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진자리 철쭉이 주인이다. 붉은 물 뚝뚝 흘리며 5월의 바람을 무던히도 붉히고 있다. 철쭉에 취한 바람 여기저기 내걸린 가정의 달 행사 현수막을 뒤적인다. 비 온 뒤 적당히 푸르러진 들판이며 연초록의 나무들, 어느 곳에 시선을 주어도 생동감이 넘친다. 하천 변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는다. 들꽃을 지나쳐 물살이 밀어주는 방향으로 생각을 밀고 가다 아이들 한 무리와 마주친다. 징검다리를 오가며 즐거워하는 초등학생들과 행여 안전사고가 생길까 염려하며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선생님이 정겨워 보인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보다는 야외수업을 하며 자연과 한 통속이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흑백의 영상처럼 스쳐가는 유년이 그립다. 책가방 속에 공깃돌을 가득 담아와 마당 한켠에 쏟아놓고 따먹기를 하고 징거미를 잡겠다고 개구리 뒷다리를 소쿠리에 매달아 방죽에 담가놓곤 했다. 찔레꽃 줄기를 꺾어 간식 삼아 먹고 아카시아 한 움큼 훑어 입안에 넣고 씹다보면 꽃 속에 들어있던 벌이 우지직 씹혀 비명을 질러대던 때가 지금의 저 아이들 또래였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가 가장 즐거웠고 기억에 남는다. 아련한 추억의 중심에 담임선생님이 있었다.…
민주당이 4일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당대표를 선출하고 새 출발을 선언했으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당장 안철수 신당설이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새 정치’ 구호가 등장하자마자 민주당은 구태 정치의 대명사가 되었다. ‘새 정치’의 내용이 지금 현재까지도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은 ‘헌 정치’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대선 패배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네 탓 공방’이 가열되고 계파 갈등이 더 첨예해짐으로써 4·24 재·보선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 모든 상처와 고통을 극복하고 전통 있는 제1야당의 위상을 회복해야 할 중차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낙인이 된 구태 정치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헌 정치’의 상징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계파정치다. 전당대회 직전인 3일에도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이 탈당할 정도로 민주당 내 갈등의 골은 깊다. 김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가슴에 달린 친노-비노, 주류-비주류 명찰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고 역설했다. 이제는 가장 이른 시간 안에 당내 계파 갈등을 발전적 경쟁으로 전
본보 3일자 23면에는 전국 각지 성매매업소를 홍보하는 성매매 알선 인터넷 사이트 운영진 등 7명이 경찰에 적발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사람이 해야 할 일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데, 성매매나 성매매 알선 같은 일은 정말 이 사회와 가족, 특히 자식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2일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의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모씨가 그런 부류 중 하나다. 이씨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자다. 그는 대학 입학 전인 2006∼2007년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에게 옷을 납품하는 일을 하다가 2009년부터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서울의 모 대학 경상계열에 입학해 학업과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을 병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올해 2월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자 휴학했다는 것이 경찰의 발표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대학에 입학했을까? 지성인이라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계속 운영해 온 그를 보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해도 된다’는 물신·배금주의에 찌들어 썩어가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는…
5월 3일부터 5일까지 시카고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시카고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를 매우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자유주의 경제학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시카고 대학이나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는 이러한 세계의 흐름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번 국제대회에서 나는 수원시 의원, 공무원, 연구원과 함께 참여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사례로 수원시를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이 요구한 예산이나 몇몇 쟁점이 되는 경우에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하는 모습에서 특징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공무원이 적극 참여 과정에서 지원하는 것도 특이한 과정으로 평가하였다. 외국은 집행부의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 시민이 요구한 사업과 예산을 의회에서 삭감하지 않고 원안 통과하게 배경과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요약하면 수원시의 참여예산제가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시민과 공무원 그리고 의회가 잘 연계되어 3각(triangle)의 협조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이…
우리나라는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들에게 원조를 받던 개발도상국 중 하나에 속했다. 그러나 원조를 받아 경제성장을 시작한 이후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선진 원조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세계 최초의 나라이다. 2000년 UN총회에서는 189개국 동의하에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채택하고 2015년까지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목표를 정하였다. 그에 맞춰 우리나라도 원조 규모를 2015년까지 국민소득 대비 0.2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의 주된 목적은 그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전쟁, 기근, 자연재해 등의 사유로 인하여 세계인구 7분의 1에 해당하는 8억5천만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명을 연장하며 살고 있다. 빈곤과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립역량을 키우고, 각 국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농업기술의 개발로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에는 전년도에 수확한 쌀이 충분치 않아 이듬해 늦봄 보리가 생산되
