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박성준 사인이 다 같을 수는 없다 대신 유서를 써달라고 애원하던 사람은 끝끝내 죽지 못했다 누가 죽어야만 완성되는 글이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의 필체가 궁금해지는 밤 죽으러 간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 누가 죽어야만 시작되는 세상 - 박성준 시집 ‘잘 모르는 사이’ / 문학과 지성사 그러니 천국이란 무엇인가. 누가 가는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했으니 부자는 아닐 테고. 유서를 써달라고 애원할 정도면 삶의 욕망이 남아있다는 것이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죽으러 간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니, 누가 죽어야만 시작되는 세상이 천국이라니. 생각하건대 천국은 스스로의 마음에 달려있겠다. 내가 끌어안고 있는 천국으로의 진입을 방해하는 것들 온전히 죽인 후에 도래하는 세상이겠다. 그러니 누구도 증언할 수 없는 죽어서의 천국 말고 살아서의 천국을 맛봐야겠다. /이미산 시인
국회 사무처가 이달말 개원하는 제20대 국회의원들의 세비 내역을 공개했다. 지난 7일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를 보면 국회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세비(연봉)는 상여금을 포함해 1억3천796만1천920원(월 평균 1천149만6천820원)이다. 여기에는 일반수당(월 646만4천원),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등 공무원과 똑같은 수당을 받으며 이 외에도 입법활동비와 관리업무수당이 포함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에 비해 과다한 금액이라고 지적한다. 세비 말고도 연간 9천만원 이상의 의정활동 경비가 지급된다. 사무실 운영비(월 50만원), 차량 유지비(35만8천원), 차량 유류대(110만원), 정책홍보물 인쇄 및 정책자료발간비(한해 최대 1천300만원)와 공무수행 출장비,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의원실 사무용품 비용 등이 포함되며 가족수당, 자녀학비 보조수당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실수령액은 더 늘어난다. 또 의원 1명당 7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는데 4급 상당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등 7명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2억5천만원이 넘는다. 결국 의원 1명당 연간 최소 6억7천600여만원이 드는 셈이다. 이에 정치
피해자가 이렇게 많이 발생할 때까지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분노를 넘어 한숨이 나온다. 가습기살균제로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이고 작년과 올해 신고 된 사망자를 합치면 239명에 이른다고 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자료에 의하면 피해 신고자는 현재까지 총 1천528명이다. 하지만 잠재적 피해자는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때 관계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1998년 유해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2001년부터 시판됐다. 그리고 2006년엔 이 제품으로 인한 폐질환 사망자까지 발생했지만 정부의 조치는 없었다. 정부의 판매 중단 조치는 2011년에야 내려졌다. 이미 이 제품이 200만개 이상 판매된 다음이었다. 이시기에 피해자들의 고소가 있었지만 검찰은 작년 말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여론이 크게 악화되면서 국회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4·13 총선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대책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국민의당은 진상 규명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더민주당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를 요구했다. 이
정조는 창덕궁 후원(上林)에서 아름다운 전경을 10곳을 뽑아 시를 남겼는데, 1경이 관풍각(觀豊閣)으로 관풍 춘경(觀豊春耕)의 시를 지었다. 비둘기 새끼 날개 퍼덕이며 어미 따라 운다.(乳鳩拂翅斑鳩鳴)/ 논(公田)에 물이 가득하니 비로소 논갈이가 시작하는구나(水滿公田始課耕)/ 역대 제왕들은 농사의 부지런함에 힘써왔으며(自是帝王勤稼穡)/ 보기당(寶?堂)에서 가을 풍년을 알렸네(寶?堂下告秋成) 농사는 국가의 기본이 되므로 광풍각을 첫 번째 경치로 뽑은 것으로 보이며 ‘관풍각의 봄갈이’의 제목으로 농사 풍경과 국왕들은 농사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물 이름은 ‘풍년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현재 남아있지는 않으나 ‘동궐도(1820년대 후반 제작)’에 의하면 창경궁의 북쪽이며 월근문 서쪽에 위치하고 건물은 누(樓)형식으로 하부에는 옥류천에서 내려온 개울이 지나고 있어 보기 드문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권농장(內農圃)은 광풍각의 북쪽에는 있는데 개울의 동쪽에 6개 배미, 서쪽에 5개 배미로 총 11배미의 논이 보인다. 헌종연간에 제작된 ‘궁궐지’를 보면, “관풍각
대통령제는 미국이 창안해서 미국사회에 적합시킨 제도이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그것을 그대로 모방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제도다. 우리 헌법은 거기에다 내각제적인 요소를 혼합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으로 해서 더욱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1960년대와 70년대 남미를 비롯한 아세아 아프리카 등지의 신생국들이 미국의 대통령제를 채택하게 된 그 주된 이유는 다소간의 독재를 감수하더라도 행정부의 안정성과 능률성을 통하여 국가안전보장과 선진자본주의 국가를 이룩해 보려는 기대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현실에서는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대통령은 그 막강한 권력을 통하여 의회와 사법부까지도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대통령의 단임제 역시 1970년대에 남미에서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순환적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하려는 명분하에 창안된 것인데, 한국의 경우 제5공화국헌법에서 7년 단임으로 도입한 것을 현행헌법이 다시 2년을 단축, 5년 단임으로 채택했다. 이러한 규정들은 소위 권위주의시대에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틀이 이루어질 때까지’라는 한시적인 명분을 갖고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헌법규정 상
