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외국에서 한국인들이 겪는 부당한 행위에 분노한다. 호주에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에 격분한다. 러시아의 스킨헤드족에게 한국인이 끔찍한 범죄를 당했다는 보도에 신문을 내던진다. 인도에서 당한 한국인 관광객의 성폭행 피해에는 ‘단교(斷交)’라도 해야 할 것처럼 화를 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외국인의 불이익에는 눈을 감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백의민족’이라는 단일민족 의식이 어려서부터 주입된 탓인지 피부색깔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 배어있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특히 외국인을 구별해 차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피부색이 희고, 검은 것에 대한 시선이 천양지차다. 피부색이 희면 선진국 출신이라고 예견한다. 반면 검은색 피부의 외국인은 후진국 출신으로 지레 짐작한다. 나아가 피부색이 흰 선진국 출신은 ‘신사숙녀’로 치부된다. 그러나 검은 피부의 외국인은 후진국 출신으로 마치 ‘예비 범죄자’라도 되는 양,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이런 우리의 편견을 비웃는 자료가 공개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는 늘었으
지난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도 한층 탄력 받을 전망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최대 이슈로 꼽히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장관 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했던 서러움을 날려버리게 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업무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의 일부 업무가 이관되어 연구개발(R&D)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고 근무인력만 800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연간 예산도 과학 연구개발 17조, 방송통신발전기금 1조2천억, 정보통신진흥기금 1조2천억 등 20조원에 육박한다. 새 정부의 ‘공룡부처’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하기로 확정됐다. 과천청사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등 올해까지 14개 기관이 이전했거나 떠날 예정이다. 대신 방송통신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14개 정부 기관이 새로 들어온다. 경기도와 과천시는 과천청사 기관들이 세종시로 이전한 뒤 새 기관들이 입주하는 데 최대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해 도시기능 상실과 지역상권 붕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말할 때 쓰인 글로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것이다. 만남은 이별의 시작(合者離之始)이라 하지 않았던가. 위의 말은 부처님이 열반을 앞두고 제자에게 한 말로 ‘인연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 빠짐없이 덧없음으로 돌아가나니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것일 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하게 마련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 의례 그런 것이거늘 어찌 근심만하고 슬퍼만 하랴’했다. 제자가 울면서 말했다. ‘하늘에서나 인간에서 가장 높으시고 거룩하신 스승님께서 머지않아 열반에 드시게 되니 어찌 걱정되고 슬프지 않겠습니까’ 하며 ‘이 세상의 눈을 잃게 되고 중생은 자비로우신 어버이를 잃게 됐나이다’ 하니 부처님은 ‘걱정하거나 슬퍼 말아라. 비록 내가 한세상 머문다 하더라도 결국은 없어지리니 인연으로 된 모든 것들의 본바탕이 그런 것이리라’라고 답해 주었다. 生者必滅 去者必返 會者定離(생자필멸 거자필반 회자정리)가 그것이다. 즉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것. 만해 한용운의 시 한 수 속에는 다음과 같이 녹아내리고 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
지난 24일 수원화성행궁에서는 ‘화성행궁 상설한마당’ 개막공연이 펼쳐졌다. 정조대왕 화산릉행차를 비롯해 무예24기 공연, 비밥공연, 줄타기, 장용영 수위의식 등 각종 공연이 펼쳐져 행궁광장에 모인 5천여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날 특히 관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조선 정조시대 최강의 군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익혔던 호국무예 ‘무예24기’ 공연이었다. 진검을 휘두르며 각종 검법을 시연하고 진법을 펼쳐 보이며 짚단과 대나무를 베는 이 공연은 단연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날 무예24기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상무예였다. 마상무예는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말 위에서 펼치는 6가지의 무예다. 무예도보통지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각종 외침을 겪었던 조선이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 삼국의 무예 중 정수만을 집대성한 실전무예서이다. 더욱 무예도보통지에는 우리나라의 무기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하던 무기들까지도 그 동작 등을 실어 실전의 교범으로 삼고 있다는 데에서, 가히 당대 최고의 무예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무예24기는 동작 하나하나가 수련하기에 결코 녹록치 않다.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들도 대부분 칼날이 날카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어제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그래서 한 후보자의 중도하차 소식은 더욱 안타깝게 들린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전대미문의 ‘성접대 의혹’ 속에 물러난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경제 검찰’의 수장 후보가 국회 청문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자진 사퇴했으니 말이다.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신호탄으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 김학의 전 차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로 이어져온 ‘인사 사고 시리즈’에 이제 종지부를 찍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한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잦은 인사 잡음으로 인해 국민 사이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나아가 연이은 인사 실패가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새 정부의 첫 한달은 임기 마지막 해의 6개월 내지 1년에 비견될 정도로 천금 같은 시간이다. 소중한 ‘파종의 시간’이 인사 난맥상으로 허비되다 보니 박근혜 정부의 비전과 철학이 좋은 정책으로 영글어 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너무 일찍 조성되고 있다
