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서울에서는 더더욱 무명이고, 안양 인근에서야 백운호수 주변 음식점들로 인해 “아, 거기!” 하는 곳이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자랑거리가 별로 없는 곳으로 꼽힌다. 1989년 읍에서 시로 승격됐지만 한때는 자족기능 미비로 “태어나지 말아야 할 시”라는 불편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소의 뿔처럼 승격 20여년을 지나오면서 인구 15만의 조용하고 쾌적한 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지나는 사람들이 의식치 못해 그렇지 안양과 수원을 지날라치면 의왕시는 꼭 거쳐야 하는 교통요지다. 수도권 대표적 국도인 경수산업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의왕과천도시고속화도로, 경부선 철도가 관통하는 교차점이기도 하다. 조용하기만 하던 의왕시가 뜨고 있다. 최근 의왕시의 발전가능성을 알아본 대기업들이 잦은 발걸음을 하고 있다. 우선 신세계그룹은 의왕시 백운호수 주변에 복합쇼핑몰을 건립한다. 96만㎡에 달하는 백운지식문화밸리 내 10만㎡를 확보, 4천억원을 쏟아 부어 오는 2016년 쇼핑, 문화, 레저,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된 명품쇼핑몰을 건립할 계획이다. 알려진 대로 백운산, 청계산 등은 수도권 주민들이 자주 찾는
대한민국도 바야흐로 ‘복지국가’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복지’ 강화를 제1공약으로 제시했으며, 박근혜 정부 역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노인기초노령연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에 대한 복지예산 논쟁이 일었던 것처럼, 이제 ‘복지’를 빼놓고서는 정부도 국가도 정치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10년 간 복지 관련 예산이 급증한 것은 물론이고 각 정부부처와 지방정부가 내놓은 복지정책은 그 숫자부터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 그만큼 복지 정책 집행을 위한 일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 것인데, 일이 늘어난 만큼 이를 수행할 인원 역시 늘어나야 정상이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이에 대한 지적은 안팎으로 적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울산, 성남, 용인의 복지공무원이 ‘일이 많고 힘들다’며 자살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복지정책은 그 특성상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는 대상자들을 현장 공무원이 일대일로 대면해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고, 그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 3월, 경북 경산시에서 한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을 비관해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군은 상습폭행, 금품갈취, 집단 성희롱 등의 가혹행위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당해왔다고 한다. 특히 자살 직전 작성한 유서에 ‘교실이나 화장실 등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주로 괴롭힘을 받았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어른들의 적극적인 대책을 호소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사건이 더욱 논란의 쟁점이 된 이유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가해학생들이 보인 ‘무감각한 태도’ 때문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폭력 사실 가운데서 일부 혐의만 인정하고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등 무덤덤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돈을 빼앗은 게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 돈을 빼앗길까봐 대신 보관하면서 같이 썼다”고 진술하는가 하면, 가해학생 중 한 명이 “사죄합니다. 지은 죄만큼 벌 받고 오겠습니다”라고 올린 카스(카카오스토리)에 친구들이 “뭘 잘못했는데 니가”, “사나이는 한 번쯤 징역 갔다 와도 된다&rdq
경기북부의 대표적 문학축제인 천상병예술제가 내일 막을 올린다. 올해는 천상병 시인의 추모 20주기이자 예술제 10주년이어서 더 뜻 깊고 반갑다. 지난 10년 동안 알찬 예술제로 가꾸어 온 의정부예술의전당, 천상병시인 기념사업회, 의정부시 관계자들에게 치하의 박수를 보낸다. 천상병예술제는 이제 경기북부뿐만 아니라 경기도가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도 손꼽아 주는 문학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아픔과 고통을 맑은 영혼으로 승화시킨 시인의 천품 자체가 예술제 성공의 바탕이겠으나, 이 시대에 그 정신의 맥을 되살려가고자 모색하는 노력도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올해 예술제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제1회 천상소풍길 ‘문학산책’이다. 문인들과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어우러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던 시인의 시심을 되새기며 자유로운 산책을 즐기자는 취지다. 문학산책은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출발해 시인을 기리는 천상쉼터 ‘소호’~문화살롱 ‘공’으로 이어지는 길을 함께 걷기도 하고, 시인의 삶에서 빼놓을…
당항성(唐項城)은 1971년 사적 제217호로 지정된 삼국시대 백제의 성으로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 산 32번지 구봉산 일원 21만1천595㎡의 넓은 면적에 분포돼 있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와 중국이 교류하는 관문으로, 당시에는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곳이다. 신라 후기 청해진(淸海鎭)과 함께 신라 해군의 중요한 근거지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발견된 원형(다각형)의 건물지 흔적은 당항성이 군사적·행정적 중심지 역할은 물론 당시 의례적인 기능을 했음을 추측하게 한다. 당항성이 신성하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은 이곳에 성지와 건물지 흔적들만 남겨놓고 있다. 그 옛날 이 지역은 중국으로 가거나 중국에서 오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원효대사와 의상대사도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원효대사는 당항성 묘지 속에 들어가 잠을 자다가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신 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큰 이치를 깨달았다. 각성 후 원효는 중국행을 취소했고 의상만 당항성 앞바다를 건너 중국으로 갔다. 원효가 깨달음을 얻은 묘지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백제식 고
