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하일통 금계국 아침저녁으로 걷는 반석천엔 시방 금계국과 개망초 천국이다. 노란 금계국에 하얀 개망초가 제법 근사한데, 볼 때마다 끌탕 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까닭은 무엇인가. 금계국 때문이다. 북미가 원산지인 이 꽃은 이르면 오월 중순부터 팔월까지 오래도록 노란 꽃을 피운다. 국화과 식물이 대개 그렇듯이 해열 효과가 있고, 부종을 제거하고, 간열을 내리는 데도 쓸 수 있지만,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 금계국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는 점. 한반도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며 월동해 다음 해에도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라서일까, 번식력이 강해서 아무 땅에 심어도 잘 자라기 때문일까, 남도 해안가에서 경기도 천변, 강원도 국도변까지 금계국 천지다. 그야말로 야생화 끝판왕으로 전국을 뒤덮고 있는데, 실은 우리나라 식물 생..
코로나19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생계형 서민체납자가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부도나 휴·폐업, 실직 등의 경제사정으로 재산이 없고 소득도 없는 체납자들은 세금을 내기가 어렵다. 세금 뿐 아니라 공공요금도 못내는 이들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에 따르면 주택용 전력 체납액도 지난해 말 기준 138억 원에서 올 4월 기준 143억원으로 5억원 늘었다고 한다. 이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가계 사정이 어려워진 탓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생계형 체납자 2000여명을 발굴해 이 중 절반을 복지 서비스에 연계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생계형 체납자의 압박감을 덜고 희망을 주기위한 조치다. 반면에 고액 악성 체납자는 철저히 추적해 징수하거나 압류 등의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도는 ‘세금 체납은 공동체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이라며 징수..
사회 질서의 개선은 도덕적 완성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내가 이렇게 붓을 들고 있는 방의 창문 밖으로, 코에 코뚜레가 꿰여 말뚝에 매어 있는 커다란 소 한 마리가 보인다. 소는 풀을 뜯어먹다가 저도 모르게 자신이 매여 있는 고삐를 말뚝에 감아버렸다. 소담스럽게 자란 풀을 눈앞에 두고도 배를 주리고 어깨에 달라붙는 파리를 쫓기 위해 목을 흔들지도 못한 채 죄수처럼 가만히 서 있다. 그는 몇 번이나 빠져나갈 양으로 몸부림쳐보지만, 그때마다 슬픈 신음소리를 지르다가 지금은 얌전해져서 조용히 괴로워하고 있다. 엄청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이해할 만한 자각도 없이, 많은 풀 앞에서 배를 주리며 지극히 연약한 생물에게 비참하게 당하고 있는 이 소의 모습은, 내 눈에는 마치 노동자들의 상징처럼 비친다. 모든 나라에서 땀을 흘..
오는 2050년쯤이면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서해의 4분의 1 이상이 해양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 주목된다. 불과 30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자연기금(WWF)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1인당 매주 평균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신용카드 한 장과 맞먹는 미세플라스틱을 매 주일 섭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세플라스틱 공해의 심각성이 극에 달해 드디어 말로 떠들기만 해도 되는 시간이 다 지나간 것이다. 대책을 세우고 즉각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벨기에와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환경학자들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말 전 세계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창업활동은 경제성장정책과 산업정책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성장동력이며, 여기에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이 곁들여져 국가 경제의 역동성이 결정되게 된다. 창업활동의 강력한 엔진이라 할 수 있는 혁신활동을 기반으로 창업 스토리를 잘 정리하고, 조직의 정체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사업화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 전략적 선택과 균형잡기는 창업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될지, 회피 대상으로 위험을 바라볼지 아니면 기회로 삼을지, 사회적경제와 자본주의경제 또는 전통적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사이 어느 위치에..
