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원>이 올해 청룡영화제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발표된 33회 영화평론가협회상에는 <소원>의 엄지원이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데, 필자 역시 이 영화를 다섯 번이나 보았다. 세상의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치유의 손길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꼈다. 평일에 영화관을 찾아서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필자는 우선 시나리오에 시선이 갔다. 몇 번이고 장면과 장면을 응시하면서 차분하고 깊게 영화에 빠져들었다. 평소에도 좋은 영화라면 같은 영화를 2, 3회 보았던 터지만 이 영화는 5회나 보고 말았다.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영화예술협회 회원들에게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영화를 꾸준히 추천영화로 관람을 권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인 성폭력 사건과 인간애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잃어버린 가족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소원>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소원이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조두순 사건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한다. &ls
겨울눈이 풀풀 내리는 세모의 거리 풍경이 서글프게 느껴짐은 왜일까? 2013년을 보내며 우리 사회의 지금 모습이 마치 이 겨울날처럼 스산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거리를 지나치는 힘겨워 보이는 시민들의 일상 모습들에서 ‘청 말의 해’라 하는 2014년을 겨눈 힘찬 역동이 그리 실감나게 느껴지지 못함은 왜일까? 비단 혹한의 날씨 탓만은 아니리라.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휘감아 도는 위기사회, 갈등사회, 과격사회, 고위험사회의 징후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파다하게 퍼져 나가는 안녕 대자보 파동, 장성택 처형사건 이후 북한의 심상치 않은 위태로운 정변 상황, 국토 대동맥 철도 파업의 힘겨운 대치 상황, 여야의 벼랑 끝 대치 정국들 모두가 세모를 맞는 우리네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잘사는 대한민국 우리의 행복지수가 고작 세계 90위란다. 하루에 평균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률과 우리 국민의 스트레스지수가 불행하게도 세계 최고란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떠오른다. 깊은 어두움의 터널을 빠져 나가고 싶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문득 다시 드는 생각은 ‘절망의 접
경기도의회가 시·군도 감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아무리 도가 위탁 또는 위임한 사무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경기도의 집행부까지 난색을 표시하는 일에 왜 나서는지 모를 일이다. 경기도의회는 박동우(민·오산) 의원이 제출한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 개정조례안에는 도의회가 시·군에 위임한 사무에 대해 직접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무원들이 반발할 것은 뻔한 이치다. 가뜩이나 경기도내 지자체들은 경기도와 함께 국정감사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로부터 1년 내내 감사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사안에 따라 감사가 겹치기도 한다. 게다가 예산심의까지 받다보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게 녹록치 않다. 그런데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까지 받게 된다면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행정력 또한 낭비될 것이 우려된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마당에 공무원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것은 당연하다. 광역자치단체가 국가위임사무를 수행하고 국정감사를 받듯이 시·군도 광역자치단체의 위임사무를 수행한다. 물론
지방선거를 6개월 정도 앞둔 지금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누구의 눈치를 볼까? 유권자일까, 아니면 공천권을 틀어 쥔 정당 관계자일까? 물론 정답은 ‘둘 다’이다. 그러나 아마도 후자가 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 정치 체제하에서는 정당의 공천을 먼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평소에 지역의 현안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이들이 지역민에 의해서 선출돼야 한다. 지역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당선거다. 당선된 사람들은 차기 선거를 위해 재임기간 중에도 유권자들보다는 정당에 충성하면서 눈치를 봐야 한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지방이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 상황 아래서는 공천만 받으면 사람을 보지 않고 특정 정당에 무조건 표를 몰아주기 때문에 정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1년 전 대선 과정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자의 정당공천 폐지를 담은 정치쇄신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공기관 부채문제의 현황과 해결방안’이라는 주제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부채규모, 증가속도, 자본잠식상태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에 대한 분석결과 보고서라서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총 412조3천억원으로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493조4천억원)의 83.6% 수준이다. 같은 기간(2007∼2012년) 부채증가율을 보면 전체 공공기관은 225.5%로 높은 수치인데, 12개 공공기관은 244.2%로 더욱 가파른 증가속도(92.3%)를 보였다. 문제는 같은 기간 공공기관 금융부채 증가액(165조7천억원)의 79.2%가 정부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부채증가가 가장 많았던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로 71조2천억원이었다. 한편 같은 날 안전행정부는 전국 251개 지방직영기업과 59개 지방공사, 78개 지방공단 등 388개 지방공기업의 2012년도 부채가 72조5천억원이나 되기에 지방공기업 역시 비상상태라고 밝혔다. 나라 전체가 난리인데 해법은 없을까? 현오석 부총리…
