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꽃 /이종암 순천 김인호 시인의 페이스북에서 처음 봤다 용담과 한 두해살이 풀, 닻꽃 꽃 아래 갈고리 모양 네 개의 꽃받침 물과 바다를 배 하나로 묶어두는 닻, 꼭 그대로다 지금은 아득한 스물한 살 내 첫사랑 떠나기 전 저 닻꽃 꺾어다 줄 걸 그랬다 이젠 닻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한다 오십 넘어 잠자리에서 드르릉 드릉 같이 코를 고는 아내와 내 몸의, 닻 빼도 박도 못하게 깊이 꽂혀 있다 흔들림 없는 닻은 내 외아들이다 나와 아내 사이에서 핀 저 닻꽃! 이승과 저승 사이 단단히 박아놓은 흔들림 없는 또 하나의 닻이다 - 문예지 ‘유심’(2013년 11월호) 아무리 화려한 유람선도 마냥 바다 위를 떠돌 수만은 없으리라. 누구나 닻을 내릴 수 있는 포구(浦口)를 그리며 산다. 혈기왕성했던 시절에 닻인 줄도 모르고 꽃으로만 보았던 사랑. 지천명의 세월이 되어 내려다보는 내 곁에 코골며 자는 그 꽃! 서로에게 닻이 된 시간속에 더러는 포승(捕繩)처럼, 더러는 안전핀처럼 사반세기를 보내며 마침내 발견한 꽃 한송이! 해마다 그 해가 마지막일 것처럼 부지런히 피어 온 내게만 피는 꽃. 김인호 시인이 아니면 몰랐을 한 두해 살이 풀 닻꽃, 이종암 시인
‘7월20일부터 정상진료합니다’ ‘경기도민의 응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하 수원병원) 건물에는 이런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전에는 굳어있었던 인근 주민과 행인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현재 메르스 신규 확진자와 2주째 발생하지 않고 사망자 수도 변동이 없는 가운데 메르스 중점치료센터로 지정됐던 수원병원이 재개원, 정상진료를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정부가 메르스 종식 선언을 하게 된다. 그동안 메르스로 인해 36명이나 세상을 떠났다. 모든 행사가 중지됐고 시장이나 영화관 등 사람이 몰려야 하는 곳은 텅텅 비었다. 평소 관광객들로 혼잡했던 명소들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메르스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은 수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이 메르스로 고통을 받았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심신의 압박을 받은 이들은 아마도 확진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서 함께 악전고투했던 의료진들이었으리라. 무더위 속에서 두꺼운 방균복을 입고 탈수현상을 겪으며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장안구 정자동 수원병원 앞에는 메르스 퇴치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의료진과 환자들
제2차 세계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의 생활주기 이동으로 인구팽창에 따른 사회경제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들은 2010~2020년께가 되면 은퇴시기가 되어 사회보장체계가 걱정될 것으로 예견된다. 고령세대의 일자리와 수입문제는 현실적으로 고통스러운 과제다. 경기도의 경우도 베이비붐세대의 실업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후기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률 추이가 전국에 비해 매우 낮아 적절한 대책이 요구된다. 전기 베이비붐 세대는 1954~1958년생이며 후기는 1959~1963년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베이비붐 세대는 2013년 현재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17.5%인 174만9천명이다.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률은 각각 68.3%와 75.3%이다. 2018년에 이들의 고용률은 지금보다 53.8%와 66.2%로 각각 14.5%와 9.1%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갈수록 정규직취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이러한 예측비율은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전국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고용률은 전기 58.3%와 후기 69.3%로 각각 10.6%와 6.4%로 낮아질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뉴 노멀이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후 세계 경제의 특성을 설명하는 용어로 정부·가계·기업의 광범위한 부채 감축으로 인해 저성장·저소득·저수익률 등 3저 현상이 일상화돼 그 자체가 새로운 기준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용어를 처음 사용한 앨 엘리언은 뉴 노멀의 원인으로 과다한 부채, 세계화의 효과 감소, ICT기술의 발달로 일자리 감소, 인구 고령화 등을 들고 있다. 그는 2008년 출간한 ‘새로운 부의 탄생’에서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선진국뿐만 아니라 그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신흥국들도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 전제하면서 세계경제가 저성장·저금리·저물가·고실업·정부부채 증가·미국의 역할 축소 등으로 특징되는 뉴 노멀 시대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뉴 노멀을 ‘신상태’(新常態 : 신창타이)라고 표현한다.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자본력을 확보했지만 ‘신상태&rsq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처럼 해외에서 감염되기 쉬운 병들이 많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러한 감염병 예방에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는 우리가 평소에 접하지 못한 다양한 병원체가 존재한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유럽, 미국, 일본 등)이나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는 경우에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에는 A형간염, 장티푸스, 홍역, 풍진, 말라리아 등 다양한 질병이 유행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예방 접종은 필수다. 이러한 질병은 보통 예방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 데 2주가 걸리지만 백신에 따라 여러 번 접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는 경우 2주 이상 간격을 두어야 하는 백신이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 출발 한 달 전에 병원을 방문하여 상담하는 것이 좋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질병인 말라리아는 매년 전 세계 102국에서 3억~5억 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여 이 중 100만~200만 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여행지역, 기간, 일정 등을 검토하고 필요한 약을 복용해야 하며, 열대열 말라리아 유
