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네 말 /이시영 이렇게 비 내리는 밤이면 호롱불 켜진 호야네 말집이 생각난다. 다가가 반지르르한 등을 쓰다듬으면 그 선량한 눈을 내리깔고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거리던 검은 말과 “애들아, 우리 호야네 말 좀 그만 만져라!” 하며 흙벽으로 난 방문을 열고 막써래기 담뱃대를 댓돌 위에 탁탁 털던 턱수염이 좋던 호야네 아버지도 생각난다. 날이 밝으면 호야네 말은 그 아버지와 함께 장작짐을 가득 싣고 시내로 가야 한다. 아스팔트 위에 바지런한 발굽 소리르 따각따각 찍으며. - 시집 ‘호야네 말’/창비시선, 2014 여름날 긴긴 장마에 무슨 생각이 떠오릅니까? 그치지 않는 빗줄기는 옛날 동시 상영하던 동네 극장 스크린 같습니다. 비 영사막에 비친 그림은 눈에 선합니다. 선량한 말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아버지가 있고 발굽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래전 백석 시인이 우리에게 건넸던 아름다운 말들이 이 시 속에도 속닥거리며 담겨있습니다. 아쉽습니다. 이 여름 내리는 빗줄기 속에는 아무런 잔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시간만이 아닙니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역사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호야
어머님 생신이라 나가 살던 형제들이 다 모였다. 원래는 며칠 있어야 하겠지만 평일에는 모이기 쉽지 않아 가까운 휴일로 잡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추석에 참석하지 못했던 조카딸과 막내 시동생도 환한 얼굴로 들어선다. 갑자기 온 집안이 그득해진다. 추석에 다녀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그새 얼굴이 달라진 듯 유심히 바라보신다. 어디 축간 데는 없나 아들들을 살펴보시고는 손자들이 대견해 등을 두드리시고 꽃처럼 피는 손녀딸을 연신 쓰다듬으신다. 오느라 힘들었다며 마실 것이라도 내고 싶어서 연신 분주하시다. 손자들이 사온 케잌에 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는 것에 맞춰 어머니께서 웃음 가득하신 얼굴로 촛불을 끄시고 경쾌한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젊어서부터 여러 자녀를 낳아 기르시면서 고생을 하신 어머니도 이날은 새색시로 돌아가시는 듯하다. 음식을 앞에 놓고도 좋아하는 술이 먼저 오가고 몇 순배 돌고 나면 뚝뚝한 남자 형제들이라 자주 통화도 못하고 살다가도 이런 날은 지난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시는 어머니께서도 덩달아 웃으신다. 웃을 때마다 잡히는 깊은 주름살 위로 사진으로 본 젊으실 때의 얼굴이 아른거리자 왈칵 눈물이 솟
요즘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롯데가문의 두 아들이 드라마같은 상황을 연출하다가 드디어 진흙탕 싸움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평소 아버지가 교통정리를 잘 하여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방하였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들의 어눌한 한국말 표현을 보면서 분노와 연민의 감정을 추스리게 된다. 어떻게 하면 내가 평생 일구어 놓은 가업을 자녀들이나 똑똑한 직원에게 원만하게 물려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전에 내 얼굴만 보면 수원고등법원 잘 되가느냐고 반갑게 맞아주던 고 고희선 의원의 농우바이오가 가업승계에 실패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는데 그의 유족들은 1천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이어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업승계 문제로 고민에 빠졌었다고 한다. 결국 그들은 상속재산인 주식지분의 매각을 결정하고 경영권을 다른곳에 넘겼다. 가업승계와 관련한 각종 세금, 법률문제들을 생전에 미리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때문이라 하겠다. 다행히 농협계열사로 편입되어 그분의 회사 창립정신이 계승될 수 있게 되었다. 가업승계는 후계자가 누구냐에 따라 자녀승계, 제3자 승계, M&A로 구분되는데 자녀승계는 회사의 설립자가 자신의 자녀에게 회사를 물
현 정부는 출범이후 성폭력을 비롯한 학교폭력, 가정폭력과 함께 4대악으로 규정된 불량식품 먹거리 사범들에 대해 양형기준을 강화했지만 일선 법원에서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의 안전한 위생적인 먹거리의 구현은 중요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엄벌에 처해야하나 현실은 경미하게 처벌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법조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불량식품사범에 대한 엄단을 천명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범죄의 경우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양형규정이 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5월부터 식품·보건범죄 양형기준을 수정하여 시행하고 있어 국민의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허위표시는 4월~1년을 기본으로 감경 시 8월 이하 징역형을, 가중처벌은 10월~1년6월을 양형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법원의 판결에서 징역형을 유예해주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 전주지법은 지난 6월 국산 쌀과 수입쌀을 섞어 만든 떡과 면류 3억 원 어치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60대에 대해 범행기간이 길며 매출규모도 크지만 국산 쌀 사용으로 품질이 저하되
‘제가 내일 친구랑 대학 입학시험 보러 가서 하룻밤 자야하는데 알고 보니 학생은 모텔에서 못 잔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여학생 두 명이 잘 수 있는 숙박시설 있을까요? 진짜 급해요ㅠㅠ’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뜬 대학입시 여학생들의 절박한 호소다. 업소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숙박업소들은 규정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시험을 보기 위해 타지방에서 온 청소년들에게는 큰 난관일 수밖에 없다. 대학이 많은 경기도내의 모텔 등 숙박업소와 찜질방 등 숙박 가능업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본보 보도(28일자 19면)에 의하면 업소 상당수가 청소년들의 숙박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공중위생관리법에는 ‘밤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관련법에는 친권자나 후견인의 ‘출입동의서’를 받은 경우 청소년들도 합법적으로 숙박업소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보호자의 출입동의서를 제시해도 다수의 숙박업소들은 청소년들의 숙박을 거부하고 있다. 업주들의 말에 따르면 “몇 만원 벌려다가 재수 없으면 몇 백 만원 벌금 내는 일도 숱하게 벌어져 차라리 청소년을 안 받는 게 낫다”는 것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도 “청소년이 와도 무조건 받아줘라 할
