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지의 내 도로의 도보 이용은 차량 진출입과 달리 자유롭다. 그런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인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던 아파트 부지 내 도로의 통행을 막아 차량은 물론 도보 통행까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는 어떠할까.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카합2 통행방해금지 사건에서 아파트 인근 주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하던 아파트 부지 내에 있는 도로에 대하여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쓰레기 투척, 기물파손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통행을 막기로 의결하고 철문을 폐쇄, 철문 위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통행을 막아 문제가 되었다. 그러자 아파트 인근 주민들은 ‘통행의 자유와 그에 기한 방해금지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철조망의 철거 등을 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도로로 제공된 토지의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권에 기하여 어느 특정인만이 아니라 그 도로를 이용한 모든 타인의 통행을 막은 경우에는 그와 같은 소유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통행의 자유에 기하여 방해의 배제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위 사례와 같이 인근 주민들이 타인의 사유지를 통행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민법 제219조 제1항의 ‘주위토지통행권’은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아파트 인근 주민들이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이 아닌 헌법상 인격권의 일종으로서 통행의 자유를 들면서 그에 기한 방해금지청구권으로서 토지를 통행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판례 문면상 드러나지는 않으나 아마도 이 사건에서는 아파트 도로 외에 통행이 가능한 다른 우회로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듯 주위토지통행권 혹은 통행의 자유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주장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주위토지통행권과 사유지에 대한 민법상 소유권, 아파트의 경우 집합건물법상 구분소유권이 상호 충돌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어떠한 토지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는 상태에 있다는 사유만으로 이를 통행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통행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하여 당연히 지장물등의 제거 등을 포함하여 방해의 배제를 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행의 방해가 특정인에 대하여만 이루어지고 그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때와 같이 통행방해 행위가 특정인의 통행의 자유에 대한 위법한 침해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그 금지를 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3. 2. 14. 자 2012마1417 결정 참조)”라고 하여, 타인의 주위토지통행권을 통해 사유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 결국 법원은 ‘주위토지통행권’보다는 사유재산제도의 기초인 개인의 ‘(구분)소유권’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 판단 기준의 하나로 사유지 소유자가 그 소유권의 행사로서 ‘모든 타인의 통행을 막았는지 혹은 특정인의 통행만을 막았는지 여부’를 들고 있는 것이다.
“싸워도 죽고 싸우지 않아도 죽는다. 차라리 한번 싸워 사생을 결단해야 한다”는 서애 유성룡의 말처럼 지도층은 죽음 앞에서도 품격을 갖추어야 했다. 그러나 왜군의 선단이 나타나자 경상 좌수사 박홍, 우수사 원균은 화살 한 발 쏘지 않고 도망쳤다. 동래부사 송상현 같은 관리가 있어 그나마 적의 진격을 하루라도 늦출 수 있었다. 전국에서 처음 의병을 일으킨 홍의장군 곽재우는 적과 싸우지 않고 도망친 경상감사 김수 처단을 자신의 첫째 임무로 삼았다. “네가 조금이라도 신하된 자로서 의리를 안다면 너의 군관으로 하여금 너의 머리를 베게 하여 천하 후세에 사죄해야 마땅하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장차 너의 머리를 베어 신인(神人)의 분노를 씻겠다.” 이 말을 들은 김수가 ‘역적 곽재우’라고 하면서 곽재우가 순수한 충정으로 의병을 일으킨 것이..
지금 어떤 음악을 듣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대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인의 취향이 매우 확고하여 한 장르의 음악만 고수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고, 또 누군가는 조금 더 큰 카테고리 안에서 유연하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 해 전까지는 힙합 음악이 그리고 요즘처럼 트로트 음악이 사정없이 울릴 때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당시 유행하는 음악을 저항 없이 듣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본다. 몇 해 전 무한도전의 ‘토토가’ 열풍이 불었다. 연일 그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의 링크와 시청 소감 그리고 추억담을 이야기하느라, 사람들의 SNS 타임라인은 꽤 분주했다. 한 세대 전의 음악이 전국의 거리에 흘러나왔고, 나이로 볼 때, 그 당시의 문화를 향유하지 못했을 법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그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이 현상은 프로그램..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계층을 홈(Home)족 이라 부른다. 코로나19 창궐도 이유지만 스스로 집에서 삶을 즐긴다. 사회생활에 부적응으로 집밖을 두려워하는 ‘방콕족’과는 구별된다. 집을 일상의 생활공간으로 꾸미는 ‘홈스케이프(Home+Escape)’,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홈캉스(Home+Vacance)’, 카페처럼 집을 만드는 ‘홈카페’, 예능인이 방송에서 보여준 ‘나래바’ 그리고 코로나19 침체속 급성장한 출장 청소.세탁.방문수거 서비스도 이들 홈족이 주도한다. 여기에 홈트레이닝도 그 중 하나다. 여러 사람이 밀집해서 체취와 체액이 곳곳에 묻어있고 밀폐된 공간인 헬스장을 피하려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모 스타트업 온라인 PT 프로그램은 수강 신청이 급증한 것은 안전하게 운동하고 싶은 단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공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는 ‘홈족’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은둔형 외톨이로 진행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때 슬기로운 홈족 생활로, 그리고 홈족 생활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며 가파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쌓인 한정된 공간속 피로감이 임계치를 넘어 부작용으로 전환되는 시대상황이다. 