작년 대선 이후 우리나라 정당은 중병을 앓고 있는 병상위의 환자 같다. 그 존재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에 부여된 국민을 대신한 대의정치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은 국민에 뿌리를 두고 가장 낮은 단위까지 촉수를 대고 있으며, 국민을 국회나 정부에 상호 연결하고 정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연결 벨트와 같다. 이 연결 벨트가 고장 나면 국민과 국회, 그리고 국민과 정부 간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되는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통신수단이 첨단을 달려도 정당의 이러한 고유한 기능은 사라지기 힘들다. 전자는 보조적인 수단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후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들은 여-야, 보수-진보를 가릴 것 없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진보정당은 작년 비례대표의원 후보선정을 위한 선거부정으로부터 비롯된 논란으로 국민적 지지를 상실하고 분열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국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석수가 너무 적어 현재와 같은 정치상황을 그들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거대한 여당과 야당이다. 두 당은 국회의석의 대다수를 점하면서도 그에 상응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흔히 봄을 일컬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하지만 나는 봄을 ‘만물이 소통하는 계절’이라 일컫고 싶다. 봄이 오면 햇살이 따사로워지고 그 햇살에 메말랐던 가지에서 꽃이 피어난다. 그 꽃을 보면 우리의 가슴속에도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기에 봄은 소통의 계절이다. 우리의 가슴속에 봄꽃을 심어주는 동화작가 윤금아 씨가 평택서와 일산서의 기동중대를 찾아 외부초청 인사로 강연했다. 윤 작가는 필자와 고향이 같아 남다른 애정도 있지만 나이도 동년배이며 지역에서 오랫동안 조우하며 지내왔다. 우리는 바쁜 직장 일들로 서로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노인대학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그녀의 소식을 듣고 있는 터에 언제가 꼭 한 번 경찰공무원 강의에 모시고 싶었다. 강의 내내 전·의경들에게 그녀는 웃음을 선사해 좌중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실내 온도가 싸늘한 탓에 손발이 차가울 법했지만 그녀의 강의는 봄기운을 몰고 와 실내를 훈훈히 덥혔다. 그날 ‘소통과 삶’을 주제로 한 강의는 남도의 향연을 짙게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발견하는 일들은 가까이서 보는 것과 체험하고 듣는 진솔
김덕중 국세청장의 원만한 청문회 통과 후 고위직 인사가 단행돼 조직이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뒷말이 무성하다.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의 주력인 국세청의 내부 갈등을 걱정하는 소리도 등장한다. 고위직 인사가 ‘영남과 행정고시 출신’ 위주로 진행돼 비(非)영남, 비(非)고시출신이 낙담하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국세청은 김덕중 청장의 첫 진용으로 4자리에 불과한 1급에 이전환 국세청 차장, 송광조 서울국세청장, 이종호 중부국세청장, 이승호 부산국세청장 등을 임명했다. 이들 중 이 차장과 송 서울청장, 이 중부청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김덕중 청장과 동기다. 여기에 2급이지만 대전청장에도 행시 27회인 제갈경배 청장이 부임했다. 또 출신지역을 보면 1급 4명 중 3명이 영남이다. 지난 10일 이후 단행된 국세청 고위직 인사 15명 가운데 10명이 영남출신이어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물론 현재 국세청의 인재풀이 영남출신이 많다고는 하나 지나친 지역 편중이라는 게 비(非)영남권의 하소연이다. “자기네끼리 다해 먹는다”는 한숨소리도 들린다. 지금이야 김덕중 체제의 초반 기세에 눌려 잠복 중이나 차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세정목표가 지지부진할 경우 언
우리가 대화할 때 많이 쓰는 용어가 있다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이 표현을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떠올린다. ‘좋아요’와 ‘아니요’를 분명히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게 하는 역사(해방정국과 6·25전쟁,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념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던가. 28만 인구 중 3만이 죽어간 제주 4·3사건이 떠오른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정확한 표현을 미루는 건 아닐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지요”가 아니라면, “그것은 이러저러 해서 안 됩니다”라고 정확히 답해야 상호 오해와 갈등이 증폭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답이 이렇게 나온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얼마나 애매한 표현인가? 잘 안 될 것 같은데 노력해보겠다는 것인가? 노력해보다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책을 읽다가 재미난 구절을 읽었다. “의자를 들어 올리려고 ‘노력’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가능한 건 둘 중 하나다. 들어 올리거나 들어 올리지 않거나, 들어 올릴 수 있거나 들어 올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다. 여기에는 기존 소재, 즉 지식과 생각을 조합해 새로운 사물과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도 포함된다. 전자가 신(神)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신의 영역이라는 창조는 우리가 잘 아는 천지창조를 비롯 그리스 로마 등 각종 신화에서 수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일부학자들은 신화 속에서의 창조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만 보면 이렇다. 창조 이전의 세상을 말하는 혼돈의 연못 카오스(Chaos)가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빛 땅 어둠이 생겼고, 다시 땅이 하늘을 만들어 신을 낳았으며, 이렇게 태어난 신이 정리되지 않고 혼란한 상태의 하늘 땅 바다 빛과 어둠을 수습하고 질서를 부여해서 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화 속의 창조란 무질서한 세상의 재구성 혹은 질서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일리 있는 이야기다. 요즘 이러한 의미가 포함된 창조라는 단어를 붙인 정부정책과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말도 많다. 그중에서도 창조경제론은 더욱 심하다. 내용도 &ld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