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2일 공식 사퇴함으로써 40여일에 걸친 파문이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가 일찌감치 칸 영화제 외유 거짓 해명의 심각성을 깨닫고 의장직에서 깨끗이 물러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파문이 불거진 이후 사퇴에 이르는 과정에서 도의회와 각 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 차라리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번 기회에 이들 문제점을 고쳐나갈 수 있다면 사퇴 파동이 백해무익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습의 속도와 방식에서 새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도의회의 위상은 더 추락할지도 모른다. 가장 큰 문제점을 드러낸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사태를 조기 수습할 기회를 상실했을 뿐더러 거듭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서 지리멸렬하다시피 했다. 초기부터 윤 의장 옹호 그룹 등 여러 분파로 갈라지는 모습을 노정하면서 의사일정과 당의 결정에 여러 차례 파행이 초래됐다. 이 같은 행태는 불문곡직 도민들에게 자리싸움과 파벌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새누리당 역시 상대당의 실수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들었지 성숙하게 수습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지는 못 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이처럼 우왕좌왕 하는 사이 도의회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에 사는 한 주부가 염태영 시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수원시청 홈페이지 ‘칭찬합니다’란을 통해서다. 만삭의 임산부인 김하연씨다. 그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느라 애쓴 사람들의 노력에 감동이 밀려온다. 김씨의 집안에는 올해 들어 큰 어려움이 닥쳤다. 가족들과 연락두절 상태로 지내던 시아주버니가 안산시 거리에서 쓰러져 뇌수술을 두 차례나 받은 것이다. 무연고자 신분이어서 안산 시청직원들이 국과수에 의뢰까지 해 시골 부모를 찾았다고 한다. 김씨가 결혼 3년이 됐는데도 한번도 만나지 못한 시아주버니였다. 그런데 김씨의 남편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휴가도 따로 없이 하루하루 쉴 수도 없이 일하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몰라 막막하던 가족을 대신해 임신 7개월째였던 김씨가 나섰다. 그러나 거거고산(去去高山)이었다. 시아주버니는 가족과 연락 없이 살면서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있었고, 당연히 의료보험도 상실된 상태였다. 의료비만 한달 사이에 1천7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부과되어 있었다. 먼저 주민등록 재등록을 해야 했고, 밀린 의료보험을 다 갚은 뒤 의료보험을 살려야 했다. 안산시청복지과 직원은 형제의 집에 단독세대를 형성해 올리고 긴급지원을…
‘늑대소년’은 얼마 전 개봉 보름 만에 400만 관객을 넘고 700만 관객을 넘긴 영화이다. 이 영화는 ‘늑대소년’에게 손을 내밀어 기꺼이 가족이 되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한국적 정서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이므로 가족이 함께 손잡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늑대소년’은 서양적인 소재이고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다. 그런 소재가 한국적 감각으로 재탄생되었다. 한국의 중년여성들이라면 알 만한 소녀 시절의 모습들이 영화 장면 곳곳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영화에는 ‘순이, 영희, 철수’ 등 그 옛날의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름들이 등장하고, 통기타와 털 스웨터 등 복고풍 소품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순수했던 시절을 돌이켜보게 한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의 영혼을 바라보고 순수한 교감을 나누는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교감과 사랑을 통해 관객들은 잠시나마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들을 되찾을 수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세상과 동떨어진 채 홀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그런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2007년 10월 2일,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서 한 말이다. 만약 이 발언이 그 당시 TV로 생중계 되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공개 비망록 등에 기록되었다가, 현재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물의를 일으킨 집권 여당의 모 인사에 의해 발견되었다면 세상에 어떻게 알려질까.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다. 분명 그는 전체 문장을 공개하지 않고 첫 번째 문장인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를…
40, 50대 아저씨지만 30대 중반 같은 패셔니스트. 즉석에서 멋들어진 색소폰 연주 한두 곡쯤은 문제가 아닌 낭만의 60대. 구릿빛 피부와 초콜릿 복근이 섹시해 보이는 50대 보디빌더. 60대에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대학 신입생. 왕성한 사회활동과 레저, 운동에 만능인 50대 후반의 사회인 야구팀 주장. 탱고와 차차차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댄스스포츠마니아 50대 주부. 나이와 상관없이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많은 이들이 가끔 펴보는 상상의 나래다. 상상은 중년이 넘어가고 정년퇴직을 거치면서 더욱 자주 하게 된다. 그러나 삶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이 들면서 뱃살은 점점 더 늘고 체형은 바뀌지만 대책은 없다시피하다. 화장품이라야 아침에 세수하고 바르는 스킨과 로션이 고작이다. 그런가 하면 외모는 나이보다 대여섯 살이나 더 들어 보이고, 하루가 다르게 머리가 빠져 훤한 모습이 되어가지만 이 또한 속수무책이다. 스스로 이런 게 부모의 모습이라고 위안을 삼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노라’ 위로도 해보지만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세상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는 속내 감춘 독백을 내뱉지
