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을 맞아 고향을 찾는 발길도 늘어난다. 고향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전원풍경과 함께 낡았지만 정갈한 한옥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탓이리라. 오늘은 고향 집을 생각나게 하는 남산한옥마을로 여행을 떠나보자. 남산한옥마을은 서울의 사대부가의 집들을 모아 놓은 한옥전시관 같은 곳이다. 흩어져있던 집들을 한데 모아놓은 터라 고향마을 같은 느낌은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남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자연을 벗 삼아 한옥을 여행하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한옥’이라는 말은 서양식 집이 많아지면서 우리 전통 집과 구분하기 위해 생긴 말이다. 서양식 집과 우리 한옥은 생김새로 확연하게 구분하지만, 사실은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누가 사는 집인가?’에 대한 것이다. 사람이 사는 집이니 당연히 사람이 사는 것이겠지만 한옥은 사람만이 사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외에 한옥에는 누가 함께 살고 있을까? 첫 번째는 ‘신’이다. 한옥에는 신이 함께 살고 있다. 한 명의 신도 아니고 여러 명의 신이 살고 있다. 그 중 대장 신은 성주신이다. 성주신은 집의 가장을 수호하는 신으로 대청에서 살고 있다. 한옥에서
우리 몸의 지질(쉽게 기름기)은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콜레스테롤은 세포 구성에 꼭 필요한 물질이고, 중성지방은 분해되면서 에너지 공급원인 지방산을 생성한다. 고지혈증이란 이러한 성분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된 상태를 말하며, 혈액 내에 지방이 증가되면 혈관벽에 축적되어 혈관이 막히는 동맥 경화를 일으킨다. 이 중 혈관에 축적되는 콜레스테롤은 LDL콜레스테롤로 동맥경화를 유발해 ‘나쁜콜레스롤’이라고 하고, HDL콜레스테롤은 혈관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는 기능이 있어서 동맥경화를 막아줘 ‘좋은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기준은 통상 총콜레스테롤 200㎎/㎗ 이상, LDL콜레스테롤 100㎎/㎗ 이상, 중성지방 200㎎/㎗ 이상이나 동반된 질환에 따로 진단, 치료 기준이 다르다. HDL 콜레스테롤은 40㎎/㎗ 이하로 낮은 것이 문제가 되므로 최근에는 고지혈증 대신 이러한 상태를 포함하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무증상이나 동맥경화로 인한 혈관 합병증, 즉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경색, 다리 혈관 협착증 등의 병이 유발되면 이로 인한 증상이 있을 수
잠에서 막 깨 일어나 앉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해 짓는 ‘멍~’한 표정.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이럴 땐 아무 생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이처럼 멍하니 있는 것을 아주 부정적으로 여겨왔다. 심지어 이런 사람을 빗대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고 해서 흐리멍덩하다느니, 자극에 대한 반응이 무디고 어리벙벙하다고 해 멍청하다는 표현까지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일찍이 뇌 과학이나 정신의학계에서는 ‘멍 때리는’ 일이야말로 뇌나 정신 건강에 매우 좋다고 해왔다. 오히려 창조성이 더 높아져 의외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지나친 집착이나 불필요한 생각에서 풀려난 뇌가 새로운 발상을 해낸다는 것이다. 며칠 전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멍 때리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놀라운 실험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다. 내용은 이랬다. 직장인 남녀에게 각각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주고 생소한 용어들을 15분 동안 검색하게 했다. 그리고 곧바로 30개 단어가 적힌 종이를 주고 1분 동안 외우게 한 뒤 얼마나 외웠는지 적게 했다. 다음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거두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이른바 멍 때리도록…
