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4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산간벽지의 군수에서 서울특별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방정부의 일꾼들을 뽑게 된다. 저마다 당선의 꿈에 부풀어 있을 정치인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정치인이 있다. 총리를 23년 동안 역임한 정치인이다. 이 얘기를 꺼내면 누구나 아프리카의 어느 독재자 얘기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게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가 잘 갖춰져 있으며, 정치는 투명하고 민주주의가 잘 발달해 있는 스웨덴의 얘기다. 타게 엘란데르(Tage Erlander)는 1946년 45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되었고 1969년 총리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무려 23년간 스웨덴의 총리로 재임했다. 민주국가에서 23년간 총리로 재임하는 게 가능하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에서는 다수당이 집권당이 되고 총리를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계속 승리한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실제로 가능했다. 엘란데르는 사민당 소속으로 11번의 선거에서 11번 승리함으로써 23년 동안 총리의 자리에 계속 머물 수 있었다. 엘란데르 총리가 23년간 총리로서 계속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
소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즐기는 술이다. 지난해 출고량은 1억1천370만9천 상자, 병수로는 34억1천127만병(360㎖ 기준). 성인 평균 88.4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니 ‘국민 주(酒)’, ‘서민의 술’로 불릴 만하다. 소주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고려를 침략한 몽골에 의해서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소주는 쌀, 보리 등 곡물 발효주를 증류해 만들었다. 공정이 복잡하고 값이 비쌌지만 맛이 좋아 인기가 대단했다. 고려사엔 공민왕 때 경상도 원수 김진이 소주를 좋아하여 기생과 부하를 모아 소주도(燒酒徒)가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소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기도 한데 그 후 조선 초기에는 왕실이나 사대부 등 주로 지배층이 많이 마셨다. 단종실록에는 문종이 죽은 뒤 단종이 상제노릇을 하느라고 허약해져서 대신들이 소주를 마시게 하여 기운을 차리게 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국내에 알코올식 기계소주공장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19년 평양이다. 이곳에선 재래식의 누룩을 이용한 소주를 생산했고, 1952년부터는 값싼 당밀을 수입해 만들었다. 당시 소주의 도수는 40도를 넘었다. 진로가 1960년대까지 시중에 팔던 소주도 40도였다. 지금의 희석식…
먼발치에서 봄이 까치발을 들고 있다. 태양은 땅 밑을 뒤적여 새순을 꺼내놓기 시작하고 칩거에 들었던 나무는 한 뼘쯤 영역을 넓혔다. 유리문 안 붉은 선인장은 금방이라도 봄을 터트릴 듯 꽃망울을 부풀리는 이월의 중순이다. 새로운 시작은 꽃으로 축복하는지 거리엔 꽃다발을 든 학생들로 왁자하다.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등학교가 졸업식을 하면서 한산하던 동네 꽃집도 활기를 되찾고 꽃 속에 파묻힌 학생들의 표정에도 힘이 넘쳐난다. 하나의 과정을 마친다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디딤돌이다.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도전하는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물론 출발 선상에 선 이들에게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도 필요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고 대견한 것은 나라의 희망이고 기둥이기 때문일 게다. 대학 3학년을 마친 딸아이가 휴학을 한다고 했을 때 나는 반대를 했다. 꼭 학업을 중단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1년을 늦춘다는 것이 마땅찮았다. 딸애는 22년간 고생한 자신에게 휴가를 주면서 취업을 위한 스펙도 쌓고 여행이며 부족한 공부를 준비하는 재충전의 과정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평생을 살아가는 과정 중에 지금이
요즘 국민들은 온통 동계올림픽에 관심이 가 있다. 러시아 쇼트트랙 팀의 선전과 한국팀의 부진이 대비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원래 정치와 거리가 있는 스포츠에서 파벌정치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정파벌의 특정선수를 대표로 선발하기 위해 규정을 자주 바꾼다던지, 바뀐 규정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선수들로 하여금 경쟁에 임하게 한다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에서 한국팀의 부진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파벌주의와 헤게모니 파벌에 의한 제도와 원칙의 무력화와 관련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계에 대한 비난이 비등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가 체육계 부조리와 연관돼 있지 않은가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육계 일부, 특히 쇼트트랙연맹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과 타성에 젖어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체육계의 파벌정치와 무원칙, 그리고 장기적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태도는 여의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그러한 태도는 여야 간에도 그렇고 야당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작년 1년 동안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민을 분열시켰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는 채동욱 검찰총장
신라시대에도 미인을 장미(薔薇)에 비유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나온다. 통일신라시대 신문왕은 어느 여름날 밤 삼국사기의 저자 설총(薛聰)에게 울적한 마음을 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설총은 옛날 얘기 하듯 말을 꺼냈다. 화왕(花王)인 목단(牡丹)이 아첨하는 미인 장미(薔薇)와 충간(忠諫)하기 위하여 베옷에 가죽띠를 두르고 찾아온 백두옹(白頭翁: 할미꽃) 중 누구를 택할까 망설이는 것을 보고 백두옹이 화왕에게 간언(諫言)하였다는 내용이다. 백두옹은 간언에서 ‘두 명(장미와 할미꽃)이 왔는데, 어느 쪽을 취하고 어느 쪽을 버리시겠습니까?’라고 화왕에게 질문하자 화왕이 ‘장부(할미꽃)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어여쁜 여자(장미)는 얻기가 어려운 것이니 이 일을 어떻게 할까?’라고 대답했다는 게 얘기의 줄거리다. 물론 간신과 충신을 고르는 변별력을 빗댄 얘기지만 당시에도 장미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나 보다. 장미는 전설도 많다. 그중 붉은 장미에 관한 것도 있다. 중동에선 연꽃을 꽃 중의 왕이라 불렀는데 이 연꽃이 밤에는 잠만 자고 다른 꽃들을 지키지 않자 꽃들이 알라신에게 호소하였다. 그러자 알라신은 꽃 중의 지배자로 흰
