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봉현리 633번지 일원 채석장이 있던 부지를 20만9209㎡ 규모의 물류단지로 개발하는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경기도가 골든코어(주)가 제출한 봉현물류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승인 신청서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반려 이유는 보완 요구사항 미이행 등이다. 그동안 광주시와 주민들은 환경·교통·안전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물류단지 지정을 반대해왔다. 경기도 역시 사업시행자 측에 여러 차례 사업 보완을 요구했으나 보완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도의 요구사항은 광주시 반대 사유에 대한 해소 대책 수립, 사업 대상 부지(토석채취허가 만료 지역)의 산지 복구 선행, 주민설명회 개최 등이었다. 결국 도는 관련 신청서가 제출된 지 14개월여 만에 광주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반려결정을 내렸다. 봉현물류단지 사업은 광주시 곤지..
가난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책 읽고 글 쓰며 보람 있는 탑을 쌓고자 했다. 수필은 진실을 바탕으로 자기 철학을 실현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문학 속의 문장이다. 삶의 선용(善用)을 추구하는 길이다. 더불어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선생님 그림자는 밟아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마음은 조금 무거워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선생님을 만나고자 가는 길은 항시 그랬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멀리 사는 시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분과 함께 고하(古河) 선생님을 찾아가 뵙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며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었다. 진정성이 있어 응하기로 하고 오늘 집을 나섰다. 근래에 선생님이 낸 시집을 신문 신간 소개에서 읽었던 터라 서점으로 가 시집을 사가지고 선생님이 계시는 고하문학관으로 갔다. 뒤에 온 C 시인은 ‘선생님께서 요즘 시집을 내셨다..
1.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되었다. 한나라당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꾸는 동안 당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올드보이 (혹은 올드걸)들이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한국 정치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드라마가, 그것도 극우의 본산이라 불리는 정당의 안방에서 펼쳐진 것이다. 그를 당 대표 자리까지 밀어올린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무엇인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젊고 변화지향적인 이미지를 지닌 인물이기 때문이다(변화의 방향성이 옳고 그른 것과는 별개로). 진보와 보수 정당 모두에서 이념적 명료성과 특히 기간당원 육성시스템이 전무한 것이 해방 이후 정치사였다. 정당의 뿌리가 취약하고 지속가능의 구조틀 자체가 부재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빈약한 정당정치의 실체가 이준석 식 이미지정치의 승리를 가져온 것으로 판단된다. 여러 이유로 이준석 신드롬의 의미를 폄하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서 "이미지"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간과하면 안 된다. 최순실의 치마 속에서 놀아난 박근혜가 어떻게 너끈히 대통령에 당선되었던가. 도둑정치의 주범 이명박은 또 어떠했던가. 지금 이준석이 격발시킨 세대교체의 쓰나미는 향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결정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극우과두세력의 권력탈환이란 악몽이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2. 그런데 이 같은 정치적 격랑을 맞이한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놀랍다. 난데없는 대선 후보 경선 연기 논란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이준석 당선 당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라디오방송에 출연했다. 경선 일정 연기에 대하여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선거 흥행과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일부에서 경선 연기론이 돌출되는 것에 대한 반영이다. 정면으로 묻고 싶다. 대선을 고작 9개월 남긴 현재, 당헌에 규정된 정치일정 파기가 민주당이 실행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인가를. 이것은 혹시 정권재창출에 대한 유권자들의 절박한 열망에 민주당 지도부가 전혀 관심이 없다는 증거가 아닌가. 지금 민주당에 절체절명으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 개혁진보세력의 재집권이라는 역사적 과업이다. 상대방은 36세의 젊은 대표 지휘 아래 강력한 진영을 구축 중이다. 지금이 과연 몇몇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유 불리 계산에 함몰되어 있을 때인가? 무엇보다 만천하에 공표된 정치일정 준수는 국민에 대한 절대 약속임을 새겨야 한다. 약속을 지켜야 신뢰가 생긴다. 집권여당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감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지난 달 MBN과 한국갤럽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당헌대로 9월 경선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견(53.9%)이 연기 찬성(18.1%)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높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해진 룰을 지켜 후보를 선출하고 신속히 선거대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총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와 힘을 합쳐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기 정권을 다시 맡겨도 되겠구나 라는 신뢰 회복이 그 모든 것에 앞서는 우선순위인 것이다. 천에 하나 경선연기를 통한 자중지란으로 당력이 소실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에 하나 때를 놓쳐 다음 대선을 극우정당에게 헌납하면 어떤 일이 닥칠 것인가. 그러면 이명박 박근혜 시대가 추억이 될 만큼 거대한 정치·경제·사회적 반동이 이 나라를 꿀꺽 집어삼킬 것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역사에 기록될 대죄를 짓게 될 것이다.