오늘이 지방자치의 날인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20년이라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관심이 없다. 10년 전인 2005년 6월 당시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기초의회와 단체장의 정당공천제 실시를 결정한데 반발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적이 있다. 무소속으로 두 번의 시장직을 수행해본 그로서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까지 중앙 정치에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가졌다. 현재와 같은 정치시스템 아래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단정한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는 107명의 여야 의원들이 동참했다. 이어 전국 시군자치구 의회 의장협의회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을 허용한 법 개정안은 지방의회를 정치인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당시 고 심의원의 소신은 신선했지만 기초단제장과 의회의 정당공천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오래된 일본의 기초자치단체장이 대부분 무소속인 이유는 중앙정치의 폐해를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정당 공천을 금하고 있는 것도 선거 때마다 고
치열한 경쟁력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기업을 육성해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수반된다. 격변하는 미래사회의 요구에 적절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피나는 노력이 있을 때에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일부업주들은 자신이 보유한 기술만 믿고 묻지마 투자를 하여 낭패를 보는 사례가 속출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철저한 과학적 분석과 확신을 갖고 미래사회를 적응해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생산품의 한 부문만 믿고 어설프게 창업을 해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성공을 위해서는 창업분야의 올바른 정보와 수익보장의 검증이 끝난 후에 시도해야 된다. 최근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심각한 실업난과 더불어 실패 기업인의 재 창업이 사회적문제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재 창업에 도전한 중소기업인중 70%는 실패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공률이 낮은 주된 원인은 창업 전에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고 사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경기중기청이 재도전 기업의 실패요인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주로 경영미숙을 비롯해서 거래처 부도 등 내·외부 요인이 복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성장과정에서 겪는 실패요인을 분석한 실패의 주된 원인 7가지를 제시했다. 경기중기청은 선택·개발·시장·관리·태도
떨어지는 낙엽들이 못내 아쉬워 영주 부석사를 찾았다. 서양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찰은 불국사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찰은 부석사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부석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부석사의 시작을 알리는 일주문까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펼쳐져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은행나무 길이지만 부석사의 시작을 매력적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부석사 일주문에는 ‘태백산 부석사’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부석사가 위치해 있는 산은 태백산이 아니라 봉황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백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봉황산과 더불어 태백산의 기운을 함께 연결하고 싶었으리라. 부석사는 오르막길에 너른 축대를 쌓아 필요한 건물들을 앉혔다. 그래서 부석사는 천왕문에서부터 아홉 단의 석축을 올라야 무량수전에 이른다. 무량수전에 이른다는 것은 곧 극락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극락에 이르는 길이 결코 쉽지 않듯, 무량수전에 이르는 안양문은 좁고 가파르다. 가파른 계단과 문을 통과한 뒤, 숨을 고르며 마주한 무량수전은 빛바랜 편액이 먼저 반긴다. 무량수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극락에 왔으니 부처님을 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량수전에
본보는 지난 2012년 전부터 기초지자체이지만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에 대한 특례제도가 도입되고 100만도시에 걸맞는 법적지위가 부여돼야 한다고 기사와 사설을 통해 끈임 없이 지적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규모에 맞는 행정권한을 주길 꺼려하고 있어 해당지자체 공무원과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본보는 4회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도 행동을 같이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수원갑) 의원과 새누리당 강기윤(창원 성산) 의원은 지난 2013년 9월에, 김용남(수원병) 의원은 2014년 9월에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가 기초지자체 이상의 권한을 갖도록 법적지위를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구 100만이 넘는 기초지자체는 수원시, 고양시, 성남시, 용인시, 창원시 등이다. 말이 기초지자체지 대도시다. 특히 수원시 인구는 120만명을 넘어섰다. 광역자치단체인 울산시 117만여명(2015년 7월31일 현재)보다 많다. 그런데 공무원 수는 울산 5천808명, 수원 2천794명이다. 수원시에 비해 두 배
여름의 무더위가 어느덧 가시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상쾌한 바람과 습하지 않은 날씨, 그리고 한껏 높아 보이는 하늘이 인상적인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하지만, 건조한 날씨와 큰 일교차로 인해 건강에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동안 무더위에 힘들다가 선선한 가을 날씨로 변하면서 몸이 좀 더 가볍고 의욕이 생기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름의 더위로 인해 허약해진 기운이 잘 회복되지 않아 도리어 가을에 유행성 질환에 걸려 고생하거나, 오전과 오후의 큰 일교차로 인해 호흡기 질환 등에 이환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을은 육기(六氣) 중에서 건조함, 즉 조(燥)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시기입니다. 조의 기운이 왕성하게 되면, 사람의 피부도 건조해지면서 피부가 가려워지거나, 원래 가지고 있던 아토피나 피부질환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마셔 피부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씻고 난 이후에는 피부의 습기를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을은 수렴의 계절입니다. 사람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수렴하는 기운에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사람의 마음이 움츠러 들게 되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