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본다. 유리창 밖에서 손짓하는 봄은 끝내 발걸음 끌어내고야 만다. 우선 집 주위에도 민들레 싹이 아이 손바닥만 하고 말라죽은 풀을 쓰고 새순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세상으로 나오는 두려움을 떨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미리 정해진 암호를 주고받으며 결의의 다지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말라죽은 잎을 매달고 겨울을 난 나무들도 수마리가 발그레 상기되어 있었고 목련나무에는 바람 샐 틈도 없이 털옷으로 온 몸을 꽁꽁 싸맨 망울이 봄볕에 반짝인다. 이제 저 털옷을 벗어던지고 뽀얀 꽃잎이 얼굴을 내밀 날도 멀지 않았다. 봄이 자리를 잡는 길을 조금 걸었는데 벌써 발이 무거운 느낌이다.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프게 마련인데 아마 겨울 신을 신은 탓이리라. 눈길에도 미끄럽지 않고 추운 날에도 잘 신고 다닌 신이 둔해진 것이다. 하긴 이런 봄날에 겨울신이 당키나 할까. 주위를 둘러보니 털 부츠를 신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밝은 옷과 신을 신고 있었다. 그야말로 철모르는 내 발만 아직 한겨울이었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건만 괜히 얼굴이 달아올라 얼른 돌아오려는데 구두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무작정 문을 열고
국내 최대의 겨울 스포츠 축제인 제96회 전국동계체육대회가 지난달 28일 경기도의 종합우승 14연패 달성으로 막을 내렸다. 도는 이번 동계체전에서 금 84개, 은 71개, 동메달 74개로 종합점수 1천320점을 획득하며 14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도가 국내종합스포츠대회인 전국체육대회 뿐만 아니라 동계 스포츠 축제인 전국동계체전에서도 14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켜가자 전국동계체전을 경기도에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동계체전은 눈과 얼음이 있는 겨울철에 개최된다는 특성상 스키 종목의 경우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와 전북 지역을 주축으로 개최돼 왔다. 그러나 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 내 스키장을 이용해 대회를 치르다보니 리조트 운영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스키 시즌이 마무리 되는 2월 말에 대회를 하게 됐고 자연설이 아닌 인공제설작업에 의해 뿌려진 눈 위에서 경기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강원도나 전북이 스키 종목에 대해서만 대회를 유치할 뿐 실내빙상장이 필요한 빙상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 컬링, 아이스하키 등의 종목을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가 없어 대한체육회가 전국의 실내빙상장을 돌아다니며 대회를 치르다보니…
여자들의 로망이 보석과 명품이라면 남자들의 로망 중 첫째는 자동차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빨간색 스포츠카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마력 때문에 최고의 로망으로 통한다. 성공한 남자들을 상징할 때도 자동차는 꼭 등장한다. 멋있는 남자의 필수 조건도 얼마나 좋은 자동차를 갖고 있느냐로 가늠하기도 한다. 특히 자동차는 명예와 부를 재는 척도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너나없이 비싸고 좋은 차 옆에만 서면 자신도 모르게 작아진다. 그렇다면 국내 수입차 중 가장 비싼 차는 무엇일까. 롤스로이스의 완결판이라는 팬텀 시리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가는 ‘팬텀 드롭헤드 쿠페’로 가격은 7억6000만원부터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는다. ‘비싸야 잘 팔린다’는 한국 시장에서 안타깝게도 한 대도 팔리지 않았지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하니 곧 시중에서 볼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 금액이면 현대차 쏘나타 31대를 살 수 있다. 그러고도 1755만원이 남는다. 덤(?)으로 중소형차 한 대는 더 살 수 있다. 그 뒤를 잇는 차종은 전투기 스텔스를 닮았다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라는 스포츠카다. 가격은 6억9990만원, 하지만 이것은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에 나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이란 구절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구직자들이다. 특히 실업률이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11.1%)를 기록한 청년들이 느끼는 이 봄은 겨울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학업이나 군복무를 마친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대우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기업들의 고용여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5년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심각하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1%다. 이는 지난 1999년 7월에 11.5%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도 4.6%로 2010년 2월(4.9%)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체감 실업률은 당연히 더 높다. 12.5%로서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다. 체감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숨은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이를 상회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청년실업률이 높게 나온 것에 대해…
남녀불평등 구조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계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고도 성별차이로 인해서 임금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아직까지도 성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잘못된 평가기준과 임금체계를 시급히 개선하여 남녀가 평등하게 연봉을 받을 수 있어야한다. 대기업의 남녀 직원 간 연봉 격차가 2천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업종은 차이가 4천400만원에 이르고 있다. CEO스코어에 의하면 국내 매출기준 500대 기업 중 남녀 직원 간 연봉을 분리하여 공시한 29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7천250만원이며 여성은 4천620만원으로 추산된다. 남녀 격차는 2천630만원으로 남자직원이 매달 220만원의 임금을 더 받는 꼴이다. 업종별 남녀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은행이다. 업무면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조사대상 12개 은행의 남자직원 평균 연봉은 9천940만원이며 여직원은 5천570만원이다. 따라서 남녀 격차가 4천370만원으로 남자직원이 월 360만원을 더 받고 있다. 삼성생명·한화생명·현대해상 등 16개 회사가 포함된 보험업종도 남녀 연봉 격차
