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 메인 뉴스시간에 ‘배려하는 사회’라는 연중 기획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물질적으로는 더 없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약자와 타인에 대해서는 양보와 배려가 부족한 삭막한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것이다. 두레, 품앗이, 향규 등과 같은 민간 부락공동체를 통하여 상부상조하는 정신을 소중하게 여겨왔던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삭막한 사회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현재와 같은 상황은 무슨 요인 때문에 초래되었는가? 첫째, 성적과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과도한 경쟁의식이다. 결과물이 우수하다는 것은 중간과정이 그만큼 험난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중간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직 결과와 1등만을 기억한다. 이와 같은 성적 지상주의가 과도한 경쟁의식을 촉진시키고, 나아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저급한 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소중함을 교육하지 않고, 오직 성적과 결과로만 평가하는 현재의 교육 체계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배려가 부족한 사회가 된 까닭 둘째, 저급한 이기주의이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한 가정 한 자녀가 대세이다. 그래
영화 ‘하모니’를 보셨나요? 여성들만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합창단을 조직해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영화로 기억된다. 실제 수용자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곳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1980년대 미국은 증가하는 범죄자로 인해 교도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교도소 출소 후 범죄율이 증가하자 민간인 투자회사를 활용한 민영교도소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종래부터 제기된 과밀수용 및 수용환경 문제가 IMF체제 이후 절도와 강도 등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벌금 미납으로 인한 노역장 유치 수용자의 급증으로 더욱 악화되었으며, 과밀수용, 노후시설 수용의 문제해결을 위한 막대한 교정경비가 소요됨에 따라 정부의 조직과 재정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교정현대화추진단’의 개혁 정책으로 민영교도소 도입계획이 시작되었다. 2008년 10월 여주군에 지상 2층 총 6개 건물로 이루어진 ‘소망교도소’ 건립 기공식을 개최하였고, 드디어 2010년 12월 1일 대한민국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가 개소되
학원 야간교습시간을 연장하는 조례개정안이 다음 달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형호 교육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고등학생에 한해 현행 밤 10시까지인 학원 교습시간을 11시까지로 한 시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교습시간 제한조치는 학생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였다. 당시에도 학원 운영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으나 잠 잘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잘못된 교육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조례가 통과됐다. 이제 와서 이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는 이유와 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용납될 수 없고,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교습시간 제한을 풀려는 학원들의 로비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원 입장에서는 이해관계가 직결된 문제이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일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공공적 의제를 다루는 교육의원, 도의원들이 이런 로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우리는 문 교육의원을 비롯한 개정안 서명 의원 50여 명이 학원들의 로비에 말려 개정안을 낸 것은 절대 아니리라 믿는다. 경기교육을 걱정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개정안은 과했다. 우선 교습시간 연장을 학력
옛 사람들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스승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심지어는 이를 엄격하게 꾸짖고 말려야 할 학부모까지 신성한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몰지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엔 이런 일들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권침해 자료를 살펴보면 2009년 1천570건이던 교권침해 사례는 2010년 2천226건→2011년 4천81건→2012년 7천971건으로 증가했다. 요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더 심각하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접수된 도내 교권 침해 신고는 총 1천691건이었다. 2010년 134건에 비해 무려 11.6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중에 교사에 대한 폭언이 대다수를 이루고 수업진행 방해, 교사 폭행 등도 많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교사 성희롱도 자주 보고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이래, 교권 침해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체벌이 허용될 때도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일탈적인 행위는 많았다. 어찌됐거나 교실붕괴와 교권추락 현상은 큰 문제다. 이런 시점에서 열린…
신록이 우거지고 있는 이때, 믿기 힘든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문화예술을 위해 일평생을 바친 호림 선생이 영면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수원이 울고, 경기도가 울고, 온 산천이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정규호 선생은 살아생전에 알게 모르게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 분이었다. 문인이라고 하기엔 경력이 미천했던 시절에 필자는 독자 입장에서 시를 투고했고 임병호 시인과 만나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시인이 되어갔고, 수원상공회의소 지하 상아그릴이며, 인계동 나드리 뷔페는 문학인들의 처소였고 크고 작은 행사를 치러낸 것은 물론 가장 우아한 장소였다. 그때의 브라운관광호텔은 지금의 리젠시호텔이었고, 북문예식장에서 문학행사며 정기총회를 하곤 했다. 그런 가운데 정 선생을 만났다. 당시에 그는 예술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고 모두가 정규호 선생 앞에서 고개를 숙인 듯했다. 그리고 정규호 선생은 필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문학이 위대한 것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아픔과 슬픔을 문학을 통해 희망으로 승화해 내기 때문이다. 정 선생을 지켜보며 문학과 문학가가 왜 위대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정 선생은 삶의 슬픔을 문학으로 치유
