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이 공감 능력 떨어진 언행으로 잇달아 구설수에 빠졌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배열에 불만을 품은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카카오…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문자가 카메라에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관련 논란 와중에 ‘카투사는 편한 군대’라는 말을 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해 애를 먹고 있다. 전대미문의 국난 시기다. 국정 운영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당 의원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민주당 소속 윤영찬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낸 문자 하나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윤 의원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카카오 포털뉴스 메인화면에 배치되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청와대 비서실 출신 보좌관..
수도권서 해남 땅끝을 향해 5시간을 달리다보면 우수영에 닿는다. 역사의 현장인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전투력과 숭고한 사명감으로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하고자 크게 승리한 명량대첩을 기념한 곳이다. 장군하면 떠오른 것은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유년기와 성장기를 겪으면서 뇌리에 박혀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사람들 간의 온기와 정이 메마르고,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으로 이기주의가 만연된 시대를 살아간다. 오늘이 있기까지 선조들의 한(恨)의 역사와 희생정신을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명량대첩은 임진왜란 이후 왜군에 의한 재침인 정유재란 시기의 해전으로, 1597년(..
얼마 전 ‘진인 조은산의 시무7조’라는 ‘상소문’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이후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영남 만인소’라는 글 역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글들의 내용에 대한 찬반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글들에 대한 주목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현 정권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민주화 세력임을 자부하고 있다. 이 부분은 누구나 인정을 해야 할 것이다. 혹독한 군사독재시절,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의 안위를 포기하고 군사정권 타도를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던졌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젊음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그런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 행동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 정권이 사라지기까지, 온 국민들은 이들의 덕을 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 그런 공(功)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문화예술계는 코르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프리랜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문화예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문화경제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과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는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문화예술은 시장 가치의 논리로는 정의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제학에 있어서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1966년 미국의 경제학자 보몰과 보웬이 ‘공연예술, 경제적 딜레마’라는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이다.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경제적 곤란을 일어나는 사유는 ‘보물의 병(病)’이라고 하는 ‘비용질환’이다. 공연예술은 예술가가 직접 참여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복무 중 특혜 휴가 의혹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방위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서 씨를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해달라는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딸의 비자 조기발급 청탁 의혹도 불거졌다. 국가적인 역량 소모는 물론 정권에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각종 의혹에 대해 추 장관 스스로 객관적 조사를 결단해야 할 시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제는 용단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 젊은이들에게 병역·입시·취업과 관련한 공정성 문제는 민심의 역린과 같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추 장관에 대해 우후죽순 터져 나오는 의혹들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마저 묻어버릴 만큼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권(與圈)에 난해한 짐이 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버지는 한마디로 법 없이도 사실 분이었다. 중학교 졸업 학력이었지만 필체가 좋으셨다. 아버지의 펜글씨를 보고 있자면 ‘아, 나는 왜 아버지 필체를 닮지 못했나!’ 안타까워했다. 필체를 빼고 나는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마실 나갈 때 따라나선 나를 본 동네 어르신들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저 놈 보소. 뒷짐 지고 걷는 것도 지 애비를 닮았네.” 나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아버지는 장흥에서 양복 가봉하는 일을 하다가 목포로 나가서 택시회사 경리를 하셨다. 몇 년 후 우리 식구들도 전부 목포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걸핏하면 새로 산 옷을 가난한 동료 택시기사들에게 벗어주고 들어오셨다. 월급봉투를 제대로 채워 들어오시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는 타박했지만 아버지는 ‘허허’ 거리고 그뿐이었다. 아버지는 노래를 잘 하셨다.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 말이다. 한밤에 나는 이불속에서 동네 어귀에서부터 들려오는 아버지의 노래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의 손에는 빵 봉투가 들려있었다. 문제는 술이었다. 아버지는 술이 아무리 취하셔도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어쩔 때는 퇴근하는 택시기사님들이 집에 내려주고 가시기도 했다. 어머니의 ‘아이고 내 팔자야’ 타령은 세월이 지날수록 그 목소리가 더해갔다. 술은 집안 내력이었다. 큰 아버지가 먼저 위암 수술을 받은 뒤 결국 위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두 번째 위암 수술을 하셨다. 그때가 1984년이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를 포기하고 아버지를 집으로 보냈다. 나는 어떻게든 아버지를 살리고 싶었다. 누군가가 서울 신림동의 용하다는 암 전문 약국을 소개했다. 다 죽어가는 암환자를 살린다는 약국에 들어서자 큰 십자가가 벽에 걸려있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를 낫게 하시니 일어나 네 자리를 정돈하라’ 라는 성경구절과 예수님 사진이 크게 걸려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여기라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겠다’ 하는 묘한 믿음이 생겼다. 심지어 약사는 나에게 한 달치 약을 공짜로 지어주며 한 달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말고 약만 먹으라고 했다. 아버지는 약사의 말대로 했다. 계속 토했고 피를 토했다. 그러나 약사는 낫는 과정이다. 암세포가 죽는 현상이라고 했다. 한 달 후 거액을 주고 6개월 치 약을 다시 지었다. 아버지는 그러고도 두 달 더 약을 먹었다. 아버지의 몸은 바짝 마른 미라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행곤아! 닭백숙 먹고 싶다.” 나는 닭을 직접 잡았다. 닭죽을 쓰고 살을 발라드렸다. 아버지는 맛나게 닭을 드셨다. 드시다가 토하고 또 드셨고 또 토하고 그러면서도 닭을 드셨다. 아버지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그러고 얼마 안 되어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나는 그 이후 십자가를 믿지 않는다. 나는 종교의 자유와 예배의 자유를 신봉한다. 신앙과 사상의 자유를 철저하게 옹호한다. 그러나 신앙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신앙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를 보고 있노라면 30여 년 전 약국에 걸려있었던 십자가가 생각난다. 가장 나약한 인간들에게 진정으로 예수라면 어떤 손을 내밀었을까? 십자가가 진열장에서 고객들을 부르는 상품으로 보인다. 나만의 생각인가?
