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몰하여 세상을 떠들썩한지 벌써 8개월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물난리로 많은 지역이 괴로움을 겪었고 더위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잊어버린 자연의 고마움을 상기 시켜준다. 또한 마스크를 쓰게 함으로써 막말을 자제하게 하였고 장마로 인간의 탐욕을 씻어 내렸다.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며 싱그럽고 청아한 가을의 공기와 풍광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가을은 아름다움의 향기를 머금은 풍요와 사색의 계절이다. 가을의 맛과 멋은 우리의 눈으로, 코로, 귀로,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특히 가을은 단풍의 화려함과 낙엽의 쓸쓸함 그리고 황량한 겨울의 문턱이라 더욱 인간을 사색적·철학적으로 만든다. 요즈음의 시기를 ‘아름다움과 행복을 머금은..
아무도 원하지 않던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이 심상찮은데, 여야 정치권은 책임소재를 놓고 무한 정쟁(政爭)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을 엮어 코로나 재확산의 책임을 돌리는 데 열중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가 감염병이 다소 뜸한 틈에 경제 활성화 우선 정책을 쓴 것이 치명적이었다는 주장을 편다. 불난 집 팽개쳐두고 멱살이나 잡고 늘어지는 꼴들이 너무 남사스럽지 않나. 여권에선 연일 ‘광복절 집회 배후에 통합당이 있다’, ‘광복절 집회를 방조한 통합당이 석고대죄하라’는 주장이 쏟아진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극우세력을 지목해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테러나 다름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배후에 미래통합당이 있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후..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서식하는 들쥐 레밍(Lemming)은 이따금씩 떼 지어 달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 집단자살 행태로 유명하다. 이들의 행위는 당초 왕성한 번식력으로 순식간에 늘어나는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이성(理性) 행위로 해석됐다. 임신 기간은 20일, 한꺼번에 낳는 새끼 수가 2~8마리에 출산 후 두 시간이면 다시 임신이 된다. 그러나 학자들의 본격 연구로 ‘지독한 근시’와 ‘떼거리 본능에 따른 과속 질주’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은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있다. 만장일치(滿場一致) 역시 독재국가나 전체주의 국가의 상징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양성의 보장에 있다. 다양성을 슬기롭게 소화해내는 방법으로 인류는 민주주의를 고안해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곧..
코로나19 이후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부산연구원의 책임연구위원 오재환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사회변화를 다섯 가지로 설명한바 있다. 경제구조가 변화해 언택트 소비로 대변되는 온라인 소비 확대, 인공지능·5G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실현 가시화, 생산기지 이전 등 공급체계 변화 등을 예상했다. ‘홈족’(Home 族) 문화, ‘집콕’ 일상화, 건강 추구형 관광이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비접촉 문화의 확대에 따른 재택근무와 스마트 워크 증가, 접촉 완충 공간 요구 등이 늘면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자발적인 고립의 증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증가, 스마트 행정복지 수요 확대도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건강·위생용품 수요 급증과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 공공 보건의료 시스템 강화, 감염병..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지난 13일 하루 집단 휴진에 들어간데 이어 21일부터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 전공의들은 앞으로 병원 사직서 제출에 이어 전문의시험 거부 등에 나설 계획이어서 향후 일반 중증 및 응급환자들의 치료환경 악화는 물론 자칫 의료 시스템 전반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설상가상격으로 대한의사협회도 오는 26~28일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예고함으로써 신종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민 안전을 돌봐야 하는 정부, 그리고 환자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의료계 모두 사회적 책임과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현재 3058명인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10년 동안 한 해 최대 400명씩을 늘려..
조금씩 잦아지는 듯하던 코로나19 사태가 폭발적인 재확산 기세를 보이면서 전국 대도시의 번화가까지 텅 비어가고 있다. 간신히 버텨오던 시장통이나 뒷골목엔 아예 문을 닫거나 장사를 포기하는 영세상 인들이 즐비하다. 주요 은행의 연체율이 눈에 띄게 늘고, 가계대출도 폭증하고 있다. 살아남는 일 자체가 절박해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00명을 넘어서자 수도권에 한정했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방역강화 조치를 2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1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는 3단계 방역 강화조치를 하루빨리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허약해진 중소기업의 건강성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한산한..
머지않아 멈출 것 같았던 코로나 판데믹은 각국의 다각적인 노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끈질기게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사고 체계의 변화를 강요하는데서 나아가 국가 경제나 세계 경제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안팎의 괴로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는 인간의 염원은 백신개발 경쟁으로 이어져 27개가 임상실험을 할 정도로 강대국 간의 자존심을 건 ‘전장’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중국은 폐쇄된 휴스턴 총영사관을 ‘백신 개발정보를 빼내기 위한 스파이활동 거점’으로 삼아 ‘모래알스파이 전략’을 전개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으며, 선거를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개발을 열세인 선거판을 뒤집을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인식하고 백신개발 업체가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영원한 짜르를 꿈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며칠 전 비도 내리고 해서 방 정리를 하다가 대학 시절의 노트를 하나 발견했다. 당시 나는 시를 써보겠다고 항상 가방 안에 작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곤 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치기 어리고 낯 뜨거운 글이 많았지만, 덕분에 즐겁게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그 노트에는 시 이외에도 내가 만났던 주변인들과의 대화와 그때의 감정을 적어둔 글도 간간이 보였는데, 피 끓는 청춘의 시기였던 만큼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우습게도 그 시절의 우리는 다들 비슷한 입장이었음에도, 누군가를 상담해줄 때면 연애 전문가로 빙의해 자신만의 철학을 풀어놓곤 했다. 노트 중간쯤의 짧은 글에서 오래된 연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수년간의 연애로 권태가 온 친구와 나눈 대화의 마지막 부분에 ‘불편함과의 균형’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때는 저 알 수 없는 결..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8월15일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중대한 계기가 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반성하고 자숙하며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할 사람들인데 이들이 하는 행위를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보건소 의료진과 방역 공무원들은 밤과 낮, 주말과 연휴도 쉬지 못하고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탈진한 상태에서 싸우고 있다. 식당과 가게, 공장은 문을 닫고 국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아이들도 제대로 된 등교를 못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대통령과 대통령과 정부, 지방정부, 경찰은 입이 닳도록 방역 협조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엔 아랑곳없이 방역 당국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영혼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품고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곳이다. 그러나 죄의식도 없이 방역방해 행위를 저지..
전통이란 자기 자신이다. 문화재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값진 일이다.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달래줄 국보급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이 공동으로 펼친 특별기획 ‘신국보보물전(新國寶寶物展)’이다. 방역수칙에 따라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된 시간에 관람을 했다. 일생에 꼭 봐야 할 전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슬로건처럼 사상 최대 규모로 국보와 보물을 선보였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을 비롯한 유물 대여 기관만 34곳이다. 외부로 처음 공개된 국보와 유물이 눈길을 끈다. 간송이 소장한 22점, 이화여대가 보유한 청자 순화 4년명 항아리 등이 바깥에 나와 눈길을 끈다. 청자가 푸른빛이 아닌 녹갈색을 띠고 있다. 굽 안쪽에 제작 시기, 사용처, 장인의 이름이 새겨져 역사적 가치가 높다. 특히 두루마리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