3월의 캠퍼스는 9월의 캠퍼스와는 다르다. 같은 ‘새 학기’라도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의 새내기가 내뿜는 신선함이 더 풋풋한 것이다. 그런데 3월인데 일부 대학에서는 새내기 신입생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교수와 선배들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대학교의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다른 대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학과제를 폐지하고 1~2학년까지 전공 탐색 기간을 가진 뒤 3학년 때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학과/전공의 존폐를 ‘시장의 법칙’에 따른다는 것은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불가하다는 교수의 주장에 학생들도 함께 하고 있다. ‘거리의 인문학’은 호황이다. 서점에는 날마다 수많은 인문학 책이 쏟아져 나온다. 문화센터의 인문학 강좌도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강단 인문학’은 여전히 찬바람이다. 지방과 서울 가릴 것 없이 많은 어문학, 사학, 철학과가 아예 폐지되었거나 다른 학과로 탈바꿈했다. 신입생이 줄거나 학부제 실시로 2학년…
지금까지 지방문화원은 열악한 재정 형편과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향토사료 수집 및 발간, 지역 문화행사의 개최, 문화교육과 향수기회의 확대, 시민문화 프로그램 운영, 각종 경연대회, 공연과 전시 등 지역문화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삶의 모습들을 기록으로 정리하는 지역문화의 기록자 및 청지기로서의 역할과 이를 오늘에 되살려 재현하는 보존과 전승자로서의 역할은 거의 전적으로 문화원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세계화의 큰 흐름이 지역화를 동반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문화가 정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지역문화와 그 진흥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문화의 중심에 있는 문화원이 부여된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는 수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전문 인력의 부족, 예산확보의 불안정성, 세대간의 소통 통로의 미흡, 지역의 다양한 문화단체 및 기반시설과의 유기적 협력체제 결여 등은 개선해야 될 취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지방문화원이 문화가 국가 경쟁력으로 강조되는 시대를 맞아 그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20년 전 수원법원에 참 똑똑하게 보이는 여자 판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요즘은 신규 임용되는 판사사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지만 그때만 해도 한 해에 1~2명 정도 언론에 상세한 신상정보가 보도되면서 전국에 이름이 알려졌었다. 그녀의 이름이 수년간 여의도 정가에 회자되다가 지난 2월 국회의원들 사이에 격론을 벌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었다. 알아듣기 쉬운 표현으로 김영란법이라 불리고 있는데 미쳐 시행되기도 전에 헌법위반이라는 시비에 휘말리면서 몇 가지 손질을 해야 한다는 자체적인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언론인이나 선생님들이 일정 금액 이상의 밥을 접대 받으면 처벌되고 공직자의 배우자를 통해 누군가 로비를 하였다면 그 공직자는 자신의 배우자를 신고해야만 한다. 국회의원들이 언론에 대해 과단성 있는 입법을 했다. 역사적인 법안이라는 평가도 있다. 내가 자유직업인이고 접대할 일이 없다면 이 김영란법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까? 같은 시기에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경찰이 남녀의 밀폐된 공간에 강제로 진입할 일은 없어졌지만 이제까지 법에 따라 국가에서 강제되던 부부 사이의 윤리 문제가 가정문제로 축소되니 뭔가는 허전하고 허무하다. 그동안 경찰이나
‘만리장천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복희씨 맺힌 그물을 두루쳐 메고서 나간다./망탕산으로 나간다./우이여 - 어허어 어이고 저 제비 네 어디로 달아나노.’ 우리가 잘 아는 판소리 ‘제비가’의 한 대목이다. 놀보가 흥보의 이야기를 듣고 박씨를 물어다 부자가 되게 해 줄 제비를 후리러 다니는 내용이다. 이처럼 제비는 가난한 사람을 돕고 은혜를 갚는 하늘의 심부름꾼을 뜻한다고 해서 예부터 우리와 매우 친숙하다. 특히 제비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강남에 갔다가 3월 3일 삼짇날에 돌아오는데, 이와 같이 수가 겹치는 날에 갔다가 수가 겹치는 날에 돌아오는 새라고 해서 민간에서는 감각과 신경이 예민하고 총명한 영물로 인식하고 길조(吉鳥)로 여겨왔다. 따라서 집에 제비가 들어와 보금자리를 트는 것은 좋은 일이 생길 조짐으로, 제비가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독일에서도 제비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봄을 알리는 새이며, 동시에 행운을 가져오고, 집을 수호하는 새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초의 제비가 도착하는 날에는 노래와 환성으로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가족 전원이 문에 나와서 맞이하고,
이 정부가 하는 일이 참 답답하다. 본보 지난 17일자 보도에 의하면 국토교통부가 신분당선 역명 결정의 전권을 갖고 있는데도 수원·용인 등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민원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다.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에서도 지방을 무시한 일방 행정을 펼치고 있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패러다임을 과거의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자체가 지역산업, 지역인재, 지역과학기술의 3가지 핵심축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역발전정책을 추진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리고 박 대통령시대가 시작되고 나서 ‘지방분권 강화 및 시민사회·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을 전면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박 대통령의 지방화시대 공약을 지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가뜩이나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 ▲고등학교 무상교육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등 공약을 파기하면서 신뢰가 손상된 상태다. 경기도에는 인구 120만명의 수원시를 비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