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공원 의자에서 머리맡에 술병을 두고 코를 곯고 낮잠을 자는 중년 남자가 있다. 마침 그 곁을 지나던 경제학자 두 분이 주고받던 논쟁을 멈추고, “이렇게 술 마시고 낮잠을 즐길 정도로 여유가 있다니, 살기 좋은 세상이네”라고 하자, 다른 교수는 “참 안됐구려. 일자리가 없어 이렇게 술 한 병 마시고 노숙을 하는데, 정부는 무얼 하는지”라며 안타까워한다. 경제 현상을 보는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의 시각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경제문제는 이처럼 늘 상반된 시각 속에서 최적의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있는데도 일할 사람이 없다는 현상은 자주 듣는 말이다. 실제 8만여명의 일자리가 남아 있지만 구직자들로부터는 외면 받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불일치는 구직자가 정보를 모르든지 자신의 위치를 너무 높게 보거나, 기업들이 구직자들을 너무 낮춰 보거나, 정책 당국이 적절한 정책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일 것이다. 근로자 수준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시장에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는다. 구직자가 찾아올 쓸 만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을 분석해 보면, 종업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기도교육청 스마트IT사업이 결국 백지화될 모양이다. 본보 어제 보도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LG유플러스와 추진했던 4세대 이동통신망 LTE 구축사업을 사실상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가 이미 투자한 액수의 정산 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수십억원으로 추정된다. 넉넉잖은 교육청 살림도 걱정이려니와 정책 신뢰도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듯하다. 물론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불가피한 변수가 생기면 접을 수 있다. 타당성이 의문스러워진 사업을 끌고 가는 게 더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교육 관련 사업은 시작할 때도 접을 때도 판단기준이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은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는 게 맞다. 여기저기서 의혹이 제기되고, 끌고 나가기 힘들다 해서 그만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도교육청은 이 사업이 어떻게 구상되고 추진되었으며, 이 시점에서 왜 중단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야만 한다. 특히 석연치 않은 점들에 대해 의혹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점은 이처럼 막대한 이권과 관계되는 중요 사업
수원시 인구는 115만이 넘지만 도시 총면적은 121.02㎢ 정도로 비좁기만 하다. 이에 비해 53만 정도 인구 규모인 인근 화성시는 약 844㎢로 수원시보다 약 7배나 더 넓다. 더구나 수원시는 전국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교통체증과 주차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수원 화성과 시장이 한 방송국의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방송된 이후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주말이면 시내 주차공간은 항상 만차 상태이다. 화성행궁 주차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시점에서 관광객들의 주차난 해결을 위한 조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수원시가 화성행궁 앞 광장 지하 개발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본보 29일자 22면) 시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에 어울리는 역사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팔달구 신풍동 258-1번지 일원 1만7천635㎡ 화성행궁광장 일원에 대한 기본구상(안) 수립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계획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또 오는 9월 행궁동 일원에서 한 달 동안 열리는 세계적인 환경행사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가 끝난 뒤 행궁동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주차
오월이다. 아름다움의 절정, 계절의 절창(絶唱) 사이를 관통하고 있다. 오월의 시인, 김영랑은 자신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을, 오월을 이렇게 읊조린다.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 영랑은 유난히 모란을 좋아했다. 자신의 집 마당에 손수 모란 300여 그루를 심었다니 말 다했다. 모란이 피면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모란 향에 취해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영랑에게 모란은 오월의 다른 이름이다. 오월은 또 라일락 꽃잎이다. 흔히 첫사랑과 등치(等値)되는 라일락 꽃잎의 쓴 맛은 영랑의 모란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오월이다. 혀끝을 아리며 인생의 쓴 맛을 직접 지도하시니, 어쩌면 10대 시절 처음 만난 ‘우리들의 스승’인지도 모르겠다. 하여, 뜨거운 심장에 불을 지르고 떠난 첫사랑 하나쯤, 누구나 라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원숭이를 잡는 방법이 있다. 바로 원숭이 손만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입구가 좁은 항아리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넣어 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먹이의 냄새를 맡은 원숭이는 항아리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는 대로 먹이를 움켜쥔 뒤 손을 빼내려고 하지만, 먹이를 한껏 움켜쥔 터라 손은 항아리 입구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결국 원주민이 다가와서 목덜미를 잡히는 그 순간까지도 원숭이는 손을 빼지 못하고 쩔쩔 매다가 그대로 사로잡히고 만다. 바로 원숭이의 탐욕을 이용한 사냥법이다. 며칠 전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이 긴급 회동을 통해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위기를 이유로 경제민주화에 대해 한발 물러설 기미를 보이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들 단체는 최근 논란이 된 대체휴일제 도입 및 정년 60세 연장 의무화뿐만 아니라, ‘최근 경제·노동 현안 관련 규제 입법 등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20개에 달하는 규제 현안을 나열하고 모든 규제에 반대한다는 강경입장을 발표하였다. 아울러 최근 사회에 확산되는 반기업 정서와 시장경제에…
