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지만 위기감이 없고, 어렵지만 인내심이 없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지만 우리는 수레바퀴의 진로를 수정할 힘도 없고, 예측하고 준비할 능력도 부실하다. 2013년을 맞은 한반도의 형편이 그렇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겠다고 국제사회를 위협중이다. 우리에게는 대북제재에 동참할 경우 물리적 보복을 공언했다. 한반도라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핵폭탄이 터졌고, 곧 또 터진다고 한다. 북한의 오판은 찰나에 서울을 전쟁터로 만들 위기지만 우리의 일상은 평화롭다 못해 권태롭다. 하기는 분단 70년을 향해 가는 남북관계는 늘 긴장감이 존재했다. 그러니 굳은살이 박혀 무디어질 때도 됐다. 하나 북쪽을 향한 시선의 불안감과 긴장감은 상존한다. 수인선을 타는 사람들과 세종시나 제주에서 느끼는 감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 인천의 연평도는 북한군의 직접 포격을 받아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다. 어민들은 물고기 잡으러 나섰다가 자칫 월경하면 북한으로 끌려가고,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있으면 집이 아닌 방공호로 피신해야 한다. 경기북부는 북한과 맨살을 비비는 지역이고, 경기도 곳곳에는 미군과 우리 군부대가 산재해 있다. 민가와 인접한 군부대와 포병부대는 만약의 경
“요리도 요리 나름이지요. 맨 먼저 주린 배만 채워주는 양으로 먹는 요리, 그 다음은 입이 즐거운 맛으로 먹는 요리, 색깔이나 모양이 그럴듯한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멋으로 먹는 요리, 최종적으로는 혼과 열정을 예술로 담은 요리와 같이 배 농사도 예술로 지어보려고 합니다.” 중식 조리사를 그만두고 배 농사를 짓고 계시는 송일섭 사장의 철학이다. “처음에 배면 다 똑같은 배인 줄 알았지, 이렇게 모양도 맛도 다른 배가 많다는 사실을 배 신품종 소비자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이제는 어떤 배가 맛있는 품종인지 홍보를 하고 다녀요.” 배 신품종 소비자 서포터즈의 말이다. 열정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철학과 소비자들과 나누는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공유되면서 우리 배의 나아갈 방향과 이미지를 엮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좀 더 파급력 있고 경쟁력 있는 배 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지금 배는 시장 판매대 위에서 다른 과일들과 경쟁 중이다. ‘명절의 차례나 제사 때에 쓰이는 과실’이라는 한정된 용도로 소비되는 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쉽게 선택될 수 있는 그들만의 감
지난해 민·관의 협력기구인 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활동의 일환으로 홍콩연수를 다녀왔다. 홍콩의 사회복지제도와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연수에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홍콩 사회복지의 현재를 있게 한 주된 근간 중 하나인 기업의 기부문화에 대한 적극적 인식에 대한 것이었다. 정부가 50~60%의 재정을 지원하면 나머지 재정은 민간에서 확충되는 시스템으로, 대표적인 예가 2천 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하는 Caring Company와 Jockey Club의 기부 활동이다. 기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이러한 기부가 기업의 또 다른 이익창출로 이어진다는 사고(思考)의 긍정성을 바탕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무형의 홍보 효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이들의 자립이 결국 홍콩의 사회 안전망 확대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얻은 이익을 국민에게 돌리겠다는 홍콩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과 이를 지지하며 동참하는 국민들의 의식은 홍콩 사회복지의 큰 힘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쌍용차와 현대차로 이어지는 희망버스는 멈출 줄을 모르고,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는 주말에 휴업을 하라는 정부의 규제조치에 대해 평일 자율
일선 지자체들이 기간제 보건직들의 무기계약직 자동 전환을 피하기 위해 계약 시점에서부터 각종 ‘꼼수’를 부린다는 소식은 사실 그리 새롭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고 ‘11개월 계약 후 해고, 한 달 후 재계약’ 따위 편법이 관행처럼 횡행한 지 오래다. 문제는 일반 기업의 ‘꼼수’를 바로잡아야 할 국가와 지자체가 합작해서 ‘꼼수’를 만들어내는 일이 버젓이 지속된다는 데 있다. 이러면서 걸핏하면 일자리 몇 만개 창출을 외치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국가와 지자체가 법만 제대로 지켜도 고용사정은 한결 나아질 게 분명하다. 현재 도내 31개 시·군에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사회복지사 등 508명이 기간제 보건직으로 채용돼 있다. 이들이 맡은 업무는 주로 보건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층을 방문 관리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보건분야 17개 사업을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 사업으로 일원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들은 이들과 고용계약을 할 때 1년 단위 혹은 ‘600일 이내’ 등 ‘꼼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한다. 보건복지부가 2년 이상 지속 근무를 한 경우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했지만, 그 이후 인건비를 감당할 수…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은 전통문화자원이 풍부한 도심 내 위치하고 있다. 교통의 주요 요지로서 골목길 문화와 오래된 전통의 재래시장, 주민 참여의식 등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특성은 외국인 배낭 여행자, 즉 개별관광객들의 구미에 맞는 조건인 것이다. 그런데 수원은 숙박을 하고 가는 국내외 개별 관광객들이 많지 않다. ‘수도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잠시 거쳐 가는 여행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수원은 하루 만에 지나치기엔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계절별로 다른 아름다움을 보이는 화성을 비롯한 세계문화유산과 수원화성문화제 등 많은 축제와 무예24기 공연 등이 열려 볼거리가 풍부하다. 개별여행자들은 단체 관광객들처럼 호텔에 묵고 주마간산 식으로 돌아보며 사진만 찍고 가는 여행패턴이 아니라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골목과 시장, 그 지역만의 특색 음식을 파는 오래된 음식점 등을 선호한다. 수원은 그런 면에서 외국인 개별 여행자들이 선호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쉬운 것은 주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다. 김흥식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에 발표한 ‘도심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개별관광객 숙박인프라 확충 방안’에서도 이 점을 짚은바 있다. 수원시
