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될 줄 몰랐던 거지요. 민심을 전혀 읽지를 못 했어요.” 그는 아들 얘기로 시작해서 자기 사업 얘기, 그리고 결국은 선거 얘기로 접어들었다. “알다가 모를 게 민심인 것 같아요.” 나는 소주잔을 비우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건성으로 지껄였다. “모르는 게 잘못이지요. 그걸 몰랐으니까 쪽박이 난거지” 그도 홀짝 소주잔을 입에다 털어놨다. 내가 그의 빈 잔에다 술을 채웠고, 그는 병을 빼앗듯이 받아 또 내 잔에다 소주를 부었다. 그리고 돼지 불고기 한 점을 입에다 넣고 씹었다. 나도 그가 하듯이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고, 잘게 썬 파를 곁들여 넣고 씹었다. 그리고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나는 정치 얘기엔 흥미가 없었고, 그는 땡감을 씹은 듯이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기분이 잡친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화제를 그의 아들에게 다시 돌렸다. “영남이가 내년, 군대에 갈 때까지 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야 할 텐데요” “그게 말이 아니야. 내 사업이 부도가 나니 애들까지 속을 썩여. 그놈의 담배는 왜 끊지 못하는지” “젊은 나이에 어디 그게 쉬운가요. 나이 든 사람처럼 건강에 신경을 쓸 겨를도 아니고” 우리는 다시 입을 다물고 술잔을 기울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갔던
공무원들의 책임 떠넘기기나 책임 미루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허가를 받기 위해 행정관청을 방문해본 민원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일이다. 특히 업무경계가 불분명하거나 책임소재에 휘말릴 우려가 있는 민원에 대해서는 부서 간 업무를 회피하거나 서로 채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에따라 민원처리가 오랜 기간동안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원인에게 돌아온다. 주민 여모(53)씨는 지난 2013년부터 버섯 재배사(저온저장고) 부지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모씨가 신청한 이 부지는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지침에 따른 관계법령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오산시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건축과는 지구단위 외 지역이라며 인구수 500명 이상 읍·면·동의 경우만 해당 된다며 신청을 취하했다. 같은 시청임에도 과에 따라 상반된 의견이 나온 것이다. 열 번이나 시청에 서류를 들고 왔다갔다하다가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접수해 경기도의 컨설팅 감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교육행정기관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래된 일이지만 경기도는 5개 신도시 건설로 인해 인구유입이 많아 1년이면 학교를 50~100
수원역 환승센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환승센터는 수원역사 서쪽에 건립중인데 총 연면적 2만3천377㎡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다. 오는 12월 완공될 환승센터엔 버스환승 터미널과 승용차, 택시 환승을 위한 교통광장, 분당선, 수인선, 전철 1호선 연결을 위한 대합실 등이 들어선다. 환승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수원역 동측광장에 집중되어 있는 버스, 택시 등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한편 빠르고 편리한 환승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역 인근은 하루 평균 전국 최대의 유동인구로 인해 매우 혼잡스럽다. 수원역 인근의 극심한 교통정체는 이곳이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본보 보도(4월 29일자 18면)와 같이 수원역은 팔달문 등 구도심은 물론 동수원과 영통, 북수원, 남수원 등 수원의 주된 생활지는 물론 서울, 안산, 안양, 성남, 용인, 오산, 화성 등 인접지역의 길목 필수코스이다. 수원역이 있음으로 해서 영·호남과 서울, 경기북부, 인천, 강원지역을 잇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가 됐다. 그러나 또한 이로 인해 수원사람들은 교통지옥을 겪고 있다. 왜냐하면 수원역의 입·출구가 동쪽으로만 나 있기 때문이다. 즉…
건망증도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했던가. 망각이 살면서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치유가 되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어려운 일을 겪었을 당시에는 버티고 서 있을 힘조차 없을 만큼 괴롭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도 조금씩 옅어지고 다시 희망을 찾게 된다. 건망증 때문에 실수하거나 난처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지천명의 세월을 넘기면서 부쩍 기억력이 떨어지고 수시로 이것저것 찾아 헤맨다. 장롱 문을 열고서서 무얼 찾으려 했는지 망설이고 냉장고를 열고도 무얼 꺼내려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딸애가 운전면허증 갱신할 때가 되었다며 엄마는 언제 하느냐고 묻는다. 까마득한 이야기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면허증을 갱신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없이 살았다. 운전면허증은 딸 아이 여섯살 때 땄고 갱신은 한 번 정도 한 것 같다고 했더니 1년이 지나면 면허증이 취소된다는 말에 정신을 번쩍 들었다. 남편도 면허증 재발급 받은 기억이 없어 서둘러 챙겨보니 아뿔싸 2014년 8월까지다. 그렇다면 무면허로 차를 끌고 다녔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1년이 지나면 취소되고 5년 안에는 신체검사와 이론 시험만 보
중간시험기간을 이용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다녀왔다. 휴가기간이 아님에도 가는 곳마다 한국의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휴학 중인 대학생들도 있었고 휴가를 낸 직장인들도 있었다. 두세 명이 함께 여행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혼자 여행하는 청춘들도 많았는데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낯설고 물 설은 이역에서 적응하며 새 삶터를 개척하는 이민자의 삶도 여성들이 우월한 바를 한인이주사에서도 확인한 바 있었는데, 새로운 것을 보고 체험하면서 삶의 지혜를 얻고자하는 탐방여행에서도 여성들의 도전정신이 우월한 듯했다. 첫 방문지인 마드리드에서는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해서 한인민박집을 찾았다. 마드리드시내와 근교인 톨레도와 세고비아 여행에 편리한 마드리드 시청사가 있는 솔광장 인근의 중년의 자매가 운영하는 S민박을 선택했다. 가격이 주변의 다른 숙소와 비교할 때에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니었지만, S민박이 아침밥 외에 김밥도 챙겨주고 주변 여행지에 대한 유용한 생생정보를 준다는 평판 때문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만도 한인민박이 20여 곳이 한인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젊은이들만이 절약여행 차원에서 호텔보다 호스텔 혹은 한인민박을 애용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단위 여행객들도