어떤 사안에 대해 대립하는 두 집단이 있다. 이때 그 사안을 포기하는 한쪽은 상대방에 비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양쪽 모두 포기하지 않을 경우 가장 나쁜 상황이 벌어진다. 이처럼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으로 치닫는 게임이 바로 치킨게임이다. 이 용어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냉전 시대에 미국과 옛 소련의 극심한 군비 경쟁을 비꼬는 말로 쓰이면서 그동안 국제 정치학 용어로도 자주 등장했다. 최근에 와서는 여러 가지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리킬 때 자주 인용된다. 그만큼 보편화 됐다는 얘기다. 특히 노사대립의 양상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인용됨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갈 데까지 가보자’식의 대립양상을 표현할 때 으레 이 같은 단어를 쓴다. 여기에는 무한경쟁의 늪에 빠진 대학생들과 취업에 안간힘을 쓰는 실업자들에게도 적용됨은 물론이다. 치킨게임의 유래는 알려진 바와 같이 한밤중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2008년 초로 기억한다. 입주를 결정하려는 기업체 관계자들과 찾은 개성공단은 햇발이 따사로웠다. 국경을 넘어갈 때 외국을 방문하듯 입국절차를 밟은 것 외에는 국내 여느 공단과 다르지 않았다. 월경절차로 소비한 시간을 제외하면 여의도에서 버스로 1시간 남짓에 불과한 거리였다. 1998년 11월 처음으로 열린 금강산은 완연히 달랐다. 기자단에 속해 꿈에만 그리던 금강산을 찾는 여정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흥분했었다. 차가운 동해바다를 거쳐 북한 땅인 장전항으로 들어선 새벽은 몹시도 을씨년스러웠다. 11월이라는 계절도 그랬지만, 장전항에 줄지어 선 적갈색의 북한 군함들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금강산과 배를 오가는 길 양옆에 늘어선 북한 군인들의 눈길은 매서웠다. 하지만 금강산을 찾은 지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북한 땅, 개성에서의 반나절은 권태로울 정도로 한가로웠다. 유명 중소기업인 시계 제조업체를 찾았을 때는 생각보다 빠른 북한근로자들의 손놀림이 눈에 들어왔다. 관계자는 “값싼 노동력 덕분에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저가제품과 경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류 생산업체는 남쪽 생산현장과 너무도 흡사한 제조과정을 마련해 이곳이 북한 땅이라는 생각을 놓친 채 안내원의…
며칠째 비가 오고 바람이 불더니 오랜만에 햇살이 거실 구석까지 퍼지는 아침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밖에도 마당 구석구석까지 환하게 햇살이 들어섰고, 꽃밭이며 텃밭까지 눈이 부시게 깔끔하고 투명하게 빛나는 것을 본다. 나는 이렇게 흐린 날을 지나 화안하게 퍼지는 아침햇살을 좋아한다. 텃밭엔 비가 흙을 촉촉이 적셔주어 해토되면서 뿌려놓았던 상추, 쑥갓, 아욱 씨앗들이 투명하도록 푸른빛을 띠고 치솟아 오르고 있다. 야채뿐만 아니라 야채들이 자라는 데 지장을 주는 잡초들까지 기승을 부리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돋아나고 있다. 비온 뒤 햇살은 이렇듯 모든 식물을 잡초며 야채를 구별하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게 한다. 해와 바람이 좋은 날은 빨래를 하고 싶어진다. 나는 서둘러 그늘 없고 바람과 햇살이 잘 드는 마당 한쪽에 빨랫줄을 팽팽하게 설치하고 바지랑대를 바쳐 놓았다. 집안의 눅눅하고 칙칙한 옷가지며 침구들을 빨랫줄에 널고, 서둘러 세탁한 흰 빨래들을 푹푹 삶아서 널고 나니, 엄마가 명절을 앞두고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집안의 모든 집기들이며 빨래들을 마당에 펴 널고 분주하게 오가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햇볕은 빨랫줄에 넌 것들
우리나라는 2011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1.4%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선진국들에 비해 출산율은 낮고 고령화 속도는 빠르다. 저출산이 지속되면 고령화는 더 심해진다. 사회가 활력이 떨어지게 되고, 경제성장률도 점차 낮아지게 된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3% 내외에 머물 전망이다.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그로 인한 경제의 활력 저하는 부동산 시장의 수익성을 급락시킴은 물론 대형 아파트보다는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흐름을 만들어 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끝난 것도 결국은 인구 증가율 하락과 고령화 추세 때문이다. 고령자의 증가와 노후에 대한 불안은 소비의 위축, 자영업 침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는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다양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인구 고령화뿐만 아니라 인프라 고령화도 심각하다. 인프라는 도로, 다리, 철도, 에너지, 상하수도 등과 같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을 말한다. 인프라는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처리가 꼼꼼하기로 유명하고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는 일본에서도 고속도
경기도 살림살이가 걱정이다. 쓸 데는 많은데, 들어오는 돈은 예상보다 모자라기 때문이다. 1·4분기 도와 31개 시·군에서 거둬들인 도세가 목표액 대비 17.9%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의 올해 도세 징수 목표액은 총 7조3천241억원으로 3월까지 17.9%인 1조3천104억원이 징수됐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5천135억원 대비 13.4% 줄어든 수치다. 세목별로는 취득세가 목표액 4조741억원의 15.6%인 6천374억원, 등록면허세는 4조3천617억원의 1.7%인 732억원, 레저세는 4조6천135억원 가운데 1.5%인 711억원이 걷혔다. 지방교육세는 1조4천845억원의 14.1%인 2천93억원, 지역지원시설세는 2천212억원 중 0.4%인 9억원 징수에 그쳤다. 세수가 모자라면 도가 세운 각종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주요사업만 살펴보아도 도는 올해 공공기업을 비롯 사회적기업 육성 등 일자리 창출 2천8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육아 복지지원 등 복지예산으로 4조5천9억원을 책정했다. 도내 전역 CCTV 4천662개소를 신설, 도민안전을 최우선 보장키로 했다. 또 생활 속의 문화예술과 관광 저변 확대를 위해 2천790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