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이 막힌다. 1억400만건에 이르는 개인들의 금융신상정보가 몽땅 털렸다. KB국민, 농협, 롯데카드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고객정보가 다 노출됐다.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 실태를 뛰어넘어 이건 국가적 재앙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은행에서 저축은행·대부업체에 이르는 금융권은 물론 통신사와 신용카드사, 심지어는 국가 전체까지 뚫리지 않은 영역이 없다 할 지경이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온갖 신상정보를 전부 노출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혹시나 해서 카드사 홈페이지를 열어 신상정보 노출여부를 확인한 고객들은 소름이 끼쳤다. 고객개인정보 유출내역에는 성명, 주민번호, 휴대폰번호, 자택전화번호, 직장전화번호, 이메일, 자택주소, 직장주소, 직장정보, 카드번호, 유효기간, 카드정보, 결제정보, 신용한도에 연소득까지 무려 15건의 정보가 새나갔다고 밝히고 있다. 안내문에는 다시 한번 유출사고에 깊이 사죄한다며 ‘유출정보는 검찰이 회수했다. 추가적인 유출이나 유통의 우려는 없다’고 단정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또 노력하겠다는 말뿐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그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지난해 초 영세 골목상권을 죽이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한 동네 빵집들의 반감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대기업 빵집 규제가 시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에 따라 매장 간 거리 제한을 두다 보니 출점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동네빵집들의 반응은 별로다. 프랜차이즈 빵집규제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약간 기대를 했는데, 결과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빵집들 역시 정부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이후 출점이 전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틈새를 외국계 기업들이 파고 들어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유럽 최대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 ‘브리오슈 도레’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에 국내 1호점을 열면서 국내 제빵업계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글로벌 외국 빵집 브랜드가 동네 골목으로 들어와 영세빵집들을 고사시켜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대기업 규제를 위한 ‘중기적합업종제’ ‘SW산업진흥법’ 등 중소기업보호법을 수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들 법안의 당초 취지는 대기업
최근의 정치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치실종’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의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당론을 확정할 태세다. 최고위원회를 열어 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점검하고 ‘오픈 프라이머리’ 등 공천제도 및 지방행정 혁신방안 등을 모색해서 오는 22일 의원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란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확정된 당론을 상기하면서 여당이 내놓은 광역단체장 연임축소, 특별·광역시의 기초·광역의원 통폐합 등과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폐지를 물 타기 하려는 꼼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안철수 의원도 전형적인 사익추구 정치이며 권위주의적인 낡은 잔재와 사고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게다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즉각 해산과 전면 재구성’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여야가 공약한 기초자치 공천폐지는 대국민 약속”임을 환기하면서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이유를 댄다는 것을 국민은 잘
화석연료가 등장하기 이전 인류는 자연의 순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나무와 식물성 기름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18세기 석탄을 시작으로 화석연료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인류는 에너지 풍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윤택해졌다. 하지만 산업발전은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근본적 한계를 내포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핵분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설계된 원자력발전소가 탄생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福島縣)에 위치해 있던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유출되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방사선 오염은 일본에 근접해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고, 현재 대부분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인식전환의 계기가 됐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매장량 고갈에 대한 문제의 해결로 대두된 원자력발전소는 또 다른 환경오염 문제를 안고 있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
대포차가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경기지방경찰청과 관련 업계에 의하면 각종 범죄수단에 이용될 소지가 높은 대포차가 중고자동차 매매 사이트를 통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는 고가의 수입차 3천여대를 비롯해 현대(7천500대), 기아(2천700대). 르노삼성(1천800) 등 1만대가 넘는 다양한 차량이 사진과 함께 판매자 연락처 등을 게재하면서 시중 중고차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차량이 불법명의자동차인 대포차로, 전문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경찰과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대포차를 유통하거나 운행한 사람의 경우 관련법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속칭 대포차는 자동차 소유자와 실제 운행자가 다른 ‘유령 차량’으로 불린다. 때문에 교통사고 및 절도 등 다양한 범죄의 도구로 사용되는데다 사고발생 시 가해자를 알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해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대포차는 보험료는 물론 세금도 내지 않고 음성적으로 거래됨으로써 범법자들이 주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중고차 사이트에…
