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화두를 성장위주에 놓고 경제 발전을 거쳐 오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하면 된다’는 논리에 빠지며 인생의 성공을 꿈꿔왔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하면 된다’고 가르쳐온 우리의 위정자들이 이 시대를 대표하고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 슬픈 과거를 우리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러니 ‘무엇이 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통령, 판사, 검사, 의사 등 권력 지향적인 직업이 우선이요, 남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아니라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성공 모델을 중시하며 꿈을 키워왔다.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 교양을 쌓고, 철학적인 인생의 교훈을 얻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꿈꾸는 것이 사치로만 여겨졌던 시대에 우리들은 내몰려 있었다. 주변을 보지 못하고, 아니 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오직 나를 중심으로, 나만의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달려온 지난 과거의 행적과 목표들은 고스란히 후손들에게까지 전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생이 세상사는 게 힘들
대형마트의 영업과 출점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 합의로 지난 15일 국회 지식경제위에서 통과됐으나, 영업제한시간에 대한 새누리당의 문제 제기로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개정안 원안에는 영업제한시간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돼 있으나, 새누리당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조정하자고 주장했다.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로 맞벌이 부부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었다. 여야 간 이견이 더는 좁혀지지 않자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모두 퇴장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민주화 1호 민생법안’으로 불리는 유통법 개정안은 막다른 위기에 몰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영세상권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영세상인과 대형마트 간의 이해가 날카롭게 맞서면서 그 성안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극심한 진통 끝에 지경위에서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한 것이 의무휴업일을 ‘매월 1일 이상 3일 이내’로, 영업제한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한다는 안이었다. 하지만, 그 경우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대형마트들과 관련 납품업체들이 집단으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라고 불린다. 또 시와 소설을 발표한 문인이자 여권운동가로 봉건주의 사회에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인간적인 권리가 있음을 주장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투옥되기도 했다. 그의 일생은 파란만장했다. 선구자적인 삶을 살았지만 불륜과 이혼 등 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며 말년에 비극적인 행보를 보이다가 행려병자로 일생을 마감했다. 지금도 나혜석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뉜다. ‘뛰어난 예술가로서의 삶’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정한 여성’으로 보는 시각도 엄연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이라는 것이다. 나혜석이 태어난 수원시에서는 나혜석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문화는 곧 재화(財貨)가 되는 현실에서 나혜석은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인계동에는 나혜석거리가 있고, 여기서는 연중 각종 축제가 벌어진다. 나혜석 미술대전이란 전국적인 여성미술공모전도 매년 열린다. 행궁동에 있는 레지던스(창작마을) 건물 벽면에는 1천42명의 시민들이 만든 타일을 붙인 대형 나혜석 자화상도 있다. 행궁동레지던스를 중심으로 이 동네 일원에서는 매년 예술제
시골집 장독대나 마당 한 귀퉁이에서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키는 꽃잎을 가진 키 크고 검은 점박이 꽃을 아는가. 초여름부터 우리나라 산야에서 유난히도 눈에 띄는, 아름답고 화려한 여름 꽃의 여왕인 ‘나리’다. 나리는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 또한 여러 가지다. 앞서 언급한 키 크고 검은 점박이 꽃인 ‘참나리’, 고개를 하늘을 향해 들고 있는 ‘하늘나리’, 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팔모양의 흰색 ‘나팔나리’, 향기가 진하고 꽃이 얼굴만큼 큰 ‘오리엔탈나리’, 꽃잎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고 해서 ‘틈나리’, 트럼펫 모양으로 생겼다고 ‘트럼펫나리’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11종이나 되는 나리가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나리’, 대관령 등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중나리’,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섬말나리’ 등 눈에 띄는 화려함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나리는 우수한 형질이 많아 품종개량 소재로도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 수원역 앞을 지나는 행인들은 희한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전망이다. 오후 6시가 되면 흰색 옷을 입은 청년들과 빨간색 옷을 입은 처녀들이 양쪽에서 합류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솔로대첩’으로 명명된 미혼 남녀들의 공개미팅 행사다. 지난달 3일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님연시)’라는 네티즌이 장난처럼 올린 “솔로 형·누나·동생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 번 할까”라는 문자로 촉발됐다.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어제 현재 참가의사를 밝힌 네티즌이 3만5천 명을 넘어섰다. 행사지역도 ‘님연시’가 제시한 서울 여의도 외 수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지로 확대됐다. 참가방법은 남성은 흰색 계통, 여성은 빨간색 계통의 옷을 입고 양편에 대기했다가 오후 6시 신호가 울리면 양쪽에서 쏟아져 나와 마음에 드는 이성의 손을 잡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 만남을 이어가면 된다. 짝이 없는 청춘남녀들이 외로움을 해소할 좋은 기회다. 이런 남녀들의 해방구는 고래부터 있어왔다. 부여는 해마다 12월이 되면 ‘영고’라는 제천의식을 행했다. 중국 사서에도 “온 나라 백성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며칠을…