운동을 예로 들어 보자. 코로나19 일상 속에서 한정된 공간에서 하는 홈트레이닝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된다. 운동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실내와 실외 중에서 어디가 더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필자는 실외가 더 안전하다에 한 표를 던지겠다. 바이러스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도 운동은 해야한다. 아침, 저녁시간 공원, 하천변 등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운동은 우리 일상 속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기도의회 회기중 수원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날 아침 도청후문을 거쳐 팔달산 둘레길을 걸어봤다. 얼마가지 않아 약수터가 나오고 배드민턴장이 나온다. 배드민턴장 입구는 하얀색 테이프로 칭칭이 감겨있고 별도 안내 시까지 무기한 사용할 수 없음이라는 안내문구도 보인다. 바로 옆 공터에서는 배드민턴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야외 배드민턴 시설을 폐쇄는 했지만 배드민턴으로 운동삼아 체력을 유지해오신 분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7월 14일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 업무보고시 공공체육시설 중 축구장에 대해서 질의한 적이 있다. 지금 공공 축구장이 폐쇄되자 공을 차고픈 아이들의 몸비듬이 시작됐다. 그러자 부모들은 판넬로 지어진 또는 천막처럼 지어진 사설 축구장, 풋살장에서 시간당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아이들에게 폐쇄된 시설에서 운동을 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고로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에게 개방검토를 요청한 상황이다. 경기도내 공공체육시설이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폐쇄되었다. 언제 다시 개방할지 알 수 없다. 어떤 곳은 개방되어 사람들이 운동을 한다. 공공인지, 민간시설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체육시설인 것은 확실하다. 공공시설 개방은 중대본의 지침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판단도 중요하다고 본다.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개방할 수도,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폐쇄보다 개방이 훨씬 쉽다. 공공체육시설 개방은 저비용 고효율로 지역 주민의 건강을 도모하기에 향후 지자체가 책임질 부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공공체육시설 폐쇄는 감염 방지라는 명분 속 면피 행정일 수도 있다. 철저한 위생관리와 사용방식을 준수하면서 공공체육시설이 개방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시대, 식당, 술집, 병원보다 공공체육시설은 안전할 수 있다. 무조건적 공공체육시설 폐쇄보다 합리성과 공공성이 담보된 공공체육시설 개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을 대폭 조정하는 권력기관 개편안을 내놓았다. 개혁안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경찰의 역할과 권한을 크게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공룡 수사기관’으로 탈바꿈될 경찰을 바라보는 시각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중립성 담보를 위한 제대로 된 장치도 안 보이고, 역량에 대한 의심도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검사의 1차 직접수사 개시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 등 6대 범죄로 축소된다. 공직자 수사의 경우도 5급 이하는 경찰이, 3급 이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게 돼 검찰은 사실상 4급만 수사하게 된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폐지된다. 축소된 권한들은 모두 경찰로 이관된다. 수사 개시 및 종결권을 갖게 되는 경찰은..
오는 17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된다. 정부는 예년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축소 이유는 미국 본토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대규모 미군병력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기 한미연합훈련도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코로나19 확산방지와 남북관계 신뢰회복을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취소돼야 한다며 통일부에 건의문을 보냈다. 코로나19 방역은 정부의 제1국정과제이자, 경기도의 최우선순위 도정 과제인데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도의 주장은 근거가 있다. 지난 7월 30일까지 평택시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 환자가 총 146명인데 이 가..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어 삶아먹는다”는 말이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필자의 눈길을 끄는 글이 올라왔다. “포천파출소에 사는 왕방이·왕순이를 지켜주세요.” 포천시의 포천파출소에서 약 3년 전부터 키우던 강아지 왕방이·왕순이를 필요할 때는 계급장까지 달아주며 홍보하더니 이제는 파출소측이 이 강아지들을 파양한다는 내용이며, 심지어 입양당시 ‘동물등록’을 편의상 파출소가 아닌 이웃주민 명의로 했기에 소유권 자체도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파출소측은 길 잃은 유기견을 돌봐주고 양육함으로 어렵고 힘든 시민을 돌봐주고 도와준다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별반 다른 파출소와 차이점이 없는 시골 파출소에 ‘신규 홍보컨텐츠 창출’ 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학교 때 특별 활동반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주인공 역은 남학생이었다. 그 상대편 역으로 필자가 뽑혀서 발표회를 앞두고 몇 주를 맹연습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인 남자애가 뜨거운 눈빛을 내게 보내는 것이었다. 연극을 하면서도 나는 그 상대편의 남자 주인공 애를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길을 피하며 연극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그 애가 이상하게 나에게 관심 두고 행동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딴청을 피우던 일이 생각난다. 그즈음 나는 국어 선생님을 몹시 짝사랑하였다. 아주 젊으신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그분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며 왜 그렇게 마음이 설렜는지 모른다. 특히나 글짓기 시간이면 잘 보이려고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면 그 선생님께서 잘 썼다고 칭찬해 주실 때 얼마나 기뻤던지, 그날은 온종일 기분이..