“엄마, 나 좀 죽여줘.” 혀를 깨물어 붉은 빛을 띠는 A의 입에서 겨우 나온 말이었다. 엄마는 그런 딸을 잡고 오열했다. “같이 죽자. 같이 죽자.” 엄마의 말을 들은 A의 얼굴에 굵은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눈물을 닦을 수가 없었다. A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눈을 떠보니 병원 응급실이었고 목 이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자가 돼 있었다. 보고 들을 수 있었고 혀를 움직여 말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하는 것이 더 많았다. 손으로 밥을 떠서 먹을 수 없었다. 일어설 수 없었고 앉지도 걷지도 못했다. 배설도 자신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었다. 머리를 돌리지도 못했고 몸을 뒤집지도 못했다.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냄새가 맡아졌다. 온몸에서 올라오는 역겨운 땀 냄새와 똥 냄새, 등에 생긴 욕창 썩는 냄새를 고스란히 맡아야 했다. 무엇보다 괴로운..
- 홍기문의 질문 이게 무슨 말일까? “조선의 역사가들은 은(殷)의 기자(箕子)가 조선으로 온 것을 거부하기에 골몰한 데 부사년(傅斯年) 등 한토(漢土)의 청년 학자들은 은이 조선 내지 만주의 이족(夷族)과 동족임을 증명키에 급급하다.” 홍기문(洪起文)이 그의 《조선문화총화(朝鮮文化叢和)》에 남긴 글이다. 그는 《림꺽정》의 작가 벽초(碧初) 홍명희(洪命熹)의 아들로 훗날 아버지와 함께 북에서 머물러 《조선왕조실록》 번역 작업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조선역사문법연구》라던가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서인 《정음발달사》와 같은 저작은 훗날의 학자들에게도 뛰어난 평가를 받게 된다. 이들 부자(父子)가 북에 있게 된 까닭은 1948년 4월 19일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연석회의와 관련이 있다. 분단과 전쟁을 가져올 남과 북의 단독정부 수립을 막기 위..
구글과 유튜브, 넷플릭스에 이어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와 같은 미국산 글로벌 미디어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의 눈길을 잡기 위한 무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닥치는 대로 데이터를 끌어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그저 그런 상업 광고와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유사 정보가 ‘사람사는 이야기’를 압도한다. 유튜브에 한번 들어가면 꼬리를 무는 ‘핫한’ 영상을 보느라 늪에 빠진 듯 정신 줄을 놓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뉴스나 정보 검색, 쇼핑과 관련이 있는 포털과 손절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보인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중독 상태라는 진단도 있다. 사실 다수의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것이 ‘미디어 제..
내년 제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치에 모처럼 의미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당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세대교체론과 함께 유례없이 주목을 받았다.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는 강렬한 에너지가 야당의 당권 경쟁에 표출됐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9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망국의 상황에서 정말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불법 의혹 대상으로 통보받은 소속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탈당 권유 조치를 내렸다.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촉발된 국민들의 분노가 ‘관평원 유령청사’, 인사청문회에서 드러..