수더분함의 미학 /우종태 다림질 하지 않은 세간이 죽담에 누워있다 주름진 뱃살을 내놓은 쪽마루 누더기 옷을 깁은 흙벽 그 옆 멀뚱하게 서 있는 기둥 햇살에 구겨진 혀를 내민 처마 마루아래 낮잠을 자는 녹슨 삽과 괭이 부러진 낫자루 도둑고양이의 발길처럼 번지가 없다 시골집 세간은 오래된 대소쿠리 같아서 타작한 콩깍지 같아서 빈 마당을 쓸어도 한낮 우렛소리를 들어도 곧 적정寂靜이다 - 우종태 시집 ‘한옥, 詩로 짓다’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 속도를 놓칠세라 우후죽순 늘어나는 빌딩과 도로와 실시간으로 전해오는 소식들과, 우리는 그 모든 것에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마음에 평안함이 없다. 이 시는 그러한 우리의 획일화되고 각진 삶에서 벗어나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낡고 오래된 시골집을 시인만의 해학적이고 재치 있는 솜씨로 의인화 하고 있다. ‘주름진 뱃살을 내놓은 쪽마루’ ‘멀뚱하게 서 있는 기둥’ ‘햇살에 구겨진 혀를 내민 처마’, 마치 모든 세상사 그러거나 말거나 달관한 듯한, 익살스러운 표정의 달마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서 독자에게 절로 미소 짓게 한다 &lsqu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가 구성됐다. 전국 23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시장·군수·구청장들은 최근 시흥시 시흥ABC행복학습타운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김윤식 시흥시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중앙정부에 자치분권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지방정부의 역할을 이해하는 리더를 발굴·양성하는 한편 지방자치 및 분권 관련 공동 연구 수행을 통해 주요 정책 의제 등을 중앙정부에 제시하기로 했다. 지방분권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부터 추진돼온 과제다. 지난해로 지방자치 20년을 맞았지만 지자체의 실질적인 권한은 없고 책임만 뒤따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앙정부의 간섭과 규제에 얽매여 지역주민들이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폐단으로 인해 삶의 질마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년이나 지방자치를 해왔지만 아직도 지방을 하부기관처럼 보는 중앙 본위 사고의 틀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했다. 그래서 이날 모인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은 지역 중심의 분권 정책이 정립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완전한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진정한 지방자치와 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난해 10월 민병주의원(새누리·대전 유성구)이 EBS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놀라운 점이 있다. EBS 수능 최고 인기과목은 영어나 수학이 아니었다. 바로 ‘한국사’강의였다. 2014년 EBS 수능강의 누적이용건수 272만5천54건이었던 한국사 강의는 2015년 1천898만7천44건으로 약 7배나 폭증하면서 전체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영어는 671만990건으로 2위 ▲국어과목이 558만257건으로 3위 ▲수학과목이 296만6천377건으로 4위였다. 1위 한국사 과목과 2위 영어와의 격차는 3배에 가까웠다. 이는 한국사가 행정공무원과 경찰공무원 등 공무원 시험에 필수로 채택되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 시험이 필수로 포함되면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지정하게 된 것은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사 교육을 강화해 청소년의 역사인식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사 시험은 4교시 탐구영역 시간에 치러지게 되며 문항 수는 20개, 만점은 50점이다. 뿐만 아니다. 오는 2018년부터 중·고교 역사교과서에서 삼국시대부터 신라의 삼국 통일,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와
미국의 전략무기가 향후 계속 단계적으로 한반도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25일 국방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 나온 설명이다. 이 설명에서는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투입문제와 관련해 한미합동참모본부가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에 투입될 미국의 전략무기는 기본적으로 핵무기를 탑재하고 있다. 이 전략무기의 대표적인 것은 B-52와 B-2 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 F-22 전투기 등이다. 이것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이 동맹국을 지원하는 핵우산의 핵심전력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1월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10일에 미국은 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격 출동했다. B-52 폭격기는 B-2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무게 320-350㎏의 B61 핵폭탄과 무게 1천100㎏의 B83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지난 16일 F-18 전투기 등 90여대의 항공기와 5천700여명의 승조원을 태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존 C. 스테니스 전단이 모항인 워싱턴주 킷샙 해군기지를 출항해 동아시아로 향했다. 특히 지난 20일 일본에 배치된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
