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위기를 모면하면 하느님을 잊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인간은 하나같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하느님을 찾는 데서 비유된 말이다. 애걸복걸해서 도와줬는데 차일피일 미루니 이것이 바로 여측이심(如厠二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인가. 어떤 목적을 이루고 처리해내기 위해서 자존심 따위는 내팽개치고 아부 일색이지만 그 목적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 자기로 돌아간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국제봉사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할 때 모 회원이 늦게 결혼하고 국제회원이 살고 있는 이웃 나라로 신혼여행을 갔다. 그 곳에 살고 있는 B회원은 여행 온 우리나라의 회원에게 자기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일주일간 손발이 돼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런 도움을 받을 때는 감지덕지한 생각에 그야말로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오면 10배를 잘해드리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B회원이 우리나라를 찾아왔을 때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아침해장국으로 그를 보냈다. 그 나라의 백만장자였던 그는 함께하려는 봉사의 마음이었을 것이고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근당 梁澤東(한국서
최근(3일) K리그 클래식 홈개막 수원블루윙즈전은 성남일화의 옛 명성 찾기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비록 결과는 2대1 패전이었지만 말이다. 안익수-서정원 감독 데뷔전에다 전통의 라이벌 축구 명가로 유난히 낯익은 두 팀 간의 경기는 도민은 물론 전국 축구팬들의 관심거리로 스포츠계가 주목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어린이 회원 모집에 나선 성남일화의 수고만큼이나 이날 1만6천여석의 관중석은 비교적 후끈거렸고 옛 명성을 찾기 위해 감독교체를 개시로 새 선수 수혈, 그리고 힘차게 뛰어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는 평가다. 또 김두현, 조동건, 홍철 등 성남일화에서 이름을 날렸던 수원블루윙즈 선수들이 친정팀을 상대로 선전하는 활약에 맘껏 박수를 보내 성남팬들의 높은 관전 수준을 읽게 하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안익수 감독의 지칠 줄 모르는 선수독려 모습과 황의조, 박진포, 이현호, 김평래, 전상욱 선수 등은 돋보이기에 충분했고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홈 축구에 대해 신뢰를 보냈다. K리그 7개 별에 빛나는 축구 명가의 재건에 홈팬들은 학수고대하며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지만 옛 모습과 사뭇 다른 졸전을 상당기간 보여줘 식상하던 차에 이날의 경기는 의미가 커 보였다. 안익수
3월초에 일본정부회계학회 회원의 초청으로 와세다 대학을 다녀왔다. 자민당 내에서도 보수 강경파로 통하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의 등장 이후에 경제가 약간 들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엔저 정책은 분명 일본 수출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줄 것이고, 늘어난 화폐는 소비 심리를 자극할 것이다. 이러한 활력을 통해 경제와 정치가 뭉치는 기회가 되는 듯하다. 최근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우익 인사의 주장이 내부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의 희생양을 찾는 무모함으로 들리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무엇인가 활력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일본에 비해 우리는 안이한 생각에 젖어있다는 느낌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2주가 지나도록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지 못해 장관을 임명하지 못하고 그래서 국무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분들의 이력을 보노라면 한국 부정부패의 종합판을 보여주고 있다. 도덕 불감증이 보편화하지 않을 까 우려된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많은 비정상적인 상황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화된 비정상의 우리 사회 이러한 상황에 북한은 새 정부의 숨
공기관 직원들은 ‘일반업소’로 등록된 ‘유흥업소’를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소문난 음식점은 여자종업원을 고용해 술을 팔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심심찮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일반음식점으로 위장된 술집을 찾는 이유는 자기 돈이 아닌 법인카드로 즐기기 위함이다. 법인카드로 술을 마시고, 노래도 부르다가 심지어 성매매까지 나선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법인카드로 고가의 명품을 구입해 뇌물용으로 제공하거나 상급기관 접대에도 적극 사용했다. 휴일에는 골프를 치고 법인카드를 내밀었다. 말이 법인카드이지 부패카드와 다름 아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클린카드(Clean Card)’다.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부당한 카드사용 내역이 공개되자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국민여론이 들끓었다.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특별감찰에 나서며 논란이 더욱 확대되자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클린카드가 탄생했다. 클린카드는 소위 단란주점과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는 법인카드를 사용 못하게 법제화한 것이다. 2004년 국가청렴위원회의 전신인 부패방지위원회의 권고로 시작된 클린카드는 점차 확대돼 현재는 거의 모든 공기관이 도입하고 있다. 제한업종
앞으로의 난관이 걱정스럽지만, 일단 환영이다. 수원을 비롯한 대구, 광주 등 이미 ‘도심 속 군공항’을 반세기 넘도록 껴안고 살아온 도시의 반응이 그렇다. 하루종일 이·착륙을 위한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다 피해보상 집단소송으로 승소했다. 사실 살아보지 않은 이들은 그 맛(?)을 제대로 알 리 없다. 요즘같이 층간소음 다툼으로 인해 이웃 간 ‘웬수지간’을 넘어 폭력·살인까지 다반사인 마당에 온종일 귀청 째지는 소음에 시달리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원군용비행장만 해도 가깝게는 고색동 일대를 비롯해 화성 동탄신도시와 병점, 오산 등이 사정권역이다. 아파트 분양공고에도 깨알 같은 글씨의 퍼즐게임처럼 항공기 소음피해지역임을 애써 공지한다. 동네 사정 모르는 이는 뒤늦게 울화통이 터지기 일쑤다. 그 주변은 또 어떤가. ‘개발소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규제권역이다. 또 다른 시선은 지역민원을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한다. 앞날의 나라 곳간이나 시장원리보다 당장의 여론에 영합하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해 경제논리나 안보논리를 무시한 선심성 법안으로
