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의 시작이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들어선다. 불면증인지 밤에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 새벽녘쯤 곤한 잠에 들다보니 아침시간은 늘 벅차다. 서둘러 식사준비를 하면서 대충 청소며 빨래해 널고 출근 준비를 한다. 몇 번을 깨워야 일어나는 아이들 방을 두드리고 관상어에 먹이를 준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간이다. 설거지를 하다 그릇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툭 소리와 함께 그릇의 이가 나갔다. 아뿔사 얼마나 아끼던 그릇인가. 이십여 년을 나와 함께 한 그릇이다. 워낙 어려울 때 장만한 그릇이기도 하거니와 곗돈 대신 받은 그릇이라 의미와 애착도 있는 그 당시에는 고가의 그릇이다. 이 빠진 부위를 찾아 맞춰보니 아귀가 맞는다. 강력 접착제로 붙이니 표시가 났지만 그냥 사용할 참이다. 세월 탓인지 손목이 시큰거리고 팔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그릇을 놓치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이 버겁다. 나물을 삶아 물기를 짜거나 행주를 짤 때 등 손목을 비트는 일이 만만치가 않고 여기저기 파스를 붙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실수를 자주하게 되고 집안일이 버겁기도 하다. 사람이든 그릇이든 한 번 흠집이 생기면 원래대로 되기가 쉽지는 않다.…
이곳의 지면을 통해 그동안 정조의 건축을 순서대로 살펴보다 보니 현재는 존재하지 않은 건물들이 대상이 되었다. 전편에서는 부용정의 외부뿐 아니라 내부구조적인 부분도 변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고, 방화수류정과 비교하여 온돌의 설치 가능성을 대하여 추정해보았다. 추정한 내용처럼 온돌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아궁이와 굴뚝의 위치는 어디에 있었을까? 강릉 선교장의 앞에 있는 연못에 두 다리를 담그고 있는 활래정(活來亭, 1816년)도 부용정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이곳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활래정’이란 주자의 시 「관서유감(觀書有感)」에서 따온 것으로 ‘맑은 물은 근원으로부터 끊임없이 흐르는 물이 있기 때문이다.’는 의미가 있다. 연못의 안에는 ‘봉래선산’이라는 섬이 있다. 정조가 짓은 부용정 상량문에도 ‘이곳 봉래신선의 구역에 물가궁전을 짓는다.’라고 하여 두 곳 모두 봉래신선의 구역이라고 하고 있다. 또 선교장의 대문에는 ‘선교유거(仙嶠幽居, 신선이 기거하는 그윽한 집)’란 현액이 있어 주인이 신선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조 역시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이 1979년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처럼 고양이는 진짜 쥐를 잘 잡는 것일까? 동물학자 들은 사실 이라고 말한다. 사냥을 하던 야생 본능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의학계에선 이 보다는 고양이의 원초적 생존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유황함유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의 자체합성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따라서 타우린 합성 능력이 높은 쥐를 잡아 먹음으로써 이를 보충 한다는 것이다.고양이도 사람처럼 타우린이 부족하면 심근증이 발생. 사망에 이른다고 하니 설득력이 있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고양이를 처음 가정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은 약 5천년전 고대 이집트에서다. 쥐떼가 곡물 창고를 습격해 큰 손실을 입히자 고양이가 쥐의 천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집집마다 키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고양이에 대한 대우는 특별했다. 음악과 풍요, 다산의 여신으로 숭배되었고 고양이를 죽인 자는 사형까지 처해졌다. 이처럼 신성시 했던 고양이는 15세기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마녀의 부하라는 말이 퍼
무예는 ‘허공에 몸짓으로 그리는 한편의 시’다. 몸을 통해 자유롭게 대자연과 호흡하며 머리꼭대기부터 발끝까지 한 흐름을 타고 전개하는 것이 무예이며, 시 역시 언어를 통해 자유롭게 세상과 한 흐름으로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기에 서로 닮은 모습이 많다. 시에는 기본적으로 운율(韻律)이라는 것이 있다. 운율은 ‘운(韻)’과 ‘율(律)’의 합성어로서, ‘운’은 특정한 위치에 동일한 음운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하고, ‘율’은 동일한 소리 덩어리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바로 문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의 규칙적 반복을 바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한 흐름을 통해 인간은 시를 읽으며 마음속에 안정감이나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무예의 흐름에도 운율이 있다. 무기를 사용하는 검법의 경우에는 치고 베거나 찌르는 지극히 단순한 움직임이 연속되지만, 상대를 적시에 공격하기 위하여 동일한 몸 움직임이 반복된다. 또한 단순히 한 움직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공격과 방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몇 개의 움직임이 뭉쳐져 하
은하계에서 오는 빛을 이용, 과학자들이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140억살 가량 된다고 한다. 이러한 우주의 역사 속에 은하계에 속해있는 태양과 지구는 약 45억년전에 탄생 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탄생이 은하계에서 최초였을까? 과학자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은하계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4000억개나 있고, 우주에는 은하계가 1000억개 이상 존재하기 때문 이라는 게 이유다.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인간은 수많은 별을 보며 지구를 닮은 행성과 외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래서 외계인을 다룬 소설과 영화가 끊임없이 나왔고 UFO소동도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부터는 상상에서 벗어나 아예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리며 직접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냈다는 소식은 없다.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는 행성은 여럿 발견했다. 화성(火星)도 그중 하나다. 화성은 지구와 많이 닮았다. 비록 절반 크기고 중력은 3분의 1밖에 안되지만 하루가 24시간 37분으로 지구의 23시간 56분과 비슷하다. 자전축 25˚(지구는 23.5˚)과 사계절이 있는
