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 우수, 경칩을 지나 이제는 봄이려니 했는데 다시 겨울이다. 길가에 세워둔 승용차도, 앞집 할머니가 밀고 다니시는 유모차도 눈에 살짝 덮여있다. 떠나가던 겨울이 밤사이 발길을 돌려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 바람에 다른 해보다 빨리 온다던 봄은 주춤거리며 제 자리를 못 찾고 훌쩍 멀어진 느낌이다. 잠시 바깥을 보다 추워져 얼른 집으로 들어와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녹차 티백을 우려 천천히 마시고 있으니 휴일 아침이 더 없이 편안하다 싶어 오늘 하루가 좋은 날이 될 것만 같은 행복한 예감이다. 짧은 시간에도 사람은 추우면 따뜻한 곳을 찾아 몸을 녹이며 살지만 이제 막 움이 트고 자라는 풀이 갑자기 찾아온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아침잠이 많은 내가 새벽에 운동을 시작했을 때 모두들 며칠 안 가서 그만두겠지 하며 가끔 물어 오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고 하면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른 따뜻한 잠자리의 유혹을 뿌리치고 새벽길을 나서면 조종천 건너편 산에는 눈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소나무나 잣나무 숲이 보인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서 있는 소나무의 기상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본받아야 할 표상으
6월 4일 지방선거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지방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것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민에게 선택받기 받기 위한 정당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무릇 선거란 제로 섬(zero sum game)이다. 당선되면 모든 것을 얻고 떨어지면 얻는 것이 없다. 선거만 없으면 정치를 해 볼만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수술만 없으면 의사를 해 볼만하다는 이야기 수준이다. 선거를 통해 주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제가 논란이다. 이를 두고 정당 구조 개편의 기준으로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해관계가 명확하게 나누어지는 사안이다. 정당공천이 되면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정당에 유리할 것이다. 반면 새롭게 진입하고자 하는 신진 정치인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것이다. 기존의 구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정당도 이를 반대할 것이다. 그간 한국 지방자치와 민주화의 성숙을 위해 논의해온 구도가 변질되어 진행될 것으로 우려된다. 선거를 앞두고 부각되는 쟁점이라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유·불리에 따라 왜곡되어 결정될 우
소한(小寒)에 부는 바람을 매화풍(梅花風), 3월 춘분(春分) 무렵에 부는 바람을 해당풍(海棠風)이라 한다. 그리고 그 닷새 후엔 이화풍(梨花風)이 불고, 곡우(穀雨)에 마지막으로 연화풍(蓮花風)이 불면 입하(立夏)로서 여름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중국 고대 풍속지인 세시잡가에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3·4월에 부는 바람을 꽃바람이라는 뜻의 화풍(花風)이라 했고, 이런 화풍을 ‘봄을 전한다’ 해서 화신풍(花信風)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고 좋은 일에는 질투가 있다고 했던가. 봄을 전하는 것을 방해하는 바람도 있다. 화풍 중에도 ‘꽃을 시샘하는 바람’ 투화풍(妬花風)이 있으니 말이다. 요 며칠 투화풍이 불어서 그런지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어제는 눈까지 내렸다. ‘꽃샘추위’란 말이 새삼 어울리는 일기의 연속이다.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설늙은이’ 즉 자기 나이도 모르고 방심하는 사람이 꽃샘추위에 당한다는 뜻이다. 중국 속담엔 ‘춘동골두 추동육(春凍骨頭秋凍肉: 봄추위는 뼈가 시리고, 가을 추위는 살갗이 시리다)이란 말이 있다. 겨울의 길목인 가을보다 가는 겨울의 횡포가 더 심하고 맵다고 해서 생겨난…
6·4 지방선거 공직자 사퇴 마감 시한이 지난 6일로 끝난 가운데 자치단체장 출마를 위한 공직자들의 줄 사퇴가 이어져 갑자기 인사요인이 생기면서 행정공백이 일부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공직자는 전국적으로 수백명에 이른다. 경기도의 경우 최형근 기획조정실장, 김억기 교통건설국장이 각각 기초단체장 출마를 위해 이미 사직했다. 또 박정오 안산부시장과 최승대 경기도시공사 사장, 예창근 영어마을 사무총장 그리고 도내 각 시군 국장급 공직자들이 줄사표를 던졌다. 경기도교육청도 김상곤 교육감이 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이홍동 대변인 등 5명이 캠프 합류를 위해 사퇴했다. 특히 지방선거는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교육감,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 등 5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이뤄져 다른 선거보다 많은 출마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에 따른 행정 공백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도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이후 후임을 곧바로 임명했지만 인사청문회를 기다려야 한다.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의 경우도 임명된 지 불과 40여일 만에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 지난 6일 열린 경
지난해 12월9일 성남시장과 통일재단 대표 간에 성남일화천마프로축구단 인수 본계약이 이뤄졌다. ‘성남일화’에서 ‘성남시민축구단(성남FC)’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어 지난 1월25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성대한 창단식을 가졌다. 시민구단의 구단주가 된 이재명 성남시장은 “하나 된 시민이 탄생시킨 성남FC를 사랑받는 축구단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주지하다시피 성남팀은 K리그에서 7회나 우승한 명문구단이다. 그런데 통일교재단에서 운영하는 구단이다 보니 기독교 신자들의 반발이 심했고 이는 관중감소와 시민 대표성 저하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성남시가 성남시민구단 재창단 결정 후 2개월 만에 통일재단으로부터 일화구단의 주식과 채권을 일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인수해 성남지역을 연고로 재창단에 이른 것이다. 창단식의 열기는 뜨거웠다.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단식에는 5천명이라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 성남시민들이 성남FC에 얼마나 뜨거운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 보여줬다. 또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용역결과에서 100억원 투자 시 309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10억원 매출 때 387명의 고용효과가 기대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성남F
