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주의질그릇으로의 사람 /정재분 내 안에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 나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삼킬 지경이라면 아들아! 잠시 도망하라 책 속으로 잠입하든지 여행을 떠나든지 영화를 내리 몇 편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만용을 부리는 몸을 고달프게 하여 무모에서 벗어나고 자신과 거리를 두어 타인에게 하듯 예의바르게 대하라 생의 비의를 간파했다면 슬플 것이다 해결이 요원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넘어도 산, 여전히 한계는 있다 누구에게나 복병이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지병을 한둘은 짊어지고 있음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길이 보일 터, 아픔과 인내로부터 도망하지 마라 그것은, 생명이 선택한 방법이니 - 2009년 시집〈그대를 듣는다〉 종려나무 첫아들이란 첫사랑이라 했던가, 아들에게 사랑을 몽땅 주었다, 어리석은 사랑 때문인지, 사춘기를 맞아 제멋대로 날뛰었다, 어쩔 줄 몰랐다. 순수한 사랑의 보답이 반항이라니, 하루하루 넘어도 산, 그릇이 깨질까봐 전전긍긍, 가슴을 치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해야하는 숙명에 갇혔다. 기도를 했지만 아픔과 인내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폭풍 같은 마음을 다스리는 동안 우리가 함께 성장했다. 질그릇을 깨자 그 속에서 도자기가…
창 너머 도넛 /신미균 동그란 도넛의 한쪽을 덥석 깨물어버리면 말랑거리는 도넛 가운데 구름이 들어 있으면 도넛의 뚫어진 동그라미 속에서 나의 숨소리가 들리면 도넛의 동그란 바퀴를 타고 내가 굴러가고 있으면 누가 굴러가고 있는 나를 야금야금 먹어버리면 도넛에 묻은 하얀 설탕 가루가 싸락눈이 되어 흩날리면 도넛을 굴리기만 했는데 해가 저물면 내일 아침 푸드득거리며 도넛이 다시 살아나면 - 신미균 시집 『웃기는 짬뽕』/푸른사상 도넛 하나에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도넛으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도넛으로 꿈을 꾸고 도넛과 함께 사랑하고 도넛을 바퀴삼아 세상 속을 구르고 도넛처럼 나를 희생한다. 달콤한 설탕처럼 세상을 정화하는 도넛으로 하루 해가 저물고 다시 도넛으로 새날을 맞는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도넛이다. 그러고 보면 도넛은 음식이면서 너와 내가 소통하는 도구이며 우리들의 꿈이면서 삶이다. 오늘 이 시를 읽는 어떤 이가 잘 튀겨진 도넛 한 봉지 사들고 저녁 귀갓길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성향숙 시인
개인으로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지인이 자신의 임대소득이 많다보니 세금이 많아져서 법인 전환이 어떨까하고 상담하여 왔다. 과세표준이 연 2억원이라면 법인은 10% 세율을 적용받는 반면, 개인사업으로 하는 경우 과세표준 1.5억원 초과되는 부분은 38%의 세율을 적용받게 되므로 지인의 사업규모상 법인으로 하는 것이 개인보다 부담세액이 적은 것으로 판단되어 법인전환을 권고하였다. 다만 대표자 입장에서는 급여에 따른 소득세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세금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개인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려면 법원에 법인설립등기를 하고, 사업용 자산을 개인 명의에서 법인 명의로 바꾸어야 한다. 명의변경 방법으로는 개인사업자가 사업용 고정자산을 법인에 현물출자하는 방법과 사업 양도·양수 방법이 있다. 현물출자는 개인사업자가 부동산, 채권, 유가증권 등을 법인에 출자하는 것을 말하고, 사업 양도·양수는 법인에게 개인회사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명의의 부동산을 법인으로 전환할 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조세특레제한법상의 일정요건을 충족한다면 양도소득세는 이월과세 제도가 있어
최근 정치권에서는 복지증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는 정부재정부족의 이유로 복지관련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거나 수정하곤 했다. 또한 중앙정부의 재정압박은 지방자치단체에 그 책임을 떠넘기게 되었고,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복지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회복지시설운영이나 사회복지사들을 비롯한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적절한 예산 지원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 고통의 도미노현상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최근 여당 내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며 복지를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복지지출이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이는 곧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의 고통을 수반하는 사회로 고착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일부 지도층은 이점을 희석하기 위하여 우리나라가 복지지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하지만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저급한 상태에서 약간씩이나마 늘어난다는 의미일 뿐, 획기적인 개선이 없이는 우리의 저 복지 수준은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요즘 세상이 온통, 성완종리스트로 떠들썩하다. 거명된 정치권 인사들은 연일 사실무근임을 외치며 좌불안석이다. 청와대는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고 검찰도 칼을 빼들었다. 정국이 마치 태풍전야 같다. 이를 보며 다음과 같은 고사(古事)가 절로 생각난다. 중국 양(梁)나라 때 문선(文選)이라는 책이 있다. 거기에 실린 고악부편(古樂府篇)엔 군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몸가짐을 말한 군자행(君子行)이란 노래가 있다. ‘군자방미연(君子防未然)/불처혐의간(不處嫌疑間)/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 즉, ‘군자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지혜가 있어야 하며, 혐의를 받을 일이나 그런 곳에는 처신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아야 하며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매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남의 의심을 살 만한 일은 안 하는 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평범한 진리다. 하지만 그렇게 처신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한번 받은 의심을 해명하려면 죽기보다 힘들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중국 전한(前漢)시대의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열녀전(烈女傳)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춘추전국시대 주(周)나라에 주파호(周破胡)라는