여기, 한 스승이 있다. 그는 정일근, 정호승, 박덕규, 이문재, 권혁웅, 권성훈, 문태준, 신철규 등 100여명의 한국 대표 문인들을 길러냈다. 문학의 꿈을 키우며 그를 스쳐간 후학들은 하늘의 별만큼 헤아리기 힘들다. 마침내 그는 스승 조지훈 시인의 고려대 연구실을 이어받아 창작과 연구로 보낸 4반세기를 정리하고 고향, 수원으로 돌아온다. 치인(痴人) 최동호 시인 이야기다. 치인은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란 뜻이다. 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 회주 설악 무산 스님이 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에게 지어준 아호(雅號)다. 53년만의 귀향이다. 회귀성 어류인 연어는 4년 동안 4만5천여㎞의 긴 여정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데, 53년이면 그가 걸어온 영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가늠이 안 된다. 그 세월동안 한번도 고향, 수원을 잊은 적이 없다고 그는 고백한다. 남창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지도록 동무들과 뛰어놀던 기억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해거름 뒤로 “저녁밥 먹어야지~” 하시던 ‘엄마 목소리’도 여전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남창초등학교에 왔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학교 여기저기를 보여주시며 즐거워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흡사 초등학생 시절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으로 MB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근거한 ‘진로·직업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이런 진단은 학생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문화와 체질은 고려치 않고 북유럽 및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에도 갈팡질팡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체질에 맞는 진로·직업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현 실태를 철저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해결한 후 서양의 제도를 접목했어야 했다. 올바른 진로와 직업교육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협력하는 상황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각 부처 및 기관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어, 자존심 대결을 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상호 협력하려하지 않는 부처 및 기관들의 의식구조로는 지금의 진로·직업교육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부처 간, 기관 간 협력관계가 가장 잘 이루어진 곳이 독일이다. 협력은 첫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정부는 이런 협력적 체제 구축은 하지 않은 채 전 정권이 밀어붙였던 진로·직업교
인천시의회가 다음 주에 국립 인천대에 대한 국비지원 건의안을 결의하기로 했다. 인천대가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국비를 한 푼도 못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회 예결특위에서 올 추경에 편성을 약속했던 최소한의 지원마저 지난 4월 삭감됐다. 국립대가 되면 교육환경이 크게 향상되고, 학비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학생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학생들은 지난 6월 12일 4천500명이 서명한 국비지원 청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말이 청원서지 학생들과 인천시민의 분노가 담긴 항의문이다. 현재 국립 인천대 송도캠퍼스는 비좁기 짝이 없다. 인천대와 인천전문대가 통합돼 학생수가 크게 늘어나고, 4개 단과대학 14개 학과가 새로 생겨났다. 내년까지 강의동 3개를 더 지어야 하고, 후년까지는 3개 동이 더 필요하다. 현재 인천대 학생 1인당 건물 면적은 17㎡로 전국 대학 평균 25㎡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회는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송도 캠퍼스 강의동 증축비 85억원조차 전액 삭감했다. 이처럼 국비 지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국립 인천대의 빚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립 인천대는 5년 후에 1천5
가진 사람들은 뭐 걱정이 덜하겠지만 서민층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녀들의 혼사다. 혼인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특급 호텔에서 하객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며 체면치레를 하겠지만 서민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예식장 대여비와 피로연, 예식 촬영, 의상 대여, 메이크업 등 예식에 필요한 서비스를 경제적인 선에서 해결하려고 이곳저곳으로 알아보러 다닌다. 그러다가 시청이나 구청 등 관공서 시설이나, 향교, 마을회관, 성당, 교회, 사찰 등에서 혼인식을 올리기도 한다. 경기도청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건전한 결혼문화 정착’을 위해 무료 예식장 사업을 한다. 그런데 시행 10개월째 사실상 단 1건도 이용자가 없어 개점휴업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본보 2일자 2면) 거참, 이상도 하다. 무료 예식장이라는데 왜 사용자가 없을까? 당연히 이유가 있다. 결혼식 장소만 무료일 뿐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용 상담 및 스튜디오 촬영, 피로연 등의 가격이 시중의 예식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도가 지정한 업체들도 대부분 서울에 있다니 경기도청이 소재하고 있는 수원의 예식
최근 남편이 가사에 쏟는 시간이 늘면서 프렌디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프렌디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친구(friend)’와 ‘아빠(daddy)’를 합성한 단어다.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를 뜻한다. 이런 프렌디족(族)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최근 모 TV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자들이 육아 전면에 나서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아빠 효과(the effects of father)’에 대한 관심의 증가다. 아빠의 양육 참여도가 높을수록 유아의 자아 존중감과 사회성, 도덕성이 크게 좋아진다는 게 효과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딴 데 있다. 여성 경제인구의 증가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육아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마미트랩(mommy trap·엄마의 덫)도 있다. 직장 여성이 엄마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업무·승진·경력개발 등에서 단절을 경험하는 일을 덫(trap)에 비유한 말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