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이 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식상하리 만치 단골이슈가 되어 오면서, 동맹유지의 당위성 보다는 이른바 ‘개혁적인 재조정’으로 방향이 잡혀가는 듯하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최근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동맹이 양국 관계의 근간’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미덥지 못한 마음은 여전하다. 통일부 장관의 소위 ‘한미평화동맹’과 같은 말장난으로 치부되는 수사들이 수시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집권한지 4년차가 되어가고 한미 양국 정상 간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집권층 일부는 현 시점까지도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수적인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 쇠퇴론’과 ‘중국 역할론’ 사이에서 갈지자..
“각종 감염병의 유행 상황을 설명할 때 인류 생존에 위협을 주는 전쟁에 비유하는데, 사실상 전 세계는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최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발생한 사상자가 많게는 7000만명이라고 언급한 내용을 봤다”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집계된 환자만 해도 3000만명이며 사망자는 1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감나는 비유인 것 같다. 그의 말대로라면 코로나 3차 세계대전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발발했다. 그리고 이제 9개월여가 됐는데 포연은 더 짙어지고 전장도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언제 코로나 싸움이 끝날지 예측만 할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고단하기만 한 기자와 PD는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인기직종이다. 저널리즘이 강세를 띠던 시절에는 기자가, 2000년대 들어 방송영상이 문화산업의 주류로 등장한 다음부터는 PD가 전공을 불문코 최고인기 직종이 되었다. 광고종사자도 매력적인 직업으로 손꼽힌다. 이 모든걸 가르치고 공부하는 학과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이다. 신문방송학과, 언론정보학과, 미디어영상학과 등 이름을 달리해도 같은 과를 지칭한다. 주요 신문방송사의 신입 충원현황을 보면 전공하는 학과와 직업이 매칭을 이루는건 수요공급구조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 나아가 PD와 기자 중에 미디어 관련 전공자는 생각보다 적다. 해당업무에 필요한 능력이 전공과목에서 모두 배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기술을 주로 배우는 3년제 대학과 저널리스트와 PD로의 길을 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계는 물론 국민의힘 당내 일부에 반발기류가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2일 김 위원장을 만나 우려를 전달했다. 국민의힘은 이 시점에 ‘공정경제 3법’에 반대로 돌아서면 순식간에 수구꼴통으로 몰리면서 가까스로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당 이미지가 추락할 개연성이 높다. 독소조항을 개선할 보완책을 마련해 여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게 맞다. ‘공정경제 3법’은 대주주 견제기능 강화, 대기업 경제력 남용 통제 등을 골자로 한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이 중에 상법 개정안 핵심은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제·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장마가 한반도에 길게 머물렀다. 관측 이래 최장의 장마라는 말을 들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뒤숭숭한 판국에 수해까지 덮쳐 수재민들의 상처는 더 깊어졌을 터였다. 집중호우에 살림살이가 거덜 난 수재민들을 보자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날은 러시아 최초의 여성 통치자이며 신성함이라는 뜻을 가진 태풍 ‘올가’가 올라와 내륙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 날이었다. 신성함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중부지방을 때린 ‘올가’는 많은 걸 휩쓸어 갔다. 1999년 여름의 일이었다. ‘올가’가 내륙을 향해 올라오던 그 시각 우리 형제들은 평택으로 모이고 있었다. 아버지 생신잔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일찌감치 출발해서 내려온 터라 부모님이 계시는 일터에 머물러 있었다. 그날 오산역 인근이 폭우로 물에 잠기면서 서울을 오가는 모든 차편과 기차편이 끊어졌..
경쟁률 18대1이 넘는 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문제가 사전 유출되는 등 시험 관리부실로 경찰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부 수험장에서는 시험이 늦게 시작되거나 추가 시간이 제공됐다는 논란이 일고, 시험 문항 난이도 논쟁까지 불거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후 수습책마저 누더기처럼 내놓고 있어서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다. 실추된 경찰청의 불공정 이미지를 일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종 2735명 선발을 목표로 경찰청이 19일 전국 94곳 수험장에서 진행한 순경 채용 필기시험 응시자는 5만 1419명으로 경쟁률은 18.8대 1이었다. 일부 문제에 오류가 있어서 시험 시작 전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일부 지문을 현장에서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험장의 감독관들이 응시자들의 소지품 제출 이전에 이를 공지하는 바람에 문제..