오래전 교육방송에서 들은 얘기다. 강사는 잘 모르겠으나 강의 제목은 ‘고슴도치 행복론’이었던 것 같다. 제목은 고슴도치인데 시작은 논어로 해서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유여자여소인(唯女子與小人), 즉 여자와 소인에게 있어서 위난양야(爲難養也) 함께하기가 쉽지 않다. 여자와 소인은 근지즉불손(近之則不孫) 가까이 하면 불손해지고 원지즉원(遠之則怨) 멀리 하면 원망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자들이 들으면 여성비하가 아니냐고 곧 항의하겠지만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에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 나왔던 내용인 만큼 의미만 해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대비시킨다면 여자와 소인배에 한정된 말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며 이들을 가까이 하면 불손해지고 멀리 하면 원망을 하고 비난을 하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서 고슴도치 이야기를 이어갔다. ‘북극에는 호저라는 고슴도치과의 동물이 살고 있다. 이들은 칼바람을 견디기 위해 자기들끼리 껴안는다고 한다. 그러나 가시가 달려 있기 때문에 껴안았다가도 곧바로 물러난다. 그러다 추워지면 자신의 체온 유지를 위해 다
섬강·11―어머니의 달력 /권섬 칠순을 넘기신 어머니 앓으신 후부터 오늘이 며칠인지, 교회 가는 날은 언제인지, 도통 기억을 못해 생각해 내신 묘안이 하루가 지날 때마다 달력의 날짜를 까맣게 지우시는 일. 어머니의 달력은 당신 사신 만큼 날수가 까맣게 지워져가고 있다. 날짜를 지워가며 사는 날보다 갈 날을 챙기시는 어머니. 하루씩 이승의 옷을 벗으며 오늘도 다음 세상으로 건너갈 까만 징검다리 돌을 따·문·따·문·달력 위에 놓으신다. -계간 아라문학 여름호에서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지게 되면 날짜 가는 것도 잘 모르는 경우 있으리라. 산책 한 번 하고 쉬어야 하고, 식사만 하고 나서도 쉬어야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만 나누어도 잠시 쉬어야만 하는, 그때쯤이 되면 그럴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눈은 또 다르다. 자꾸 돌아가실 날이 다가오는 것처럼 불안해지게 된다. 이승과 저승 사이 흐르는 강에 스스로 징검다릿돌을 한 개씩 두 개씩 놓아가는 듯 마음이 아프게 된다. 그러나 누구나 스스로 놓는 저 돌을 밟고 언젠가는 강을 건너기 마련이다. 운치가 있다. /장종권 시인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두 달이 넘도록 지속된 가뭄에다 메르스 여파가 겹치면서 일부 농산물은 3~4배 이상이나 뛰었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데다 상인은 상인대로 손님이 줄어 긴 한숨을 쉬고 있다. 수원시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지난 주 양파값은 20㎏에 2만4천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8천220원에 비해 세 배나 올랐다. 무는 20㎏에 1만9천900원, 대파(1㎏) 1천800원, 마늘(4㎏)은 2만8천780원에 가격이 형성돼 모두 1.5배에서 3배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이들 품목들은 서민들 밥상의 필수품이어서 더욱 걱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2013년 같은 기간 장마와 폭염 등으로 농산물 가격 폭등이 극심했던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앞으로도 여려 차례 장맛비가 예상되고 있어 걱정은 심해진다. 산지에서의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든데다 품질마저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가을철 김장도 못 담그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에따라 유통업체와 시장에서는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나 관공서, 기업 구내식당은 반찬과 메뉴 바꾸기에 골몰하는가 하면 당국은 채소값 대란이 자칫 전반적인 물가 압박으로 이
몽골은 우리나라와 사촌쯤 되는 국가다. 국민 대부분이 몽골리언이어서 피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에서 한-몽 관계는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비록 인조의 물정모르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몽골은 조선시대 우리나라를 침략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국토를 초토화시켰다. 인조는 삼전도의 치욕을 온몸으로 겪었다. 몽골은 공녀를 요구했고 고국에 돌아온 여인들은 ‘화냥년(還鄕女)’이 됐다. 그러나 역사는 흐르고 아시아와 유럽을 호령했던 몽골제국의 영광은 한바탕 꿈이 됐다. 징기스칸의 후예들은 지금 거친 황무지와 같은 삶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한다. 대신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쳤지만 지난해 종합국력이 G20국가 중 9위로 상승하는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이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발표로 2009년 13위였던 한국의 국력이 지난해 9위로 4단계 상승한 것이다. 종합국력은 5년마다 발표하는데 G20 국가들을 국방력, 정보력, 경제력, 교육력, 과학기술력, 정보력, 국정관리력, 정치력, 외교력, 문화력, 사회자본력, 변화대처력 등 총 13개 지표와 120여 가지의 세부지표로 측정하고 있다. 한 국가의 핵심이익을 실현하기 제반조건을 종합적으로
영화, 패션, 대중음악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장르가 예술의 테두리 안에 들어옴으로써 예술의 경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가 만화인데, 올해 수많은 작가들의 원화가 전시 공간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브리 스튜디오 전시회와 해외 일러스트 작가들의 원화전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마당에, 만화를 전시회장에서 접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화이트큐브로 초대받은 만화 전시들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점은, 전시들이 상업적인 데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고 있으며,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에 목적을 두고 있고, 이 전시들을 통해 만화의 새로운 발견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코 미술관에서는 2014년 ‘박흥용 만화_펜 아래 운율, 길 위에 서사’라는 전시를 열었었다. 박흥용 화백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영화화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작가이다. 그전까지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만화가들 사이에서는 ‘만화가 중의 만화가’, 존경하는 인물로 추앙 받아왔다고 한다. 그는 상업만화의 형식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독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