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다. 정치는 허위와 비밀을 ‘정당하게’ 활용하며, 이로써 권력이 목적으로 했던 ‘더욱 고귀한 바’를 달성하면 그만이다. 진실은 취사 선택된다. 역사에는 거짓 선동을 반복함으로써 권력을 쟁취, 유지, 확대한 정치적 사례가 숱하게 많다. 선동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허위 정보, 고정관념, 폭력적 환상, 공포가 반복되며 정교화될 때 우리는 처음에는 거짓이라고 인식했던 메시지조차 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진실에 관심이 없다. 진실은 어렵고 드물다. 그러니 많은 경우 심지어 민주적 국가에서도, 권력자가 진실을 추구할 유인은 없다. 권력자에게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쉬운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권력이 진실 추구를 표방한다면 어떨까. 이는 성공하기 힘든 목표인데, 진실성을 판단하는 주체의 자율성을 통제하려는 열망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실과 허위를 판단하는 권력 앞에 진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물음에 권력은 필요에 따라 다른 답을 내놓기 십상이다. 언론은 진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이 또한 녹록하지 않다. 2016년 트럼프 선거본부를 이끌었고, 트럼프 정권의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냈으
지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거의 3개월이 흐르는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제도의 후퇴를 목격하고 가슴을 졸이며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보며 완벽하지 않지만, 그동안 이룩해 놓은 민주제도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 물론 탄핵을 반대하며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며 헌법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세력들도 있긴 하다. 이들의 대부분의 행동양식은 강약약강을 기초로 하기에 정권이 바뀌면 그들의 주류세력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남아있긴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일련의 사태로 인해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이 더욱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국내 한 일간지가 인용한 미국의 유명 경제지의 기사 내용을 보자: 미 보수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6일 ‘윤석열의 필사적인 곡예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살인자(Killer)인 이유’란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 비상계엄을 한 마디로 ‘지디피 살인자’로 표현했다. 기사는 말미에 섬뜩한 문장으로 끝난다.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는 한국인 5,100만 명이 시간을 두고서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현재 우리
새벽이 열리면 산에 오릅니다. 오른 산에는 벌써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들뜬 눈동자들이 한 곳을 바라봅니다. 저물었던 해가 산 너머에서 다시 떠오릅니다. 지고 뜸과 상관없이 해는 같은 해입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라는 믿음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조차 헌것과 새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믿음은 진리보다 쉽게 전염되어서 돌이키기 힘듭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는 믿음, 그 믿음에 전염된 사람들이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섰습니다. 나 또한 전염된 눈빛을 다독이며 같은 방향으로 향합니다. 산인지, 오름인지, 새로움인지, 태양인지..... 분명치 않은 대상을 향해 사람들은 해묵은 마음의 짐을 벗어 던집니다. 벗어 던진 짐들이 바윗덩이가 되어 산비탈을 굴러 내려갑니다. 오르다 오르다, 끝내 굴러떨어지고 마는 시지프의 바윗돌 같습니다. 어쩌면, 시지프의 바위는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헛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쇠똥구리를 보면서 느낀 부끄러움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굴리는 방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뒷발로 쇠똥을 굴리는 녀석과 나는 닮았습니다. 녀석과 내가 이르고자 하는 삶의 정상은 몇 덩이의 쇠똥을 굴려야 도달할 수 있을까요. 굴리고 또 굴린다고 정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상담사분들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자해와 자살이 늘고 있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들어왔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통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0~19세의 자살률은 20년 전인 2003년의 4.5명에서 2023년의 7.9명으로, 20~29세도 2003년의 15.3에서 2023년에는 22.2명으로 증가했다.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소리 없는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최근에 보도된 오요안나, 김새론의 비보에 더해서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무심코 연 인터넷 창에 자살로 추정되는 청년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또 새로 게시되었다. 연이은 비보에 단련되어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가슴이 저릿해지고 몸이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그들의 고통을 짐작해볼 수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선 위기감이 든다. 모두가 연결된 세상 가까운 누군가에게도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생의 회전목마에서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제자살연구학회 회장을 지냈고 국제자살예방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리 오코너 교수는 자살을 생각한다는 신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무언가에 갇힌 것만…
이럴 때 꼭 나오는 말이 ‘불출’이다. 아마 한자로는 아니 不에 나올 出쯤 되리라. ‘계엄당국’이 작성한 것으로도 알려진, 수거(收去)해서 척결(剔抉)할 500명 리스트는 ‘시대적 해석’이 필요하다. 그 명단에도 들지 못한 이들이 요즘 스스로를 냉소적으로 불출이라 부른단다. 이번 시태에만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국어사전의 불출(不出)의 뜻은 ‘밖으로 나가지 아니함’이다. 문을 닫아걸고 나오지 않는다는 두문불출(杜門不出)과 이어지겠다. 저기도 못 끼니 마땅히 두문불출해야 할 정도로 못난 사람이라는, 자기비하의 비아냥일 터. 차별과 비하의 의미가 포함됐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문구가 붙은 두 번째 설명은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아하, 저 비아냥의 뜻과 상통하는 군. 하여간 (중요한) 유명인 리스트다. 그 중에는 당장 체포할 이들도 있다. 처음에 세상(언론)은 수거라는 ‘희한한 용어’에 놀라더니 낱낱의 그 이름들을 보고는 자못 정색하는 표정이다. 저 명단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겠다. 이는 ‘이번 사태의 불출’을 정의하는 (정서적) 기준이리라. MBC 한겨레 경향 등을 참고해 내용을 정리해 보자. 노 전 사령관이란 자의…