잠시만 참으면 세상이 평화롭다(忍一時風平浪靜)는 내용과 같은 말로 장자에 있다. 사기에는 한 걸음 물러서면 두 걸음 전진할 수 있다(一步後退 二步前進)는 말도 있다. 잠시만 참으면 바람이 가라앉고 파도가 고요해진다. 한 걸음 물러서면 바다가 더 넓어지고 하늘은 더 높아진다. 바닷가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바다는 그만큼 더 넓어지고 하늘은 그만큼 더 광활해지는 것처럼 양보했을 때 여지는 더 많아지는 것을 말한다. 조금만 참으면 심기가 화평하다(忍三分心平氣和)는 말도 여기에 부합한다. 채근담에 처세를 함에 있어 한 걸음 양보함을 높게 여긴다 했다.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은 곧 한 걸음 나아가는 기초가 되며, 남을 대접함에 있어 한결 너그럽게 하는 것이 자기에게 복이 되거니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실제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기본이 된다(處世讓一步爲高退步則進步的張本 待人寬一分是福利人實利己的根基)고 하였다. 무조건 참고 무조건 양보하는 그런 식의 의미가 아니다. 항상 신중하고, 신중한 후에 결정하는 마음 자세를 가지라는 거다. 내가 양보하면 남도 양보하려는 마음을 끌어내기 위한, 그래서 겸손하고 사양할 줄 아는 사회를 그려보는 것이 과연 지나치다 할 것인가. 모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행정부의 검찰과 경찰이 정치권력의 시녀 노릇을 한다면 그 윤리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다산은 “벼슬자리를 위해서 사람은 고를 수 있어도 사람을 위해서 벼슬자리를 고를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는 중국 송나라 학자 육구연이 쓴 상산록(象山錄)을 소개하며 제1등급 청렴은 “봉급 이외에는 아무 것도 받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말 한 필로 시원스럽게 떠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취임에 맞춰 경찰쇄신기획단 및 경찰쇄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경찰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그리고 12월 5일, 6개월의 활동을 마친 경찰쇄신위원회가 그 성과 보고회를 끝으로 해단식을 가졌다. 경찰쇄신위원회 6개월간의 활동은 반부패 척결에 맞추어졌다. 그리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 경찰 부패에 대한 조직 내·외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했다. 내부비리 신고 접수를 민간전문기관 레드휘슬(Red Whistle)에 위탁하고 신고포상금을 도입했다. 반부패척결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둘째, 부패유발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장기근무자 순환인사를 전국적으
새해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겼다. 헌법 제54조 2항은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을 ‘12월 2일’로 명시한 것이다. 예산안이 확정된 후 정부가 정상적으로 집행준비를 하려면 최소 30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1월 초 즉시 집행하려면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이 통과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국회에는 국회의원들이 없다. 시내 곳곳에서 자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가두 선거운동에 내몰리고 있으니 예산안을 심의할 시간이 있을 턱이 없다. 후보마다 앞장서서 정치쇄신을 부르짖고 있다. 이러한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기는 것이 국회의원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임에도 이를 게을리 하고 있으니 국회의원 스스로 쇄신대상임을 자임하는 꼴이 됐다. 양당의 예결위 간사들끼리 벌이는 ‘입씨름 공방’을 들으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안성)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 대통령 예산’ 운운하며 대선 이후 예산안 처리를 언급하던 민주통합당이 갑작스레 대선후보 공통공약 증액 심사를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원작만화를 영화로 만든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노인들의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 작품에서 가장 눈물을 쏟게 만든 장면은 주차장 관리인 장군봉 노인과 치매에 걸린 그의 처 순이 노인이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다. 장 노인은 아내와 함께 동반자살을 택함으로써 이 세상살이를 마감한다. 그런데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자주 일어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2010년)이 10만 명당 33.5명으로 가장 높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 사망률은 12.8명이다. 자살 사망 증가율 역시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2000~2010년 사이 자살 사망률이 무려 101.8%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특히 노인 자살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자살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2000년에 비해 2011년도 자살률이 2배 이상 증가했다. 2011년 60~64세의 자살 사망률이 46.9명인 데 반해, 80~84세에서 110.1명으로,
얄팍한 상혼에 색녀 전락했지만 남존여비 윤리관 굴레 거부하고 인간행복 찾아나선 의지의 여인 영국인들에게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있고, 독일인에게 괴테의 <파우스트>와 실러의 고전이 있고, 프랑스인에게 몰리에르의 희극들,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고전이 있는가? 나는 서슴없이 판소리 12마당을 손꼽는다. 그 중 6마당은 전해지지 못했고, 남은 6마당 중에서 유일하게 곡조가 전해지지 못한 마당이 <변강쇠 타령>, 일명 <가로지기 타령>이다. 우리들은 모두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를 엄청나게 정력이 센 남자와 색을 엄청나게 밝혔던 여자의 이야기쯤으로 알고 있다. 우리 선조 광대들이 창조한 해학과 골계의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이, 한낱 싸구려 포르노 이야기 거리로 전락해버린 것은 국내 영화업자들의 얄팍한 상혼과 원작에 대한 무지 때문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상부살(喪夫煞), 즉 남편이 죽게끔 되어있는 살이 낀 운명을 타고난 옹녀는 지배자들이 요구하는 청상과부의 길을 택하지 않고 재혼에 재혼을 거듭한다. 황해도 땅에 남자 씨가 마를 것을 두려워하는 남정네들은…