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듯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인 김종길이 ‘설날 아침에’란 시에서 읊은 것처럼 아무리 힘들고 각박해도 세상은 살만하다. 흩어진 가족을 모으는 명절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고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동안 결코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설날에 고향과 가족에 대한 보람과 감동으로 다시 1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어떻든 찾아갈 곳 있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다. 고단한 몸, 시름겨운 마음으로 고향집 문을 밀고 들어서면 반갑게 맞이하는 어른들의 환한 얼굴을 보며 더 없는 푸근함도 느낀다. 고향에서, 오는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 또한 다르지 않다. 김남주 시인은 이런 마음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까치야 까치야 뭣 하러 왔냐/ 때때옷도…
아이들에게 ‘소두증(小頭症)’을 유발시킨다는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경기도내에서 첫 지카바이러스 의심환자가 발생해 놀라게 했다. 도내 여성 3명은 중남미 등 감염국가로 여행을 다녀온 뒤 발열, 근육통 등 지카바이러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자 2일 오전 스스로 보건소를 방문해 신고했다. 이들의 증상이 심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고 싶은 것이다. 이에 이들의 검체를 채취해 국립보건원에 검사를 의뢰했는데 다행히도 이들 3명을 포함한 7명의 의심환자 모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지카바이러스 발생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여행자들에 대한 검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감염자가 발생한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국가와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인원은 연 214만명이나 된다. 방역당국은 지카바이러스 환자 발생 국가를 방문할 경우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고 37.5도 이상의 발열·발진, 관절통, 결막염,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기면 의료기관에 진료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값싼 수입품을 국산으로 둔갑시킨 판매가 구정을 앞두고 기승을 부린다. 농수산물의 유통구조와 판매형태가 구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수입개방과 비싼 국산품의 원산지표시는 악덕상인에 의해서 근절되지 않는다. 재래시장 원산지 표시 단속현장에서 상인과 단속반의 눈속임과 대처는 일시적이다. 당국의 일시적인 단속은 정착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일선자치단체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방사무소의 제수용품과 농축산물 등에 대한 원산지 표시위반 업체 단속은 연중무휴로 이뤄져야한다. 상인과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실시하여 정착시켜가는 일이 시급하다. 상인들은 바쁜 와중에 대체적으로 협조적이지만 일부 상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잘못된 상인들의 의식변화가 시급하다. 올바른 상도덕윤리를 위한 자원봉사단체의 활동을 강화시켜 가야한다. 단속요원들은 진열상품은 물론 거래명세표, 냉장고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확인하는 등 철저한 단속을 하고 있으나 효과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오랫동안 잘못된 관행처럼 이어온 실태와 경미한 처벌을 강화시켜 가야한다. 한 식육점에서는 칠레산으로 표시된 LA갈비가 조사결과 멕시코산으로 확인되자 점원은 당황할 뿐이다. 근본적으로 수입산 물품의 관리시스
지금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겨울이 춥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그 옛날의 설은 왜 그리도 추웠던지. 못 입고, 못 먹고 주위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었을 게다. 영하 20도는 보통이었던 추위도 추위거니와 변변한 옷이나 신발도 없었다. 한 여름엔 ‘타이아표’ 검정 고무신 하나면 족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정문 앞에 뽑기 상품 중 최고는 새로 나온 15원짜리 라면이었다. 끓여 먹을 줄도 잘 몰라 스프를 뿌려 그냥 과자처럼 깨물어 먹었다. 세뱃돈으로 받은 10원짜리 지폐를 흔들며 가슴 뿌듯해했던 유년시절이 문득 생각난다. 어머니께서 방앗간에서 줄을 서 기다리다 금세 뽑아주신 가래떡은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지금도 앉은 자리에서 서너 개는 거뜬히 해치운다.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 시골을 떠나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소사(부천)에 살던 시절이다. 방학이라서 설 전날에는 시골엘 갔다. 먹고 살기 위해 인천으로, 수원으로, 소사로 뿔뿔이 흩어졌던 큰 아버님과 사촌형들이 한 데 모인다. 소사에서 수원으로 갈아타지 않고 오는 방법은 인천~영등포~수원을 오가는 태화버스였다. 1971년 실미도 군특수부대원들이 탈취했던 그 버스다. 지금도 생각하면…
경기북부는 수도권규제를 받고 있는데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이는 등 중복규제로 시름하고 있다. 경기도 전체 면적의 42.9%(4천266㎢)나 되지만 이 가운데 북한과 철조망을 맞대고 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 또한 44%(1천893㎢)다. 또 전국 180㎢에 달하는 미군 반환공여지 가운데 80.5%인 145㎢도 경기북부에 몰려있다. 뿐만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지난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30여 년간 엄청난 불이익을 받아왔다. 대학조차 건립할 수 없었으며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할 수 없었다.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친 중복 규제로 자족기능이 저하되고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당연히 도로나 산업 기반도 경기남부지역에 비해 열악한 상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수도권 규제로 투자시기를 놓친 경제적 손실이 3조3천억원에 달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곳이 경기북부지역인 것이다. 중복규제와 인프라 부족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기북부 주민들에게 그나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연천군 연천읍 통현리, 은대리 일원에 59만5천579㎡(18만평)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축구장 면적의 80배가 넘는 크기로 2016년까
