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준이치에 따르면 일본 사회에서 공공성은 관제용어의 하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국가의 공공정책 독점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하게 발견됐다.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는 무능하고 고비용적이고, 시장은 유능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국가영역의 재화 및 서비스가 민간영역으로 이전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화(Privatization)로 명명되었고, 한국에서는 민영화로 번역되면서 개념상의 모호성이 존재한다. 사유화는 공공부문의 주체를 매각 등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으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공재의 ‘상품화’ 또는 ‘영리화’와 같은 맥락까지 포괄하는 국가의 시장화(marketization of state) 전략으로 시민의 정치적 성격을 훼손해 왔다. 민영화로 개념을 사용할 경우 공공재의 상업화나 영리화 부분이 부각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사유화는 시장경쟁의 요소를 도입하는 모든 유형까지 포괄하고 있다. 사유화의 다양한 유형을 살펴보면 우선, 정부의 자산매각을 통한 탈국유화(denationalization)로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자산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여야가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예산안 자동상정제도가 시행되기에 이 같은 악습이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올해부터는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이 11월30일까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오늘은 이 예산안의 상반된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한쪽에서는 국회의 쪽지예산이 과대해 문제라고 지적하고, 한쪽에서는 경기도내 사업 예산이 많이 확보돼 지역현안의 추진동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또 한쪽에서는 야당의원이 여당실세가 선심성 쪽지예산을 포함시켰다는 폭로성 기자회견을 열면서, 한쪽에서는 다른 의원이 열심히 노력해서 반영시킨 예산마저 본인이 했다고 먼저 보도자료를 내고 열심히 홍보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왜 이런 시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정부 예산이 어떤 분야에 중점적으로 사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은 정부와 국회가 다르고, 여야의 생각이 각각 다르며, 또 지역별로도 다르다. 각 지역에 대해 전문가라 자부하는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엔…
사극에서 내시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임금의 시중을 드는 거세된 남자들, 극의 감초다. ‘고자’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충직한 이미지보다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임금이나 세력가에게 없는 말을 만들어 일러바치는 등 분열의 씨앗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들이 ‘고자’에 접미사 ‘질’을 붙여 ‘고자질’이라 비아냥 거렸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고자’의 유래는 진시황의 내시였던 조고와 관련이 있다고 전해진다. 조고는 진시황이 죽자 승상 이사와 모의해 진시황의 장남 부소를 자결하게 만든 후 부소의 동생,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속칭 ‘바지(?) 황제’를 내세운 것이다. 그후 정권을 좌지우지한 것은 당연지사. 마침내 ‘혁명 동지(?)’였던 승상 이사는 물론,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승상의 자리에 올라 실권을 장악,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그의 이런 전횡을 원망하던 사람들이 당시 내시들을 ‘조고의 자식’이라는 뜻으로…
한동안 뜸하던 수입쌀의 국내산 위장 판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것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여주·이천지역을 비롯한 시중에 전국적으로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주는 ‘대왕님표’, 이천은 ‘임금님표’를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국내 최고의 품질로 인식된 곳이어서 농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크다. 여주시농민회가 분노하는 이유다. 특히 이 쌀은 미국산 칼로스 쌀 95%, 국내산 5%가 섞인 것으로, 생산자가 쌀 주산지의 지명을 넣은 I농산으로 돼있어 자칫 소비자들이 쌀의 주산지인 이천에서 생산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쌀의 국내산 위장은 물론 해묵은 정부미를 햅쌀에 섞어 ‘100% 햅쌀’이라고 속여 파는 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 11월 안산상록경찰서는 2009년산 정부미에 햅쌀을 2대8 비율로 섞은 쌀 1천100여t(시가 23억원 상당)을 100% 햅쌀이라고 표기해 시중에 판매한 양곡업자 2명 을 구속하고 5명을 입건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심심찮게 적발된다. 이 같은 수입쌀의 교묘한 위장행위는 2005년 제정된 양곡관리법에서 비
경기개발연구원(이하 연구원) 이상대 미래비전연구실장이 제시한 ‘2014년 경기도정의 10대과제’는 실제로 도민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것들이다. 2014년 경제사회 전망과 도민의식조사 결과 ‘경기도민이 앞으로 4년 내 해결을 원하는 정책’ 가운데 으뜸을 차지한 것은 ‘주택부동산시장 활성화와 임대주택 확대’로 25.9%였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매매시장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고, 미분양주택 물량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심각한 재정위기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취득세가 감소된 것이 큰 요인이다. 도의 한 해 세수의 60% 정도가 부동산 취득세에서 나오는데, 현재로서는 세수확보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사상 첫 재정위기 상황은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같은 주택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해 연구원은 앞으로 주택 대량공급을 탈피해 수요가 있는 곳에 맞춤형 공급정책을 추진하고 사업진행이 부실하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공공택지사업 지구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임대주택…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밀레토스 왕 히스티아이우스(Histiaeus·?