중국에서는 관광객을 ‘유객(遊客)’이라고 부른다. 중국말로는 요우커다.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들이 지난해 사상 처음 400만명을 넘어섰다. 관련 기관과 업계에서는 올해는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여유법’이 시행되면서 단체 관광 특수가 사라지긴 했지만 그 빈자리는 가족 등 개별 여행자들이 채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간 여행사들이 진행하던 저가 단체관광이 감소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만큼 개별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중국 여행자들은 씀씀이가 무척 커서 각 여행사와 지자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쇼핑관광이나 카지노관광, 의료관광 등 부가가치가 큰 상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손 큰 중국인 관광객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미국 LA 근교 샌개브리얼 지역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변도 없고, 할리우드와 같은 잘 알려진 관광지도 없으며, 유명 레스토랑이나 명품 상가도 없지만, 호텔과 상점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인다는 소식이다. 이 지역은 중국에서…
새 학기가 2주일도 채 안 남았다. 그런데다 오는 3월 문을 여는 학교는 경기도내에 29개 학교나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공사 중인 학교가 대부분이다. 유난히도 올 겨울이 추웠기에 외부 공사가 늦어진 이유도 있지만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원인이 더 크다. 학교공사에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Build Transfer Lease)사업이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계속적으로 되풀이되는 고질적 현상이다. 새 학기 개교와 더불어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준비 안 된 개교’다. 오산시 내삼미동에 신축 중인 세미초등학교도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오는 11월 개교여서 아직 시간은 있다지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이후 벽체에 구멍이 뚫리고, 철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한다. 감리단으로부터 보고받지 못 했다고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밝히고 있지만 그것은 직무태만과 다름 아니다. 감리단이 감리책임은 갖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물품을 검수하고 관리 감독하는 곳은 발주기관인 교육청이기 때문이다. 여기뿐 아니다. 도내 19곳의 개교 예정학교에 대해서도 경기도교육청은 점검단을 꾸려 개교에 차질이 없는지를 가려내고 또 공사를 독
최근 염수정 안드레아(71세) 서울대교구장이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또한 우리나라 첫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보다 앞선 ‘순교 1세대 124위’에 대해서도 복자(福者)로 시복(諡福)되는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천주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초기 기독교(Christianity·그리스도교)는 천주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선교사 등 종교적 사명에 불타는 사람들에 의해 신앙의 가르침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 기독교 역사에 있어 유일하게 자생적(自生的)으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1700년대 서학이라는 학문으로 도입된 천주교가 신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1759~1791)은 모친상 때 신주를 불사르고 제사를 지내지 않아 참수 당했다. 백정 황일광도 당시 신분철폐에 앞장서다 순교했다. 조선시대 순교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정약종-정하상 부자. 정약종은 1801년 순교하기 전 천주교리를 쉽게 해설한 ‘주교요지’를 저술하고 최초의 평신도 단체 회장을 맡는 등 한국 천주교
管子(관자)는 하루의 계획은 새벽 寅시(3시에서 5시)에 세워야 하고(一日之計在於寅), 일년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하고(一年之計在於春), 일생의 계획은 어릴 적에 세워야 한다(一生之計在於幼). 그리고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고(一年之計莫如樹穀), 십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으며(十年之計莫如樹木), 백년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百年之計莫如樹人).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얻는 것은 곡식이다(一樹一獲者穀也), 하나를 심어서 열 개를 얻는 것은 나무다(一樹十獲者木也), 하나를 심어서 백을 얻는 것은 사람이다(一樹百獲者人也)라고 했다. 또 이런 글도 있다. 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반드시 후회하게 되고(少不勤學老後悔), 편안히 지낸다고 어려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安不思難敗後悔). 봄에 밭 갈고 씨 뿌려 가꾸지 않고서 어찌 가을이면 추수할 수가 있는가(春若不耕秋無所望).…
예비후보 등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약 개발하랴, 일정 챙기랴,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 요청에 응하랴, SNS소통하랴 “나랑 똑같은 사람이 한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한 후보의 넋두리가 요즘 출마예정자들의 바쁜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후보들에게 일당백으로 선거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기획력이 뛰어난 참모 영입은 발등에 떨어진 불. 벌써부터 특정 캠프에서 누구를 영입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특정캠프에 노골적으로 기웃거리는 일부 언론인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인의 직업윤리가 새삼 화두가 되고 있다. 현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특정후보의 캠프에 상주하다시피 하는가 하면 ‘ㅇㅇㅇ언론인은 ㅇㅇㅇ후보 라인’이라는 등 언론의 본령을 벗어난 일부 언론인들의 일탈에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권력의 수호견, 망보기꾼이라는 우리 언론의 응원저널리즘이 선거판에서 도지고 있으니 낯부끄럽다는 비아냥이 절로 나온다. 누구나 개인적인 친소 관계에 따라 특정후보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타 후보캠프와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층에 회자될 정도로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아주 부적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