우울증은 오늘날 너무 흔해 ‘정신의 감기’ 쯤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엄연히 정신 질환의 하나다. 당사자가 느끼는 고통도 상상을 초월한다. 무기력증, 극단의 불안함, 병적인 경계심 등은 그 어느 고문보다 강하다. 17세기에 출간된 로버트 버턴의 ‘우울증의 해부’라는 책에선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다. “이것은 인간적인 고통의 바다이고 모든 인간적인 불운의 정점이다. 어떤 신체적인 고통도 이에 견줄 수 없으며, 어떤 고문도, 어떤 뜨거운 강철도 이에 비할 수 없다.”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하며 불행한 생을 마감한 유명인도 많다.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우울증에 시달릴 때마다 자연을 화폭에 담으며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귀를 자르는 자학증세 까지 보이다 자살 했다. 엽총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쏘아 자살한 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우울증으로 복잡한 감정의 기복을 겪었다. 강물로 투신자살한 영국의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 불행한 연애로 고민하다 자살한 러시아의 풍자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등등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지성도 우울증에 굴복했다. 물론 링컨처럼 우울증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된 사례도 있지만
착란의 봄 /이화영 어린왕자가 그려진 하늘색 담요에서 아기가 몸을 말아 발가락을 빨고 있다 아기 기저귀를 개면서 도망을 생각했다 서랍을 정리하면서도 눈길은 트렁크를 더듬었다 갑작스레 어른이 되어 공포가 메뚜기 떼처럼 몰려들 때, 도망은 차가운 우유와 같아서 입술이 아닌 입속에 품어보는 말 보따리가 눈물의 대상으로 각인된 건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부터였다 엄마가 떠난 봄에 얼음 박힌 진눈깨비가 내렸다 눈 위에 찍힌 고양이 발자국이 분홍 꽃잎이 되어 날아가고 있었다 보따리를 삭제했는데 어린 시절은 죽지 않았다 신발을 잃은 바람의 목덜미에 옥양목 목도리를 감아주고 싶었다 -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현대시인선, 2015)에서 황사가 뒤덮은 봄날 같습니다. 매운 먼지가 눈앞을 가립니다. 이 맘 때면 일손을 놓고 먼산 바라보던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시인은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부터였다’고 고백합니다. 이후 봄은 늘 어수선하고 어지럽습니다. 시인은 갑작스레 어른이 되었지만,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떠난 봄’을 앓고…
산 속은 고요했다. 적막했다. 풀 내음을 안은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어디선가 산새가 울었다. 가느다란 소리였지만 힘이 있는 울음소리였다. 그것은 고요 속에 적막을 찌르는 듯한 짧은 음악소리였다. 묘지는 그런 가운데서 안온했다. 평화로웠다. 평소에 어머니 곁에 있을 때 느꼈던 따뜻한 온기를 묘지는 뿜어내고 있었다. 하늘을 쳐다보니 하얀 뭉게구름이 역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는 듯 했다. 먼 서녘 하늘 아래에/ 어머니 씨앗은/ 슬픈 자의 얼굴이 되고/ 밥이 되었습니다.(박병두 첫시집, ‘오늘은 당신의 생일입니다’ 중에서) 묘지의 뒤쪽 둔덕에 잔디가 더러 없어서 흠집처럼 보기가 좋지 않았다. 가져온 잔디를 뒤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흠집 난데에 잔디를 덮기 시작했다. 한 뭉치를 덮고 모종삽으로 다지고, 또 한 덩이를 다른 곳에다 덮었다. 생전의 어머니가 간절하게 그리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태권도 대회에 나간 선수였다. 시합 직전에 어머니는 살아있는 낙지를 주전자에서 꺼내 내 앞에다 내놓았다. 라면봉지 위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게 보기에도 징그러웠다. 그것을 내 입에다 집어넣으려고 했다. 나는 싫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살
총선이 끝나면서 자리가 빈 공공기관장의 임명을 놓고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성한 전 경찰청장을 상임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조전혁 전 의원은 비상임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이를 놓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 심의 등을 통해 선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두 인사가 모두 에너지·전력 분야 경력이 전무한 점 등을 들어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야당이 공공기관장의 인사를 앞두고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에서다.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최근 “4·13 총선이 끝난 지 겨우 한달여가 지났는데 벌써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여권 인사들이 대거 공공기관장 자리에 임명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국민의당은 낙하산금지법을 검토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리 전력자나 정권 편향적 인사를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 보낸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 경고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장 자리는 법률구조공단 이사
8일은 어버이 날이었다. 자식이 있는 부모들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뿌듯해 했다. 그렇다. 이 세상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그렇게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가 더없이 크고 깊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십대은은 ▲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 주는 은혜(懷耽守護恩) ▲해산날에 즈음하여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臨産受苦恩)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生子忘憂恩)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아 먹이는 은혜(咽苦甘恩) ▲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廻乾就濕恩) ▲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乳哺養育恩) ▲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시는 은혜(洗濁不淨恩) ▲먼 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遠行憶念恩) ▲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짓는 은혜(爲造惡業恩)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은혜(究意憐愍恩) 등이다. 새삼스럽게 이 열가지 부모님의 은혜를 열거하는 것은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 이처럼 위대하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비록 요즘 어버이라는 인간이 자식을 모질게 학대하고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긴 하지만 그건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오는 14일은 부처님 오신 날인데 불교에서는 어버이 은혜를 이렇게 말한다. ‘자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