2015년 중국의 한 손해보험사가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일주일 연속으로 공기 1㎥당 300㎍을 넘을 경우, 대기오염 관련 질병 진단시 최대 18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미세먼지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가히 살인적이라는 중국의 대기오염에 떠는 국민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됐다고 해서 화제였다. 최근 들어서는 매일매일 미세먼지와 황사에 대한 일기예보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날씨보험의 하나인 ‘스모그보험’이나 ‘미세먼지 보험’이 등장할 날도 멀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공습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다양한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된다. 기도를 자극해 기침이나 호흡곤란을 불러오고 천식이나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있는 환자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 특히, 호흡기, 심천질환자, 영·유아와 청소년, 노인, 임산부 등은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보이지 않는 킬러(Killer)’라 불릴 정도로 소리 없이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4월, 수도권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1만5천명이 대기오염으로 기대수명
새벽밥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가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오래전 새벽을 여는 어머니가 있었을 것입니다. 두 시간을 걸어 학교에 가는 아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잠이 새벽을 뒤척거릴 때쯤 어머니의 밥은 뜸이 들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늘에는 별들이 새벽을 두드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를 깨우고 다 된 밥을 밥상에 올리면 어머니의 거친 손등도 함께 상에 올랐을 것입니다. 그 밥을 먹고 학교에 가는 아이의 발걸음은 살이 차올랐을 것입니다. 피가 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는 밥알처럼 뜨거워졌다가 밥알처럼 으깨어지기도 하며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갔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뒤돌아다보는 날이 왔을 것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은 있는데 어머니는 사라지고 없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문득 거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이는 쓸쓸함과 외로움과 후회 같은 것들을 껴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김유미 시인
유럽비즈니스센터가 수원에 개소되었다. 경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대가 모아진다. 유럽과 경기도경제협력은 실질적 도움을 실현해 갈 수 있다.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수원광교비즈니스센터에서 유럽외교사절단과 기업대표 및 국내관계자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럽비즈니스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유럽비즈니스센터에는 영국과 스웨덴 등 6개국 기술 강소기업의 한국 진출을 지원할 6개 컨설팅 전문회사가 상주하게 된다. 지역기업발전을 위한 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을 도모해가게 될 것이다. 러시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헝가리, 영국 등 5개국 23개 기술강소기업과 연구소는 유럽비즈니스센터 활용에 합의하였다. 러시아 담당 경러기술센터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담당 STPC, 헝가리 담당 AK글로벌 등이 활동한다. 이들 컨설팅회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정하는 해외 민간네트워크와 해당 지역기업에 대한 유럽기업의 한국진출에 큰 성과가 기대된다. 도내 중소기업과의 협업도 추진 중에 있다. 유럽비즈니스센터는 경기도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 기관이 활동하는 민관협업 오픈플랫폼이란 차원에서 기존 투자유치 전략과 차별화된다. 경기도가 보유한 우수한 기업정보와 산
과천시가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살기 좋은 도시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로 시 승격 30주년을 맞는 과천시는 ‘제2의 강남’ 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정부의 신도시 건설계획에 의해 조성된 친환경 행정타운이다. 도시기반시설이 잘 갖춰졌고 주변에 관악산·청계산, 양재천 등 자연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과천서울대공원, 서울랜드 등 유수의 테마파크와 국립과천과학관, 국립현대미술관, 경마공원 등 문화와 과학, 레저가 어우러져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였다. 특히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해 있어 한국의 대표적 행정도시로서 위상이 높았다. 주민의 삶의 질도 높아 경기도가 지난 2004년과 2014년 각 시군별 연령별 사망률을 토대로 기대수명을 산출한 결과 가장 높은 기대수명을 보인 지역이 과천시(86.7년)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난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센서스 자료다. 과천시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424만6천원, 대졸자 이상 비율이 71%, 전문직 비율 34.4%로 지역주민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정부 과천청사 주요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한 후 행
충남 당진에 거주하던 79세 어르신이 안양에 사는 딸네집에 찾아와 최근 심해진 다리통증에 대해 호소하였다. 최근 동네 마을회관까지 가는 길에 다리가 저려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안 되는데 2~3번은 앉아서 쉬어야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어르신은 주말에 응급실을 통하여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 후 시행한 몇 장의 X-ray 사진은 그간 어르신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몸은 아쉽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되는데, 척추는 노화가 시작되는 속도가 빨라 젊은 나이인 40대 이전, 빠르면 2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노화의 진행에 따라 척추 뼈나 후관절, 주변부의 인대들이 두껍게 되고 커지면서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척수의 통로인 척추관도 좁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뿌리에서 파생되는 가지가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도 좁아짐에 따라 허리통증뿐만 아니라 엉치(엉덩이)나 다리 밑으로의 통증을 더 호소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하지의 방사통, 즉 하지의 저린 증세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모두에서 발생을 하게 되는 것인데, 척추관 협착증이 허리디스크와 다른 점은 바로 ‘파행’이라는 단어로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