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논개 바위- /천융희 저 홀로 모로 누운 당신의 침묵은 적멸의 길에 던져진 한 권의 책이다 여백 가득한 어록들 바람에 제 몸을 적신 유등이 수면 아래 직방, 흘림체로 필사한다 더 이상 각주는 달지 않는다 다만, 허공의 낱장마다 댓글처럼 번져가는 정신(精神) 사물에게 정신을 불어넣는 일은 쉽지 않다. 사물에다가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붙인다는 것도 쉽지 않다. 우연히 사물과 만남으로 사물이 던져주는 직감으로 시를 쓰기도 한다. 직관에 의한 직감으로 시에 이르기도 한다. 시를 사물에서 길어올리는 작업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므로 그러한 작업 과정으로 태어난 시이므로 아름답고 귀할 수밖에 없다. 논개바위를 책으로 하여 책은 모든 정신의, 그리움의, 사랑의, 역사의, 꿈의 집산체이므로 책은 눈앞의 책에서 바람의 책으로, 꽃의 책으로, 허공의 책으로, 하늘의 책으로, 우주의 책으로, 우주의 의미로 확장되어 나간다. 그것이 시인의 정신이자 논개의 정신이고 세상의 정신이자 우주의 정신이다. 논개바위란 책을 읽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고 강물이고 이슬이고 새소리고 세월이고 봄이다. 바위에서 책으로 우주로 풀어가는 시인의 알뜰한 손길이 느껴지는 시다. 먼 남쪽에서 시인으로 단
국세청이 또다시 면세유 불법유통에 칼을 빼 들었다. 최근 전국 농협 주유소를 전면 조사한다는 것이다. 면세유는 농민의 영농 비용경감을 목적으로 지난 1986년부터 도입된 세금이 공제되는 유종으로 농기계에 사용되는 석유류의 부가세, 개별소비세가 면제된다. 이에따라 휘발윳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ℓ당 약 900원 정도로 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면세유는 ℓ당 최대 600원 정도여서 최소 700원 이상이 싸다. 국세청은 지난 한 해 동안 농협이 유통한 면세유가 153억 3천100만ℓ임을 고려할 때 이중 일부만 불법적으로 유통됐어도 세금 추징금액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협 면세유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메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규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면세유제도가 농민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농협과 일부 주유소사업자가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농민에게 공급하면서도 유류세를 뺀 금액보다도 비싼 가격에 공급했다. 게다가 똑같은 면세혜택을 받는 어업용 면세유와 동일한 가격에 공급해야 함에도 농업용 면세유는 어업용 면세유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지난달 27일 오전에 열린 수원시 광역행정시민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안색은 어두웠다. 이날 주제는 ‘신 분권형 지방자치실현을 위한 미래행정체제와 구조’였는데 이 자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 행자부의 이른바 ‘지방재정개혁 추진방안’ 발표내용을 설명하는 염시장은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노에 차 있었다. 정부가 발표한 개혁안은 정부에서 자치단체에 배분되는 조정교부금을 조정하고 시·군 몫의 법인지방소득세 50%를 도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염 시장은 이날 행사가 끝난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정부의 지방세 제도개편에 대해 개혁을 내세우지만 개악이었고, 재정균형을 말했지만 지방재정만 축냈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지방세 개혁은 지방정부와 시민들에게는 늘 ‘마이너스의 손’이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원시가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행자부가 2018년부터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 내외를 도세로 전환, 시군에 재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기업이 많은 시군의 세입을 재정이 열악한 곳에 나눠주겠다는 의도지만 대도시인 수원, 화성, 용인, 성남, 고양 등으로서는 세수가 크게 줄어들어 재정운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허리 디스크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척추질환 중 하나이다. 허리디스크의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에서 충돌을 방지하는 쿠션 역할을 하고 있는 조직을 일컫는다. 