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가평지역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시간에 손님들 간 옥신각신 입씨름이 벌어졌다. 내용인즉 어린이가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옆 좌석 손님이 ‘조용히 해라. 먼지가 난다’며 타이르자 어린이의 부모가 ‘우리 애 기죽인다.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며 반발, 어른 간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내 자식 귀한 것만 생각하지 남이 불편하다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 지금의 작태다.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나친 과민반응을 불러일으켜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조기교육이 붐을 이루면서 유치원을 보내기도 전에 영어, 피아노, 미술, 태권도 등 사설학원에 등록시켜 ‘무엇이든 다 배워놔야 한다’는 부모들의 욕심으로 학습에 시달리는 자녀들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선 교육자와 ‘내 자녀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학부모와 사뭇 다른 입장차이로 갈등을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내 자녀가 학원에서, 학교에서 꾸지람을 듣고 인상을 찡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일부 학부모는 바로 학교나 학
입춘이 지났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연이어 개최된다. 포천시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조금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졸업’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설레는 마음 가득한 축복의 시작을 맞이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한다. 첫째, ‘독서’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교보문고를 기준으로 본다면 23개 정도의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으며, 매년 각종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1천500권 정도 배출되고 있다. 그런데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월평균 성인 독서량을 비교해 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인 반면 우리나라는 0.8권으로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예부터 지식을 가장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인생을 성공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독서’를 꼽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 첨단 IT시대에 익숙해져가는 학생들에게 생활의 편리함이라는 장점도…
이맘쯤이면 유난히 고향이 생각난다. 온 동네에 하얗게 눈이 쌓이고 물 고인 논에서 얼음을 지치던 유년의 시절이 사뭇 그립다. 설빔으로 사 주신 양말을 신고 썰매를 타다가 물웅덩이에 빠지면 신발과 양말을 말리겠다고 모닥불을 피우곤 했다. 축축이 젖은 짚과 콩꼬투리를 모아 불을 피워놓고 꽁꽁 언 손발을 녹이다 보면 양말에 구멍이 뚫리기 일쑤다. 구멍 난 양말을 어찌하지 못해 끙끙대다가 결국엔 혼쭐이 나곤했다. 수수깡을 반으로 쪼개어 신발 밑에 동여 매고 동네 언덕배기에서 스키를 타기도 하고, 그것도 시원찮으면 비료포대를 깔고 앉아 눈썰매를 타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하루해를 훌쩍 넘기곤 했다. 달이 떠오를 쯤이면 이웃집 아저씨가 마실을 왔고 막걸리 심부름은 우리들 차지였다. 명절에는 누룩을 띄워 뒷방 아랫목에 막걸리를 담가 두었지만 그 술이 떨어지면 심부름은 늘 나와 동생의 몫이었다. 왕복 한 시간은 족히 넘는 거리를 주전자를 들고 다녀와야 했다. 가는 길엔 저수지가 있고 높은 산이 있었다. 산에서 퍼런 불빛이 언뜻언뜻 보이면 호랑이나 늑대가 마을로 내려오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한 겨울 저수지가 쩡쩡 울면 여름에 빠져죽은 영혼이 우는 소리인 줄 알았기 때문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이 자꾸만 내려가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에 비하면 지지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앞으로 5년이 괴로울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 반대 현상도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당선인 시절의 높은 지지율이 정권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추락했고 이른바 광우병 정국 때는 10%대까지 낮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높아도 나중에는 얼마든지 지지율이 낮아질 수 있고, 역으로 지금 낮아도 앞으로는 지지율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지지율이 낮다는 사실은 그만큼 기대치가 낮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권에 대해 실망할 확률도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히려 일을 부담 없이 벌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지지율에 만족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니까 지지율이 낮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지지율을 올려야 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인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낮은 지지율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먼저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은 원천적으로 그렇게 높을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할 수…
명절이면 TV를 통해 만나게 되는 ‘판관 포청천(包淸天)’의 주인공 포증(包拯)은 실존인물이다. 중국 송나라 청백리로 그의 공명정대한 판결은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았다. 황제라는 절대권력을 중심으로 권력이 분배되던 봉건시대에 있어 역린(逆鱗)과도 같은 황제의 인척도 처벌했다. 송사(宋史)에는 “포청천의 성품은 매우 강직하여 귀족이나 외척, 환관들조차 모두 그의 소문을 듣고 두려워했다. 아이로부터 부녀자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적었다. 1062년 사망한 포청천은 지옥의 5번째 관문을 주관하는 판관이 되었다는 전설 속에 민속신앙을 통해 신격화됐다. 한족과 만주족 등 왕조의 색깔과 상관없이 포청천은 청렴하고 능력 있는 관리의 표상이었다. 사후 그와 관련된 각종 희극과 시가 인기를 끌더니 관리들의 부패와 무능이 극에 달한 청나라 말기, ‘포청천 연구’는 애국지사들의 교과서였다. 그런 포청천이 사후 900년이 지나 TV를 통해 홀연히 나타나 다시 스타가 됐다. TV에 이어 경극과 만화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심지어 컴퓨터게임의 캐릭터로 동심까지 자극했다. 국내에는 1997년 한 방송사가 명절프로그램으로 임시 편성했다가 그 인기에 화들짝 놀라…