가족 간에 부동산 등을 증여하거나 양도하는 경우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결혼 등으로 새로이 출발하는 자녀에게 집 마련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부모들로서는 관련된 세법규정을 정확히 알아야 뜻하지 않은 낭패가 없다. 자녀들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 해당 재산의 취득자금을 입증하지 못하면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직업·연령·소득 및 재산 상태로 보아 자산을 자력으로 취득한 것으로 보이며, 자금출처로서 입증하지 못하는 금액이 취득재산가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제외하고 있다.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부동산 등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재산의 가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증여세가 과세된다. 다만, 양도한 사실이 명확하여 객관적 자료에 의해 입증되는 경우에는 증여로 추정하지 아니한다. 또한 특수관계자에게 1차 양도하고 그 양수자가 3년 이내에 당초 양도자의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2차 양도하는 경우에도 가족이 직접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증여세를 과세한다. 10년 기간 내 배우자에게 6억원, 자녀에게 5천만원까지 증여하더라도 증여세가 없다. 이를 초과하여 증여하는 경우에는 동 금액만큼 증여재산
다매(茶梅), 수선(水仙), 납매(臘梅), 옥매(玉梅)는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설중사우(雪中四友)’라 부르는 한겨울 꽃들이다. 모두가 차갑고 삭막한 겨울에 따뜻한 봄기운을 알리는 전령사 구실을 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다매는 잘 알다시피 동백(冬栢)을 가리킨다. 동지섣달의 해풍과 골바람을 이겨내며 해안가나 사찰 주위에서 붉디붉은 꽃을 피워 봄을 알린다. ‘날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수선은 부르는 여러 이름들조차 겨울과 연관이 있다. 눈이나 얼음 사이에서 꽃이 핀다 해서 얼음새꽃, 설날 무렵 꽃이 피어 원일초(元日草)라고도 한다. 눈 속에 피는 연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설연화(雪蓮花),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녹아 구멍이 난다고 해 눈색이꽃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한겨울 제일 먼저 꽃을 피우고 봄을 예고하는 것은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의 납매다. 때문에 별칭도 추위를 뚫고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라는 뜻의 한객(寒客)이다. 특히 설중사우 가운데 향기가 제일 좋아 한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꽃으로 꼽았다. 중국 최초의 여제(女帝) 측천무후가 반했다는 일화도 있다. 측천무후는 국호를 주(周)로 고친 그
모래 여자 /차성환 오지 않는다. 모레 온다고 했던 모래 여자,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건만 떠나자마자 사채업자가 들이닥쳐 잘라 버렸다. 모래 밥을 안쳐 놓고 오지에 가서 오지 않는 여자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아닌 모레 온다고 한 여자 잘린 손가락에 대마초가 피고 냄새를 맡은 경찰이 철문을 두들긴다. 방구석에 놓인 관 뚜껑이 열리고 삼베옷을 입은 아버지가 튀어나온다. 아버지는 대마 잎을 염소처럼 뜯어 먹고 나는 염소젖을 쓰다듬으며 음마음마 소리내 운다. 모레에 오지 않을 것 같고 와도 안 될 것 같은 여자 귓가엔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도시는 황사로 가득한데 치맛자락을 붙잡은 내게 모레에 올게 모래를 흩뿌리며 사라진 여자 뻑뻑한 눈알을 긁어 대는 나를 두고 모레 온다며 떠난 여자 모래를 씹으며 모레를 세면 손가락들이 모래로 떨어지고 방 안에 나 대신 모래 한 푸대 부려 놓고 달아난 여자 대마 꽃처럼 푸슬푸슬한 붉은 입술로 도망간 모래, 모레, 모래 여자 때로는 문학사에서 작품론과 작가론이 거론될 때 그 어느 쪽으로 치우쳐서 불균형을 이룰 때가 있다. 작품은 괜찮은데 사람은 좀 그렇더라는 말도 있고 사람은 좋은 데 작품은 좀 그렇더라는 말이 있다. 그러한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