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이진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즐거운 타인보다는 우울한 나를 설탕 절인 딸기가 가즉한 달콤한 단지보다는 벌레 먹은 살구를 담은 곰팡이 핀 바구니를 불쾌하고도 불완전한 시절을 부활한 사람의 아들 그를 낳았다는 어머니에게 무릎 꿇은 적 있다 오로지 육체의 통증 때문에 육체는 쓰디쓴 약 그때에도 완전히 굴복하지 못했다 일요일 아침에 울려퍼지는 종소리뿐 아니라 터무니없이 허약해진 정신을 백치 혹은 백지처럼 몹시 사랑했으므로 종소리는 총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것들 아름다워야 하는 것들을 - 이진희시집 〈실비아 수수께끼/삶창〉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역설이다. 그래서 종소리는 총소리가 되는 것이겠다. 부활한 사람의 아들 그를 낳았다는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었으나 시인이 위안을 얻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백치 혹은 백지처럼 다시 사랑을 꿈꾸려 하지만 벌레 먹은 살구 곰팡이 핀 바구니처럼 불쾌하고도 불완전한 시절만이 반복 되고 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시인은 우리는. /조길성 시인
미국의 현대미술 작가 마크 로스코의 전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처음 전시를 열었을 때는 작가를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만 전시장을 방문했지만 점차 언론과 입소문을 타며 관람객이 늘더니 개장한지 56일 만에 12만명이라는 입장객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대미술 작품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는 것에 매우 고무적이다. 많은 언론들은 마크 로스코라는 사람이 갑자기 주목받은 이유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다. 아무런 형태를 지니지 않은 색면화가 무슨 매력이 있기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일부는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예술가’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전략, 인기 철학자 강신주가 집필한 도록, 연극 레드의 대사를 낭독하는 배우 유지태의 도슨트 해설, 전시장을 방문한 저명인사들의 후문 등에 인기의 이유를 들고 있다. 반면 이러한 전략들이 성공적인 마케팅을 이끌어 냈다는데 동의를 하면서도 작품이 지닌 본연의 의미를 가려서 오히려 작품을 관람하는데 방해가 됐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한 비판들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전시기획의 여건이 만만치 않은 요즘,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일부에서는 상대방을 치켜 올려주는 데 능한 서양 정치인의 의례적인 언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게르하르트 프리츠 쿠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의 경기연정에 대한 평가는 우리 정치인들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슈뢰더 전총리는 제7대 독일연방공화국 총리를 지낸 인물로 동·서독을 양단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통일독일의 대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통일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되살리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2003년 ‘어젠다 2010’을 추진했다. ‘유럽의 병자’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던 독일은 어젠다 2010 이후 엄청난 고통 속에서 노동시장과 사회복지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슈뢰더의 어젠다 2010이 발표된 뒤 슈뢰더의 소속정당인 사회민주당(SPD)에서는 심한 내분이 일어났으며 심지어 이탈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연정을 통한 정치적 안정을 꾀하면서 고통과 구조조정이 수반됐던 대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슈뢰더는 재임기간에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을 성사시킴으로서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개혁을 성공시켜 ‘독일 제2의 경제 부흥기’를 이끌었다. 슈뢰더가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를 방문했다. 그는 경기도의회에서 ‘독일
아산만조력발전댐 건설 문제로 서해안 지역이 시끄럽다. 정부와 동서발전이 지난 2011년 추진하다가 접었던 조력발전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댐건설 재추진 의혹은 정부가 최근 공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아산만 조력발전댐 건설 계획을 제외하지 않았다는 점과 환경운동단체들의 우려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평택시의회는 지난 21일 시의원 16명이 제175회 임시회를 폐회한 후 시의회 현관 앞에서 ‘아산만 조력발전댐 건설사업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의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이렇다. 아산만 조력발전댐 사업은 신재생가능에너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력공급량이 기대에 못 미치게 돼 본래의 취지를 얻지 못하게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해양생태계 파괴 등 경제적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조력발전댐 건설에 따른 부작용은 많다. 우선 해양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어 평택항 서부두 내측 바다 전체가 죽음의 바다로 변하는데다 항만구역 바깥 해면으로 진출할 수 없어 어민들의 주소득원인 해면어업과 낚시 어선업이 불가능해진다. 이밖에 집중호우 시 평택호 배수를 제때 할 수 없어 오성면·현덕면 일대 등 안성천 주변 지역의 홍수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동안 위원장 자리를 고사하는 사람만 있다가, 모처럼 그 자리를 수락한 사람이 생기니, 문재인 대표로서는 당장 달려가서 업어주고라도 싶었을 것이다. 문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혁신안 마련에 관해서는 전권을 위임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간 회동에서 합의한 “혁신위원회의 위상과 권한 등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정하되, 인선, 조직, 운영, 활동기간 등에 관한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부분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간에 합의했다는 내용 중 주목해서 볼 부분이 있다. 즉, 김상곤 전 교육감은 혁신위 구성과 조직 등에 대해서는 전권을 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혁신위의 위상과 권한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위원회를 설치할 때는 그 위원회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 필요성의 중요도에 따라 권한과 위상을 먼저 정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일단 위원회 구성과 활동은 마음대로 하되 위상과 권한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사실상 구성과 조직을 제