파블로 피카소 탄생 14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 110점이 서울에 왔다. 이번에 전시된 진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그림은 단연 ‘한국에서의 학살’. 이 작품은 피카소의 ‘반전(反戰)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널리 알려진 ‘게르니카’의 한국판이라고나 할까?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황해도 신천에서 일어난 양민학살을 그렸다. 부녀자와 어린이를 포함해 주민의 4분의 1이 떼죽음을 당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나? 남과 북의 ‘공식 기억’이 서로 다르다. 남한에서는 공산당을 지목하고, 북한에서는 미군에게 책임을 돌린다.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에 저항해 프랑스로 망명한 피카소는 1944년에 공산당원이 되었다. 그런 그가 1951년 1월에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렸으니, 여기 묘사된 학살의 주체는 미군으로..
이웃에 살고 계신 이중길 전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특별한 분이지요. 오래전에 퇴임하신 선생님은 트래킹 마니아들에게는 전설적인 인물이에요. 지난 2012년 칠순의 연세에 유럽을 가로지르는 5600㎞ 어마어마한 길을 걸어서 완주하신 놀라운 기록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랍니다. 매일 25~67킬로미터씩 걷는 불가사의한 도보의 결과였다고 하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지요. 선생님이 들려주신 유럽횡단 에피소드에는 신기한 내용이 많지만,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파이팅(Fighting)!’이라는 응원 구호 이야기예요. 굳이 비유하자면 중국의 ‘짜유(加由)!’ 정도가 될 텐데요, 유럽 여행 중에 아무 생각 없이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써먹었다가 상대방이 정말 싸우자는 건 줄 알고 표정이 새파래지는 바람에 곤경을 겪었다더군요. 말씀을 듣고 보니..
지구에서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어딜까요?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이 신나서 대답한다. "숲이요!", "아마존 아닌가요?" 대체로 나무와 관련된 답들. 바로 답을 말해주지 않고 한참 뜸을 들이고 있으니 눈치 빠른 아이 하나가 숲이 아닌 다른 곳인 거 같다고 답을 정정한다. 아이들을 둘러본 후 정답이 '바다'라고 말하자 교실이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바다에 들어가면 숨을 쉴 수 없는데 어떻게 바다에서 산소가 나오냐는 아이부터, 책 어디선가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고 써 있는 걸 봤다는 아이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한껏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키면서 바다에서 산소가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바다에는 작은 플랑크톤이 사는데 그 친구들이 번식하면서 산소를 배출합니다. 우리가 숨쉬는 산소의 절반 이상은 바다에서 옵니다." 우리반 친구들과 환경..
미디어 환경의 변화니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니 하는 말들이 무성했던 세월이 족히 반세기는 된 것 같다. 근래에는 미디어 환경 대신에 생태계 변화라는 말로 바뀌었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그 변화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어서 그런지 요즘은 이런 호들갑이 뜸해지고 연구자와 언론사, 기자들 모두 각자도생 하느라 바쁘다. 연구자는 본질을 놓치고 현상을 좇느라 여념이 없고, 언론사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듯 절실하고, 기자들은 ‘단독’을 만들어내느라 분주하다. 일컬어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라고 하던가. 후기 자본주의, 탈 산업사회, 포스트모더니즘 등 포스트주의가 유행하던 때도 있었다. 일리도 있고, 정보사회론의 대두와 미시담론의 발견 등 공(功)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주의를 앞세우며 진실을 부정한다는 데 있다. 진실은 상대적이며, 절대적 진실은 없다는 것. 탈진실의 시대를 설명하는 구호다. 그 결과 대학은 진리 탐구의 전당에서 취업학원으로 전락했고, 언론(저널리즘)은 객관보도의 원칙을 폐기하고 상업적 선정주의에 빠졌다. 그리고 기자는 기레기가 되었다. 오래 전부터 대학의 언론관련 학과에서는 저널리즘의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따라서 미디어의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는 학자도 없다. 인문학은 폐허가 된지 오래다. 그 결과 저널리즘의 최고 가치인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 역사성과 철학의 측면에서 미래의 저널리스트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합의된 개념을 정의해주지 못하니, 각자의 주장과 해석만 난무하다. 언론단체들은 매년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하고 기념한다.