올해부터 시행된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건축법’ 등에 적합하지 않게 건축된 주거용 건축물에 대해 서민의 주거안정 및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용승인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한시적으로 부여하고자 하는 특별조치법이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건축법령에 적합하지 않게 건축되거나 대수선된 주거용 건축물을 양성화하는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지난 17일부터 2015년 1월16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특별조치법의 대상은 지난 2012년 12월31일 이전에 사실상 준공된 건축물로 연면적 100분의 50 이상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건축물로 건축허가(신고)를 받지 않거나, 허가(신고) 이후에 위법 시공 등으로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건축물이다. 세부 대상으로는 ▲세대당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 다세대주택 ▲연면적 165㎡(약 50평) 이하 단독주택 ▲연면적 330㎡(약 100평) 이하 다가구주택이 해당되며, 주택 상층에 옥탑방을 설치, 1층 필로티 부분을 증축하는 사례, 대수선을 통한 가구수 증가, 높이 제한으로 인한 건축물 후퇴부문
올해 정치일정의 백미는 6·4지방선거이다. 지금 모든 정당은 지방선거 준비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당공천이 배제된 교육감선거도 동시에 치르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대규모로 치러지는 최초의 선거이다. 아직까지 지방선거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고 정치권과 정치지망생들만 바쁘지만 이번 선거는 한국정치의 지형과 미래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한국정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국민들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6·4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지방권력의 향배가 결정되고, 이는 정국운영에서의 주도권이나 정당의 사기에 큰 영향을 준다. 지난 1년간 정치권은 민생문제보다는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수사와 국정원 개혁 문제를 둘러싼 충돌로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고,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지방선거에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번 지방선거는 이전까지 거대 보수정당에 대항하는 중도보수적 야당과 진보정당 간의 연합에 의한 선거구도 대신에 각 정당이 정체성을 유지한 채 각개약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도로만 보면 보수여당으로서는…
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보던 시대나 문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겨울철 영하 50℃까지 내려가는 몽골을 비롯 이란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남자들이 앉아서 소변을 봤다. 우리나라도 함경남도 함흥의 일부 서당 학동들 사이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을 점잖은 행동으로 여기는 풍습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남자들은 서서 소변을 보아야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자존심’으로 여겨지면서 당연시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에 와서는 공동화장실을 쓰는 가정에서는 남녀 간 갈등의 골이 매우 깊어져 있다. 튀는 오줌방울로 인한 건강 위협과 악취,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마찰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변기 밖으로 튀는 미세한 오줌방울만 하더라도 1회 소변을 눌 때마다 2천300방울(2006년 일본 생활용품업체 실험결과)이나 되고, 이런 오줌방울은 바닥은 물론 수건과 칫솔 등을 오염시키고 고약한 냄새까지 동반해서 그렇다. 이렇듯 ‘서서쏴’의 폐해가 많다는 것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이 이른바 남자들의 ‘앉아쏴’를 유도하는 시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쇤데르만
최근 전북 고창의 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이에 당국이 살처분과 함께 시급히 강도 높은 방역조치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농장에서 AI 잠복기인 21일 이내에 전국 4개 도 24개 농가에 오리 병아리 17만3천 마리를 분양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병아리 운반차량이 분양 후 충북 진천의 도계장을 출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도계장을 우선 폐쇄조치하고, 출입차량을 추적 조사해 AI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AI의 전국 확산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AI는 닭·오리·철새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HPAI)과 저병원성(LPAI)으로 구분된다. 이번에 발생한 AI는 고병원성인 H5N1형으로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닭·칠면조·오리·철새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 감염되며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주로 철새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체나, 발생국의 오염된 냉동 닭고기나 오리고기, 생계란 등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조류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도 위협해…
동그란 흰색 테두리 안에 노란 물방울이 떨어진 듯, 마치 계란 프라이(fried egg)처럼 생긴 꽃이 있다. 개망초다. 북미가 원산지인 이 꽃의 씨앗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 한국에 파병된 미군의 주머니와 배낭에 묻어 들어왔다. 포성이 멈추고 지상의 모든 생물들이 평화롭게 지낼 즈음, 땅을 헤집고 슬그머니 고개를 든 풀이 있었다. 이 풀은 번식력이 너무 좋아 순식간에 논과 밭을 온통 하얀 꽃으로 뒤덮게 만들곤 했다. 당시 헐벗은 국민들은 흰 꽃의 낭만을 즐기기보다는 허기진 배를 채울 한 톨의 알곡이 더 소중했다. 농부들은 논밭을 점령해 버린 잡초를 제거하고 또 제거해도 끝이 보이지 않자 이마의 땀을 훔치며 “이번 농사는 개 망조(亡兆)가 들겠구만”이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망할 징조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개’자를 붙였는데 그때부터 이 흰 꽃은 개망초라는 이름을 얻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먹고살만한 시대가 되었다. 전후 잡초로만 인식되던 풀이 이제 웰빙(well-being)식품으로 가치가 높아졌다. 어린 순은 망초나물로 우리의 식욕을 돋우는가 하면 들녘에 활짝 핀 꽃은 연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