대학교육연구원이 11일 대학 입학금에 관해 주목되는 조사 결과를 하나 내놓았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전국 199개 대학의 입학금을 따져보니 대학 간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입학금이 가장 비싼 고려대는 104만원이나 되지만, 광주가톨릭대와 인천가톨릭대는 아예 입학금이 없고, 영산선학대는 15만원이었다고 한다. 한 학기 수업료가 기본인 등록금과는 달리 입학금에 대해 제대로 아는 학생과 학부모는 거의 없다. 사회적 논의도 등록금에 집중되어 있을 뿐 입학금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상식적으로, 입학금은 입학과 관련된 제 경비가 기본일 터이다. 입학식 및 입학식 준비와 관련 행정 경비가 산정의 주 근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십만원, 심지어 100만원이 넘는 입학금은 도대체 어떤 기준에 의해 산출된 것일까? 가령 입학금이 90만원인 학교의 신입생이 2천명이라 가정하면 그 대학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받는 입학금은 18억원에 이른다. 아무리 초호화판 입학식을 한다 해도 몇 번을 치르고 남을 액수다.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가는가? 입학금이란 대학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입학시켜주었다고 받는 ‘축하금’일 리도 없고, 대학 사회에 들어가기 위한
화성시 남양동 주민들이 동에서 읍으로 전환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행정단위를 격상시키는 게 아니라 낮춰달라는 것이다. 이곳이 남양동으로 바뀐 것은 2001년 화성군에서 화성시로 승격하는 과정에서 시청사가 있는 남양읍을 동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동이 된 지 12년이나 지난 지금 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유는 뭘까? 같은 이유를 여주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르면 오는 9월 중 여주군이 여주시로 승격될 예정이다. 그런데 일부가 반대한다. 남양동 주민이나 여주군 일부 주민들이 읍 전환요구나 시 승격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등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대학 입학 시 농어촌 지역 학생에게 유리한 농어촌 특례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농어촌 특례 입학으로 대학을 가고 있는데, 이게 상실된다면 학생들에게 많은 피해가 가는 게 사실이다. 화성시 남양동의 경우 농어촌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상 동으로 분류돼 학생 및 교사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남양동 학생들은 농어촌 특례입학 혜택이 사라지자 인근 면지역 학교로 전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농어촌인데도 교사 가점이 없어져 교사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다. 최근 남양동 주민들은 행안부에 읍
섬사람으로 살기가 참으로 힘든가 보다. 지난 2월 6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옹진군의회, 인천시민운동지원기금,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마련한 ‘옹진군 도서 활성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도서주민들은 가슴 속에 박힌 응어리를 토해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오신 주민들은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로부터 그들의 생존기반인 어장과 어구를 빼앗겨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북도면(신도, 시도, 모도)에서 오신 주민은 자식들을 학교에 등교시키는 데 2시간이 훌쩍 넘는다고 개탄했다. 육지에서는 평균 30분이란다. 도서 내에 학교가 없어 육지로 가야하지만 연륙교도, 연도교도 없어 빚어진 일이다. 그리고 옹진군 도서주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토로한 것은 육지와 도서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연안여객선의 운임문제였다. 주민들의 줄기찬 요구로 도서주민과 인천시민에게는 인하된 운임이 적용되지만 관광하려 찾아온 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생존기반을 구축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육지의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홀대 받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번 토론회를 열면서 벌어진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겠다. 오후 2시부터 열린 토론회는 여느
지금 우리경제는 불황속에 있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 차원의 문제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움츠리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노력이다. 기업들이 위기경영체제를 갖추고 생존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시가 작년 10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했다. 시민들이 각자 가진 물건·능력·공간·정보를 나눠 쓰는 공유경제를 통해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공유경제가 가능한 이유는 정보공유가 빠른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기술이 최고조에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 개념의 기본출발은 ‘필요할 때만 이용’에서 출발한다.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도입한 개념이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주고 빌려 쓰는 개념으로 인식해, 한 번 생산된 물품을 공유토록 하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 방식이다. 내가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 물품을 사야한다면 정말 엄청난 소비를 해야 가능할 것이다. 가령 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차를 사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것이 비용을 생각한
화성·오산·수원 시민통합추진위원회가 엊그제 화성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일견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방법원이 통추위의 손을 들어주었을 때부터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통합에 찬성하는 주민 1만3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통합건의서를 화성시가 1천700여명만 인정할 수 있다며 반려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판결 요지다. 통추위로서는 고생 끝에 받아낸 건의서가 일축된 데 대해 못내 억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인지상정이다. 화성시가 통합무산 의도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 통추위의 심정도 십분 이해가 된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화성·오산·수원 통합논의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재점화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통합이 감정의 골을 넓히는 방식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고, 설사 성공한다 해도 실익이 없다는 사실이다. 통추위 측은 화성시로부터 금전적 배상을 받아내는 동시에 수원시 반정동 일대에 돔구장을 유치함으로써 새로운 통합의 구심점과 동력을 삼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하지만 화성시는 “분열을 조장하는 소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행정구역 통합은 어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