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조선 최초의 민간신문이라고 하여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하고 1957년부터 기념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때 회장이 이관구로 언론계 대표적인 골수 친일파였다. 독립신문은 조선 최초의 민간신문이 아니다. 독립신문은 정부가 출자하고 관리들이 신문을 제작했으며, 귀화 미국인 서재필에게 편집과 운영을 맡긴 공영신문이었다. 게다가 역사의식도 엉망이어서 스페인과의 전쟁을 신호탄으로 하여 제국주의 진출을 도모하고 조선에서도 이권을 취하던 미국을 본받아야 할 모델로 삼아 조선 백성들을 계몽하려고 했다. 오늘날 신문업계의 현실은 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류의 시대를 열었던 만큼이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포유류가 활개를 치고 다양한 종의 분화가 이루어진 과정에서 인류가 출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류의 출현이 지구 생태계에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최고의 지능으로써 자연과 우주의 법칙을 알아낼 만큼 발전했다. 문화의 창조자인 인간의 두뇌는 급기야 미디어 융합에 따른 하이브리드 문화를 고안해냈다. 신문의 날을 기념하기에는 초라하게 변모한 신문의 운명은 태풍 속의 호롱불과도 같다. 조선일보가 보도하면 여론이 된다던 그 신문도 운명을 거슬리지 못한다. 진보의 희망이었던 한겨레신문은 스스로 붕괴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때에 경기신문의 예기치 않은 변신과 활약은 돌연변이와도 같다. 돌연변이는 새로운 종의 출현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미디어가 메시지다.’ 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미디어라는 통찰이다. 지금 상황이 그 과학적 증거다. 기존의 미디어 이론은 메시지의 효과에 집중하는데 매클루언은 다르다. 그의 통찰을 이해하려면 물리학과 생물학, 신경과학 등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의 대표 저서인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은 자연과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인간의 확장은 동물행동학과 신경과학, 지구촌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처음 거론한 슈밥(Klaus Schwab)은 디지털과 생물학, 수학을 강조했다. 제3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 미국의 정보산업육성정책에 따른 PC의 대중화와 인터넷의 결합으로 도래한 정보사회와 유전공학의 육성에 따른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진행을 특징으로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산업과 생명공학의 융합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융합은 그 소산으로서 전통적 미디어의 몰락을 가져왔다. 브로노프스키(Jacob Bronowski)는 그가 진두지휘한 BBC 다큐멘터리의 기록인 『인간 등정의 발자취(The Ascent of Man)』에서 지난 20년 동안에 과학의 성격이 물리학에서 생명과학으로 관심의 초점이 옮아감으로써 “그 결과 과학은 점점 더 개체성의 연구 쪽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라고 썼다. 실제로 그 후 유전공학을 비롯해 진화심리학과 뇌 과학 등 생명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 IT산업과 융합된 하이브리드 문화의 등장인 것이다. 공룡처럼 종이 멸종하는데 독불장군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 공룡은 멸종되었어도 자연선택에 의해 시조새라고 하는 새로운 종이 출현해 새들의 시조가 되었다. 경기신문을 비롯한 전통적인 의미의 미디어도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 잘 적응하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위기일수록 진실보도의 원칙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널리즘 분야에서 자연선택의 기준은 진실이다. 탈진실의 시대라는 레토릭에 취해 진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차기 대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지도부 정비를 마쳤다. 정치권의 시계는 대선을 향해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더라도 역대 대통령의 경우 정계입문(정무 고위직 포함)후 최소 15년 안팎의 숙성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선출직 행정부 등에서 오랫동안 경륜을 쌓은 후보가 있는가 하면 비정치 영역에서 초단기의 변신으로 대권을 노크하는 인물도 있다. 흔히 지도자의 덕목을 얘기할때 도덕성을 포함해 ‘소통·추진력·포용·정치력·용인술·미래비전·행정경험·경제지식·국제적안목’ 등을 거론한다. 지도자가 모든 부문에서 강점을 갖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정치 10단’의 지도자를 비롯해 ‘경제·여성 대통령’ 등 다양한 지도자를 지켜봤다. 하지만 후반기에 내리막길을 걸으며 기대에 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