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참 답답했다. 수원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생태교통 수원 2013 페스티벌’이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은, ICLEI(자치단체 국제환경협의회)와 유엔 HABITAT(인간주거계획) 등과 오는 9월 한 달 동안 행궁동 일원에서 열리는 행사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이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자전거 등 무동력·친환경 동력수단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생활하는 과정을 기록하게 된다. 전 세계 최초로 열리는 이 사업은, 가장 역동적인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을 감안해 특히 수원이 역사와 관광 등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결정을 보게 됐다고 한다. 물론 이 행사는 주민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생태교통 기간 동안 숙박문제며 주차문제, 공연, 자원봉사 등은 공무원들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 고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생태교통 수원 2013 페스티벌 주민추진단 부단장 황현노씨는 “처음에 시에서 이곳이 생태교통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었다고 할 때만…
정부가 포괄적인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내린 데 이어 나온 비상한 조처다. 지난달 28일 대통령 주재 경제정책점검회의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3%로 크게 낮춘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한 지 나흘만이다. 어제 오후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은 한마디로 부동산 시장을 되살려 성장 동력을 회복시키겠다는 고육책 같아 보인다. 정부로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했다고 할 정도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가시적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번엔 손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기존 투기 규제조치도 일부 완화됐다는 점이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금은 올 연말까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은행 자율에 맡기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로 높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주택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점 때문에 대출 규제 완화에 신중을 기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지 않는 한 경기침체 국면에
어느 곳이건 어진 이, 호걸, 똑똑한 인물, 박식한 자가 없는 마을은 없다. 반대로 어느 곳이나 남의 잘못을 들춰내기 좋아하고 남의 착한 일은 덮어 두고자 하는 자도 없는 곳이 없다. 그러니 그곳에 가거든 반드시 어진 이에게 물어 스스로 찾아가고 박식한 자는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또 남의 잘못을 들춰내기를 좋아하는 자, 남의 善(선)을 덮어 두고자 하는 자는 잘 보아 관찰해야 한다. 소문만 듣고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무릇 듣는다는 것은 눈으로 직접 보느니만 못하고, 눈으로 보는 것은 발로 직접 밟아보는 것만 못하며, 발로 밟아보는 것은 손으로 변별해 보는 것만 못한 법이다. 사람이 처음 벼슬길에 나서는 것은 마치 캄캄한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 한참을 지나야 방안의 물건이 보이기 시작하는 법. 그 다음에 눈이 밝아지면 다스림은 행해지게 마련이다. 어떤 단체나 직장 또는 가정에서 주위를 어지럽히고 일거리를 만들고 심지어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일들을 보게 된다. 살펴보면 모두가 사회생활의 기본적 예의가 갖춰지지 않고 고전을 통한 자기 수양의 부재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양이라는 것은 저절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힘들게 익혀야만 담겨지는 것
그리스 로마 신화에 머리가 9개 달린 괴물 히드라를 헤라클레스가 물리치는 이야기가 있다. 이 괴물은 머리 하나를 자르면 다시 2개가 솟아나고, 죽음을 모르는 가장 강한 머리 하나는 잘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조카의 도움을 받아 머리를 자른 곳을 불로 지져서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근원을 제거하였다. 마지막 불사의 머리는 거대한 바위로 깔아 뭉개버렸다. 대통령께서 얼마 전 손톱 밑 가시 뽑기는 히드라의 머리를 자르는 일처럼 하나를 뽑으면 또 나오기 때문에 아주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공무원들에게 주문하였다. 기업 활동에 불편을 주는 불합리하고 황당한 규제들을 찾아 철저히 제거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등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독일은 우리가 말하는 손톱 밑 가시 뽑기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히드라 사례도 독일정부의 2011년 규제활동 연차보고서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독일정부는 규제 하나하나를 지키기 위해 드는 정부와 민간의 비용을 계산해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간 25%에 해당하는 약 125억 유로(한화 17조5천억원)를 줄이도록 계획을 세우고 국가규범통제위원회에서 철저하게
4월 1일이 되면 각 언론사는 기사의 사실 확인을 위해 눈에 불을 켠다. 사실 확인이 주업인 언론사지만 이날은 더욱 오보(誤報) 방지에 목숨을 건다. 특히 해외소식을 다루는 외신부는 “눈에 확 들어오는” 뉴스일수록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다. 4월 1일이 만우절이기 때문이다. 만우절이면 피해를 주지 않는 ‘하얀 거짓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서양에서 시작됐기에 우리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발(發) 하얀 거짓말이 대박을 친다. 평소 근엄하고 정론을 추구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국영방송 BBC는 이날만큼은 대놓고 거짓기사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지난해는 웹사이트 톱기사로 ‘The Earth has exploded, killing everyone’ 즉, 지구가 폭발해 인류가 멸망했다는 기사로 지구인들을 대경실색케 했다. 만우절은 가벼운 거짓말로 상대를 속여 즐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검은 거짓말’은 피해자를 만든다. 2003년 국내 공중파 방송과 뉴스생산업체들이 4월 4일자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총격으로 피살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곧 언론사들은 이 같은 사실이 만우절의 가짜기사에 낚인 것을 알고 오보를
