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사실이었다. 지난 5일 경기도의회가 개혁적인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시켰을 때만 해도 설마 도의원들이 그깟 해외여행 못가 안달 났으랴 싶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본보 14일자 보도는 그게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무려 9개 상임위원회가 오는 4월 이전에 해외여행 스케줄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관광성 동남아 여행이라는 의심을 벗기 어려운 연수 일정이다. 이들에게 과연 어떤 표현이 어울리는지 찾기도 힘들다. 이들에겐 이제 명분도 염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인가. 7일자 본란은 제대로 된 해외연수라면 오히려 권장할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도시환경위원회가 베트남 라오스에 가서 뭘 배워오려는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같은 나라로 가는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들 나라가 여성 가족 평생교육의 모범국가인가. 아니면 반면교사여서 가는가. 경제과학기술위원회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가려는 건 좋다. 그런데, 보건복지공보위도 건설교통위원회도 기획위원회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왜 같은 나라로 가야 하는가. 이건 아니다. 도매금으로 매도할 일은 아니겠으나, 이 정도면 암까마귀와 수까마귀를 도무지 구별하기 어렵다. 지난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엔 ‘먹을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과 아이들을 상대로 장난치는 자들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왜냐하면 식품은 곧 우리의 생명이나 다를 바 없고,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민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량식품 파동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텔레비전 뉴스를 도배한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식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되고 칼날이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유명식품에선 생쥐머리까지 나왔다. 연이어 터지는 식품안전사고로 소비자들은 ‘믿고 먹을 게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식품 제조·유통·관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식품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국내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한때 수입 식품 매출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이것도 안전하지는 않다. 일본의 방사능과 미국의 광우병 때문에 기피하고 있다. 중국은 비위생적으로 생산 유통된 불량 식품 수출로 수많은 파문을 일으켜온 대표적인 사례다. 먹을거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식품위해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부정 불량 식품 판매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강
교양 글쓰기에서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글의 유형이 바로 자기소개서, 즉 ‘자소서’ 쓰기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만큼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싶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자신에 대해 치명적인 정보의 빈곤감을 느끼게 된다. 자기소개서 쓰기는 이력서 쓰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이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객관적인 근거로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이력서와는 달리 자기소개서는 잘 써야 한다. 바로 이 잘 써야한다는 부분이 여러 학생들의 어깨에 부담을 얹어주고, 심지어는 절망하게 하고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준수한 외모에 유명 대학의 인기학과를 졸업하고 화려한 스펙을 마련해둔 사회초년생들도 때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여러 번 절망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쓰기를 지도하다 보면, 예전에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나름대로 안타깝고 절박한 사연들이 겹쳐 떠오르곤 한다. 거기에는 놀라울 만큼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글을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저는 엄부자모 슬하의 평범한 가정에서 2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너무 익숙해서 버려질 수밖에 없는…
어떤 분쟁에 있어 한 편의 말만 듣게 되면 상대방은 공평하게 대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절친하고 가까운 사이였다 하여도 곧 원성을 사고, 이내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 고대 무소(武蘇)라는 사람은 말 한마디를 잘하는 게 천금을 가진 것보다 도움이 될 수 있고(一言之益重於千金), 한 번 행동을 잘못 하면 독사에 물린 것보다 더 지독할 수 있다(一行之虧毒如蛇蝎)라고 했다. 또 공자는 여러 사람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피고(衆惡之必察焉), 여러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衆好之必察焉)고 했다. 노자도 남이 알아서는 안 될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고(欲人不知), 남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게 하려면 처음부터 말을 안 하는 것이 좋다(欲人不言莫若不言) 말이 많음은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가장 방탕하게 하며, 기운도 또한 덜게 되고 꿈속에 정신도 또한 편안치 못하다. 마음을 펴놓았으면 거두어들일 줄 알고, 말을 하려는 때는 간단하고 침묵을 생각하라. 많은 말로 허물을 만들지 말고 다른 이의 허물을 듣더라도 내 부모 이름 듣는 것같이 하여 설사 듣더라도 입 밖에는 내지 말라. 시비는 듣지 않으면 자연히 없어질 것이니…
지난주 설 명절을 앞두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여성동지(?)들이 바쁜 짬을 내어 힐링의 시간을 갖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나는 친정부모님을 뵐 요량으로 앞장서서 나선 일정이었다. 우리 삼총사 일행은 친정부모님의 관심과 배려를 받으며 저지곶자왈도 걷고, 다랑쉬 오름도 오르고, 해수탕에도 다녀왔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선천적으로 한쪽 눈에 장애가 있어서 항상 안대를 하고 다니는 친구이다. 그 친구는 준비하는 데 항상 시간을 지체했다. 외출 준비를 할 때에도, 목욕탕에 들어가서도, 화장실에 가서도… 아마 짐작하건대 안대를 갈아 끼우느라 시간이 지체된 듯했다. 그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싫은 것은 주민등록증을 분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주민등록증을 갱신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면 안대를 벗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눈에 다래끼 나셨나 봐요” 하면 “네” 하고 그냥 넘겨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마음에는 항상 불편함과 불안감을 안고 오십 평생을 살아온 것이다. 함께 3일 동안 생활하면서 한 번도 안대를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목욕탕에서조차