디스크는 혈관이 관통하지 않는 무혈 조직이기 때문에 빠르면 20대 초중반부터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허리 디스크란 이러한 퇴행성 변화에 의해 약해진 상태에서 작은 스트레스나 충격에 의해 막에 싸여져 있던 젤리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허리디스크 초기에는 디스크의 돌출로 인한 염증반응과 후방 디스크 막에 분포하는 얕은 신경의 자극으로 허리통증이 올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수의 환자분들은 허리통증보다는 한쪽 방향의 다리저림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디스크에 의해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이다. 또 디스크의 정도가 심하게 되면 다리의 힘이 저하되어 걷는 데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디스크가 치료 없이 저절로 흡수되는 반면에 이러한 증세는 즉각적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증상이기도 하다. 간혹 다리의 마비증세와 함께 대소
4·13 총선의 결과를 통해 본 국민들의 선택은 분명하였다. 16년 만에 여당의 다수석 확보 실패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적인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가 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이것은 자가당착에 빠진 위험한 착각일 것이다. 그동안 국정 운영에서 야당은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책임정당으로서의 모습보다 국민들에게 불통과 불신을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은 승리를 자축하기보다 지난 19대를 반성하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9대 국회를 국민들이 평가한다면 일하지 않는 국회, 반목과 갈등이 휩쓸고 있는 불통과 아집인 국회의 이미지로 각인된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국회가 도리어 국민들이 걱정하는 국회로 주객이 전도된 것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참담한 심정으로 반성하며, 앞으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 분명한 국민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수많은…
서울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4㎞ 도로를 ‘테헤란로’라 부른다. 이곳은 한국 금융 경제의 중심과도 같은 지역이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자갈밭이던 이곳이 상전 벽해한 것은 서울시가 테헤란로 일대를 경제금융의 중심지로 육성한 것이 계기다. 덕분에 주변 삼성동 역삼동 대치동은 지금 강남의 대명사가 됐고 국내 최고의 부촌을 상징한다. 그런데 왜 ‘테헤란로’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1977년 6월 서울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자매결연 때 서로 가로 명을 교환키로 합의한 결과다. 하지만 속엔 양국의 끈끈한 우호가 숨어있다. 1962년 수교 이래 우리나라는 이란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1973년 1차 석유파동 때 이런 관계가 빛을 발했다. 석유 생산국 중 이란만이 홀로 우리나라에 석유를 공급해 준 게 그것이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양국 관계가 멀어지면서 1980년대 초, ‘강남 중심도로에 외국 수도이름이 웬 말이냐’며 일부 주민들의 명칭 변경 요구에 위기도 겪었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다. 물론 테헤란에 가면 ‘서울로’가 있다. 10여년전부터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와 가전제품, 자동차가 인기를 끄는 한류열풍에 힘입어 주변에 서울…
파손주의 /채재순 저기 깨지기 쉬운 사람이 간다 명예가 무너진 재산이 파손되고 건강이 부서진, ‘파손주의’라고 써진 등짝을 보라 잔소리에 깨지고 뼈있는 말에 파손되고 속임 말에 넘어간, 가슴에 ‘취급주의’가 새겨진 사람을 보라 슬픔에 갇힌, 질그릇 하나가 간다 - 채재순 시집- ‘바람의 독서’중에서 “내 얼굴도 하나님의 작품이다” 라고 농담을 할 때가 있다. 사람은 깨지기 쉬운 질그릇이다. 파손주의 취급주의를 붙여야 한다. 우리는 왜 눈이 마주치면 그냥 웃지 못할까. 두 눈이 두 눈을 마주하고 잠시라도 멈춰있다면 왜 쳐다보느냐고 시비를 건다.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눈빛이 눈빛을 외면하는 자기 방어의 자세다. 약해서 그렇다. 수없이 날아오는 말의 돌멩이에 얻어맞고 몇 번을 쓰러졌던가. 심지어는 익명의 댓글 폭력에 자살까지 하지 않는가. 천년만년 살 것 같은 권력자도 명예와 재산과 건강을 한순간에 잃고 사라진다.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묻는다. 답은 사랑이다. 배려하지 않는 말에 상처받고 속임 말에 속아 넘어가고 잔금 많은 가슴, 그 질그릇 속에 슬픔이…
