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멍 /김보숙 다리에 깊스를 한 그녀가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 녹이 슨 그넷줄에 머리를 기댄 그녀가 휘파람을 분다. 그네를 타고 있는 이국여성의 휘파람이 멎은 골목을 흘러 다닌다. 쓰러진 목발을 그네 곁에 세워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아이와 세워진 목발을 또다시 쓰러트리는 겨울바람이 오늘 그녀가 본 이국의 풍경이다. 이곳은 아플 때 휘파람을 불지 않아요. 부디 호흡을 삼가해주세요. 휘파람을 불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하얀 눈이 내린다. 석고가루처럼 휘날리다가 입술을 붙인다. - 계간 ‘아라문학’ 가을호에서 인간이 고립되다 보면 끝내는 사물화 된다. 세상에 섞이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로 전락할 때 인간은 가장 커다란 절망에 빠진다. 살아있다고 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이고,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 받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랑 받지 못할 때에 인간은 곧 사물화 된다. 적어도 이국화 된다. 멍이라는 상처는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올 때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이 치명적이다. 온몸에 뜨거운 피가 흐른다는 것은 그래서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살아 있어 우리는 사랑도 한다. 살아 있음에 축배를 들자. /장종권 시인
날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어 어린집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라날 때에 부모도 안심하고 일을 하게 된다. 최근에 인천시 어린이집연합회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집단 휴원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는 최근에 누리비용이 걱정 없는 보육현장 구현을 촉구하였다. 인천지역의 누리과정예산 편성 문제에 대한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협상을 타결해야할 당면과제다. 어린이들을 돌보는데 어떠한 지장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인천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부 동의와 재의신청이 매년 반복되는 문제로 이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3월분 누리과정 예산이 아직도 시교육청이 예산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월 일선 군·구에 340억 원의 재원조정교부금을 조기에 지급해서 교사처우개선비 등의 미지급사태를 모면한 바 있다. 이에 연합회는 시의회와 시교육청의 예산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애꿎은 어린이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전국 각 시·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과 같이 부 동의와 재의신청을 한 서울의 경우 유치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4.8개월 치 추가
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 탈당과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당의 공천 모습에 대해 “정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면서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면서 보수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주류의 ‘고사(枯死) 작전’ 속에서 자진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그의 입장에선 무소속 출마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후보 등록 전날까지도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 공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후보 등록기간 당적을 이탈·변경한 무소속 출마를 금지한 규정에 따라 유 의원은 23일 자정까지 탈당을 선택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기회마저 박탈당할 처지였다. 유 의원이 탈당할 때까지 새누리당은 공당으로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유 의원 지역구 공천 지연은 그의 낙천 결정에 뒤따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높았지만 새누리당은 끝내 결정을 미루며 ‘출마하려면 탈당하라’고 공을 떠넘겼다. 집권당의 공천은 어느 당보다 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말(言)들이 얼룩말 되어 /김은옥 창밖으로까지 뛰쳐나간 너의 얼룩말은 내 자동차 범퍼를 발길질하기도 한다 커피 속에 잠긴 야생의 내장들 코뿔소가 들이받아 흩어진 창자 속 신선한 신맛이 쓴맛 뒤에서 열대를 음미하는 사이 주술을 하듯 기다란 주전자 주둥이가 천천히 기울어진다 본차이나 찻잔 바닥으로 에티오피아의 햇빛 한 줄기가 미끄럼을 타며 부드럽게 내려온다 카페는 어둡고 어둠의 깊이만큼 휘황했으나 찻잔에는 검은 대륙이 눈을 뜨고 있다 벽걸이 사진 속 어린 커피노동자의 눈동자가 재갈이 채워진 허기진 땀방울을 사진 밖으로 흘려보낼 것만 같다 고원의 상록수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수태를 한다 그 출산을 돌보는 수많은 아이들 커피콩 고르는 예닐곱 살 손길들이 찻잔 속에 보인다 먼 천둥소리로 사자가 우는 이 밤 내내 흑인 소녀의 얼굴이 주전자 주둥이에서 킬리만자로의 눈물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 계간 예술가 2015 가을호 세계는 또는 이 문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커피콩 고르는 예닐곱 살 먹은 손길처럼 나지막이 더듬고 있는 시이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곧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와 어린 커피노동자의 눈물을 동일시하는 이중 삼중의 아픔이 녹아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음력으로 이월 열이틀이 아버지 생신이다. 올해로 팔십 다섯 번째로, 월요일이라 하루 앞당겨 일요일 저녁에 온 가족이 모였다. 멀리 중동지역 왕립병원에 파견근무로 참석 못한 막내 동생 가족과 사정이 있어 큰아들 내외가 참석을 못해 빈자리가 있기는 했으나 설 쇠고 한달여 만에 대가족이 모이니 집안에 화기가 돌고 아이들 재잘거림이 사람 사는 집 같다. 가족 모임을 밖에서 하는 것보다 집에서 치루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어머니와 함께 온종일 음식 준비에 분주했을 터인데 싫은 기색 없는 모습이 고맙다. 한껏 정성과 멋을 부린 집사람의 요리에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더구나 오늘은 특별한 메뉴가 두 가지나 등장했다. 직접 쑨 도토리묵으로 속을 넣고 백김치로 말아 썰어 접시에 담긴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 눈이 먼저 맛을 느낀다. 지난달 친구들 모임에서 먹어본 치즈닭갈비를 응용한 듯 한 닭가슴살 요리는 이름은 모르겠지만 제법 그럴싸한 맛으로 밥반찬은 물론 소주나 막걸리 안주로도 제격이다 싶어 이걸 언제 또 누구에게 맛을 보여주지 하는 마음이 동한다. 4월 첫째 토요일 초등학교 친구들과 갈 여행이 생각이 났다. 그때 친구들에게 자랑을…