이제 곧 설이 돌아오고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 귀향을 하지 못하는 불경기 실향민도 있을 테고 여러 가지 편의를 생각해 역귀성을 하는 가족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때만큼은 누구라도 고향과 부모 형제를 생각하게 된다. 흩어져 살던 식구들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부모님이나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아랫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덕담을 내리며 훈훈한 정을 나눈다. 헤어져 있어도 늘 그립고 잠시 만났다 작별을 할 때 서운함이 밀려오는 식구 이상의 강한 자력을 가진 관계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식구처럼 살가운 말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이 덜 가는 것 같다. 광범위하고 거리가 느껴진다. 한 솥에 밥을 지어 먹고 같은 한 방에서 잠을 자도 허물이 되지 않는 내 살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는 끈끈함이 느껴진다. 하긴 한 솥에 지은 밥을 나누어 먹는 일은 구태여 식구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전기밥솥이 없었고 밥이 식으면 다시 데우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불속에 밥주발을 보자기로 싸서 묻어 놓기도 하고 큰 양푼에 나물이나 김치를 깔고 화롯불에 올려놓으면 알맞게 데워져 맛있는 냄새
지지난 ‘불금’ 밤, 늦게 귀가했다가 우연히 <에린 브로코비치>를 보았다. 꽤 오래 전 본 영화인데, 괜스레 한 번 더 끝까지 보고 싶었다. 사흘 뒤 불산 누출사고 소식을 접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TV를 켰을 때 에린(줄리아 로버츠)은 변호사(앨버트 피니) 사무실에서 막 쫓겨나고 있었다. 거대 에너지 기업 PG&E가 힝클리 마을 주민들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파헤치러 1주일 사무실을 비웠다가 무단결근으로 해고당하는 장면.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서는 에린, 그러나 집에 돌아와 산더미 같은 청구서를 보며 절망하는 에린. (줄리아 로버츠를 다시 봤다. 그녀는 이 영화로 200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노 변호사역 앨버트 피니는 두 상 모두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에린은 이미 PG&E가 인체에 치명적인 6가크롬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넣은 다음이었다.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두 번 이혼하고 애가 셋인데다, 예쁘기만 할 뿐 거칠기 짝이 없는 에린을 다시 찾아온다. 그 자리에서 급여 100% 인상 약속을 받아내
“아버지 편안히 계시는지요? 벌써 아버지 가신 지 49일이나 지났습니다. 아버지 모습이 몹시 그리워 동트기 전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버지, 홀로 계신 어머니께도 전화 자주 드리고 자주 찾아뵙고 있습니다. 저희들 서로 아껴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들 흐뭇하게 지켜봐 주시고 편안히 잘 가세요. 아버지--- 아버지--- 막내아들 올림.” 살가운 후배가 부친상을 당한 후 49재를 맞아 ‘아버님 전상서’라는 애달픈 사부곡(思父曲)을 SNS에 올렸다. 평소 막내아들이어서 더욱 귀여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직자였던 부친을 사표(師表)로 공직에 들어선 그였다. 평소 몸가짐이 바르고 빈틈이라고는 없었지만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는 황망함에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6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그리움이 온 몸에 투영돼 있었다. 필자도 15년 전, 60대 중반이던 아버지가 암과의 짧은 싸움 끝에 허망하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 중 발견된 암은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없다며 포기하기까지 불과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가시기까지 3개월…
조선중앙통신이 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개최 사실과 중요 결정이 내려졌음을 알려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자리에서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론”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중요한 결론”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남한 관계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핵실험장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서쪽 갱도와 남쪽 갱도에서 특이 징후가 포착되었다는 정보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해준다. 우리로서는 결코 원치 않는 ‘3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087호에 맞서 ‘비핵화 폐기’를 선언한 이래 이를 구체화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사흘 후인 지난 27일엔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열고 “실제적이고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을 표명했다. 이 직후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3차 핵실험’을 예고했으며, 이어 1주일 만에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내용을 알린 것이다. 당 중앙군사위 소집을 공개한 사실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의 보도는 3중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내부를 향한 메시지, 남한을 향한 메시지, 외부세계를 향한 메시
‘사시사철 맑은 물이 넘쳐흐르는 강,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강,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강이 될 것이다.’ 이는 2009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착공식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지난해 낙동강에서 ‘녹조라떼’가 발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보를 만들고 잘 흐르던 물을 인공적으로 가두어 두면 부영양화가 발생한다는 경고를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결과 비극은 시작되었다. 물은 가두면 썩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국민들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물은 흘러야 하지만 할 수 없이 물을 가둬 저장해야 하는 곳도 있다. 농업용 저수지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저수지를 만든 목적은 대부분 농업용이었다. 하지만 과거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농업용 저수지는 현재 유역의 도시화와 개발로 낚시, 수상스키 등 친수 및 경관 수요가 늘고 있다. 그리고 수질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수질오염 원인으로는 저수지 바닥면 부패심화와 주변지역 사업장과 음식점 등에서 배출되는 오수와 생활하수, 축산오수 등의 유입, 일반(건축)쓰레기 방치 등이다. 아울러 낚시로 인한 수질오염과 쓰레기 문제도 점차 심각해져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