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중진 공무원 후배를 만났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3월 말경이다. 당시 남 지사는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진 BFA호텔에서 열린 빅데이터 세션 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한 후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도지사의 최근 국내외 행보로 이어졌다. 나는 ‘남 지사가 중국에서 인기였다며?’ ‘영어연설도 꽤나 유창했고’ ‘특히 빅데이터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빅데이터 거버넌스를 만들자’고 제안한 내용이 참석자들 중 단연 돋보였다는 등등의, 귀동냥한 내용을 얘기했다. 그러자 후배는 남 지사의 도정운영 방침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오는 것은 알겠는데 실제로 실무와 접목시키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며 괴롭기까지 하다는 속내를 털어놔 놀랐다. 그리고 이어 ‘거버넌스’가 무얼 의미하냐며 넌지시 물어왔다. 협치(協治)니 연정(聯政)이니 민관협력이니 하는 용어적 의미는 알겠는데 업무에 적용시켜야 할지 몰라서 그렇다고도 했다. 약간 당황했다. 사실 거버넌스란 말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세로 자리 잡은 용어 중 하나다. 단어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핵심 키워드이
들녘 /정채봉 냉이 한 포기 들어찰 것은 다 들어찼구나 네잎 클로버 한 이파리를 발견했으나 차마 못 따겠구나 지금 이 들녘에서 풀잎 하나라도 축을 낸다면 들의 수평이 기우러질 것이므로 - 정채봉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샘터 2006. 5 제비꽃이 피었다. 낯을 보이지 않던 친구들이 휴일 동안에 뾰족뾰족 올라왔다. 노오란 민들레도 환한 얼굴을 내밀었다. 출근하는 마음을 반겨주는 작은 풀들이 참 고맙다. 손톱보다 작은 꽃들도 갖출 것 다 갖추고 이 생을 맞이하는데. 아직 멀었다. 잘 살아보자고 매듭짓는 마음새도 흐릿하고 금새 게을러지는 모습이 부끄럽다. 이들 풀과 나무들 앞에서.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그 곤궁한 시간을 버티고 때를 기다리는 저 단단한 뿌리들이 이 세상을 지켜준다. 그렇게 우주를 한 알의 씨앗으로 여린 풀줄기로, 자디 잔 나뭇가지로 스스로를 채워가며 지켜가는데 함부로 들어낼 이유가 없다. 누구라도 그럴 수 없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서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어느 하나라도 뽑혀지고 부서지면 지축이 흔들거리는 위기를 예측하게 할 것이다. /이명희 시인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0일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서 4살 이모군이 자신이 다니던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졌다. 지난 1일에는 수원시 금곡동에서 어린이집 통학 차량과 승용차가 부딪쳐 교사와 원생 3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에 앞서 경기도 용인에서도 태권도장 승합차를 타고가던 6살 여자 어린이가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도로로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 지난 3일 오전 9시40분쯤 고양시 풍동에서도 하천으로 어린이집 승합차가 빠지면서 운전자와 어린이 등 14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최근 3년간 도내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는 증가추세에 있다. 2012년 38건(사망 1명, 부상 68명)을 시작으로 2013년 45건(부상 78명), 2014년 58건(사망 2명, 부상 78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따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나 운전자도 믿지 못해 이제 등.하원 도우미를 구하려는 부모들도 있다.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일명 ‘세림이법’이 시행된 지 두 달여가 지났는데도 이 기간 동안 관련 사고는 잇따르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책임으로 목숨을 잃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누가 보더라도 kt위즈의 전력은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거둔 4승 8패 성적으로 미루어 그래도 두 번지면 한번은 이기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가졌다. 그런데 시범경기와 정규 리그는 확실히 달랐다. 선배 구단들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막내 kt위즈를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다. kt위즈는 지금까지 7연패의 늪에 빠졌다. 그 중 홈구장에서 열린 5경기를 모두 내줘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 kt위즈의 개막 7연패는 지난 2013년 NC다이노스가 1군무대 데뷔 첫해에 세운 기록과 같다. 오죽하면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었던 NC의 김경문 감독이 kt 위즈에 첫 승 기원의 메시지를 전했을까. 김경문 감독은 날씨도 좋지 않은데도 관중들이 수원구장에 많이 왔다면서 “2013년에 우리가 개막 7연패를 당할 때가 생각났다. 지금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지만, 조만간 첫 승을 거두고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kt위즈는 지난달 28일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롯데에 8-2로 앞서기도 했지만 투수진의 난조로 인해 9-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또 이어진 삼성, KIA 전에서 모두 패해 아직까지 첫 승을 올리지
그리스 신화에서 저주 받은 운명을 타고난 오이디푸스는 죽어서도 그 시신이 장사되지도 못하고 묫자리를 얻지도 못한 채 유기되었다. 섭정자 크레온은 그의 시신을 장사하는 이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엄포하였지만, 그대로 시신이 썩고 들짐승의 밥이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는 홀로 장례를 치르다가 결국 체포되고 만다. 인간의 법을 거슬러 목숨을 잃을지언정 신이 인간에게 내린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친족의 시체가 땅에 묻히지 못하고 썩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고 안티고네는 심판장에서 말한다. 이처럼 미학에서는 아버지의 영원한 적수 아이콘인 오이디푸스를 법의 테두리 안에 들지 못한 처연한 존재, 아무도 그 시신을 수습하지 않아 유기되어버리는 존재, 짐승만도 못한 미천한 존재의 아이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시신이 땅에 묻히지 못해 묫자리를 얻지 못하면, 남은 자들은 애도할 장소를 얻지 못하게 된다. 오이디푸스의 시신을 유기해 버리라는 크레온의 명령은 남은 자들로 하여금 그의 죽음을 슬퍼해서도 애도해서도 안된다고 하는 명령과도 같은 것이었다. 안티고네가 목숨을 걸고 장사를 치렀던 것은 죽음을 애도할 권리를
