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水原)시가 뜨겁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역사적인 ‘제19대 대통령’ 선출이 블랙홀처럼 국민의 관심을 빨아들여 결과를 앞두고 있지만 ‘물의 도시’란 도시명까지 전면에 내세운 ‘광교상수원보호구역’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17일 수원시의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한 재작성 검토의견을 보내오고, 시가 광범위한 사회적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뒷맛은 수원시가 ‘물의 도시’가 맞는가 만큼이나 씁쓸하다. 그러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50여년 가까이 살아온 고향 수원시의 상징은 정작 물이 아니라 ‘화성’이다. 한때는 ‘효원의 성곽도시’로 불렸다. 어렸을 적부터 ‘물의 도시’가 아니라 ‘물이 귀한 도시’라는 말을 들어오긴 했다. 광교산에서 발원한 수원천이 도심을 흐르지만 물이 부족해 바닥을 드러내기가 일쑤였고, ‘만석거’를 제외한 광교저수지 등 수원시내 곳곳의 저수지들은 일제 식민지 참담한 수탈의 역사가 담긴 곳들이 아니던가. 지난 1949년 ‘시 승격
1952년 12월4일 영국 런던. 맑던 하늘에 안개가 끼더니 도시 전체가 갑자기 스모그에 휩싸였다. 그리고 닷새 동안이나 머물렀다. 때문에 기온이 떨어지고 시민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 받았다. 사망자도 900여 명이나 나왔다. 스모그의 여파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 여름까지 그 후유증이 이어졌고 모두 1만2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곧바로 다양한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조사 결과 10㎛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PM10)가 취약집단의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기오염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60여 년이 지난 현재 미세먼지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오히려 중금속, 방사성물질, 다이옥신, 바이러스 등 각종 유해물질을 더 포함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을 정도다. 세계 최대의 미세먼지 발생국 중국은 한해에만 67만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악의 도시인 인도 뉴델리에선 연간 1만5천여 명이 미세먼지로 숨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뒤덮이는 날이 많다. 대부분 중국발이다. 과거 봄철만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공무원, 학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길은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무고한 희생이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 발생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재발을 막은 길이다.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노후선박으로 인한 해난사고 예방을 위해 여객선 사용연한을 철선의 경우 20년으로 제한해 왔으나 2008년 행정규제 개선과제로 선정해 30년으로 완화해 노후 선박의 사고비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안전점검 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의 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선 평상시 철저한 안전점검을 하는 것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점검을 맡은 대부분의 기관에 해양 분야 전직 공무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핵심적인 안전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세월호의 경우, 안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갑판, 기관부의 70%가 비정규직이었고 심지어 선장도 1년 계약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 고용 형태로 채용되다 보니 엄중한 사건 사고를 맞아 당
하루 삯 /이서화 새참 막걸리에 취한 햇살이 논물 위에 길게 눕는다 개구리밥이 파란 융단처럼 깔렸다 논물 속에 있던 해를 목이 긴 황새가 꿀꺽 삼켜버렸다 기울지 않던 산 그림자도 논바닥에 제 모습을 비춰보는 시간 입이 간지러운 개구리들이 운다 계단 논에는 햇살만큼 좋은 일꾼은 없다 촘촘하게 박음질 되는 모내기를 도우며 일당도 없이 하루를 담그면서 지나간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머슴이다아니, 머슴들의 좌장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그도 쉰다 푹푹 빠지는 논바닥의 내력을 읽던 햇살이 몸져누운 날은 비가 내린다 따끔따끔 쑤시는 삭신마다 스미는 빗방울 - 시집 ‘굴절을 읽다’ / 2016 이 시를 다 읽고 나면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간다. 동화 속 한 페이지가 따듯한 풍경이 되어 펼쳐진다. 막걸리에 취한 햇살과, 해를 꿀꺽 삼킨 황새, 입이 간지러운 개구리, 이런 풍경들 속엔 충직한 일군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햇살 되시겠다. 종일 제 일을 묵묵히 하고도 일당도 없는 햇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머슴이면서 머슴의 좌장인 햇살, 그런 그가 쉴 수 있는 날은 흐릿한 날뿐, 비가 오는 날엔 심한 몸살을 앓기도 하면서. 빨리 논으로 나가 저 푸른…