편집국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다소 상기된 목소리의 그 독자는 25일자 경기신문 1면 기사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냈다. “신문이 오보를 하면 됩니까?” “그것도 역사를 정반대로 보도하다니 제정신이냐고요.” 경기신문도 종북신문입니까?” “6·25가 왜 남침입니까, 북침이지?” “….” 독자의 항의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이날 본보 1면 머릿기사의 제목인 ‘6·25는 북침 아닌 남침’에 대해 심하게 유감이다. 북한이 침략했으니까 당연히 북침 아니냐. 왜 남한이 침략한 것처럼 남침이라고 표기했느냐. 그것도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6·25 바로알기’ 교육에서 그랬다니 말이 안 된다. 학교에서는 분명히 정확하게 가르쳤을 것이다. 그런데 신문이 오보를 해서 학생들은 물론 독자들까지 6·25를 남한이 침략한 것으로 잘못 알게 했으니 책임져라.” 설명은 10분 동안 이어졌고, 그래도 수긍할 수 없다며, 다시 알아보겠노라 는 말을 남기고 독자의 전화는 끝났다. 대략난감에 ‘멘붕’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고민은 이어졌고 답은 역사교육에 있었다. 역사는 허구나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단어 선택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개념정립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이럴 수는 없는 거야. 절 세 번 하는 동안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기어이 찾아 내고 말거야.’ 급한 마음에 좍 좍 - 내리는 빗속을 10분 이상씩이나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범인을 잡을 수는 없었다. 화가 뒤엉킨 상태로 다시 돌아온 무량수전 앞엔 아무도 신고 가지 않은 신발 한 켤레가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절에 오실 때는 새 신발 신고 오지 마세요. 그냥 액운을 다 가져간 거라 생각하세요”라는 관리인의 말. 상가 집에 갈 때 새 구두 신고 가지 말라는 스쳐가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절에 갈 때 새 신발 신고 가지 말란 말은 처음 들어본다. 며칠 전 아들이 첫 월급 타서 백내장 걸린 어머니를 위해 난생 처음 선물해 준 고급 선글라스를, 불상 앞에 삼배 올리느라 벗어놓은 사이 누군가 슬쩍 가져간 일이 있었다고 했다. 꼭 찾아달라는 노인의 눈물 글썽이며 한 그 당부를 아직도 해결해드리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관리인의 말에, 얼마나 더 세상이 각박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착잡해졌다. 편치 않은 마음 달래고파 다시 들어선 무량수전엔 조소아미타여래좌상의 번쩍이는 금빛과 치켜뜬 눈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디지털 신제품이 발표된다. 제품에 탑재되는 기능들 또한 진화를 거듭한 최신형들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도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편리함에 중독된 우리들과 금방 친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 디지털기기인 스마트폰 역할도 이젠 생활의 일부가 아니다. 오히려 폰 때문에 생활이 바뀔 정도가 됐다. 컴퓨터, 태블릿 PC,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이를 빗대 “사회는 이미 디지털 세상속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할 정도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아 날씨와 뉴스를 확인한 뒤 전날 인터넷에서 받아놓은 레시피대로 아침을 해먹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출근한다. 원하면 버스와 지하철 등 어디서나 영화, 게임, 전자책, 인터넷 서핑 등은 식은 죽 먹기다. 사람과 소통하려면 말이 필요없다. 문자와 소셜네트워크가 있어서다. 손가락 하나로 쇼핑과 금융거래도 한다. 보채는 아이들에겐 스마트폰만 들이대면 금방 표정이 바뀐다. 요즘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접하는 일상의 모습들이다. 만만치 않은 부작용 속출 그러다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기기 범람으로 기억력 감퇴가 현저히 나
한국방송공사(KBS)가 TV수신료를 대폭 인상하는 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다. KBS는 오늘 이사회에 현행 2천500원인 수신료를 4천300원으로 인상하는 안과 4천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다행히 이사 11명 가운데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인상 안건의 상정조차 거부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인상안의 처리와는 별개로 KBS가 이처럼 끈질기게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KBS 측이 내세우는 인상의 근거는 지난 1981년 이래 33년째 수신료가 동결되어 경영 애로가 누적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 33년 새 수신료 수입은 무려 9배나 증가했다. TV 보급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수입은 무려 15.7배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가 동결됐다는 사실만을 강조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물론 지난해 KBS는 당기순손실이 62억원에 이르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 3천억원을 떠안고 있다. 그러나 누적 적자를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전에 공영방송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준 적이 있는지부터 자문해 보라. 1987년 이전 KBS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는…
개성역사지구가 23일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16일 개막해 오는 27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열리는 제3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개성역사유적지구’가 ▲고려시대 이전 한반도에 존재했던 다양한 문화·정치적 가치들을 5세기에 걸쳐 이웃국가들과 ‘교류’한 점 ▲고려의 특출한 문화적 전통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는 점을 인정해 세계유산으로의 등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이번에 등재 결정된 개성역사유적지구는 개성 성곽, 개성 남대문, 만월대, 개성 첨성대, 고려 성균관, 숭양서원, 선죽교, 표충사, 왕건릉, 7릉군, 명릉, 공민왕릉 등 12개 개별유적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지난 2008년 제3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반려 판정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등재소식에 누구보다 반가워하는 지자체가 경기도다. 도는 지난해부터 ‘개성한옥 보존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분단 전 동일 경기권역이었던 개성의 한옥을 포함한 역사문화지구가 한민족 공동 문화유산으로서의 상징적 의미와 문화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남북교류협력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