로마 제국에서 가장 화려했던 휴양도시 ‘폼페이(Pompeii)’가 서기 79년 8월24일 거대한 화산폭발로 단 18시간 만에 모습을 잃어버렸다. 이날 폼페이는 화산재와 용암으로 뒤덮였으며, 수많은 사람들도 고온가스와 열구름에 폐부가 타들어 갔다. 히로시마 원폭의 10만 배에 가까운 폭발력을 지닌 베수비오 화산의 분출은 자연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화산재에 묻힌 지하세계에서 영원을 꿈꿀 것 같던 폼페이가 어느 날 기지개를 켜듯 인간세계로 되돌아왔다. 1592년 수로를 파던 사람이 우연히 고대도시를 발굴한 것이다. 서기 79년에서 시계가 멈춰버린 폼페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역사로 남아 있었다.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에 대한 기록은 소(小)플리니우스가 역사가 타키투스에게 보낸 두 통의 편지에서 보인다. 당시 지중해 함대사령관이던 대(大)플리니우스의 조카 소(小)플리니우스는 재난 현장으로 향하던 삼촌 대(大)플리니우스를 따라나서지 않아 목숨을 구한다. 그의 기록에서 화산 분출일은 서기 79년 8월24일이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티투스 황제의 즉위와 관련된 주화 한 개가 발견됨으로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 티투스…
불교에서는 ‘모든 사람의 화근은 입에서 생긴다’(一切衆生 禍從口生)라 하였다. 고전에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요, 몸을 망치게 하는 도끼와 같다(口舌者 禍患之門 滅身之斧). 입은 사람을 해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자르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감추면 몸이 어느 곳에 있으나 편안할 것이니라. 말을 가볍고 쉽게 하지 말 것이니, 대체로 사람들이 나를 위하여 그 혀를 잡아주거나, 막아주려는 자가 없다. 그러니 말을 뱉으려 하지 말고, 말로써 구차해지기 전에 입 열기를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길가의 담벼락에도 귀가 달려 있다는 말이 천자문에도 나온다. ‘쉽고 가볍게 보이는 것이 두려워해야 할 바이니 귀를 담장에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易?攸畏 屬耳垣墻)라고. 소인배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담벼락에 귀를 붙여 놓고 있으니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언제 어느 누구의 귀를 통해 돌고 돌아 재앙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말로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 다’는 우리의 속담도 있다. 또 눈으로 아무 것이나 마구 보면 음탕한 마음이 생겨날 수 있고(目妄視則淫), 귀로 아무 말이나 마구 듣다보면 미혹에 빠지며(耳妄聽則惑), 입으로 마구 지껄
1991년 가을 처음으로 외국에 나갔을 때 놀란 것은 선진국의 청년 실업 상황이었다. 당시 국민소득 1만 달러에 못 미치던 우리보다 몇 배 더 부자인 나라에서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받고 있었다. 당시 내가 프랑스어 연수를 받던 보르도 대학은 법과대학의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우리나라의 사법연수원에 해당하는 기관도 이 도시에 있었다. 수도 파리와, 유럽의회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법과대학을 갖고 있음에도 법학 석사를 마친 친구가 취업교육을 받으며 실업 수당을 타서 살아가고 있었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지켜보며 대학생활을 한 나로서는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프랑스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꿈에 그리던 프랑스 대혁명의 성지에 막상 도착해보니 내가 그려왔던 풍경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져 있었다. 성취욕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보이지 않았다. 이민자 문제로 인한 갈등, 세계무대에서 희미해지는 존재감, 무엇보다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기력한 경제와 실업률… 게다가 당시는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사회당 정부의 정치철학이 10년…
근절되지 않고 있는 학생폭력 예방을 위해서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학교폭력은 학기 초인 3~4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 학생 청소년들이 내일의 이상과 꿈을 키워가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보다 폭력예방이 우선이다. 지적발달을 위한 학습교육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함을 교육시켜 갈 때에 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이 판치는 사회이지만 초중고 학교에서는 전인교육의 본질인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일상 속에서 실행해가야 한다. 미래사회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질의 함양을 위해서도 학교폭력은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폭력이 학기 초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도교육청은 일선학교에서 폭력예방을 위해 앞장서 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학기 초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위한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갈 때에 학교폭력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특히 도교육청은 지난 2월에 학교폭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패턴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해 배포하고도 대안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어 문제다. 7년간 경기도에서…
그동안 북수원 지역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빈약해 다른 지역보다 문화예술분야가 소외된 지역이었다. 구도심은 말할 것도 없고 십 수 년 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택지개발 지역도 문화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기껏해야 만석공원 남단에 위치한 단순 전시기능의 미술전시관과 장안구민회관이 전부였다. 제2야외음악당이 있긴 하지만 맨바닥에 무대만 달랑 만들어진 것이어서 문화시설이라고 하기엔 모자란 느낌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아쉬움이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 같다. 수원이 모태인 SK그룹이 이곳에 전문공연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자동에 건립된 수원SK아트리움을 수원시에 증여하는 행사가 3일 개최된 데 이어 6일 개관식도 열렸다. 이 시설은 정자동에 40여 년 간 자리한 SK케미칼 공장이 도시화와 경제여건 등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2010년 말 폐쇄하고 그 자리에 SK뷰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발생된 이득금으로 SK그룹이 건립한 문화시설이다. 대지면적 3만9천㎡, 건축면적 5천622㎡, 연면적 1만4천997㎡, 지하2층 지상3층, 대공연장 950석, 소공연장 300석 규모다. 그동안 사업비 350억이 투입됐으며 지난 2012년 4월9일 착공, 2013년 10월25일 완공됐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