달 /나해철 너를 만나려면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달아 너의 몸을 아래 내 몸을 눕히려면 어두어야 한다 황홀한 너의 빛으로 나의 영혼 가득차기까지는 밤이 와야 한다. 햇빛 속에서는 아음다운 네 모습 볼 수가 없어 그러므로 밤 뿐인 사랑 어둠 뿐인 사랑이다 달아 이지려져서 내 심장 멎게 하다가 다시 터질 듯 차올라 내 가슴 불타게 하는 달아 너를 만나려면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밤 뿐인 사랑 어둠 뿐인 사랑이다. 시를 읽다보니 외로움들이 찾아든다.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긴 듯도 하고 지독한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어 보인다. 지독한 삶에 몸을 돌보지 않고 살아왔거나 쇠약해진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시는 무겁다. 눈부신 가을 산에 가을나무들이 서 있다. 다시 만나보자고 약속했던 시간처럼 그 약속을 잊고 산다. 맑고 빛나는 빛의 잔치를 눈부시게 펼치는 가을산은 그래서 아름답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활력을 준다. 유리창 닦이처럼, 세상이 바라보이는 흐려진 창문을 닦아주는 사랑이 시에서 일어난다. 사랑은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사랑 때문에 아프고 병이 들기도 하지만 고통 속에서 흘리는 눈물
그동안 미술관 명칭 문제를 놓고 참 말들이 많았다. 8일 문을 연 시립미술관인 ‘수원시립미술관 SIMA’ 얘기다. SIMA는 ‘Suwon I’Park Museum Art‘의 머리글자다. 미술관 명칭이 말해주듯 SIMA는 현대산업개발㈜이 건축한 아파트 아이파크란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기업이윤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협약하고 행궁광장 북측 4천800㎡ 시유지에 3년 여 공사 끝에 완공한 뒤 수원시에 기부했다. 그러면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수원지역 시민단체와 문화예술단체들은 수원시청 앞 기자회견, 서울 현대산업개발 본사 시위, 건축 현장 시위 등을 열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명칭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미술관에 재벌기업의 아파트 브랜드 명칭이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며 명칭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기반시설이 기업의 이윤논리에 의해 명칭을 판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술관 명칭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대여론이 강경했음에도 있음에도 지난 5월 수원시의회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명칭이 들어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겨 있던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검은 거래 관행이 아직도 근절되지 못 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대대는 최근 제약회사 대표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등 의료업계 종사자 274명을 입건했다. 이들을 연결해준 브로커도 6명이나 적발했다. 이들의 로비형태는 다양했다. 특정 제약회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 주유권 등 61억 5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리베이트 자금은 고스란히 환자들의 금전적인 피해로 돌아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아직도 이 같은 관행이 팽배한 것은 업계나 의료계가 아직도 자성하지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환자들의 치료제로 쓰는 의약품은 만드는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복제약도 제조가 가능하다. 성분도 비슷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약회사들은 의사가 자신들의 회사가 제조한 약품을 처방케 하는 데 목숨을 건다. 의사가 처방한 특정 약품은 그래서 경우에 따라 약국에 비치하지 않은 것도 있다. 환자의 동의와 의사에게 사후승인을 얻어 성분이 비슷한 약으로 조제해주기도 한다. 이른 바 대체조제다. 의사들이 대체조제를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이른 아침 집을 나서려는데 아무리 해도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몇 차례시도를 해보니 문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 무언가가 문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가게로 나가보니 밤에 세워둔 차들이 새벽이슬에 흠뻑 젖은 채 서 있었다. 그 중에 무슨 어수선한 도구를 잔뜩 실은 트럭이 문에 바짝 붙어 있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 세웠나 해서 차를 살펴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고 연락처가 적힌 표시를 부착한 차도 있었지만 그 트럭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남의 집 문 앞에 세웠으면 일찍 빼주려니 하고 그냥 나갔다. 두어 시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다른 차들은 다 이동을 했는데 예의 그 트럭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난감하기도 하고 화도 나서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신고를 해서 견인을 하도록 하자니 혹시라도 나중에 차주와 맞닥뜨렸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을 떠올리자 그도 내키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그래도 아는 집이라고 믿거라 하고 그러는 경우가 더러 있기도 하다. 하기야 나도 시장을 가거나 다른 볼일이 있어 차를 가지고 나가면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마음을 졸이던 일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했던 조선 21대 임금 영조는 뒤늦게 얻은 귀한 아들 세자만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어긋나는 세자에게 실망하게 된다. 세자 또한 다그치는 아버지에게 원망을 품으면서 부자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잘하자. 자식이 잘 해야 애비가 산다!”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결국은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그것도 뒤주에 가둬 8일 만에 죽게 만든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왕과 세자로 만나 아버지와 아들의 연을 잇지 못한 두 사람의 운명을 그린 영화 ‘사도’ 의 줄거리다. 역사적으로 너무 잘 알려져 지루 할 것 이라는 예상을 깨고 연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버지이기 이전에 군주였던 영조와 세자이기 이전에 아들이고 싶었던 부자간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내서 라고 한다. 정조는 실제 이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갈등을 보며 성장했고 죽음도 목격했다. 또 그 와중에서 권력의 기회를 엿보는 붕당정치의 폐해도 체험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이 모든 것이 없는 충과 효의 세계를 꿈꾸기 시작했다. 수원화성은 그렇게 탄생했다. 정조는 붕당정치의 타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