신라 대문호 崔孤雲(최고운)이 중국 유학을 마치고 배를 타고 돌아오면서 지은 시다. 돛을 걸고 바다에 띄우니 세찬 바람이 계속 불어 만리가 넘는 먼 길을 올 수 있었는데(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뗏목을 타고 다녔다던 옛 漢(한)나라 사신들이 떠오르고 불사약을 찾아왔다던 秦(진)나라의 동자가 생각난다(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고 노래했다.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인사말 가운데 이 시 구절을 인용한 것은 참 의미 있는 일로, 양국의 오랜 문명의 교류가 지속돼 왔음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고, 앞으로 동반자적 관계 유지로 발전해 가자는 내용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소통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소통한다는 것은 상호간에 존중과 논의의 공유를 의미한다. 소통이란 말은 라틴어에서 나온 것으로 ‘나누다’란 뜻이다. 그런데 그 쓰임이 확대돼 각 부문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고전에 對面共話 心隔千山(대면공화 심격천산)이라 했다. 상대방과 내가 서로 마주 보고 말하고 있어도 마음 사이에는 천개의 산이 가로 막혀있다는 뜻이다.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할 때 소통의 문은 자연스럽게 열릴…
1983년에는 벽돌폰이 있었다. 모토롤라가 세계 최초로 ‘다이나택’이라는 이름의 벽돌폰을 선보였고, 우리나라에서 1984년 5월 처음 이동전화서비스가 시작됐을 당시에는 승용차 안에 장착된 크고 무거운 전화기를 들고 차 안에서만 이동전화가 가능했다. 당시의 공식 용어는 카폰이었지만 보통은 벽돌폰이라고 불렀다. 길이 1피트(30cm), 무게 2파운드(907g)의 벽돌처럼 각지고 무겁고 컸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1984년 당시 벽돌폰의 가격은 미국에서 3천995달러, 우리나라에서 331만원, 가입비까지 포함하면 400만원 정도로 자동차 한 대 값에 버금갔지만, 2007년에 나온 애플의 아이폰은 400달러에 불과하며, 2013년 현재 보통의 핸드폰은 미국에서 200달러에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체국에서 저렴하게 가입하는 알뜰폰에서부터 50만원 안팎의 비싼 스마트폰까지 호주머니 사정과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모토롤라의 벽돌폰이 4천 달러 정도였음을 생각하면 지난 30년 동안에 휴대폰의 가격은 1/10 이하로, 길이는 1/3가량으로, 무게는 1/6 이하로, 두께는 0.5cm 이하의 초슬림형으로 변했다. 둘째, 휴대전화 가입자도 엄청
‘산타’의 옷은 사실 빨간색이 아니었다. 모습도 나라마다 제각각이었다. 파란 옷을 입은 산타가 있는가 하면 수염이 없는 산타도 있었다. 산타가 지금의 모습으로 정형화 된 것은 1931년 코카콜라에 의해서다. 당시 코카콜라는 크리스마스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코카콜라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 시킨 것이 산타다. 상기된 볼에 드리운 인자한 미소, 부드럽게 곱실거리는 흰 턱수염과 빨간 모자에 검은색 부츠를 신고 큰 선물 보따리를 든 스타일의 산타를 통해 소비 홍보를 펼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의 꿈과 환상의 산타모습은 이렇게 탄생됐고 지금까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으로 남아있다. 때문에 코카콜라는 빨간색 마케팅의 전설로 불린다. 최근엔 빨간색 마케팅이 기부에도 이용되고 있다. 연말을 맞이해 빨간색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 캠페인이 그것이다. 이 캠페인은 아프리카의 말라리아와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해 일반 제품에 빨간색 버전을 만들고 거기에 캠페인 로고의 사용을 허락하는 대신 일정 수익금을 기부 받는 형식이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땅콩껍질을 벗겼다. 딱딱한 껍질을 깨면 두어 개의 땅콩이 뽀얀 속살을 드러낸다. 땅콩 줄기는 무성했는데 작황이 좋지는 않다. 시기에 맞춰 비닐을 걷어내고 북을 돋워주니 개화기에 꽃도 제대로 피고 뿌리도 곧잘 내린 것 같은데 막상 수확을 해보니 땅콩은 많이 열렸는데 제대로 여문 것이 적다. 그중 잘 여문 땅콩을 골랐다. 내년에 파종할 녀석들이다. 껍질을 벗겨보면 어떤 것은 하나의 알맹이만 품었지만 제대로 영글어서 통통하고 먹음직스러운가 하면 땅콩은 두세 개들었지만 찌글거리거나 기형으로 생긴 것도 있고 아예 땅콩도 없이 빈 통만 요란한 것도 있다. 땅콩을 까다보면 그 안에 세상사가 들어 있는 것 같다. 한날한시에 파종하고 한 뿌리에서 열렸지만 어떤 것은 속이 꽉 찼는가 하면 어떤 땅콩은 쭉정이만 요란하다. 세상도 자식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한 뱃속에서 나왔어도 누구는 크고 누구는 작다. 팔 남매 중 나는 가장 작고 피부도 까맣다. 초등학교 때는 까만 피부와 작은 키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도 많이 받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부모님의 유전자 중에 나는 왜 열성 유전자만을 받고 태어났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키가 크고 흰 피부를 가졌으면서도 예쁜 언니가 얄밉기도 하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가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내년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문제와 교육감 선거 제도에 관한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정치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교육감을 지금처럼 별도로 선거할 것인지, 도지사 러닝메이트로 할 것인지의 쟁점이다. 예컨대 교육부지사의 지위로 하고 행정과 재정을 지방자치와 통합하는 방안이다. 행정적인 필요성은 강하게 인정되고 있으나, 교육계 반발로 인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반드시 정리하고 가야할 과제가 정당공천제다. 이의 폐해에 대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면 일부 전문가는 정당공천제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정당공천제는 정치신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진입장애가 되고 있다. 시민사회 속에서 정치적 역량을 키워온 정치력을 가진 인사의 경우 기성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가 없으면 정치 진입의 기회가 봉쇄돼 버린다. 그렇다고 선거비용, 정책 개발의 절차를 생각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무대포로 보이기 십상이다. 지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