8년을 끌어 온 국민참여재판 최종안이 확정됐다. 국민참여재판은 그동안 시범적으로 시행되면서 몇몇 문제점이 지적되기는 했으나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대법원이 엊그제 발표한 최종안은 배심원 재판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고인의 의견을 묻되 판·검사가 직권으로 국민참여재판에 회부할 수 있도록 했고, 배심원 평결에 사실상의 기속력을 부여하는 평결존중 원칙도 도입됐다. 연내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국민참여재판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국민참여재판은 법률 전문가들의 손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던 사법 절차에 국민이 민주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 참여와 통제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사법부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들에 비해 다소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제도를 갖추었으니 본래의 취지와 정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야 한다. 특히 전관예우라든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사법 관행을 뿌리 뽑아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제도의 틀을 세웠다고 제도가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여럿 있고, 제도 자체에 대한 공격도 예상된
장애인은 나들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도로나 교통 사정, 그리고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시설들로 인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이동하고 생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근 각 지자체들이 저상(底床)버스를 도입해 운행하고 있어 그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 저상버스는 버스바닥을 낮춰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버스에 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탑승하려 하면 버스 차체가 아스팔트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게 내려간다. 또 자동슬로프가 장착돼 있어 휠체어를 탄 사람이 쉽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 안에도 휠체어를 탄 채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버스는 차 바닥의 높이가 일반 버스보다 훨씬 낮고 계단이 없어 노약자나 장애인의 탑승이 편리하다. 외국의 경우 유럽은 이미 1980년대부터 시내버스 기본모델로 도입했고, 일본도 1999년부터 시내버스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시범 운행된 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수원시가 앞으로 노약자, 장애인 같은 교통약자들의 이동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저상버스의 숫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시는 현재 126대의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전체…
지금보다 훨씬 젊은 시절 삶의 시간이 참 더디게 느껴졌다. 미래는 너무 멀고, 과거는 늘 붙어 있어서 빨리 늙고자 조바심을 치기도 했다. 그때 스승들은 우리의 그 시간이 아름답다고 했다. 이제 조금씩 삶의 시간이 빨라지기 시작해서, 어느 순간엔가는 쏜살같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고 말이다. 그때는 잘 몰랐다. 그런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시간은 걷잡을 수 없게 지나가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내가 대학생이 던 30년 전만 하더라도 비디오는 최첨단 영상기기였다. 발밑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냄새나는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편안히 영화를 볼 수 있다니! 놀라운 변화였다. 그것을 갖고 싶어 안달하다 졸업 다음해인 1990년 국립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거금을 주고서야 살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20여 년 만에 쓸모없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사라졌다. 이런 변화는 비디오만이 아니다. 아날로그 카메라가 그러하고, CD가 그러하며, 불과 서너 해 전까지 스타일을 겨루던 2G폰 역시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차에서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없어졌고, 누구나 들고 다니던 소니 워크맨도 골동품 상점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되었다. 노트북에서는…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를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리·타’ 독자로서 나는 문학의 장르 중에서 시를 가장 좋아한다. 그것은 소설이나 희곡 같은 경우 인내력을 가지고 오랜 시간 앉아 읽어야 하지만 시 한 편을 읽는 것은 훨씬 시간이 덜 걸리고, 또 혼자서 낭송의 기쁨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언어이다. 물론 시가 시적언어로 표현된다고 해서 시를 언어학의 한 분야로 분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는 모든 것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전통 시는 진달래, 국화, 사슴, 노루, 해, 달, 눈, 산, 강 등 자연에서 그 소재를 찾아 감정이입을 하여 시로 표현한 것이 많았다. 그러한 시 읽기에 익숙해져있는 나는 음성이든 의미이든 언어학적 속성을 소재로 한 시, 즉 서두에 인용한 ‘롤리타’나 아래 정진규 시인의 ‘삽’이라는 시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시가 언어학은 아닐지라도 언어학의 주요 범주인 음성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 관우, 장비다. 정사(正史)인 진수의 삼국지는 많이 다르지만, 우리가 삼국지라며 읽는 ‘삼국지연의’의 저자 나관중은 이들 3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3인의 도원결의부터 죽을 때까지를 영웅담으로 풀어냈다. 이들 가운데도 관우는 그 기상과 충절, 그리고 카리스마 있는 외모로 인해 중국인들의 사당에 모셔질 정도로 신기(神氣)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계룡산이나 주술을 하는 장소에도 관우상은 빠지지 않는다. 나아가 유교권인 동남아시아 여행자들은 관우상을 심심치 않게 발견케 될 정도다. 관우는 싸움에서 패해 조조에게 몸을 의탁했지만 자기 사람을 만들려는 조조의 온갖 유혹을 물리쳤다. 후에는 적벽에서 패한 조조의 목숨을 구해 신의의 상징이 됐다. 한데 삼국지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인물 가운데 천하를 호령하던 관우를 죽인 여몽(呂蒙)이 있다. 어찌 그 이름을 관우에 비하랴마는 여몽 또한 삼국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충분한 스토리의 소유자다.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삼국지 팬들에게 충분한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삼국이 정립되던 시기, 오나라의 미미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몽은 무장으로 입신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의를 참지 못했고, 전쟁에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