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러 번 봤던 기억이 있다. 신촌 주변 노고산으로 쏘다니느라 때를 넘겨 어스름 저녁이 돼서야 돌아간 집 근처 골목, 의기투합해 같이 놀던 또래 중 한 명이 성난 엄마로부터 사정없이 등짝을 맞으며 몸을 꼬던 모습이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양손으로 빌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또래를 향해 ‘공부도 안 하고, 밥 처먹을 시간이 되도 안 오면 어쩌란 말이냐. 이놈의 시키 뭐가 되려고…’ 하며 인정사정 보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던 그 애 엄마의 앙칼진 목소리도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 그 애는 그런 날이면 영락없이 밥을 굶었다. 먹고 살기 힘든 형편도 그랬지만 버릇을 고친다는 이유를 들어서 체벌을 가한 것이다. 가끔 그 애는 하의를 벗은 채 맨발로 영하의 추운겨울 아침 대문 앞에 서있기도 했다.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를 두고 계모라는 둥 동네에선 여러 얘기가 분분했다. 바로 밑 두 살 터울의 딸에게 집안 허드렛일을 시키며 구박을 일삼아 더욱 그랬다. 그런데도 그 애 엄마는 동네 아줌마들이 모이는 자리엔 으레 나타나 ‘자식 교육을 위해선 패야 한다&rsquo
이모 /고경숙 엄마가 벗어놓고 간 치맛자락에서 내 울음 몇 조각 주워들고 이모 손에 이끌려 유치원에 갑니다 주머니에 넣어 온 그 울음조각 만지작거리는데 이모가 손을 잡아끌며 재촉합니다 우리들은 종일 놉니다 해가 뉘엿해질 때까지 엄마와 닮지 않은 이모들이 데리러 오나 내다보며 저녁이면 퇴근하는 이모 내 빠이빠이가 이모를 보내고 소파에 앉으면 이모가 벗어놓고 간 앞치마에 내 울음조각 또 몇 개 묻어 있습니다 - 고경숙 시집 ‘혈穴을 짚다’ 기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이제는 여성 참여도가 높은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의식변화로 우리네 삶의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젊은 부부들의 맞벌이가 늘었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육아법은 아직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늙은 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모습이나 출근을 하는 엄마 대신 이모라는 이름의 육아도우미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는 아이를 보는 일은 흔하다. 날마다 엄마가 벗어놓고 간 치맛자락에서 주워온 내 울음 몇 조각 만지작거리며 해가 뉘엿해질 때까지 이모를 기다리는 아이, 엄마와 닮지 않은 그 이모를 따라 돌아온 집에서 저녁이면 퇴근하는 이모에게 손을 흔들고 소파에 앉아 홀로…
개성공단은 폐쇄되었고, 사드 배치 나아가 전술핵의 재배치까지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UN에서 북한의 회원국 자격까지 문제 삼는 등 북한과 전 방위로 부딪히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우리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 조업중단을 선언하였고, 공단폐쇄는 북한 당국이 결정했다. 물론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북한이다. 지난 1월6일 제4차 핵실험에 이어 2월7일에는 장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 그러자 핵실험 등에 개성공단의 수익이 유입된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의 조업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 정부의 대응이 올바른 판단일까?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낼 것인가? 아니면 더 큰 도발을 불러올 것인가?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북한제재를 유도할 것인가? 지금 일반 국민으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국민 개인으로서는 정보도 부족할 뿐 아니라 판단할 능력이 충분하지도 않다. 그러니 현재의 찬반양론은 현 정부에 대한 호불호, 이른바 진영논리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북한도발에 대한 대응책은 대통령이 결정하고 책임져야 헌법은 이런 문제에 대한 국가적 판단을 대통령에게 맡기고 있다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혹자는 마라톤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인생과 마라톤을 연계 지을까? 둘 다 닮은 것이 너무 많아서 일게다. 몇가지 내용을 비교해 보아도 그렇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마라톤 또한 꿈을 자유롭고 거창하게 꿀 수 있다. 부와 명예를 향한 인생의 꿈처럼 생각 속에 세계 기록도 내보고 마라톤으로 전 세계를 일주하는 등등의 상상이 얼마든지 가능해서다. 또 꿈을 꾸고 실천 하다보면 언젠가 이루어진다. 인생도 꿈을 꾸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마라톤도 풀코스든 하프코스든 목표를 세워야만 달성할 수 있다. 때로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한다. 인생의 성공을 결과만 갖고 이야기하듯 마라톤도 그렇다. 다시 말해 성공한 사람의 이면에 어떠한 노력과 눈물이 배어 있는가를 따지기보다 얼마나 성공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지듯 마라톤도 순위에 따라 받는 스포트라이트가 다르다. 뜻하지 않은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인생에 있어서도 예상치 못한 사고나 뜻하지 않은 질병 등이 발생하듯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재능이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인생이나 마라톤이나 열심히 하면 개인의 능력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대충…
복된 날 /백이운 목련이 피었나 했더니 어느 새 져버리고 천둥 번개 치나 싶더니 개들이 사라졌다 기적을 행하시느라 허리 휘인 그분도. - 시조집 ‘어찌됐든 파라다이스’ / 동방시선·2015 살면서 봄이 가고 여름이 간 것은 알겠는데 ‘개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개는 십이간지의 상징성을 보면 한해 수호신이라 들었습니다. 어째 수호신의 실종은 의지할 곳 없는 막막한 느낌입니다. 영락없는 가을 지나 겨울초입의 을씨년스런 풍경입니다. 이 적막함을 두고 시인은 ‘복되다’ 말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급기야는 기적을 행하는 절대자조차 늙어 사라졌는다는데 삶은 너무 고독한 나날이지 않나요? 그래도 복된가요? 문득 김종삼의 시 한 구절이 겹치는군요.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어부’에서)” 속삭였던 구절입니다. 우리에게 적막과 고독만 남았어도 우리가 살아온 기적이 있었군요! /이민호 시인
