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주는 섬 /배진성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나를 밟고 지나간다 내 안에 섬들의 발이 있다 내 가슴속에 섬들의 발자국이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도가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주는 섬이 있다 나는 징검다리 같은 이어도가 된다 -배진성 시집 <꿈섬> 중에서 바다에는 섬이 있다. 무수한 섬들이 살고 있다. 보이는 섬, 보이지 않는 섬, 모양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이 섬들은 서로가 제아무리 하나가 되고자 해도 이어지지 않는다. 홀로 바다에 앉아 있다. 혹은 홀로 떠돈다. 홀로 아름답기도 하고, 홀로 아프기도 하고, 홀로 가난하기도 하고, 홀로 풍요롭기도 한다. 이 섬이 저 섬을 도와줄 수도 없으려니와 해코지하기도 어렵다. 섬과 섬은 애초 하나 될 수가 없다. 사람과 사람도 애초 하나 되기 힘든 존재다. 이어도는 수중의 암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어 섬과 섬을 이어주는 섬이다. 홀로인 섬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이어도가 시인의 마음속에 숨어있어 따뜻한 겨울이다. 그러나 홀로 섬인 사람은 그저 섬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마음이 바다인 사람이어야 온갖 섬을 제 섬으로 가질 수도 있는 것
‘양재기’는 구리, 아연, 니켈 따위를 합금하여 만든 금속인 양은이나 알루미늄 따위로 만든 그릇으로 서양에서 들어온 제품이다. 우리나라 전통제품으로는 음식을 담거나 데우는 데에 쓰이는 놋그릇인 ‘양푼’이 있다. 따라서 양푼보다는 양재기가 실용적이며 현대적인 서양 형식의 그릇이다. 그리고 대야는 물을 담아서 무엇을 씻을 때 쓰는 둥글넓적한 그릇이다. 용도는 손과 발, 얼굴을 씻는 데 사용된다. 컴퓨터에서 기억용량의 의미인 시피유(cpu)가 있다. 이것은 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작동을 통제하고 프로그램의 모든 연산을 수행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로, 제어 장치와 연산 장치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기억 장치를 포함한다. 그러면 사람 마음의 용량을 담는 그릇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사랑과 용서’일 것이다. 우리 시대의 계몽가들은 인간 내면의 그릇을 크게 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교사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조언한다. 그릇이 작으면 담을 내용도 작기 때문이다. 그 작은 그릇으로 어찌 제자들에게 큰 그릇을 가지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제자는 스승의 세계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2010년 3월 11일 칠레 여성 대통령 바첼레트의 퇴임식에서 칠레 국민들은 ‘대통령 고마웠어요, 2014년에 다시 만나요’라고 외쳤다. 칠레 헌법상 연임이 금지돼 있어 2014년에 대통령 선거 후보로 다시 나와 달라는 주문이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칠레의 대통령을 지낸 미첼 바첼레트는 공약 이행의 모범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대선 공약 시 ‘당선되면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혜택으로 여기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의회에서 남녀 동수내각을 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임기동안 빈민가에 3천500여개의 유아시설을 건립하여 저소득층 가정의 1~4세 아동에게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실시하여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였다. 즉, ‘모성(母性)정치’의 결과였다. 바첼레트가 칠레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정치적으로 핍박을 받았음에도 한(恨)을 이해와 사랑, 관용의 정신으로 승화시켜 집권 4년 동안 ‘증오’를 넘어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독재에 희생된 사람의 딸인 바첼레트는 독재정권 시절
용인시의회가 지난달 19일 처인구 개발 경사도 완화를 골자로 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한 후 처인구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발 가능한 경사도를 17.5도에서 20도로 낮추어 460만㎡가 개발될 수 있도록 바꾸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시의회는 산지가 많은 처인구 발전을 위한 개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처인에 상당한 토지를 소유한 시의원들이 여럿 있다. 또한 이른바 지역 권력자들 일부가 사전에 이를 알고 땅을 매입했다는 소문도 지역에 무성하다. 용인시의원들이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투기 바람잡이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조례 개정 과정을 보면 시의회의 행보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애초에 처인 개발 완화안을 제출한 것은 용인시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는 ‘녹지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됐던 시장을 견제하기는커녕 한술 더 떠 처인만 완화해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시의 안을 보류시켰다. 이후 일부 시의원은 기흥구까지 포함하는, 더 무책임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수지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개발을 완화하면 지난 20년 간 난개발의 대명사였던 용
수원시민과 화성시민들의 오랜 숙원이 풀릴 것 같다. 지난 5일 김진표 의원, 신장용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재석의원 237명 중 232명이 찬성했다. 압도적이다. 이로써 수원군비행장을 비롯한 도심지 군공항 이전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우선 특별법 통과를 환영하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한 지역 선량과 수원시, 시민단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수십년 동안 소음으로 인한 고통과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아온 인근지역 주민들에게도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이들의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행장 주변 주민들은 ‘국가안보’라는 명분 때문에 수십년 넘게 전투기 소음 속에서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수원비행장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받아왔다. 지난 1954년 수원비행장이 건설된 이후 59년 동안 고도제한면적은 58.44㎢로 시 전체면적의 48%이다. 수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소음에 시달려 왔던 수원지역 4만9천여 세대, 13만5천여명이나 됐다. 시가 실시한 ‘수원비행장 관련 피해조사 연구’ 용역 결과