삼남길과 더불어 의주길, 영남길, 경흥길, 평해길, 강화길을 조선시대 6대 길이라 불렀다. 삼남길은 그 중 대표적인 조선시대 길이다. 남태령을 지나 경기도를 거쳐 충청도, 전라도(해남), 경상도(통영)로 이어졌으니 지금의 1번 국도라고나 할까. 삼남길이 남쪽으로 뻗은 길이라면 의주길은 한양∼고양∼파주∼평양∼정주를 거쳐 국경 의주(義州)에 이르는 북으로 가는 길이다. 두만강에 이르며 백두산 가는 길로도 이용됐다는 경흥길은 한양∼양주∼영평(포천의 옛 지명)∼원산∼영흥∼함흥을 거치는 길이다. 동쪽으로 통하는 길도 있다. 평해길이다. 평해(울진 옛 지명)길은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을 노래한 길이기도 하다. 한강을 지나 대관령을 넘어 동해로 가는 길이었으며 양평 횡성 강릉을 거쳐 울진까지 구백이십 리에 달한다. 이밖에 한양∼김포∼통진∼강화로 가는 강화길, 한양∼용인∼양지를 거쳐 부산 동래까지 연결된 영남길. 당시 이 같은 길을 통해 조선 팔도 거의 모든 곳과 연결됐다. 그리고 각지에서 한양으로 통하던 군사 이동 통로이자 관리들을 임지로 파견하던 길로, 보부상들의 봇짐이 드나들던 장터길로 이용됐다. 또 지역 특산품을 궁궐에 진상하던 이동로였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봄이다. 그것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그 화사한 봄날 드디어 ‘수원의 자랑’ 팔달문이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무려 3년여 만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4개 성문(城門) 중 남문인 팔달문은 조선 정조 18년인 1794년 준공 이래 일제의 침략과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 온 수원의 산증인이다. 팔달문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이 이 문을 통과해서 사통팔달로 통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인근에 ‘왕이 만든 시장’인 팔달문시장이 있고, 수원의 역사와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콘크리트로 덮인 지 21년, 복원 공사가 시작된 지 16년 만에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수원천에 이은 팔달문의 중건과 개방이 주는 감동은 괜한 봄날의 열병처럼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들떠 며칠을 보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수원천을 걸어 올라가 팔달문을 마주하자 설렘과 들뜸의 궁금증은 봄날 눈 녹듯이 자연스레 풀렸다. ‘귀환’. 시민의 힘으로 시민 중심의 도시를 만들고…
구리시 관내 학교 운동부가 줄고 있다. 학교장들이 말썽 많은 학교 운동부 운영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중학교 축구부는 해체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재창단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구리여중 핸드볼팀은 올해 초 팀이 해체된 이후, 언제 창단될지 의문이다. 장자중학교는 구리시가 제안한 수영팀 창단을 거절했다. 모두 학교장들이 운동부 창단이나 운영을 꺼린 데 있다. 교장들이 나서 학부모와 교사를 설득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교장들이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부 운영에 따른 부작용을 의식해 체육선수 육성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폐단은 비단 구리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근 하남시의 경우 A중학교 축구부 창단을 놓고, 이와 유사한 경우를 겪은 적이 있다. 학교 운동부는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또 다른 교육이다. 운동에 소질 있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기질을 개발하는 창의적 교육이 될 것이고, 운동을 통해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는 학습창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일선 교육계는 그렇지 못하다. 정년을 앞둔 교장의 거절이나, 팀 창단을 요구하는 관에 대해 요리조리 눈치를 본 교장 등 학교 교육이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에 묻히고 있다. 구리
1991년 처음으로 외국에 갔다. 비행기 역시 처음 타보는 것이었는데, 무모하게도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른 채 몇 년 지낼 계획으로 떠난 거였다. 요즘에야 해외여행이 옆 동네 나들이처럼 바뀌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드문 일이었다. 오죽하면 올림픽 직전까지만 해도 당시 유일한 국제공항인 김포공항에서 고기 구워먹으며 일가친척 다 나오는 환송회 하지 말자고 캠페인을 다 했을까! 스무 시간을 날아가 프랑스 지방도시 보르도에 도착하니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삶의 수준, 일상적 삶의 스타일, 기후와 풍토, 문화 등등…. 우리가 글로벌한 네트워크에 연결되기 전의 일이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깨달음이 늘 뒷머리를 때리는 나날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사소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가 도로 운전에서 우측 진입 차량 우선 원칙이었다. 대륙의 도로체계를 따르는 프랑스 도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도로 진입 시에 직진 차량은 우측 진입 차량에 양보를 해야 하는 점이 달랐다. 뻥 뚫린 길을 신나게 달리다 말고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차량에 우선권을 양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배려의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프랑스 운전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끼어드는 차량에…
평택시가 쌍용자동차 농성장에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보냈다고 엊그제 밝혔다. 오는 15일까지 평택공장 정문 맞은편과 송전탑 아래 천막을 치워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평택역 주변 천막농성장을 22일까지 철거하라는 계고장도 이미 발송한 상태라고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평택시의 처사가 매우 못마땅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업무인 것도 사실이다. 어느 지자체든 도로와 시유지를 장기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 시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평택시로서는 지역여론이 농성자들에게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의 입장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정부나 공권력의 하수인으로 몰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초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한 서울시 중구청도 관할 지자체로서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민사회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문화재청의 하수인 노릇을 한 정황이 드러나 곤혹을 치렀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노동 사안에 본의 아니게 말려들어 악역을 맡아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