벌써 1년이 지났다. 봄 여름가을 겨울이 지나가고 또 다시 4월의 봄이 됐다. 그리고 우리사회나 국가에서도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처럼 세상이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만 아직도 작년 4월 16일 그날 이 후 정지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와 무게를 뉘라서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유족과 실종자 가족 뿐 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소재지로서 사망자가 집중된 안산 단원구 주민 11.6%, 상록구 11.3%가 우울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산 단원구의 경우 우울 증세 경험률은 지난해 1위였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함께 우울해하고 애도했다. 아직도 세월호와 함께 돌아오지 못한 9명의 희생자들이 있다. 팽목항에는 1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많은 국민들이 찾아오고 있다.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가득 머금고 실종된 아이들과 어른들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12일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수원 일하는 여성회 회원 50여명도 9명의 실종자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목이 메었다. 11살 아들과 함께 온 김소라씨는 “대한민국
최근들어 야생 멧돼지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봄철에는 멧돼지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포유기이기 때문에 난폭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산에 먹이가 부족해 민가와 도심으로까지 먹이를 구하러 잇따라 내려와 주민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0시쯤에는 의정부시 의정부소방서 인근에서 60㎏짜리 멧돼지가 도로를 건너다가 택시와 부딪혔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8시쯤에는 동두천시 보산동의 한 상점에는 120㎏짜리 암컷 멧돼지가 등장해 이를 보고 놀란 놀란 주인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단 6건이었던 멧돼지 출몰 신고는 지난 4년간 모두 634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멧돼지는 사람을 공격, 큰 부상을 입힐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멧돼지 등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127억원이었던 피해액이 최근에는 연평균 156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멧돼지에 의한 피해(63억원)가 가장 크다. 심지어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다친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심지어 사망자까지 나오는 판이다. 야산이나 도심 할 것 없이 더이상 멧돼지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고 있다
특보다. ‘거대한 자전거가 시흥갯골에 철썩 내려앉았다.’는 소문을 듣고 달렸다. 걸리버가 탈만큼 큰 자전거는 갯벌과 갯벌 사이 갯골에서 일출과 일몰. 그리고 만조와 간조 사이의 황홀경에 빠져 일어설 줄 모르고 갯골에서 다리가 되고 있다. 허허벌판에 연미색의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다리가 무지개처럼 걸려있는 풍경은 마치 ‘자, 자전거를 타세요. 당신이 알 수 없는 먼 동화의 나라로 출발합니다.’라고 광고를 하는 듯 보는 사람 마음을 출렁이게 하며 나를 반긴다. 갯골에는 이 자전거와 갯골과 석양을 구경하느라고 늦은 시간에도 다리를 오르며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오간다. 그리고 군데군데 무리를 지은 사진작가들이 석양과 자전거의 형체와 갯골을 가득채운 물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느라고 정신이 없다. 나도 붉은 노을을 자전거 바퀴에 조준하며 몇 컷을 찍고 다리에 새겨진 글을 들여다보았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생태교량 ‘자전거다리’다. 이 갯골은 한 바퀴 돌아 나오려면 갯고랑을 건널 수 없어서 도중하차하던 곳이다. 갯고랑에 자전거 한대가 놓이면서 사람들은 이 다리를 넘어서 시흥생태공원을 한 바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라는 ‘제중원(濟衆院)’의 처음 명칭은 왕립 광혜원(廣惠院)이었다.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우정국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치료한 미국 의료선교사 알렌이 고종에게 건의, 1885년 4월 10일 서울 재동에 설치 될 때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나 2주 만인 4월26일 폐지되고 ‘사람을 구제하는 집’이라는 뜻의 제중원으로 개명됐다, 이유는 남아있지 않다. 다만 광혜원은 왕실 관계자들을 위한 치료시설 이었던 반면 이름이 바뀐후 일반인들의 병을 치료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중원은 개원이후 치료기관으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우리 근대의학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갑오개혁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년 만인 1904년 제중원이란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인 실업가 세브란스의 재정지원을 받아 그해 남대문근처로 제중원을 옮기고 이름을 세브란스병원이라 명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제중원이 지난 10일 설립 130년 주년이 됐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측은 자신들이 ‘제중원의 적자’라며 뿌리논쟁을 벌였다. ‘제중원
水菊<수국> /이문재 물그늘 비린내 생각난다 그 해질녘 민물같은 얼굴 빛 둥굴어지는 반달로 올라가 그윽하게 내 그리움 다스렸는데 내달려 건너와, 이렇게 돌아다보면 나는 늘 물수제비처럼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숭숭 구멍 뚫린 저 지난날들 사이로 오늘같이 빗물 듣는 날이면 귓바퀴에 갖다 대던 길섶 따수운 돌맹이 만지고 싶어지는데 수국 진다 물컹한 첫사랑 메말라 간다 하염없이 모래시계처럼 서 있는데 수국 간다 반달 다시 작아지고 여름날 해질 무렵 내 몸 무너진 몇 개의 서까래에 서편의 진한 놀빛 흥건하다 비릿한 기쁨 앗아간 스무번의 가뭄들아 홍수들아 수국 진다. 우리가 사는 동안 아프지 않을 사랑하나는 늘 가지고 산다. 세상을 살면서 성찰과 사색을 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자신을 회자정리하고 하나의 기억의 창고를 간직하는 일일 터이다. 세상과 늘 떨어진 삶들이 산업사회의 속력에 도덕적이지 못한 일들이 많다. 사람이란 이름으로 사육하는 메카니즘 세계 속에는 지난날 돌이키는 일 자체가 하나의 반역이다.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면 아프지만 자신을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시인은 수국이란 이름을 시상에 두고 기억하는 재생의 理性관에 몹시 괴로운 흔적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