“그렇게 될 줄 몰랐던 거지요. 민심을 전혀 읽지를 못 했어요.” 그는 아들 얘기로 시작해서 자기 사업 얘기, 그리고 결국은 선거 얘기로 접어들었다. “알다가 모를 게 민심인 것 같아요.” 나는 소주잔을 비우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건성으로 지껄였다. “모르는 게 잘못이지요. 그걸 몰랐으니까 쪽박이 난거지” 그도 홀짝 소주잔을 입에다 털어놨다. 내가 그의 빈 잔에다 술을 채웠고, 그는 병을 빼앗듯이 받아 또 내 잔에다 소주를 부었다. 그리고 돼지 불고기 한 점을 입에다 넣고 씹었다. 나도 그가 하듯이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고, 잘게 썬 파를 곁들여 넣고 씹었다. 그리고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나는 정치 얘기엔 흥미가 없었고, 그는 땡감을 씹은 듯이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기분이 잡친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화제를 그의 아들에게 다시 돌렸다. “영남이가 내년, 군대에 갈 때까지 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야 할 텐데요” “그게 말이 아니야. 내 사업이 부도가 나니 애들까지 속을 썩여. 그놈의 담배는 왜 끊지 못하는지” “젊은 나이에 어디 그게 쉬운가요. 나이 든 사람처럼 건강에 신경을 쓸 겨를도 아니고” 우리는 다시 입을 다물고 술잔을 기울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갔던
공무원들의 책임 떠넘기기나 책임 미루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허가를 받기 위해 행정관청을 방문해본 민원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일이다. 특히 업무경계가 불분명하거나 책임소재에 휘말릴 우려가 있는 민원에 대해서는 부서 간 업무를 회피하거나 서로 채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에따라 민원처리가 오랜 기간동안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원인에게 돌아온다. 주민 여모(53)씨는 지난 2013년부터 버섯 재배사(저온저장고) 부지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모씨가 신청한 이 부지는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지침에 따른 관계법령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오산시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건축과는 지구단위 외 지역이라며 인구수 500명 이상 읍·면·동의 경우만 해당 된다며 신청을 취하했다. 같은 시청임에도 과에 따라 상반된 의견이 나온 것이다. 열 번이나 시청에 서류를 들고 왔다갔다하다가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접수해 경기도의 컨설팅 감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교육행정기관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래된 일이지만 경기도는 5개 신도시 건설로 인해 인구유입이 많아 1년이면 학교를 50~100
수원역 환승센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환승센터는 수원역사 서쪽에 건립중인데 총 연면적 2만3천377㎡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다. 오는 12월 완공될 환승센터엔 버스환승 터미널과 승용차, 택시 환승을 위한 교통광장, 분당선, 수인선, 전철 1호선 연결을 위한 대합실 등이 들어선다. 환승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수원역 동측광장에 집중되어 있는 버스, 택시 등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한편 빠르고 편리한 환승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역 인근은 하루 평균 전국 최대의 유동인구로 인해 매우 혼잡스럽다. 수원역 인근의 극심한 교통정체는 이곳이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본보 보도(4월 29일자 18면)와 같이 수원역은 팔달문 등 구도심은 물론 동수원과 영통, 북수원, 남수원 등 수원의 주된 생활지는 물론 서울, 안산, 안양, 성남, 용인, 오산, 화성 등 인접지역의 길목 필수코스이다. 수원역이 있음으로 해서 영·호남과 서울, 경기북부, 인천, 강원지역을 잇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가 됐다. 그러나 또한 이로 인해 수원사람들은 교통지옥을 겪고 있다. 왜냐하면 수원역의 입·출구가 동쪽으로만 나 있기 때문이다. 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