작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의 끔찍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청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등 전국에서 유해화학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연달아 발생하는 누출사고는 유해화학물의 무서움과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고,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구미의 불산 누출사고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5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고, 18명이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1만3천여명의 지역주민과 노동자들이 검진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농작물과 가축 등의 피해가 심각해 보상금으로 확정된 금액만 360억원에 달했다. 또한, 심각한 토양오염으로 인한 2차적인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올해 농사짓기와 농작물의 판로가 불투명하여 지역주민들의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정신적인 피해의 경우 심각하여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다. 안일한 대처와 축소하기에 급급한 관계당국의 행태는 국민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했다. 또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경우에는 더 큰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었다. 전국적으로 특별점
10년쯤 전에 경북 영주의 상가(喪家)에서 특이한 접대를 받았다. 밤 12시가 넘어 도착했지만 유교적 풍습이 강한 도시여서인지 상가는 떠들썩했다. 상주들은 베옷에 건을 쓰고, 짚신을 신은 채 문상객을 맞았다. 조문을 마치고 접수대에서 부의금을 건네자 접수와 함께 노란색 봉투를 교환하듯 내주는 것이 아닌가. 봉투 속을 확인하니 얇은 케이스의 담배 1갑과 5천원이 들어있었다. 후에 들으니 문상객들에게 돌아갈 노잣돈과 기호식품을 대접하는 것이 접대풍습이란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호감을 가졌던 기억이 새롭다. 고래부터 유교권인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접대문화는 서양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공맹(孔孟)의 가르침대로 지나는 객에 대한 대접도 인색치 않았다. 특히 핏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지역사회의 접대문화는 예의를 넘어 지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자위적 특성을 지닌다. 비슷한 뜻이지만 대접(待接)은 접대와 다르다. 대접은 ‘융숭한 대접’에서 알 수 있듯 음식을 먹게 함을 이른다. 또 하나의 뜻은 격에 맞게 사람을 대우함을 말한다. 반면 접대는 협의의 대접이면서, ‘지나친 대접’으로 어의의 변형을 가져왔다. 하여튼 한국인의 DNA에는 뿌리 깊은 접대의식이 자리 잡고 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본인은 강력하게 부인할지 모르겠다. 운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하지만 그는 우선 관운을 타고났다. 이명박 정부 첫 행정안전부 장관이 된 것부터가 그렇다. 행정고시 출신이고, 서울시 공무원으로서 잔뼈가 굵었으며, 서울시 부시장까지 했으니 행안부 장관 자격은 충분하다. 하지만 행시 출신 고위 공무원이라고 누구나 장관되진 않는다. 진짜 운은 2009년 국정원장 발탁이다. 행정공무원 출신이라고 정보기관 수장 못하란 법은 없으나 어째 격이 잘 맞지 않았다. 당시엔 남모르는 비밀 정보활동 경력이라도 있는가 싶었다. 진위야 알 길 없으되 MB는 어쨌든 그를 국정원장에 임명했다. 대통령의 복심을 가장 잘 헤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능력보다 충성심을 훨씬 높이 사는 전통은 이승만 대통령 이래 유구하다. 국장원장 재직 중 사건이 적지 않았으나 대충 넘어 갔다. 특히 천안함, 연평도 등 어마어마한 대형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에 큰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국정원장은 건재했다. 북의 핵과 미사일 관련 동향도 꼭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국정원장 책임은 묻지 않았다.
김학의 법무차관의 사퇴를 불러온 이른바 ‘별장 성접대’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인물들의 구체적인 실명이 떠돈다. 이 명단 외에도 별장에 드나든 정관계와 언론계 인사가 여럿이라고 한다. 관련 동영상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다. 그곳에서 마약파티를 벌였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막장 드라마도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없다. 한국사회의 총체적 도덕 불감증을 드러내주는 단면이자 갈 데까지 간 비리 유착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는커녕 서둘러 봉합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권력을 가진 관련자들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덮기 위해 백방으로 손을 쓰는 거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일각에서 ‘대가성’을 운운하며 미리 방패막이를 하려는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법리적으로는 대가성이 입증돼야 관련자를 형사처벌 가능하다는 주장이 옳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형사처벌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지금 수사당국이 주력해야 할 일은 진실의 규명이다. 별장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누구가 어떤 경위로 별
지난해 3월 경기도는 김포시농업기술센터, 김포금쌀연구회, ㈜우리술과 막걸리용 경기미 계약재배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면서 ‘막걸리 가공용 경기 쌀 계약재배 협약으로 인해 쌀의 안정적 소비와 도 생산 막걸리 경쟁력 확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홍보했다. 한미 FTA로 인해 농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체결된 이 계약재배 모델은 쌀 재배 농가와 막걸리 제조업체 간 상생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언론에 보도됐다.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 향상을, 막걸리 제조업체는 합리적인 가격의 원료공급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공용 쌀 계약재배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경기미가 도내 막걸리 제조업체들로부터 비싼 가격 탓에 외면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도가 도내 생산 쌀의 소비 촉진을 위해 쌀막걸리 판매에 나서고 있는 데도 말이다. 보도에 의하면 특히 포천, 용인, 여주, 안성 등 명품쌀 생산지에 자리 잡은 막걸리 제조업체들의 지역 쌀 사용도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도는 지난 2009년부터 경기미를 이용한 쌀막걸리 판매활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해왔다. 경기미의 소비 촉진과 쌀을 이용한 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