주로 성범죄 혐의가 있는 이들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해온 누리집 ‘디지털교도소’의 개인정보 공개로 한 대학생이 결백을 주장하다가 숨지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사적 응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적 기관에 대한 깊은 불신을 파고드는 ‘사적 복수’는 선동적 공감을 얻을 가망이 다분하다. 그러나 ‘사적 응징’은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병폐로 작동할 수 있는 까닭에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게 옳다. 불세출의 명배우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1973년 제작된 미국영화 ‘더티 해리2-이것이 법이다’는 무기력한 공권력의 허점을 파고드는 ‘사적 응징’의 명암을 극명하게 드러낸 명작이다. 권력과 금력의 힘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인사들을 처단하는 사적 응징을 일삼는 신참 교통경찰 3인조 뒤에 브릭스 반장이 있다는 사실을 주인..
정(情)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로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이나 친근한 마음,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으로, 심리학에서는 마음을 이루는 두 가지 중 이지적(理智的)인 요소에 대비되는 감동적인 요소를 말하며, 불가에서는 혼탁한 망념(妄念)으로 본다. 맹자는 ‘성(性)은 마음의 이치요, 정(情)은 마음의 쓰임이다’라고 말했는데 ‘잔잔한 마음에 무언가 움직임이 시작되면 그것이 곧 정’이라는 말이다. 미국에 ‘사랑’이 있다면 ‘정’은 한국적인 정서로, 친밀한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감정을 의미한다. 끈끈한 정이란 아껴주고, 함께 있으면 편하고, 오랜만에 만나면 반갑고, 잘못을 이해해주고, 흉허물 없이 굴 수 있는 마음이다. 어느 광고 카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처럼 그런 마음이기도하다. 사자성어 한정담원(閑情淡遠)은 ‘..
어머니는 여수 바닷가 근처의 마을에 사신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맏딸의 집에 잠깐 올라오신 칠십대 중반의 그녀는 속쓰리고 잘 먹지 못하며 몸도 퉁퉁 붓고 기운도 너무 없다고 하며 내원하셨다. 허리와 무릎이 아픈건 오래되어서 치료받고픈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밭농사를 제법 크게 하시니 일이 끊임없는데 소화도 안되고 입맛도 없으니 잘 먹지도 않고 간단히 때우면서 쉼없이 밭일을 하셨다고 했다. 오랜 밭일에 까무잡잡하게 그으른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속에 웃는 눈매와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곱게 숨어있다. 진료과정의 문답중 술고래 남편과의 50년의 경혼생활을 포함한 이야기에 ‘아이고 힘들어서 어떻게 지내셨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말씀하시는 중 ‘몸이 약하고 안좋다고 하니까 남편이 자신이 먹는 민들레 달인즙이 효과가 너무 좋다고 나에게..
오산시가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연생태체험관사업에 연일 돌발변수가 발생되고 있다. 꼬리물기식 사업반대가 처음부터 일부 시민단체가 제기한데 이어 연일 정치공세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생태체험관 건립이 코앞에 와 있다. 이런 와중에도 최근 공사를 중지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일부 정치세력의 강한 압박에 행정이 시름을 앓고 있다. 건축 외부 공정율이 90%를 보이고 있는 ‘자연생태체험관 사업’을 이제 와서 포기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허물란 것인가. 그 책임을 누가 질것인가, 명분이 없다. 일부 무책임한 언행으로 인해 생태체험관과 광장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온 일선 공무원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반대세력이 야당이 아닌 여당에서, 그것도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의원들까지 나서 사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