지난 해 고려대 연구팀이 입원환자의 입원비와 간병비를 조사했다. 그 결과 1인당 평균 입원비는 231만원인데 비해 간병비용은 275만원이나 들었다. 열흘 미만의 단기 입원의 경우 간병비가 조사보다 실제로는 2~3배가 되기도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환자의 보호자들인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지거나 사회생활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간병에 대한 공적 부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난 7월 시작된 포괄간호서비스다. 건강보험공단에서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했다. 이는 간병인이나 가족이 병실에 거주하지 않고 가족도 병실에 없기 때문에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고도 불린다. 간병비도 하루 1만원 이하로 확 줄었다. 병동 내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가족을 대신하여 간병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어서 보호자들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국회도 지난해 12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켜 포괄간호서비스 제공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병지원인력이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입원서비스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규정,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를 제공토록
경기지방경찰청이 ‘불법 사금융 100일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오는 5월31일까지 유사수신·불법 다단계·불법 대부업 행위 등을 대상으로 ‘불법사금융 100일 특별단속’을 펼친다. 불법사금융(이하 사채)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불법 사채는 100일이 아니라 1년 365일 동안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사채·다단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이혼·가정 파탄이 일어나거나 심한 경우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있다. 사채·다단계를 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서민들이고 사회적 약자들이다. 노인과 가정주부, 대학생도 많다. 이중 사채를 이용하는 이유는 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신용불량자이고 담보도 댈 수 없는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다. 사채업자는 이 점을 악용하여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 한 경찰관이 단속한 사채업자 중에는 2천%가 넘는 이자를 받은 악질도 있었다고 한다. 돈을 빌리기 전에는 먼저 자신의 신용도를 확인하고 이에 맞는 금융회사를 알아
서향각은 창덕궁의 후원 주합루 서쪽에 있으며, 왕실도서관 단지의 포쇄시설로 건립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대 왕의 물품을 보관하는 어제각의 역할까지 하였으나 구한말(舊韓末)에는 양잠소가 설치되는 등 파란만장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향각의 좌향은 주합루의 서쪽에서 동향하고 있는데, 이는 주합루가 주요 건물이고 서향각은 부속건물이기 때문에 같은 방향을 하지 못하였다. 신하가 임금에게 절을 올릴 때 국왕은 남향을 향해 앉고 신하는 측면 동서에서 왕의 측면으로 절을 해야 하는데 이를 곡배(曲拜)라 한다. 그리고 건물 배치도 같은 개념으로 하게 된다. 서향각의 평면은 정면 8칸, 측면 3칸으로 외측에 복도를 둔 2중 공간이며, 내부는 방과 대청마루로 구성되고 보조공간인 퇴칸은 복도로 되어있다. 건물 한 칸 길이는 퇴칸이 155㎝, 내부 칸은 248㎝이기에 전통 단위로 환산하면 퇴칸은 5자(尺) 내부 칸은 8자로 보여 이를 환산하여 기준척(영조척)을 산정하면 31㎝가 된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에는 정조시기 영조척은 30.8㎝로 알려져 조금 다르나, 공사 당시 현장에서 자(尺)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건물별로 오차가 생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서향각의 정면이 8칸으
인천지방변호사회도 해경본부를 인천시에 남겨야 한다는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천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해경본부의 인천 존치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고 결국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18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은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세종시 이전 대상기관으로 정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변경처분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구한다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변협 법률지원단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한 데서 힘을 얻고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은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수도 이전의 문제임을 명확히 하면서 이 경우 국민투표가 필수적인 헌법개정 사항임에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이 결정했었다. 따라서 수도 기능의 주요부분인 내치 및 국가안전 관련 부처를 이전하는 것은 행복도시법상 안전행정부를 이전대상에서 제외했던 입법취지에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민의 안전을
강제추행과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장원 포천시장이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17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서 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신상정보등록을 명령했다. ‘현직 시장이 강제 추행 후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허위로 신고해 죄질이 좋지 않고, 사회적인 지위와 파장을 고려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형이 확정되면 시장직은 상실된다. 하지만 서시장은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시 말하자면 시장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스스로 탈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와 상관없이 현재 당원권 정지 상태인 서 시장을 즉각 출당 조치키로 했다. 17일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서장원 포천시장이 공인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으로 당원과 시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쳤다면서 즉각적으로 출당 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시장의 사과문은 우리를 다시 한 번 씁쓸하게 한다. 집권여당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스스로 탈당’하겠다면서 시의회나 시민들의 사퇴 목소리엔 모른 채 귀를 꽉 막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