4·13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드러나고 있는 한국 정당정치의 민낯을 바라보면서, 데모스(demos)와 크라토스(cratos)의 합성어인 민주주의(democracy)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정당이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권력의 주체인 민중(국민)을 의식한 공천(公薦)을 했는지, 아니면 사천(私薦)을 했는지 그 결과를 우리는 4·13일 밤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3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다문화가정 출신과 탈북자 출신을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권 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다문화시대를 선도하고 ‘통일대박론’을 준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었다. 2016년 3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후보로 각기 45명과 36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선거로 기대를 모았던 재외동포 출신도 당선권 내에 들어가지 못했다. 새누리당에서는 44번에 서안순(70) 현 시카고한인회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33번에 박옥선(49) 케이팝투어 대표가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동포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비례대표 최소 1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봄날’이란 시의 전문이다. 이처럼 매화는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닮았고, 따뜻한 바람에 흩날리며 사람들을 행복하고 너그럽게 만든다. 그뿐인가.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불 무렵에 꽃을 피워 청초하고 고아한 자태, 맑고 은은한 향기 등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 또한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유난히 매화 사랑이 지극했던 퇴계(退溪) 이황은 “매화는 샘물을 닮았다. 자극 없이 깊은 곳을 움직인다. 달밤 매화나무 언저리에 앉아 일어서길 잊었더니 향기는 옷에, 꽃 그림자는 몸에 가득하더라”고 읊을 정도였다. 매화는 매란국죽(梅蘭菊竹)인 사군자(四君子) 중에도 으뜸으로 쳐왔다. 그리고 살에 닿는 바람 여전히 차갑고 때 없이 잔설 흩날리는 이른 봄 피어나 ‘춥고 길던 겨울 지나갔음’을 알린다고 해서 선비의 고결한 기품과 기개 충절 혹은 역경을 이기는 강건한 정신의 표상이자 회춘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래서 꽃말도 ‘고결함·기품·인내’다. 꽃 색깔에 따라 백매(白梅)·청매(靑梅)·홍매(紅梅)로 나뉘는 매화는 채도나 꽃받침 색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신생 벤처기업은 육성되어야 한다.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판교의 경기도 스타트업 캠퍼스는 전국 최대 규모의 신생 벤처기업 육성기관이다. 예비 창업가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고, 투자유치, 창업, 해외진출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것을 지원한다. 도가 예산을 들여 성남 분당에 약 1만6천386평 규모로 조성하였다.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를 구성한 공유적시장경제의 구상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은 창업을 유도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는 데 있다. 선발되면 지원 기관이 입주공간을 제공받는다. 40여개의 스타트업도 함께 있는데 모두 본투글로벌센터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거나 전부터 육성해 온 스타트업들이다. 5∼6월 첫 번째 오디션을 열어 스타트업을 선발하는데 입주자격을 얻은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멘토는 벤처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해 본 선배기업인으로 현재 37명이 전국에 포진돼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은 스타트업의 창의디바이스센터를 통해 시제품 제작을 돕게 된다. 아이디어 육성과 사업화 단계를 마치면 창업단계 지원을
음주운전이 범죄행위라는 것이 이의를 달 사람들은 없다. 사고를 당하면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고 잘못도 없는 타인에게까지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주운전자는 무조건 엄벌에 처해야 한다. 평생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음주운전 처벌이 관대하다는 뜻일 게다.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운전자의 의무 중의 하나로 음주운전 금지 규정이 있다. 도로교통법 44조 1항에는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44조 2항에는 경찰공무원은 교통안전과 위험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의 여부를 호흡조사에 의해 측정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인사혁신처가 얼마 전에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2차례 적발되면 최대 해임까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 이상의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에는 정직까지 가능하도록
가히 최악의 공천 광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당의 공천에서는 언제나 진통이 따르는 법이었지만, 그래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여야 정당들의 새로운 다짐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국민에 의한 공천을 표방하며 상향식 공천제를 확립했다고 자랑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안에 따른 시스템 공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새로 창당한 국민의당도 기존 여야 거대정당들의 정치를 넘어서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새로운 공천의 모습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각 정당들의 공천이 마무리된 지금, 그같은 기대는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야 정당들은 국민 앞에 내놓았던 다짐을 뒤집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여러 언론들이 ‘막장 공천’이라는 말을 붙여줄 정도였으니 이같은 평가가 지나친 것은 아닐게다. 새누리당의 20대 공천은 ‘유승민 죽이기’에서 시작해서 유승민 죽이기로 끝난 공천이었다. 새누리당 공천의 최대 관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였고 이는 후보등록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되었다. 아무리 대통령이 ‘배신자’로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