집 밖을 나서면 푸른 것들의 천국이다. 막 움을 틔우는 새순부터 푸릇해진 나무까지 산천초목이 평화롭다. 푸릇해진 나무와 거리의 한켠을 붉게 물들이는 영산홍이 어우러진 거리를 달려 동해로 접어든다. 긴 잠을 터는 고산지대와는 달리 낮은 곳은 꽃들의 천국이다. 왕 벚꽃이 소담스런 꽃을 꺼내놓은 옆으로 파도가 시샘하듯 몰아친다. 성급한 아이는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모래톱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연인의 모습이 예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어 부럽기도 하다. 흘러간 시절이 빛바랜 영상처럼 파도에 물러섰다 되돌아온다. 설렘과 기대로 찾아가는 삼척, 삼척의 바다는 유난히 맑은 듯하다. 물 밑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와 동굴 그리고 국민관광지 무령계곡이 빚어내는 풍광이 좋아 가끔 찾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시누이와 함께 했다. 남편과 띠 동갑인 손 위 시누이다. 시댁식구와의 여행이라 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워낙 남편이 좋아하고 따르는 누님이다. 칠십 넘은 나이에 가급적 젊은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의 화합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고맙다. 부모님 돌아가시니 형제들 모이는 일이 줄었다. 명절이나 제삿날 등 경조사를 제외하고는 뭉치기가 쉽지 않다. 각자…
해마다 이맘때면 하얀 꽃이 피는 이팝나무. 처음엔 싸락눈처럼 듬성듬성 피다가 나중엔 함박눈처럼 소복하게 나무 전체를 뒤덮는 꽃은 보기에도 탐스럽고 향기 또한 좋다. 어쩌다 송아리로 핀 꽃이 똑똑 떨어져 바닥에 쌓이면 하얀 쌀처럼 보인다. 이팝나무란 이름이 붙게 된 배경중 하나다. 꽃이 많이 피면 벼농사가 잘 돼 이밥(쌀밥)을 원없이 먹게 된다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래된 이팝나무가 있는 전국 어느 마을에 가나 “춘궁기에 굶어 죽은 자식의 무덤가에 이 나무를 심어놓고 죽어서라도 흰 쌀밥을 마음껏 먹기를 비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보릿고개라는 춘궁기 무렵 피기 때문에 예로부터 농촌 지역에서는 이팝나무의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거나 시들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래서 꽃이 필 때가 되면 나무 앞에서 꽃이 만발하기를 기원했다. 입하(立夏)를 전후해 꽃이 펴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르는 이팝나무, 현재 영호남 지역에는 오래된 이팝나무가 많이 있다. 수령 수 백년인 10여그루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구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특히 이 꽃을 좋아 했다고 한다. 고깃국과 함께 쌀밥을 먹어 봤으면 하던 배
모래성 /박설희 모래성을 쌓자 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방의 파도로 모든 게 허물어져도 모래얼굴을 만들자 그가 들여다볼 모래꽃 노래 부를 악보까지 눈코입 지워져도 그뿐 물에 젖는 적막만 남는 무너뜨리는 자도 쌓는 자도 놀이니까 죽을 때까지 하는 놀이니까 -박설희 시집 ‘꽃은 바퀴다’ 우리는 정말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비록 한 방의 파도로 모든 게 허물어진다 해도 우리는 모래성을 쌓아 가면서 생겨나는 즐거움과 환희와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슬픔과 절망과 불행의 감정도 겪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떠랴. 그것이 어쩌면 ‘삶’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놀이’처럼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자. 사랑하는 이가 들여다볼 수 있게나마 모래꽃인 모래얼굴을 만들자. 눈코입도 지워지고 적막만 남는다 할지라도 그뿐, 너무 서러워할 것도 노여워할 것도 없을 일이다. /김명철 시인
최근 ‘개헌’이라는 단어와 ‘지방 분권’이라는 단어가 TV나 신문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방분권이란, 말 그대로 중앙정부의 집중된 통치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에 합리적으로 위임하고 지방정부는 그 권한을 지역주민의 책임아래 직접 행사하는 체제를 말한다.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1995년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풀뿌리 민주주의 전면 부활’을 제창하며 시작된 것이 현재의 지방자치. 그러나 그로부터 벌써 20여 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은 7:3에 머물러 있으며 국세와 지방세의 구조가 8:2의 비율로 권한과 재원이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동안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높아진 것이라고는 재정재원인 세금을 쓰는 비율이 지방정부가 60% 수준까지 올라간 것이지만, 그 재원을 걷고 교부하는 권한 자체가 중앙에 있으니 허울좋은 수치에 불과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지방재정 형평성 강화를 명분으로 지방재정제도 개편안을 강행처리하고 대선 공약으로 결정된 복지정채 소요비용의 상당부분을 지방정부로 전가하는 등 중앙정부 위주의…
5월의 황금 연휴가 시작됐다. 직장인들의 경우 4일만 휴가를 낸다면 무려 5일 간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의 투표일도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래를 이끌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투표에 기권해서는 안 된다. 정치를 불신한다고, 뽑을 후보가 마땅치 않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연휴기간이지만 그래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 간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선관위는 각 읍·면·동마다 각 1~2개소씩 사전투표소를 설치하며 사전투표소의 위치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와 ‘선거정보’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는 별도의 신고 없이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나 주소지에 관계없이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전국 단위 선거로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이어 3번째이며,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11.5%(전체 투표자수 대비 20.2%)였고,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12.2%(전체 투표자수 대비 21.0%)의 투표율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을수록 이번 대통령선거의 투표율도 높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