무슨 일을 하든 먼저 마음이 동(動)해야 한다. 마음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때 과정도 순탄하고 결과 또한 좋다. 만약 마음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면 과정이 아무리 매끄럽다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슨 일이든 마음이 불편하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손과 발이 얼어붙고, 입과 머리가 둔해진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누구의 잘못과 허물을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서로의 마음이 뒤틀어져 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정도(正道)보다 사도(邪道)가 우세한 까닭이다. 게다가 과거 해석은 혼란스럽고 현실 진단은 차분하지 않고 미래 전망은 진정성이 없다. 남(南)과 북(北)은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로 갈라져 80년 동안 딴살림하고 있다.이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이런 상태가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2045년 G5 진입이나 남북통일은 고사하고 남-북-재외동포사회를 하나로 잇는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공동체’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이때,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위고하 불문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흐트러진 마음을 잡아야 한다. 개인·가정·사회·국가는 각자 따로인 것 같아도 씨줄과 날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
을사년 설날 벽두부터 매스컴을 통해 전해 듣는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 관련 소식이 과히 충격적이다. 딥시크가 개발한 생성형 AI를 발표하자마자 AI 종주국인 미국의 자존심이 추락한 걸 지켜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아마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 게 분명하였을 것이다. 이번 딥시크의 충격을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출현한 것만큼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오픈소스 모델 가운데 리더보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폐쇄 소스 모델과 당당하게 맞서 경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으로 저비용 고성능의 장점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중국의 헤지 펀드 하이 플라이어(High-Flyer)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으며, 창업자인 량원펑은 저장대학 출신의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컴퓨터 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의 기업 가치는 최대 22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딥시크는 강력한 AI 기업으로서 오픈AI의 GPT-4와 비슷한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최신 모델로는 V3로, GPT-4o와 비슷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기술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1일 핵심사업으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빅테크들이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국 16개 주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대형 AI 인프라 확충사업이다. 바이든 전 정부는 중국의 대국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반도체·전기차·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사업을 추진하였으며 ‘반도체 칩4’ 동맹에 역점을 두었다. 반면, 트럼프는 집권 초반부터 차세대 첨단산업을 주도할 AI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챗GPT의 주인공인 오픈AI CEO 샘 올트먼을 주축으로 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생성형 AI 덕분에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광풍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AI를 기업 핵심역량으로 지정하여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샘 올트먼은 “AI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보다 훨씬 빠르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피지칼AI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단순히 언어모델만이 아니라, 가전제품,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어줍잖게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나다닐 때 만든 영화가 김새론 주연의 ‘바비’이다. 한국에서 가장 별종 영화감독인 이상우(‘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나는 쓰레기다’ 등 일명 쓰레기 3부작이 그의 주요 작품이다)가 만들었고 김새론은 여기서 친동생 김아론과 각각 순영, 순자 역할로 나온다. 순영은 거리에서 핸드폰 고리 품팔이로 살아 가는데 철없는 여동생 순자는 고사하고 지적 장애인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어린 삶이 고단하기 짝이 없다. 악마 같은 작은 아빠, 곧 삼촌은 돈을 받고 순영을, 바비 인형같이 생긴 미국 소녀에게 줄 심장이식 수술을 시키러 내보내려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영은 미국 가면 바비 인형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꼬드김에 그렇다면 자기보다 동생을 보내 달라 부탁한다. 비극이다. 2012년 작품이고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김새론이 11살 때였다. 김새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4살이다. 영화 ‘아저씨’로 급부상했었다. 8살의 아역 스타였다. 대체로 아역 스타들은 성장통을 겪는다. 그들 중 일부에게서는 술과 애정 스캔들이 터지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스타가 된 경우 대체로 그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다. 언제 급전직하 인기가 떨어질지도 모
지난 2월 9일, 세계적 힙합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슈퍼볼 LIX 하프타임 쇼에 섰다. 슈퍼볼이란, 미국 프로미식축구 리그(NFL, National Football League)의 챔피언 결정전을 일컫는 말이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경기 전후반을 나누는 20~30분의 쉬는 시간 동안의 공연(순수 공연 시간은 12~15분 정도)을 말한다. 매년 1억 명 이상이 생중계로 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에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결승전이 아니라 미국 스포츠, 문화, 경제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며 경기 자체뿐만 아니라, 하프타임 쇼와 광고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30초 광고비가 120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슈퍼볼, 그리고 하프타임 쇼는 NFL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글로벌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선다는 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기에 매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겁지만, 올해는 더욱 뜨거운 열기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켄드릭 라마의 공연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현재 미국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