지난 14일,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 되었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초등학생 형제가 평소라면 학교에 있어야 했을 평일 점심, 단둘이 집에서 라면을 끓이던 중 불이 나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교육당국은 비대면 수업으로 교육을 진행 해야만 했고, 부모가 자녀들을 돌보지 못하는 이른바 ‘돌봄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매끼 식사를 해결하려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코로나 시대가 빚은 사회적 참변이라 할 수 있다. 더욱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은 이미 이웃들이 그동안 3차례나 아이들이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했고, 담당 구청 및 학교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에 대한 강력한 제제도 없었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가 아닌 어머니의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관계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동학대 사실을 모든 기관에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제각각 맡은 범위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 시절, 필자는 교육부, 복지부, 여가부의 교육부, 복지부, 여가부 3개 부처에서 공동 진행했던 범부처연계 돌봄지원사업의 교육부 추천 연구자로 초빙되었고, 전국각지의 교육청에서의 요청으로 범부처연계 돌봄지원협의체 구성과 역할에 대해 강연하였다. 수십번이 넘는 강연을 하고 연구자로서 활성화방안을 연구하여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서 느낀 감정은 그렇게도 많은 예산과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성공하기 힘들겠다”였다. 각 부처의 입장과 처지가 서로 다르고 부처 간 이른바 ‘칸막이 현상’으로 협업이 될 리 만무한 상황이다 보니 정책의 취지인 ‘돌봄’이라는 본질 보다 ‘업무의 내용과 업무분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흔히 ‘누구의 일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방관자효과(Bystander effect)의 ‘모두의 일은 아무의 일도 아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심리는 최소한의 방어에 있다. 본질이 아닌 상황을 보기 때문이다. 인천 초등학생 화재사건의 경우도 어머니의 방임 및 학대에 대해 모든 유관부서가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이 제때에 제시되지 못한 이유가 바로 방관자 효과 때문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처한 아이들에게 특히 현재와 같은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관심이 덜해 질수록 이러한 방관자 효과는 더 크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에서 보여지듯이 돌봄은 누구 하나의 문제나 업무가 아닌 사회전체의 일이다. 우수한 인재 한명을 길러 내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단 한명의 아이라도 낙오되지 않고 보호 받게 하는 것은 사회전체의 책무인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생활이 어렵고 힘들어 질수록 이러한 사실을 점점 망각한다. 나의 티끌이 남의 골절보다 아프다고 느끼기에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계산의 대상이 아닌 당연히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권리를 지닌 대상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는 겪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버지를 여의면 고자(孤子)라고 하고 어머니를 여의면 애자(哀子)라고 한다. 지난달 말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나는 그 깊은 의미를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고자(孤子)의 말뜻은 외로운 자식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내가 의지할 곳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이제 나의 절대적인 지지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상실감에 휩싸이곤 했다. 애자(哀子)의 말뜻은 슬픈 자식이다.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지금까지 많이 울었고, 때 없이 눈물이 났다. 내가 받은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내가 해드린 것은 너무나 없었다. 이제 갚을 길 없는 빚을 진 슬픔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 우리 세대의 많은 부모가 그랬겠지만, 나의 부모님도 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다. 아버님은 식민지의..
브레이크 포인트(Break Point, BP). 볼링공이 스트라이크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입사각으로 접어들기 전 지나야만 하는 지역을 일컫는 볼링용어다. 볼을 스트레이트로 굴리는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의 볼러들은 실투가 아니라면 파울라인으로부터 37~42피트 떨어진 지점에서 볼이 꺾여 1, 3번 핀 사이로 파고 들어가 10개 핀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스트라이크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 꺾여 들어가기 시작하는 지점이 BP다. 지난 1월 대구·경북지역 대규모 확산 사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월 1일 1062명을 정점으로 주춤하면서 4월 29일 4명까지 줄이면서 종식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5월 초 어린이날 연휴 동안 ‘이태원 클럽’에서 번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도 8월 초까지 연일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광복절 이후 광화문 집회를 통해 세 번째 확산은 그 규모부터 달랐다. 지난달 103명 이후 현재까지도 세 자릿수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감염된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전염된 코로나19는 물류센터는 물론 학원, 노래방, 음식점 등 일상 생활에까지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시행된 거리두기 2.5단계로 음식점들은 저녁 9시 이후 배달·포장만 가능해지는 등 업종별로 규모별로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보니 희비도 엇갈렸다. 대낮인데도 사장님만 텅빈 가게를 지켜봐야 했고, 임대료마저 감당하지 못한 일부 업주들은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 14일부터 정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된 2단계(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하루당 신규 확진자 수도 연일 100명대 초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는 모양새다. 마치 방역 당국의 조치와 생활방역 지키기로 동참하고 있는 시민들의 노력이 더해져 신규 확진자 수를 끌어내리려고 하지만 생활방역조차 지키지 않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감염 확산세가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여파가 진정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지만 지난 2주간의 2.5단계 격상으로 피로감은 쌓여 갔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도 힘든 결정을 내렸다. 완화된 2주간이 끝나면 또 한 번 커다란 시험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추석 명절에 이은 개천절 연휴와 한글날 연휴다. 민족대이동이 있을 추석 연휴를 코로나19 최대 고비라고 판단한 정부가 오는 28일부터 2주 동안 특별방역기간을 지정하고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2년 이상 우리와 공존할 강력한 감염병으로 내다보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5월과 8월 겪었던 위기를 통해 어느 정도 위기감과 경각심은 최소한 느꼈을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두 차례의 길고 짧은 연휴를 잘 이겨낸다면 코로나19 종식은 아니어도 가을 이후 감기의 계절이 찾아온다고 해도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진정세’로 접어들 수 있도록 우리가 오늘부터 2주 동안이 꼭 공략해야 할 ‘BP’이다. 특히 정부의 권고에도 이동 제한 준수율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추석 연휴는 코로나 종식으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BP’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또다시 대규모 확산이 일어난다면 그로 인한 피해와 불편은 지금껏 겪었던 것보다 더 크고 감내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잘 알기 때문이다. [ 경기신문 = 이주철 기자 ]
코로나의 폭풍속에 최근(17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뮬란’이 한국에 상륙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참여해 나라를 구하는 전설적인 여전사를 그린 액션 영화다. 뮬란 역은 중국계 미국인 배우 류이페이(유역비)가 맡았다. 뮬란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개봉이 여러차례 연기되는 아픔을 거치면서 마침내 한국팬들을 찾게 된 것이다. 필자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뮬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 개봉되기 전부터 몇가지 외적 요소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내 영화팬들의 정서를 복잡하게 흔들고 있다. 우선 주연을 맡은 류이페이와 관련해서다. 그녀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자신의 SNS 계정에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려, 디즈니 계정에서 전세계 누리꾼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