~BC 494)는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Darius Ⅰ)에 의해 인질로 잡혀 있었다. 히스티아이우스는 다리우스의 눈을 피해 노예의 머리를 깎은 뒤 두피에 문자를 새기고 머리카락이 다 자라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노예를 밀레토스로 보냈다. 노예는 머리카락 덕분에 페르시아의 검색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가 억류돼 있는 동안 그의 사위 아리스타고라스(Aristagoras·?~BC 497)가 밀레토스를 섭정하고 있었다. 아리스타고라스는 노예의 머리를 깎아 두피에 새겨진 글을 읽고, 글의 내용대로 행동에 착수했다. 이오니아의 도시국가들이 페르시아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게 만든 것이다. 이때 히스티아이우스는 다리우스 1세에게 자신이 반란을 무마하겠다고 설득하여 페르시아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헤로도투스의 역사서에 등장하는 스테가노그라피(steganography)의 첫 사례다. 그리스어로 스테가노(stegano)는 ‘숨겨진’이라는 뜻이고, 그라피(graphy)는 ‘글’이라는 의미다. 고대의 숨겨진 글처럼 현대의 ‘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밥을 먹을 때 배부르기를 바라지 않고(君子食無求飽), 거처하는 집은 편안하기를 따지지 않으며(居無求安), 일이 생기면 민첩하게 처리하고 말은 신중하게 하며(敏於事而愼於焉), 정도에 나아가 나를 바로 잡는다면(就有道而正焉), 학문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可謂好學也已). 好學(호학)이란 문자나 지식만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바르고 폭넓은 교양을 익혀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알차고 보람되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자의 제자 한 사람이 공자에게 ‘제자들 가운데 누가 가장 학문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顔回(안회)라는 이가 가장 학문을 좋아하여 분노를 옮긴 적이 없고(不遷怒), 잘못을 두 번 반복하는 일이 없다(不貳過). 그런데 그가 불행스럽게 단명하여 일찍 죽어서 지금은 그와 견줄만한 이가 아무도 없고, 누가 학문을 좋아한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라고 하였다. 그 많은 제자 중에서 유독 안회만을 이야기한 것은 비단 학문만을 가지고 말한 것은 아니다. 안회는 가르침을 들었을 때 실천에 옮기는 것을 더 높게 여겼기 때문이다.…
1999-2000 시즌 프랑스 FA컵.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4부 리그팀이 결승에 진출한다. 이 팀의 선수들은 정식 축구선수가 아닌 회사원, 가게 주인, 수리공, 정원사 등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들로 구성된 순수한 동호회 팀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조기 축구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팀이 프랑스 FA컵에 출전해서 이변을 속출하며 결승까지 진출한다. FA컵의 진정한 묘미인 하위 팀이 상위권의 강팀을 잡는 것을 계속 연출했던 것이다. 프랑스 전역은 칼레의 돌풍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했고 칼레는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1부 리그의 강호 낭트였다. 낭트 팬을 제외한 모든 프랑스 축구팬들이 칼레의 우승을 바라며 응원했지만 아쉽게 지고 말았다. 이후 칼레의 FA컵 돌풍을 가리켜 ‘칼레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한국 프로 축구 FA컵에서도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꿈꾸는 팀이 있다. 바로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의 ‘FC안양’이다. FC안양은 지난 6일 신년하례식을 갖고 제주도로 동계전지훈련을 떠났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FC안양은 선수 간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조직력을 강화하고 피지컬 훈
고교시절 얘기다. 부모님을 대신해 마을 부역이란 걸 해봤다. 지금도 농군의 아들이라 소개하지만, 그때 나는 논두렁에서 쌀농사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논두렁 관리에 소홀해 가뭄에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거나 홍수에 물이 범람하기라도 하면 그 해 농사는 끝장이다. 수리답도, 경지정리가 잘된 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한식(寒食)을 전후해 논두렁 다지기에 마을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했던 모양이다. 한마음으로 풍년을 기원하면서. 논두렁은 대개 삽으로 보수하는데, 무논에서 하는 삽질이다 보니 힘에 부치게 마련이다. 그 마을 부역에서 지게질, 괭이질, 쟁기질처럼 ‘질’로 끝나는 농사일이 특히 힘들다는 것을 톡톡히 경험했다. 해서 조상들은 높고 큰 논두렁엔 가래를 택했는가 보다. 효율성에서 삽질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한데 자루를 잡은 사람과 줄을 잡아당기는 사람 사이에 힘의 균형이 깨지면 허탕이다. 마음이 서로 맞지 않으면 논두렁 다지기는 제시간에 끝낼 수 없다는 얘기다. 농경시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는 요즘은 어떤가? 물질적 풍요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다. 이념 갈등, 빈부 격차, 지역감정 대립, 갑
조선 후기 문인 이옥(李鈺·1760~1815)은 대단한 골초였다. ‘담배의 경전’을 뜻하는 연경(烟經)을 지을 정도였으니까. 연경에는 담배에 관한한 모든 것이 수록되어 있다. 심지어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방법까지 나와 있다. 그러나 이옥도 흡연예찬론자인 정조에 비하면 약과다. 과거시험의 시제로 남령초(南靈草), 즉 ‘담배’를 내걸고 수험생들에게 담배의 유용성을 논하라 했는가 하면 백성과 신하들에게 흡연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실학대가 정약용도 알아주는 골초였다. 당시 선비들의 모임에서도 담배가 사교의 도구로 사용됐다. 남녀 간이나 반상(班常) 사이에선 자유스럽게 흡연이 이루어졌다. 노인과 소년이 한 방에 앉아 장죽을 물 정도였다. 기생들 사이에는 흡연하는 풍속이 일종의 유행병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흡연에 대한 예절은 전혀 없었다. <정조실록>엔 돈의문 앞에서 담배를 꼬나문 유생들을 야단치던 정조시대 재상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덤비는 유생들에게 험한 꼴을 당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17세기 초 담배가 조선 땅에 들어온 직후부터 나라 전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