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기도내에서 개최되고 있는 축제는 총 74개로서 규모면으로 제법 큰 축제들이다. 행사 명칭에 ‘국제’ 또는 ‘세계’라는 말이 들어간 축제행사도 여럿 있다. 현재 수원화성에서 열리는 수원화성 국제연극제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축제는 팍팍한 삶에 지친 지역 주민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해당지역의 브랜드 효과를 높여준다. 그러나 축제의 개최목적이 관광객 유치를 통한 소득증대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못한 축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에 정부는 매년 우수축제를 선정한 뒤 지원해 오고 있다. 정부가 전국의 모든 축제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올해의 문화관광축제’가 그것이다. 올해엔 모두 42개가 선정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경기도내 축제는 고작 3개뿐이다. 이천쌀문화축제가 최우수축제로, 가평 자라섬 재즈페스티벌과 수원화성문화제가 각각 우수축제에 선정된 것이다. 나머지 71개 축제들은 최우수축제, 우수축제에 이은 유망축제 자리에도 끼지 못했다. 물론 문광부의 ‘올해의 문화관광축제’ 선정 기준에 대해 항의할 지자체도 있겠다. 우리도 그 선정기준이 100% 완벽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내 지자체들의 콘텐츠 부족과…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흘 연속 볼썽사나운 충돌을 빚었다. 불법건축물 등을 점검한다며 지자체가 공무원을 대거 동원하고, 이에 맞서 공기업도 직원들을 시켜 물리적으로 대치하게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충돌 원인은 LH가 재개발지구 세입자 순환이주용으로 지은 백현4단지 1천869가구를 국민임대주택으로 분양 공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6개월 동안 빈집 상태여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LH의 입장인 반면, 성남시는 2단계 재개발의 숨통을 죄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자초지종을 떠나, 지자체와 국내 최대 공기업이 백주에 조직폭력배 맞서 듯한 행태는 싸잡아 비난받아 마땅하다. LH는 애초 용도와 달리 백현4단지를 분양키로 결정함으로써 성남시를 격분시켰다. LH는 백현3·4단지가 장기간 ‘유령단지’로 방치되면서 누적 손실이 490억원에 이르고 매월 12억씩 손해가 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백현3단지는 남겨두었고, 지난해 성남시부터 거절당하기는 했어도 순환이주단지를 위례신도시에 만들면 된다는 입장인 듯하다. 국민임대로 변경한 절차에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남2단계 재개발이 오랜 기간 헛바퀴를 돈 데는 LH
지난 10일자 본란에서도 밝혔듯이 지금 수원시는 쓰레기와의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름하여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과의 전쟁이다. 수원시가 지난 5월 1일 ‘무단투기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하고 길가에 버려진 양심과 전쟁 중이다. 본보는 당시 사설을 통해 이번 쓰레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길 기원했다. 현재 수원시내 곳곳에는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몰래 버린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쓰레기가 부패,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해충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다간 여름철 질병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걱정 속에서도 희소식이 들린다. 수원시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선포 이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무단투기가 크게 감소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시가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에 대한 무기한 단속에 돌입하면서 쓰레기 반입량의 감소와 함께 종량제봉투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시에 의하면,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선포 이후 보름 동안 주민들의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지난 4월 일일 평균 350t에서 5월 일일 평균 318t으로…
공무원이란 직업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최상의 직업으로 선망받는 안정된 직업이다. 그런데도 유흥업소로부터 금품과 성접대를 받고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으로 고소되고 있다. 최근 고양시 일부 간부급 공무원들의 행태다. 이뿐만 아니다. 일부 구청의 경우 당직 기사들의 수당 챙기기 의혹, 농업용 창고를 식품가공 공장으로 용도변경해 주겠다며 금품수수, 수사기관을 통해 조사를 받고 옷을 벗는 공무원, 비리를 하고 명퇴수당을 받기 위해 퇴직을 신청한 간부공무원 등 한마디로 가관이다. 이처럼 반복되고 있는 고양시 일부 공무원들의 비리와 부적절한 행태에 대해 최성 시장이 연일 강도 높은 기강확립 대책을 주문하고, 물의를 일으키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직에서 배제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하겠다며 일벌백계를 선언하고 있다. 최 시장은 평소 ‘청렴은 모든 선의 근원이요, 덕의 근원이니 청렴하지 아니하면 수령을 할 수 없다’는 목민심서의 구절을 직접 인용하며 “공직비위에 관련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일부 시 공무원들이 불미스런 사건을 일으키며 시의 명예와 품격을 떨
5월이 되면 어김없이 가장 비극적인 우리의 현대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시 만나게 된다. 체제 순응과 저항의 과정이 역사의 가장 큰 동력으로 두 축을 이루고 있다면 광주민주화운동은 분명 큰 방점으로 기록될 저항의 역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념식에서 부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과 합창의 간극 사이에서 시비하느라 반쪽짜리 기념식으로 치러지고 말았다. 보훈처는 정부의 모든 기념행사에서는 공식 기념 노래만 제창 형식으로 부르는데, 현재 5·18 행사는 공식 기념 노래가 없기 때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노래의 상징성이 변했기 때문”이라던가 “노래를 부를 때 주먹을 쥐고 흔드는 모습이 5·18의 의미를 폭력적으로 윤색시킬 수 있다”는 이유들도 등장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은 사라지고 제창이니 합창이니 하는 궁색한 소리들만 남았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동명의 뮤지컬만큼이나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치