아직은 꽃샘추위로 움츠리기도 하지만 심심치 않게 냉이를 비롯한 봄나물로 반찬을 해 먹는다는 얘기와 밝아진 옷차림이 드물게 보이기도 하지만 워낙에 봄이 짧은 이곳은 따뜻한 날씨라고 해도 아침저녁은 아직 쌀쌀하다. 이런 잠시의 쌀쌀함을 달래기에 좋은 게 바로 커피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그렇고 잠시 한가한 틈이 나면 커피 한 잔을 위해 모인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다 보니 어떤 때는 잠을 설친다고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고맙게도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이렇게 시시때때로 마시는 커피 때문에 혼자 웃을 때가 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워낙 시골이라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다방도 꽤 먼 면 소재지에나 있었고, 차를 마시는 호사스런 생활을 하는 사람도 없는 수저를 놓으면 구수한 숭늉이 들어오고 가끔 어른들끼리 말씀을 나누시거나 농사일을 하실 때에도 대부분 차가 아닌 막걸리가 따라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먼 친척 집에서 어떤 젊은 사람이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며 무언가를 드리고 갔는데 초콜릿과 과자 그리고 검은 녹색 종이에 라면 수프처럼 포장된 것을 몇 개 본 것 같았다. 나중에 그게 미군 보급품인 씨 레이션이라고 하는 전투 식량임을 알게 되었고, 그 젊은
초등학교 일제고사가 폐지됐다. 딱 5년 만이다. 환영할 일이긴 한데, 어째 마음이 개운치 않다. 이리 쉽게 없앨 수 있는 걸 그동안 애들을 왜 그리 들볶았지? 초등학생들이 교육실험 마루타인가? 해마다 봄가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됐던 징계 소동은 교육 관료들이 심심해서 벌인 일이었던가? 여기서 잠시 일제고사 부활과 폐지의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복기해보자.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10년소계’는커녕 ‘5년단견’에 갇혀버린 한국 교육의 현실이 상징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MB표 일제고사’는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가?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2008년 3월 ‘국가수준 학력성취도 평가’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활했다. 백해무익하다 하여 폐지된 지 10여 년 만이다. 부활 명분은 한국 교육의 수준을 높이려면 일괄 평가를 통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상당수 교육학자, 교사, 학부모가 일견 그럴싸하지만 허점투성이인 논리라며 반발했다. 아무리 포장을 잘 한다 해도 일제고사는 성적순 줄 세우기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갓 출범한 정부의 위세와 일부 언론의 지원 속에 소신이 의심스러운 교
지난 주말에도 북한이 연일 위협수위를 높였다. 29일 한밤중에 김정은 주재 작전회의라며 미 본토 타격계획을 과시하더니, 30일에는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을 통해 “이 시각부터 남북관계는 전시상황”이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어 중앙특구개발 지도총국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개성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폐쇄하겠다”고 협박했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거의 막바지 공세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이미 군사회선이 끊긴 상황이므로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 남과 북의 관계는 완전히 단절된다. 지난 3월 7일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 이후 전개되는 상황은 이례적으로 지속적이고 격렬하다. 미국은 3월 들어 8일, 19일, 25일 등 세 차례나 B-52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켰다. 이에 맞서 북한은 26일 외무부 성명에서 ‘반미전면대결전의 최후 단계에 진입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미국은 28일 과거에는 공개한 적이 없었던 B-2 스텔스폭격기 훈련 상황을 공개했다. 지난 주말 북한의 공세는 이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띤다. 양쪽이 모두 상대를 비난하면서 방어적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기싸움이라고 판단
지금 수원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마을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마을만들기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가 확산된 것은 물질적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황폐해진 마을 환경과 지역공동체를 돌아보고 가꾸자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문화와 복지,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마을만들기를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새마을운동이 ‘초가집을 없애고 마을길을 넓히는’ 외형적인 사업이었다면 마을만들기는 주민들 간의 공동체 회복을 우선으로 한다. 인간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마을만들기의 역사는 길어야 10년, 짧게는 1~2년의 역사를 지닌다. 기간이 얼마 안 되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크다. 특히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나가면서 주민들의 의식이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이웃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이 큰 성과다. 수원시 지동의 경우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담장형 평상이 들어서면서 주민들 간의 접촉이 잦아졌다. 동네의 제일교회는 교회 내 성소라고 할 수 있는 종탑을 주민과 관광객에게 갤러리와 전망대로
작년 대선을 앞두고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상물, ‘백년전쟁’으로 촉발된 역사논쟁은 위험천만이다. 오로지 ‘친일’과 ‘반일’, ‘독립’과 ‘자주’의 이분법적 사고로 난도질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오류투성이 영상물에 의한 사회적 선동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 ‘민족문제연구소’가 ‘새로운 스타일의 역사 다큐’를 표방하며 내놓은 문제의 영상물은 교묘한 편집기능이 압권이다.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들을 ‘입맛대로’ 훼손시킨 혐의가 짙다. 객관성과 사실성을 생명으로 하는 역사 다큐멘터리로서 최소한의 격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맷집이다. 사안을 입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단편적 지식전달에 그쳤으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백년전쟁’ 영상에 ‘찍힌’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은 천하에 없는 파렴치범이고 패륜아다. 주장에 대한 합당한 근거는 물론 명확한 논리도 없이 우김질이니 얼척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