국민육류 돼지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삼겹살은 더하다. 그래서 요즘 이름도 아예 ‘금겹살’로 부른다. 하지만 축산 업계에선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 한다.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6월,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올라 갈 것이 분명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국민 육류의 ‘절대 지존’으로 자리잡은 돼지고기.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중국인 못지않게 우리국민의 돼지고기 사랑은 매우 열정적이다. 그중에서도 삼겹살에 대한 선호는 세계적으로도 유별나다. 예부터 돼지고기가 늘 인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엔 특정인만 먹는 고기로 분류돼 기도 했다. 1123년 송나라 사신단의 일원으로 와 한 달가량 개경에 머물며 고려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던 서긍(徐兢)은 그의 책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당시 육식문화를 이렇게 적고 있다. ‘고려는 부처를 좋아하고 살생을 경계하기 때문에 국왕이나 상신(相臣)이 아니면, 양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또한 도살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다만 사신(使臣)이 오면 미리 양과 돼지를 길렀다가 시기에 맞추어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도 인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1417년 태종실록에는 ‘명나라 황제가 조
복사꽃 필 무렵 /신중신 그냥 해본 소린 아니겠지? 그녀 아리송한 입술보다 더 알쏭한 말 기연미연하지만 저 봄날 보라구 은어 떼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온다 휘파람새 재잘거림 귓전을 간지럽힌다 가슴 두근거림과 실날같은 기대 사이 에멜무지로 또 믿어 볼밖에… 산벚나무 사잇길 봄빛 비껴 기다리는 마음에 팔랑개비가 돈다 돈다 - 신중신 시집 〈상현달〉에서 평생 어김없이 왔다 가는 봄이지만 봄만 되면 우리는 알게모르게 신기한 현상에 빠진다. 이유 없이 가슴이 뛰기 마련이고, 무슨 일이든 이루어질 것만 같은 감동에 빠지기도 한다. 이성의 눈짓 한 번에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실없는 말 한마디에도 목숨이라도 걸 듯한 믿음을 갖는다. 봄은 생명 에너지가 충만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절망보다는 희망이, 포기보다는 도전이, 이별보다는 만남이 기대되는 계절이다. 그녀의 알쏭달쏭한 말 한마디도 끝까지 믿고 싶은 사랑의 계절이다. /장종권 시인
젊은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평생 동안 일자자리를 포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다. 아동기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취업에 대한 교육을 강화시켜서 올바른 일자리 찾기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기업인들의 고용인력 채용계획의 부재와 소규모채용이 중요한 원인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경쟁력 있는 기업의선도적 육성이 시급하다. 해외소비자의 소비성향에 따른 미래적이고 장기적인 상품개발이 절실한 때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연구 활동 강화와 신제품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야한다. 경쟁력 있는 창조산업육성을 위한 과감한 지원과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경기도가 지역일자리 목표 공시제의 지자체 일자리정책 평가에서 최고상인 종합대상을 받았다. 특히 도는 2013년 우수상, 2014년 광역단체 대상에 이어 올해 종합대상을 수상하였다. 민관협업형 취업성공패키지 운영과 경기문화창조허브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을 확대해갔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센터 직업상담사 전면배치 등 획기적인 노력으로 고용률 목표를 초과 달성하였다. 경기도의 2014년 취업자 수는 622만6천명으로 23만 8천명이 늘어났고 일자리의 질을 평가
경기도가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인 뷰티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아주 잘하는 일이다. 뷰티산업의 세계시장은 이미 30조원 규모를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더욱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가 절대로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세계인의 관심사인 뷰티산업은 빠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의 열기 역시 매우 뜨겁다. 우리나라의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 제품은 물론이거니와 일부 중소기업 제품까지도 중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유는 우수한 품질에다 한류 영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4분기 중국의 수입 화장품 점유율 19%를 넘어섰다. 1위 프랑스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의 화장품도 우리나라 화장품에 밀려났다. 최근 한 중소기업이 만든 달팽이를 원료로 한 크림이 중국시장에서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14억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은 황금시장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무서운 경제 성장율을 보이는 중국에서 앞으로 화장품을 쓰는 사람들은 더 증가할 것이다.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18억달러였다. 불과 1년전인 2013년에 비해
경기도 박물관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그런데 필자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11년 가을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경기문화재단이 아랍 에미리트연합 샤르자주(州) 알 카시므르 국왕을 초청하였다. 샤르자주는 1998년 유네스코가 아랍의 문화수도로 지정할 정도로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이다. 알 카시미르 왕은 역사학자이다. 그가 통치한 이후 샤르자주는 문화 관광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아랍의 국왕도 외면한 경기도 박물관 국왕 방문 며칠 전 방한한 샤르자주 문화유산국장 등 선발대가 국왕이 박물관을 보고 싶어 한다기에 경기도 박물관을 포함하여 몇 개의 박물관으로 안내하였다. 어린이 박물관은 천천히 둘러보면서 연신 훌륭하다는 표현을 한 선발대가 경기도 박물관은 아주 빠른 발걸음으로 휙 둘러보고 나가면서 경기도 박물관은 국왕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결국 왕은 경기도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경기도 박물관이 인구 100만 명도 되지 않는 나라의 국왕에게 외면당한 것이다. 무척 자존심이 상하였다. 이 무렵 경기도 박물관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운영에 필요한 최소 경비인 경상비와 유물 구입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