검찰 고위직에 있는 두 사람이 압수수색 문제를 놓고 멱살을 잡고 드잡이판을 벌여 사무실 바닥에 구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치가 사법기관에 깊숙이 개입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치욕스러운 사건이다. 따로 줄을 선 검찰총장 패와 서울중앙지검장 패가 벌이는 패싸움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날로 고달파지는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검찰의 추태는 하루빨리 종결돼야 할 것이다. 전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소위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장을 맡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29일 오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칩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한 검사장은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 폭행”이라고 주장하는 반..
지역의 문화유산은 그곳에 살았던 선조들의 삶과 혼이 깃든 정신적 자산이다. 돌을 다듬어 생명을 불어넣고, 나무를 깎아 공간을 만들거나 공예품을 제작하면서 당대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유물은 가치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보물을 시작으로 사적, 명승, 시도문화재, 무형문화재, 근대문화유산인 등록문화재로 구분해 보존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1139개의 문화유산이 31개 시·군에 산재돼 있다.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여행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북한과 접경지대인 연천은 고인돌과 한탄강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한탄이 크고 넓다는 순 우리말인 ‘한’과 넓은 강을 의미하는 ‘탄’이 어우러진 단어라는 점에서 연천군을 가보지 못한 독자라도 넓은 평야와 큰 강이 어우러진 ‘낙원’을 떠올리게 된다. 사냥과 유목으로 살아야 했던 선사시대 이전 사람들에게 사냥을 할 수 있는 산과 유목과 정착이 가능한 평화, 그리고 물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던 연천군은 고구려 시대 공목달현 명칭으로 시작해 통일신라 때 공성현, 고려시대 장주로 지명이 변천됐다. 공목달은 곰의 기운이 서린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 연천읍 중심에 우뚝 솟은 군자산의 옛 이름이 웅섬산이었다. 고구려인들이 곰을 매우 신성시 여겼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연천군은 고구려 남쪽 지역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 곳이라 추측된다. 이후 고려말 충선왕 때 왕의 이름과 장주의 장(璋) 한자가 같이 연천으로 지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연천군은 고려 말 원나라와도 관계가 있는 곳으로, 원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제의 황후였던 기황후의 묘와 재실을 모신 곳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역사유적과 6·25 전쟁의 상흔까지 중요한 역사의 흔적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곳 연천, 한탄강 주변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이 유적지는 1978년 한탄강에 놀러왔던 미군 병사가 땅에서 석기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이 병사는 석기를 서울대 김원룡 교수에게 가져갔고, 이 유물이 아슐리안계 구석기 유물로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구석기 유적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현무암 지대에 자리잡은 전곡리 유적지에서는 주먹도끼와 가로날도끼 등 아슐리안형 석기와 유물 3000여 점 이상이 발견됐으며, 동아사아·아프리카·유럽으로 양분돼 있던 구석기 문화연구의 틀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됐다. 연천 전곡리에는 구석기 유적관과 자료관 등 관람시설이 잘 되어 있고, 야외에는 구석기 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아동들에게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전곡리 유적이 구석기 유적이라면 인근 미산면 임진강변에 위치한 숭의전지는 고려 600년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임진강의 굽이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미산면 아미산 정상부에 조성돼 있는 숭의전지는 고려 태조 왕건의 원찰이던 앙암사(仰巖寺)가 있던 곳으로, 조선 태조가 1397년에 고려 태조의 위패를 모시고 숭의전으로 삼았다. 사당 건립 이후 정종 원년(1399년)에 고려 태조를 비롯하여 혜종, 성종, 현종, 문종, 원종, 충렬왕, 공민왕 등 고려 8왕의 위패를 봉안하였다. 이후 조선 문종은 전대의 왕조를 예우하기 위해 숭의전이라 이름을 짓고, 복지겸, 신숭겸, 서희, 강감찬, 정몽주 등 고려의 충신 16명의 위패를 함께 모셔 배향하도록 했다. 고려를 멸망시키고 세운 조선이지만, 예의를 중시한 조선은 고려의 창건 공신 뿐 아니라 조선 태조 이성계에 끝까지 맞섰던 정몽주까지 이곳에 모시고 배향한 것이다. 숭의전 앞에는 600년 세월을 지켜온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찾는 이를 맞이한다. 숭의전지 인근에는 남북 분단의 현장인 열쇠전망대가 위치했다. 육군 열쇠부대가 관리하는 이곳은 북녘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실향민에게는 망향의 한을 달래주고 청소년들에게는 안보교육을 위해 1998년 건립됐다. 전망대에서는 DMZ 철책선과 최전방 초소인 GP 등이 한눈에 들어오며, 내부 전시실에는 북한의 생활용품과 대남 전투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연천의 문화유산은 구석기시대부터 60여년 전 한국전쟁까지 다양하게 놓여 있다. [ 경기신문 = 안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