“대학을 졸업하면 뭐해요? 갈 곳이 없는 걸요.” “도대체, 얼마를 더 준비해야 할지, 이제는 포기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3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청년의 말이다. 방송매체를 통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는 급기야 해외취업이라는 방안을 내놓기까지 그야말로 위험수위에 다다른 건 사실이다. 우리의 청년들이 내 나라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그 옛날 유목민들처럼 먹잇감을 찾아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주해 가야한단 말인가. 이미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로 들어온 숱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 또한 제나라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먼 이국땅까지 왔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고향에 두고 오직 먹잇감을 찾아, 그들의 꿈을 찾아서 말이다. ‘지구촌 사회’ 운운하며 세상 사람들이 한데 섞여 각자의 정보를 주고받고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떠나 먼 나라로 순전히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가슴이 짠해지는 건 사실이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옮겨 다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7일 개성공단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10일부터 시작되는 북한근로자의 3월분 임금 지급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남과 북은 당국차원에서 개성공단 북한근로자의 임금인상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지난해 11월 개성공단 북한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5%)을 폐지한 이후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3월분 임금인상 지침을 통보하는 등 임금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지급되는 3월분 임금 지급일에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입주기업 측에 북측의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공식 통보하는 등 북측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며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은 2013년 개성공단의 장기가동중단사태와 같은 우려가 다시 재발될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우려감은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이익보장여부와 직결되는 당면해결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 대책
날씨가 심술을 부리지만 벚꽃이 피는 것을 막지는 못하는가 보다. 경기 인천 서울 중부지방 어딜 가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가로변에도 아파트에도 먼 산에도, 벌써 ‘벚꽃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벚꽃 피는 명소와 축제의 현장엔 상춘객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곳엔 으레 불청객이 있게 마련인가 보다. 얼마 전 ‘벚꽃놀이 꼴불견 베스트 5’라는 글이 SNS에 올라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돼서다. 다섯 가지 꼴불견은 다음과 같다. 애정 표현족, 터치족, 쓰레기족, 소리족, 셀카족. 그중 1위는 과도한 애정을 표현하며 아무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스킨십을 일삼는 표현족 부류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이 함부로 꽃을 꺾고 심지어 꺾은 벚꽃가지를 들고 기념 촬영까지 하는 터치족들이었다고 한다. 3번째는 소리족, 다름 아닌 음주 고성방가꾼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아직도 ‘꽃보다 기분’을 즐기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된다고 하니 찝찝하다. 벚꽃이 제철인 요즘만 되면 연중행사처럼 등장하는 찝찝한 사항이 한 가지 더 있다. 벚꽃이 자기네 토종 식물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원산지
애인 /황상순 사무실 10층 옥상에선 가끔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오늘 아침에 본 민들레만 해도 그렇다 어라, 저 째깐한 것이 어떻게 여기 와서 꽃을 피웠누 두껍게 방수 공사를 한 바닥 틈새 사이로 배시시 얼굴을 내민 민들레꽃 발붙일 곳이 그렇게 마땅치 않았는가 그의 눈에는 아마도 여기가 동네 뒷산이나 봉긋한 땅덩이로 보인 모양이다 담배를 피우러 오르내리는 인총들이 나비쯤으로 보였는갑다 그래, 이제 어쩔 것인가 여기서 식솔을 키우고 뼈를 묻을 것인가 마침 볕 좋고 바람도 선들거린다만 곧 여름 오고 겨울이면 시베리아 벌판인데 어쩌랴, 내가 방 얻어 첩을 둘 재력가도 아니고 그냥 자주 들를게. - 2015 〈시터〉동인지 창간호 따듯한 시선에 가슴 뭉클하면서 웃음이 난다. 가끔 베란다 문틈이나 로데오거리 보도블록 틈에 핀 풀꽃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문을 여닫는 곳이거나 사람들 구둣발자국이 빈번한 곳에 핀 째깐한 것들, 오가는 무리들이 아름다운 나비떼인 줄 아는 꽃, 대책 없이 순진한 꽃을 보며 봄 가고, 여름가고, 살기 힘들 때를 염려한다. 늘어날 식솔들을 걱정하고 무덤자리까지 걱정한다. 시인은 이미 애착이 깊어진 풀꽃에게 힘내라고, 자
또 누리과정이다. 국민들도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다. 이럴 거면 뭣하러 했나 싶다. 경기 인천 서울의 수도권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또 모였다.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이재정 이청연 조희연 등 세 명의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까지 시·도교육청에 강제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최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목적예비비 5천64억원과 정부보증 지방채(교부금 지방채) 8천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은 지방교육재정의 악화를 가져온다고 했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전체 소요액 5천670억원의 49.6%만 지원받게 돼 2천814억원이 모자라게 된다. 충당할 방법이 전혀 없어 어린이집 예산지원을 당장에 중단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은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으로 유치원, 어린이집 각 4.53개월분(138일분)밖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달이 지나도록 대책이 없다면 무상급식을 중단한 경남의 학부모들이 길거리에 나서듯이 유치원 어린이집 학부모들도 피켓을 들고 나설 판이다. 각 시도교육청 별로 자칫하면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