경기도 복지예산이 4조원을 넘어섰다. 복지국가로서의 사회보장제도도 완성되었고 웬만한 복지정책도 모두 흉내를 내고 있지만 아직도 목마르다. 복지체감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보다 나은 상태로 변화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복지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여 삶의 질을 보장받고자 하는 욕구와 인식은 증가하는 데 비해, 사회문제의 심각성은 커지고 서비스대상자는 확대되고 있다. 양적팽창과 함께 복지수준의 질적 변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사회문제 또한 끊임없이 발생,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간과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적인 프로그램이나 사업의 사후약방문식 정책방향은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구태의연하여 그 설득력을 잃고 있다. 복지정책은 성장 논리에 밀려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체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지난달 27일 필자의 네 번째 시집 “해남 가는 길”이 출간되었다. 21살에 방송드라마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 필자는 작가가 되면 꼭 출간하고 싶은 시집의 이름이었다. 작가로 벌써 30년이다. “박병두 시인에게 해남 가는 길은 또 다른 ‘무진기행’이다. ‘물집 잡히듯 잡히는’ 그립고 아픈 길이며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영원으로 통하는 길이다. 오죽하면 ‘죽으러 가고 싶어진다’고 고백을 할까. 이 길을 지배하는 상상력은 붉은 상처의 이미지에서 나온다. 가난이 드리워진 가족사, 말하지 못한 역사의 뒤편, 그리고 경기경찰청 정훈관이라는 현재의 신분과 시인으로서의 고뇌 사이에도 이 단심(丹心)이 작용한다. 마음이 뜨거운 시인은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지만 실은 늘 해남으로 가고 있다. 남도 사투리가 그의 몸을 떠나지 않고 그의 정신을 이끌고 가는 것처럼.” 위 글은 출간한 필자의 시집 ‘해남 가는 길’의 뒤표지에 실린 안도현 시인의 추천사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시를 쓰지 못한 적이 있다. 고향 해남을 떠나…
“겨우내 언 가슴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 한창이다. 만물은 봄의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듯 생기가 돌고 힘이 뻗친다. 생명이 약동하고 소생하는 계절의 하루하루가 이토록 고마울까 싶다.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운데,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니 마음 또한 날아갈 것만 같다. 사실 우리들 가슴을 포근히 적셔주는 것은 봄이다. ‘봄’이란 말만으로도 향기가 나고 신선한 기분이 감돈다. 봄의 자연을 마음 곁에 두고 사는 이웃들에게서 배시시 흘러나오는 미소가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봄날 같으면 좋겠다’는 말이 생겼나 보다.” 이해인 수녀의 ‘봄날 같은 사람’이라는 작품이다. 아니 작품이라기보다 봄에 대한 통찰이다. 또 구도자로서 삶에 대한 긍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때는 생명이 발아하는 봄이다. 절기로도 경칩이 지났지만, 무엇보다 우리네 마음속에 봄이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모진 겨울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응축한 겨울이었던 날들이 돌아갔다. 그리고 찬란한 햇살이 눈을 시리게 하는 봄이 돌아왔다. 죽음에 이르는 병과 싸우고 있는 수녀의 글이기에 봄은 생명으로 읽혀진다. 그래
우리나라에 우산을 만드는 마지막 하나 남은 공장이 경기도 가평군에 있다. 과거 800개를 넘던 우산공장은 수입산 저가에 밀려 모두 문을 닫았는데, 최고급 우산을 만드는 이곳은 살아남았다. 국내에 팔리는 고급 승용차의 트렁크에 비치되는 우산부터 호텔의 귀빈 의전용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회사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우산 하나 가격이 10만원을 넘는다. 이 회사는 오로지 기술개발과 제품 고급화에 승부를 걸고 24년의 긴 시간과 싸웠다. 우리가 일찍이 포기한 신발, 자전거, 가구로 세계시장에서 돈을 버는 중소기업이 인건비 비싼 선진국에도 많이 있다. 가평에서 공장을 하면 불편하지 않을까 물었더니, 사장님 말씀은 의외로 간단하게 선입견’이라 한다. 찾아간 그날에도 미국 바이어가 인터넷홈페이지 보고 찾아오고, 근로자들도 대우 잘해주면 구하기 쉽고, 도로가 좋아져서 원·부자재 운송도 쉽다고 한다. 가평군에는 중소기업이 119개나 있지만 대기업 하나 없다. 이처럼 대기업이 하나도 없이 중소기업으로만 지역경제를 꾸려 나가고 일자리를 만드는 시·군·구가 상당히 있다. 중소기업이 지역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기,
경기도 사학의 비리가 여전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최철한 교육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돈 받고 교사 채용, 학교 예산 멋대로 횡령·유용 등 고질적인 비리가 태연히 저질러지고 있다. 이를 감시·감독해야 할 개방이사에 자기네 사람 앉힌 경우도 태반이라 한다. 지난 4년간 적발된 채용비리만 28건이고, 엉터리 이사회를 조작했다가 걸린 사학법인 임원만도 50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드러난 게 이 정도일 뿐이라는 시각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걸리지 않은 사학은 투명하고 깨끗하리라 믿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학은 총체적 불신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비리사학이 극히 일부분인데 침소봉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학이 교육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고, 지금도 교육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사학이 적지 않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학법 재개정 이후 국민들은 끊이지 않고 드러나는 사학비리에 신물이 나 있다.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비리사학일수록 문제가 곪을 대로 곪았다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설령 사학비리가 일부 학교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수술을 피할 명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곳의 교육기관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