노인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일자리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소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당면한 과제이다. 자립생활이 절실한 수많은 노인들은 일자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새로운 일자리창출을 시급히 마련해줘야 한다. 지자체는 적은 예산으로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를 찾는 일이 우선이다. 현실에 적절한 일자리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할 때이다. 인천시의 경우 총 2만2천830개의 노인일자리를 만들어간다. 또한 2016년 노인일자리 사업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노인 사회활동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는 노노케어 4천553개를 비롯해서 취약계층 지원·공공시설·경륜전수 자원봉사 등 1만1천215개이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환경개선 등 전문서비스형 사업과 시니어 인턴 사업 등 인력 파견형 사업, 실버택배와 제조판매 및 공동작업장 사업이다. 올해는 민간기업인 CJ대한통운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협력해 추진하는 인천실버종합물류사업을 통해 실버택배 전담조직을 구축해간다. 이를 통해 기존 실버택배 사업 전반에 대한 통합적 관리로 서비스를 개선한다. 거점을 중심으로 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실버택배 사업을 활성화시킨다. 실버카페 확대,
정치의 계절이다. 각 정당들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영입 경쟁에 분주하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이 여와 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변신의 모습들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 경계를 넘어서는 영입은 우리 정치에서 종종 있어왔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이재오·손학규·김문수 등의 진보성향 인사들이 신한국당에 영입되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이종찬, 김중권 등 5·6공 인사들이 중용되었다. 2012년 대선 때에는 한화갑, 김경재 등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이 새누리당에 영입되기도 했다. 우리 정치가 보수-진보, 여-야의 진영대결 논리에만 갇혀있었음을 돌아본다면 이같은 현상은 긍정적인 면도 갖고 있다. 우리 정치에서 진영 간의 과도한 경계는 무너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여야를 넘나드는 장면들이 대단히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야당에서 ‘친노 패권주의’ 저격의 선봉에 섰던 조경태 의원은 돌연 새누리당행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여당 가려고 그랬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보위 출신의 경력에 박근혜
신영복 선생님께서 지난 1월 15일 오후 9시 35분경 자택에서 별세하시어 성공회대학교장으로 영결식을 거행하였다. 사흘 동안 무려 8천500여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고 틈틈이 많은 야당 정치인들의 조문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영전 앞에서 흐느끼는 이들은 대체로 20~30대 젊은이들이 많았다. 신 선생님의 세간에서의 지성적 영향력은 가히 종교적인 경지에 가까웠다. 흥미로운 것은 여당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조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인이 아닌 자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신 선생님을 향한 조문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을 것이다. 2016년 1월 18일 월요일의 벽제는 정말 추웠다. 그곳까지 동행해준 정치인은 지역에서 긴 세월 함께 해오고 있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야권 정치인들 중에는 눈도장 얼굴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어서 부득이 조문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필자가 상주가 되어 관 뒤편에 유족과 함께 서서 영구차로 이동하는 10 여분 동안 유명한 정치인 한 분이 함께 했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따라붙자 유족까지 밀쳐내며 그 정치인 옆에 서서 걷는 이름 모를 몇몇 사람들의 작태는 볼썽 사나왔다. 고
난초는 예부터 그 독특한 향기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식물이다. 따라서 부르는 이름도 주로 향기와 관련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향기가 있는 꽃이나 식물의 표상이라고 해서 국향(國香)·제일향(第一香)·왕자향(王子香)·향조(香祖) 등으로 불렀다. 이름에서 풍기는 의미가 향(香) 중 으뜸이라 느끼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이러한 향의 난초사랑이 유별났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시도 남겼다. ‘풀이 되려거든 난초가 되고 爲草當作蘭/나무가 되려거든 솔이 되려므나 爲木當作松/난초는 그윽하여 향풍이 멀리 가고 蘭幽香風遠/솔은 추워도 그 모습을 아니 바꾸나니 松寒不改容’. 줄기와 잎은 청초하고 향기가 그윽하며, 어딘지 모르게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범상치 않는 기품을 지니고 있다 해서 난초를 군자나 고고한 선비에 비유한다. 난초를 군자의 상징으로 여긴 것은 공자 덕분이다. 공자 역시 군자의 상징을 난초 향에 비유했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 “난초는 깊은 숲속에서 자라나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향기를 풍기지 않는 일이 없고 군자는 도를 닦고 덕을 세우는 데 있어서 곤궁함을 이유로 절개나 지조를 바꾸는 일이 없다”고 설파한 게 그것이다. 주
도플갱어 /이숙이 네가 누구냐……? 내가 알고 있던 평소 내가 아니다 무슨 근거로 거울을 믿을 수 있을까 내가 누구인지 대답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다 거울은 고집과 아집으로 굳어진 관념 덩어리 너의 진실은 어디 있는가? 어떤 논리가 거울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까 세상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거대한 용트림을 한다 혹시 사악한 내면이 뿔 달린 악마로 나타나지 않을까 너의 그 잔혹한 법칙에 길들여진 무성한 핏발이 가지를 뻗어 파고 든다 내가 정말 나인지 내가 누구인지 혼절해버릴 것 같다 두렵다 아침저녁 매일 보는 또 다른 나를 난 믿지 않는다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내가 바라는 내가 아니거든. -이숙이 시집 ‘누가 시간 좀 빌려 주세요’ 내가 모르는 내 안의 나를 볼 때가 있다. 평소의 내가 아닌 내가 내뱉는 말과 행동은 참 낯설다. 내 안에 무엇이 웅크리고 있었던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참고 참아야 할 일이 많다. 그때마다 적절히 분출하지 못한 감정은 내 안에 층층이 쌓이는 찌꺼기로 남는다. 그것은 바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더 크게 느끼는 두려움이다.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