페이퍼컴퍼니, 서류 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버진 아일랜드는 이런 페이퍼컴퍼니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곳이다. 정확한 수치도 없다. 수만개가 존재할 것이라는 추산뿐이다. 우리나라 돈 200만원이면 법인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진 회사는 세금이 면제된다. 물론 이 회사들은 명목상 유령 회사다. 그러나 그 안을 살펴보면 정당치 못한 검은 돈, 떳떳하지 못한 거래내역들로 넘쳐난다. 돈세탁은 기본이고, 본국의 세금 징수에 대해 합법적 조세 회피 또는 불법적 탈세도 난무한다. 그런데도 금융거래에 있어서 익명성이 보장된다. 버진 아일랜드가 세계 최고의 조세 회피처(Tax Haven)인 이유다. 버진 아일랜드는 중앙아메리카 동쪽에 있는 서인도제도에 위치한 섬 무리다. 인구 10만9천여명, 80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으며 영국령과 미국령으로 나뉜다. 조세피난처가 몰려있는 곳은 주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로, 동부의 36개 섬지역이다. 이곳은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3년 발표한 소설 ‘보물섬’의 배경 중 한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설에서처럼 당시 해적과 약탈자들의 은신처였던 이곳이 최근 들어서 현대판 보물섬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비아냥댄다. 해적…
바야흐로 열정이 인간성을 전복하는 사회, 기업이 국가를 움직이는 시대다. 인생의 최대 목표는 취업이 되었고, 구직자들은 기업의 모집전형에 몸을 구겨 넣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상경 분야를 전공하지 않으면 기업 취업에 불리하다는 것은 오래된 불문율이다. 늦깎이로 상경계 전과를 감행하거나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인문학 전공자는 자신의 이력에 하자가 있음을 느낀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취업률을 보장하지 못하는 학과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최근 배재대학교가 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외한과)의 통폐합을 결정했고, 이에 재학생들과 여론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민족시인 김소월·국어학자 주시경 배출을 내세우던 학교가 스스로 정체성을 폐기했다는 비판이다. 대학 측은 취업 경쟁력 강화를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건양대와 서원대는 수년 전 이미 국문과를 폐지해 통폐합했고, 광운대는 폐지 논란이 불거진 끝에 간신히 국문과 유지 결정이 났다. 인문학의 지향점은 활용 아닌 ‘사유’ 단순히 ‘취업률 1위 대학’의 타이틀을 얻기 위한 대학의 기업화는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선호도 감소보다는 위로부터의 구조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새벽 들녘에 모내기할 무논을 써리는 트랙터 소리가 요란하다. 농가월령가 4월령에도 ‘맹하(孟夏)가 되니 입하(立夏), 소만(小滿)의 절기로다’. -중략- ‘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모 내어 보세’라고 하였다. 자연절기(節氣)는 어김없이 순환하며, 인간은 자연에 기대어 삶을 영위한다.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이제는 풍광(風光)이 좋은 자연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근래에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로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다. 이는 자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회귀(回歸)본능 때문이 아닐까? ‘장자크 루소’는 자연 상태의 인간 삶이 가장 이상적이고 평등한 삶이라 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라 하였다. 우리 선인들도 낙향하여서나, 유배지에서조차 전원생활의 여유를 즐기며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나 또한 전원을 꿈꾸다, 수도권의 한적한 농촌에 작은 집을 지어 자리 잡았다. 소담한 들꽃들이 산책길을 반기며, 무논의 개구리 울음은 전원의 평화로움을 전한다. 탐스런 꽃들이 피어나고 신선한 야채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진정한 힐링을 느끼게 된다. 초록 들을 스쳐 느티나무 가
거제도에 ‘애광원’이라는 중증장애우 요양시설이 있습니다. 1952년 한국전쟁 고아들을 돌보는 데서 시작해서 지금은 중증장애우의 요양과 직업훈련을 하는 기관입니다. ‘애광원’을 세우고 지금까지 중증장애우들의 어머니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임순 원장님은 그 헌신을 인정받아 1989년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에는 제6회 유관순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 ‘애광원’ 안에 독일인과 관련된 두 채의 집이 있습니다. 하나는 ‘애빈의 집’입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교목을 역임한 애빈 쿠루제 목사님이 세운 집입니다. 1980년대 한국으로 휴가를 왔다가 우연히 알게 된 ‘애광원’을 위해 그는 자신의 사재를 털어 유리 온실집을 지었고, 이 집에서 중증장애우들이 직업재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우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크게 공헌한 공로로 그는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십자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애빈의 집’에 들어가면 아직도 그의 털털한 웃음과 유머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이었고, 한국을…
우리나라는 한 해 25만명이 죽음을 맞고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들 중엔 살아야 한다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죽음을 맞는 이도 있다.또 생명의 유지를 중지시킬 권한마저 본인이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이도 있다. 그토록 피하고 싶어 한다는 중환자실에서의 죽음이다. 중환자실에서 피하고 싶은 것은 죽음뿐이 아니다. 환자 의식이 없고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이 죽음에 임박한 생명을 연장, 유지시켜 주는 경우다. 이럴 땐 죽음의 질은 고사하고 인간의 존엄성조차 논하기 힘들다. 오히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은 매우 후진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죽음의 질 국제비교(2010년)에 따르면 OECD 30개국을 포함해 조사대상 40개국 중 하위권인 33위였다. 임종과 관련한 법 제도, 임종 환자의 치료 수준과 비용 부담 등 27가지 지표로 얼마나 품위 있게 죽음을 맞는가를 비교한 결과다. 선진국에선 잘 죽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이 보편화 되어 있다. 생전에 미리 써놓는 이 의향서에는 무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