태권도(跆拳道)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어려서 검은띠를 목표로 태권도장을 들락거린 경험이 없는 사람도 드물다. 남성들은 군에 입대하면 필수적으로 태권도를 연마해야 한다. 태권도 전용경기장인 국기원(國技院)은 전 세계 8천만명을 헤아리는 태권도인에게는 성지(聖地)다. 하지만 태권도 경기장을 찾는 인구는 극소수다.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암표를 구매하지만 태권도 경기장은 무료입장이어도 관중석은 텅 비어있다. 기껏해야 선수와 그 가족들만이 자리를 지키며 뜬금없는 파이팅을 외친다. 이렇듯 무관심하지만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선수와 태권도 관계자들은 역적이 된다.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비난은 들을 만하다. 일부 네티즌은 육두문자를 섞은 욕설과 함께 선수와 협회를 매국노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태권도가 올림픽 퇴출이라는 극단적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태권도를 올림픽 핵심 종목(Core Sports)으로 선정했다. 당초 레슬링 등과 함께 퇴출 유력종목으로 꼽혔던 위기에서 벗어나 올림픽 영구종목이 됐다는 의미다. 태권도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시범종목으로 채
북한의 기습적인 3차 핵실험 후 국민들이 보여준 침착한 태도는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안보 불감증을 염려하지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핵실험 소식이 알려지자 대부분이 즉각 뉴스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식시장도 잠시 출렁거렸다. 그러나 곧 평온을 회복했다. 2006년과 2009년에 이미 충격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들은 북한의 국제사회 규범 무시와 위험한 도박을 한 목소리로 강도 높게 규탄했다. 그 후 국민들은 유사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대상이자, 가장 앞장 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질 주체이지만 일단 냉정하게 사태를 지켜보자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북한의 무모한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정전 60년 만에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은 즉각 최고 강도의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미국도 핵실험 자체를 도발로 간주하고 추가 도발 예상지점 선제타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또한 강도 높게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은 이에 맞서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경우 제2, 제3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적반하장 으름장을 놓고 있
과천시가 큰일이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 영향 때문이다. 과천 정부청사의 입주기관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이곳은 도시 공동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실업률 증가, 아파트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지역경제 공동화 심화 등 문제가 속출할 것이 뻔하다. 이에 따른 시민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과천시는 참 살기 좋은 도시다. 도시계획이 잘 되어 있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산림지대와 전원이 펼쳐져 있으며 도시에는 자전거 도로가 잘 이어져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서울 출퇴근도 용이해 직장인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큰 난관이 닥친 것이다. 과천시에 닥친 위기의 해법은 없을까? 과천시의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이전 규모가 인구대비 7.4%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경기개발연구원 김태경 연구위원의 ‘과천청사 이전, 과천시와 경기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 발표 내용이다. 김 연구위원에 의하면 지난해 과천시에 있던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6개 기관의 총 3천308명이 세종시로 이전했다. 올 하반기 지식경제부 등 8개 기관이 이전을 끝내면 인구 4천714명이 줄어들게 된다
소년 프란츠는 헐레벌떡 학교로 뛰어간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교실 분위기는 차분하고 엄숙했다. 정장으로 차려입은 아멜 선생님은 지각한 프란츠를 자상하게 대했다. 심지어 교실 뒤편에는 마을사람들이 슬픈 표정으로 수업을 참관하고 있었다. 그 지역을 점령한 프러시아(독일)가 프랑스어 수업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날이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이었던 것이다. 나라 잃은 애잔한 슬픔이 가슴에 와 닿은 프란츠는 그날처럼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프랑스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대해 후회하고 또 후회하였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아멜 선생님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칠판에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라는 글을 남기고 수업을 마쳤다. 알퐁소 도데(Alphonse Daudet·1840∼1897)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이다. 알자스로렌(Alsace-Lorraine) 지방은 AD 1세기경 로마제국의 일부로 편입된 후 독일과 프랑스가 10여 차례나 번갈아 가며 통치하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은 알자스로렌 지방을 프랑스에 깨끗이 양도했다. 하지만 당시 알자스로렌 지방의 주민
고향을 떠나 수원에서 산 지 25년이 된 필자에게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기쁨은 함께 나누면 커지고 슬픔은 함께 나누면 줄어든다 했던가.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겪게 마련인데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실로 막막하기만 할 터이다. 문·사·모 친구들은 그런 막막함을 말끔히 없애주는 이들이다. 수원에 살면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모임’, 일명 ‘문·사·모’를 만들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문·사·모 친구 중에는 김영호가 있다. 김영호는 정조대왕의 정신이 깃든 도시인 수원에 무예24기의 기초를 심어준 사람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연구에 힘쓴 그는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이 보냈고, 겨울에는 난방시설도 없이 연구실에서 한 해를 보냈다. 그러던 친구가 화성행궁 주변에 한국병학연구소를 마련했다. 후배인 김준혁 교수와 함께 마련한 연구소는 홍재연구소로 명칭하고 자리를 잡았다. 어느 날, 한동안 전화가 뜸했던 친구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사·모 친구들 중에서 가장 바쁘게 지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