진정한 생명은 시간과 공간 밖에 있다. 그러므로 죽음은 이 세상에서의 생명의 현상을 바꿀 수 있을 뿐, 결코 생명 자체를 멸망시킬 수는 없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음이 있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고,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죽으면서 자기가 멸망하지 않음을 아는 사람은 영원히 존재를 유지한다. (노자) 나는 현존하는 모든 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의 전승과 교육의 영향에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의심 받을 이유가 없다. 나는 평생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깊이, 우리의 삶의 법칙에 대해 생각해 왔다. 나는 그것을 인류의 역사와 나 자신의 의식 속에서 탐구한 결과, 다음과 같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도달했다. 즉,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생명은 원래 영원한 것이어야 하며, 늘 그 자리에 있으며 변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생명의 법칙이라는 것, 내 안의 모든 능력과 모든 사상, 모든 요구는 실천을 통해 살려야 한다는 것, 우리 안에는 우리가 세상살이에서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훨씬 넘어서는 높은 사상과 동경이 있다는 것, 우리 안에 있는 그러한 동경은 우리의 감성을 통해 그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런 사실들이야 말로, 그것이 세상 밖에 있는 세계에서 우리 안에 들어왔으며, 세상 밖에서만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서 멸망하는 것은 온갖 형태뿐이며, 우리의 육체가 소멸하니까 우리의 생명도 소멸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노동자가 사용하는 연장이 닳아서 못쓰게 되었다고 해서 노동자도 죽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주세페 마치니) 네 영혼 속에 있는, 스스로를 불멸의 존재로 의식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분에 의해 살라. 영혼 속의 그 부분은 바로 사랑이다. 참 계명이 어디서 옵니까? 하늘에서 오지요. 그러나 하늘이 어딥니까? 머리를 들어 인간 살육을 하는 전투기의 폭음에 떠는 저 푸른 하늘을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정말 하늘은 맘속에 있습니다. 정신이 하늘입니다. 누구의 마음 무슨 정신입니까? 누구도 없고 무엇도 없습니다. 그저 정신이 있고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뜻이 있어 정신이 있고 정신이 있어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어 너와 내가 있지, 너와 내가 있어서 생각을 해낸 것이 아닙니다. 그 뜻, 그 정신은 자꾸만 새롭게 자라는 것입니다. (함석헌)/ 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일본이 기본소득제에 관심을 갖은 건 최근. 2001년 사회학자 다케가와(武川 正吾)는 학생들이 기본소득을 공부할 수 있도록 ‘사회정책 교과서’를 출간했다. 그러나 처음 5년간,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 유토피아적 발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2006년 이후부터 상황은 반전해 기본소득제 연구가 활발해졌고, 2010년까지 출판된 논문은 108개나 됐다. 특히 야마모리(山森 亮) 교수는 《기본소득 입문(ベーシック・インカム入門)》을 출판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금상첨화로 2010년 “기본소득 일본네트워크(BIJN)”가 창설됐다. 이때부터 일본 정치권은 기본소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2010년 참의원선거에서 신당일본(新党日本)이 처음으로 기본소득을 거론했고, 모두의당(みんなの党)은 기본소득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기..
사법부가 정의를 실현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아무리 사회가 썩어도 그래도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부가 살아 있다면 그 사회의 건강성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승만 정권의 부정과 부패를 비난하면서도 그래도 초대 사법부 수장이었던 가인 김병로 선생의 행적을 기억하고 또 죽산 조봉암에게 양심적 판결을 내렸던 유병진 판사와 법복을 입은 성자였던 김홍섭 판사를 떠올리며 “그래도 그 시절 믿을 곳은 있었어”하는 위안을 삼는 것처럼 말이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존경받는 판사의 계보는 누가 잇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은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하면 마지막으로 하소연할 곳이 사법부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사법부는 국민의 기대보다는 권력에 기대고 최근 들어서는 돈의 위력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소송한 지 6년 만에 열린 재판에서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나왔다. 이미 두 차례나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피해를 인정받은 일제의 징용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했는데 판결 논리가 가관이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국제사회는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강제동원의 불법성은 국내적 해석일뿐”, “일본으로부터 받은 배상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한미동맹이 손상되어 안보가 위험해진다” 등 도무지 한국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주장들이다. 판사는 부끄러운지는 아는지 채 1분도 안 걸린 판결문 발표하고는 사법부의 높은 담장 안으로 숨어버렸다. 이제는 판사가 권력과 돈의 위력뿐 아니라 일본에 충성하고 의지하는 모습까지 봐야 하는가. 쾌재를 부르는 일본 극우파의 소식에 분통 터지는 것은 징용피해자들과 소식을 접한 국민이다. 원인은 친일의 논리가 아직 단죄와 응징되지 못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단죄가 선언이라면 응징은 행동이다. 해방된 지 76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친일파가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것은 응징이라는 행동이 뒤따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 언론인 그리고 판검사와 같은 지식인들은 화려한 언변과 논리로 과거를 합리화하기에 그 폐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크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단죄와 응징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과거청산에 성공한 나라들은 지식인을 숙청함으로써 역사적 응징과 함께 다시는 과거가 미화되는 논리가 나올 수 없게 한다. 그러나 6년을 기다린 피해자들의 소송에 응답한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응징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의 총리였던 글래드스턴은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라틴어 원문은 LEX DILATIONES ABHORRET(렉스 딜라티오네스 압호렛)으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률용어이다. 판결한 김 판사는 읽어나 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