어 숲에 들면 가려질 수 있을까요. 잣나무 숲길을 걷습니다. 우산으로 비를 가리며 걷습니다. 여전히 가려지는 것보다 가려지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숲길을 따라 양치식물이 군락을 이뤘습니다. 군데군데 산딸기가 익어갑니다. 숲에서 익어가는 산딸기..
대학생 박성민이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되었다고 해서 잠시 소란이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고려대 재학생이 개설했다는 박탈감닷컴 따위를 보면, 대학 졸업도 않고 취업 노력도 없는데 9급 공무원 시험이나 행정고시 등 공정한 경쟁도 치르지 않고 단박에 1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시기와 불만이 대부분이다. 각설하고, 일각의 대학 졸업 운운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기로 한다. 11년 전 한 학생이 대학을 그만둔다며 자퇴를 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은 2010년 3월 10일 고려대 정문에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오늘 저는 대학을 그만둡니다.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없는 죽은 대학이기에’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김예슬은 고등학생이던 2005년부터 대학생나눔문화에서 고전을 배..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수 있는 일을 나서서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성과를 취득하고 그에 걸맞게 밖으로 영향력을 드러낸다). 지난달 7일 중국의 대입 수능인 가오카오(高考)에서 출제된 논술 제목이다. 2012년 취임한 시진핑 국가 주석의 팽창적 대외전략을 상징하는 단어다. 중국은 1일 공산당(중공)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1921년 창당,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중국은 현재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창당 100주년을 전후해 공산당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전방위에 걸쳐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黨, 就沒有新中國)”는 문구는 중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내년 당 대회에서 3연임을 노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외부 세력이..
우리 반 아이들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매일 등교한다. 교육부에서 2학기부터 전면 등교를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학교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우리 학교는 한 달 먼저 등교를 시작하기로 했다. 1년 4개월 만에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올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아이들을 매일 보려나 기대하던 찰나에 옆 학교에서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었다. 다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넘어가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다행스럽게 위기가 넘어갔다. 우리 반 아이들은 언제나 매일 학교에 오고 싶어 했다. 거리 두기 때문에 교실에서 별다르게 재밌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학교가 재밌냐고 묻자, “뭘 하든 학교에 가는 게 낫죠.”라고 말하곤 했었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등교 관련 설문조사를 봐도 고등학생은 등교를 원하는 학생이 26퍼센트에 머무르는 반면 초등..
학기가 끝나고 성적을 입력하면서 젊은 친구들에 대한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임시 교편’ 과정에서 좋은 학생들을 만났다. 한 번도 출석에 빠지지들 않았고 과제를 거른 적도 없으며 비대면 수업이지만 학습 태도들도 좋았다. 모두들 훌륭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과제 명은 ‘올리버 스톤의 영화로 본 미국 현대사 1954~1974’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변방의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가 역사 공부에 쓰이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영화감독으로서 나름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영화 중 ‘플래툰’과 ‘7월 4일생’ 그리고 ‘하늘과 땅’은 베트남전쟁사와 그와 연관된 미국 국내사를 들여다보는 데 있어 최적의 텍스트다. 특히 ‘플래툰’은 미군에 의한 미라이양민학살사건을 그리고 있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